퇴사한 비서가 나를 면접한다

퇴사한 비서가 나를 면접한다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1-08
Oleh:  운디네JBaru saja diperbarui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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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백을 거절했던 남자. 이번에는, 당신이 기다릴 차례." 내 고백을 거절한 남자가 면접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곱 해 동안 그의 비서였던 문설온. 퇴사한 지 반년, 작은 회사의 대표가 된 그녀 앞에 옛 상사 공서겸이 지원자로 나타난다. “운영 자문을 구하는 겁니다. 대표 자리는 아니고요.” “그 자리에는 이미 사람이 있네요.” 계약 기간은 석 달. 일만 하려던 설온에게 그는 자꾸 업무 밖의 질문을 건넨다. “당신이 그리운 건 나예요, 내가 해 주던 일들이에요?” 다시 믿어 보고 싶어진 순간, 함께 맡은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그의 과거 결정이 책임의 중심에 놓인다. 이번에는 설온도 그를 대신해 답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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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001화 — 지원 동기

내 고백을 거절한 남자가 면접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서겸은 문이 열리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년 전까지 내가 매일 펴 주던 재킷 자락을, 오늘은 그가 직접 정리했다.

“안녕하십니까, 문 대표님.”

나는 문손잡이를 놓지 않은 채 그를 봤다. 어제 지원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했고, 밤새 이력서를 세 번이나 읽었다. 그런데도 직접 듣는 그 호칭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일곱 해 동안 대표님은 저 남자였다.

“앉으세요.”

서겸이 의자를 당겼다. 나도 맞은편에 앉아 서류를 펼쳤다. 채용 여부는 공동 창업자인 수인과 함께 결정한다. 오늘 내가 할 일은 그가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 방에는 그가 앉기엔 조금 낮은 의자 두 개와 흠집 난 회의 탁자 하나뿐이었다. 서겸의 무릎이 탁자 아래에 닿았다. 둔한 소리가 났지만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의자가 작죠.”

“탁자가 낮은 것 같습니다.”

“둘 다 바꿀 예산은 없습니다.”

“제가 자세를 바꾸죠.”

그가 다리를 비스듬히 옮겼다. 웃음이 올라오는 것을 누르며 나는 첫 장을 넘겼다.

“일정 보셨습니까? 석 달 동안 현장에 나가셔야 합니다.”

“봤습니다.”

“운영 자문 한 명을 구하는 겁니다. 대표 자리는 아니고요.”

“그 자리에는 이미 사람이 있네요.”

서겸의 시선이 내 앞에 놓인 명패에 머물렀다. 문설온. 대표. 개업 선물로 수인이 주문한 것이었다. 나는 명패 모서리에 얹었던 손을 서류 위로 옮겼다.

“퇴임하신 건 확인했습니다. 이전 회사와 남은 업무 관계는 따로 있으십니까?”

“인수인계는 마쳤고 현재 직책은 없습니다. 다만 맡으신 현장은 제가 재직할 때 시작된 사업입니다. 당시 의사결정에 대한 확인 요청이 오면 답해야 합니다.”

“그 회사 의견을 저희 쪽에 전달하는 역할은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쪽을 대신할 권한도 없습니다.”

나는 준비한 질문 옆에 표시했다. 그가 먼저 밝히지 않았다면 여기에서 면접을 끝낼 생각이었다.

“그럼 업무 질문드리겠습니다. 방문 예약은 계속 받는데, 고객사에서 구역별 이용 범위를 아직 확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서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때 회의실에서 그의 침묵이 길어지면 나는 필요한 자료부터 찾아 밀어 넣곤 했다. 오늘은 펜만 고쳐 쥐었다.

“지금 안내 중인 내용과 고객사가 확정한 내용을 먼저 대조하겠습니다. 차이가 있으면 문 대표님께 보고하고 수정 요청을 올리죠.”

“당장 예약을 늘려 달라고 하면요?”

“안내할 수 있는 범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고객사에서 싫어할 대답인데요.”

“나중에 예약한 사람들에게 못 지킬 약속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나는 질문지에서 눈을 들었다. 서겸은 내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저 눈치를 봤다. 보고를 여기에서 끝내도 되는지,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전에는 일단 방법부터 찾으라고 하셨죠.”

“그랬습니다.”

대답이 너무 빨라서 오히려 다음 말을 잃었다.

“지금도 해결할 방법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확인이 안 된 것을 된다고 말할 수는 없죠.”

“면접 준비를 많이 하셨네요.”

“내가 전에도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겠다는 뜻으로 듣겠습니다.”

그는 웃지 않았다. 나도 웃을 수 없었다. 질문지 모서리가 손끝에 걸렸다. 나는 종이를 바로 놓고 다음 장을 펼쳤다.

바깥 복사기가 종이를 뱉기 시작했다. 얇은 칸막이 너머로 수인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도 들렸다. 작고 정신없는 사무실. 그제야 내가 여기에 있다는 감각이 조금 돌아왔다.

“현장 쪽에서 대표님 결재를 받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문 대표님께 전달하겠습니다.”

“저 말고, 공 대표님이요.”

그의 눈썹이 조금 움직였다.

“그렇게 부르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희 직원도 실수할 수 있고요. 그럴 때마다 제가 뒤에서 정리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맡은 범위를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답해도 되는 내용은 답하고, 결정이 필요한 건 문 대표님께 올리죠.”

“제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셔도요?”

“반대 의견을 내겠습니다.”

“말 잘 들으시겠다는 답은 아니네요.”

“그걸 원하시면 저보다 저렴한 지원자가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정말 웃음이 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펜 뚜껑을 닫았다. 서겸이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나를 보고 있었다. 입가에 번지던 웃음이 한 박자 늦게 사라졌다.

그가 나를 이렇게 오래 본 적이 있었나.

기억을 뒤지려는 순간, 나는 서류의 마지막 칸을 짚었다.

“보수는 왜 비워 두셨습니까?”

“실제 투입 일수와 책임 범위를 듣고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저희 자문비 상한은 공고에 있습니다. 이전에 받으시던 금액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봤습니다. 현장 교통비 같은 실비가 별도인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는 책상 위 계산기를 그에게 돌렸다. 그가 누른 금액을 다른 후보의 견적과 맞춰 봤다. 경력에 비해 낮춰 부른 숫자는 아니었다. 예산표의 자문료 칸에는 들어갔다. 나는 옆에 적어 둔 업무 범위를 다시 짚었다.

“제일 높은 구간이네요.”

“일곱 해 동안 제 일정 보셨잖습니까. 맡긴 일은 끝냅니다.”

“끝내는 동안 제가 집에 못 간 날도 많았죠.”

그의 손이 계산기 옆에서 멎었다.

“이번에는 그 시간도 견적에 들어가야겠네요.”

“제가 이 돈을 드리고도 밤에 남아서 다 고쳐야 하면 곤란해요. 같이 야근한 사람 앞에서 경력 자랑하시는 겁니까?”

“추천서는 부탁드리기 어렵겠네요.”

나는 계산기를 당겨 숫자를 메모했다. 펜 끝이 숫자 아래에서 멈췄다. 조금 전 농담에 한마디 더 보태고 싶었다. 면접 질문은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다음 질문 앞에 작게 표시하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가 웃는 얼굴을 보려고 잡은 면접은 아니었다.

반년 전에도 이 사람과 대화하는 게 좋았다.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기까지는 오래 걸렸고, 말한 뒤 그만두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때처럼 내 마음부터 접어야 하는 일이 다시 생길까 봐, 나는 질문지를 더 단단히 눌렀다.

서겸은 테이블 위에서 손을 거뒀다.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가 소매 아래로 들어갔다. 나는 그 시계를 보며 그가 언제 말을 줄일지 가늠하곤 했다. 다음 회의까지 10분. 차를 타러 나갈 때까지 5분. 그의 남은 시간을 먼저 확인하는 버릇은 퇴사한 뒤에도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랐다.

“이 정도 조건이면 논의는 가능합니다. 채용을 결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지원자도 있고, 공동 창업자 의견도 들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기다리면 됩니까?”

“금요일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서겸이 휴대전화를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이번 주 금요일. 그가 내 답을 달력에 넣는 것을 가만히 봤다. 한때 그가 정한 시간에 내가 모든 것을 맞추던 모습과 겹쳤다가 흩어졌다.

면접 시간을 확인하니 예정한 30분에서 5분이 남아 있었다. 나는 마지막 질문을 읽었다. 다른 지원자에게도 물어본 질문이었다.

“지원하신 이유를 듣겠습니다.”

“지금 제 경력에서 빠져 있는 일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일정이 정해진 뒤 그걸 안내받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보고서로만 봤으니까요.”

그가 내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였다.

“문 대표님 회사가 그 일을 하고 있고요.”

“그 이유라면 다른 회사도 있습니다.”

“있죠.”

“그런데 왜 여기입니까?”

복사기 소리가 멎었다. 나는 문 밖에서 수인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까지 들었다. 펜 끝이 종이에 닿은 채 멈췄다.

“여기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건 지원서에도 쓰셨습니다.”

서겸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오늘 처음으로 그가 대답을 고르는 것 같았다. 나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 반년 전에는 그러지 못했다. 대답이 늦어질수록 내가 먼저 웃었고, 없던 말로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가 침묵을 끝냈다.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서겸의 눈길이 내 빈손에 닿았다가 돌아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내가 답할 틈을 채우지도 않았다.

“채용하지 않으시면 일은 못 하겠죠.”

낮은 목소리가 흠집 난 탁자를 건너왔다.

“그래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은 하고 가려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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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7화 — 기다리는 연습
교육 첫날, 서겸은 접수 직원들 앞에 놓인 의자를 하나 끌어왔다.수인이 눈으로 가리킨 대기선 밖에 앉더니 가방을 무릎에 올렸다. 넥타이 없는 셔츠 차림인데도 사무실에서 회의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렇게 앉으시면 저희가 더 긴장해요.”내 말에 그가 자세를 조금 풀었다.“그럼 어떻게 앉을까요?”“그냥 평소처럼요.”“지금이 평소 같은데요.”직원 한 명이 작게 웃었다. 나는 모니터 옆으로 비켜섰다. 수인은 안내문과 예약 확인 화면을 켜고, 가장 먼저 출근한 직원에게 첫 응대를 맡겼다. 실제 운영 전이라 외부 고객의 정보가 아닌 교육용 자료를 썼다.서겸은 대기선 앞에 섰다.“오후 1시 예약인데 조금 일찍 왔습니다. 지금 들어가도 됩니까?”직원은 화면을 확인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안내하겠다고 답했다. 서겸은 다음 대기 위치를 물었고, 직원이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수인이 그 손끝을 따라 걸어가 보더니 의자 하나를 옮겼다.나는 입구와 통로가 겹치지 않는지 봤다. 서겸은 다시 줄 뒤로 돌아가 이번에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는 손님을 흉내 냈다. 대단한 연기는 아니었는데, 익숙한 사람이 낯선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 시선이 자꾸 갔다.두 번째 연습에서는 예약번호가 확인되지 않았다. 직원이 뒤의 사람들까지 기다리게 하자 수인이 옆으로 이동해 추가 확인을 받을 자리를 제안했다.“문 대표님, 여기 책상을 하나 더 놓으면 어떨까요? 이름이 안 뜨는 분은 이쪽에서 확인하는 거예요.”“입구 쪽이 더 좁아지지는 않을까요?”“의자 없이 작은 테이블만 써도 될 것 같습니다.”서겸이 안내도를 들고 다가왔다.“담당자 확인이 필요한 문의도 이쪽으로 넘기면 어떻습니까? 예약 확인 줄은 먼저 보내고요.”나는 두 사람 사이에 서서 실제로 걸음을 옮겨 봤다. 교육 직원들도 자기 위치에서 손을 뻗어 자료를 건넸다. 작은 상자 하나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었고, 모니터 전선이 길을 가로질렀다.“좋아요. 다만 모든 문의를 따로 빼면 그쪽 줄도 길어져요. 예약 정보 확인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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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8화 — 석 달 뒤에도
월요일 아침, 고객사 담당자가 회의 참석자들에게 수정 요청을 보냈다.방문 예약 인원은 처음 요청한 수준을 유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메일을 끝까지 읽고 수인과 서겸에게 같은 화면을 띄워 줬다.“확인 요청한 항목 중에 두 개는 아직 답이 없어요. 이 상태로 인원을 늘리는 안부터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수인은 교육 결과를 적은 종이를 펼쳤다.“전화 한 통이 길어지면 방문 확인도 같이 밀렸어. 예약 정보가 안 뜨는 분을 옆으로 빼는 건 도움이 됐는데, 문의까지 다 맡기는 건 어렵겠더라.”서겸이 지난 교육 때 만든 표를 봤다.“그럼 문의 접수 자리를 아예 별도로 둬야 할 수 있습니다.”“사람이 더 들어가면 비용도 달라져요.”내 말에 그는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네. 비용 안에서 가능한 안과 인원을 늘리는 안을 나눠 보내는 게 낫겠습니다.”나는 답변 초안을 열었다. 줄인 예약 인원 옆에는 어젯밤 내가 적어 둔 문장이 있었다. 내가 추가 문의를 맡으면 된다는 한 줄이었다. 서겸이 화면을 읽기 전에 지우려다가 손을 멈췄다.“저는 첫날부터 최대 인원을 받는 건 반대예요. 아직 교육에서 확인한 게 부족해요. 준비된 범위로 시작하고 실제 운영 결과를 보고 협의했으면 합니다.”“줄인 인원 밖에서 오는 문의는 누가 받습니까?”서겸이 물었다. 나는 그를 봤다.“그건 고객사 지정 창구하고 나눠야죠.”“그 답도 아직 안 왔습니다. 초안에는 문 대표님이 받는다고 되어 있고요.”수인이 내 화면을 봤다.“넌 그 시간에 현장 어디 있을 건데?”“계속 전화만 받겠다는 뜻은 아니야.”“그러니까 네가 전화 받으러 나가면 누가 네 자리 맡아?”나는 손을 마우스에서 뗐다. 서겸이 틀린 점을 찾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그런데 그 줄은 지우고 싶었고, 그에게 들키기는 더 싫었다.“그 문장은 빼 주세요. 지정 창구 회신부터 받는 걸로요.”그가 펜을 들었다.“첫 운영 뒤에 늘릴 수 있다는 확답은 지금 안 하실 거죠?”“네. 그때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쓸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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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9화 — 같이 내려가요
회의실 문 앞에서 나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바꿨다.서겸은 옆에서 자기 자료를 확인했다. 종이 모서리에 표시한 순서가 보였다. 현장 요청, 운영 조건, 확인이 필요한 항목. 어제 내가 부탁한 부분만 그의 손에 남아 있었다.“제가 설명하다 빠뜨린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내가 말하자 그가 자료를 덮었다.“네. 제 설명에도 빠진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시고요.”나는 그를 보고 조금 웃었다. 들어가기 직전까지 내 걱정만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챘다.회의실에는 고객사 담당자와 상급자가 함께 앉아 있었다. 상급자는 서겸을 보자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전 회사에서 몇 번 만난 사이라고 했다. 우리는 자리를 안내받고 자료를 펼쳤다.설명을 시작하자 그는 운영 인원을 늘리는 문제부터 물었다. 준비한 표를 끝까지 보기도 전이었다.“문의가 이렇게 많은데 기회를 놓치면 서로 손해 아닙니까? 지금 예산에서도 조금만 유연하게 하면 될 것 같은데요.”나는 마지막에 넣어 둔 교육 기록을 앞으로 꺼냈다.“늘리는 안도 검토했습니다. 다만 안내 동선과 실제 응대에 걸리는 시간을 보면 같은 인력으로 받기 어렵습니다. 조건별 차이를 설명드릴게요.”“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안 된다는 얘기부터 나오는군요. 다른 업체들은 일단 맞춰 보겠다고 합니다.”펜 끝이 종이에 걸렸다. 이번 계약의 인건비를 빼고 나면 다음 달 사무실 비용까지 넉넉하지 않았다. 나는 그 숫자를 알고 있었다.“다른 안도 검토하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 인력으로 최대 인원을 받겠다고 답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말을 마치고 수인을 봤다. 수인은 교대표를 상대 앞으로 밀었다. 방금 내 말이 우리 둘의 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서겸이 펜을 쥔 손을 움직였다. 나는 그쪽을 보지 않고 표의 첫 줄을 가리켰다. 말이 빨라질 때 숫자까지 함께 빨리 읽는 버릇이 있었다. 의식해서 한 번 숨을 쉬었다.“현재 인원으로 할 수 있는 범위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예약 확인과 별도 문의가 동시에 들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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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화 — 내일의 약속
금요일 오후, 공용 메일함에 기다리던 회신이 들어왔다.고객사는 우리가 확인을 요청한 두 항목에 답을 보냈다. 당장 예약을 최대치로 늘리겠다는 요청은 보류했고, 현재 준비된 범위로 운영안을 정리해 달라고 했다. 추가 확대는 실제 상황을 확인하고 다시 협의하기로 남았다.나는 메일을 읽고 수인에게 화면을 돌려 보여 줬다. 수인은 그 자리에서 인원표를 고쳤고, 서겸은 답변을 확인 목록에 옮겼다. 작은 문장 몇 줄 앞에서 수인이 지운 교대표를 다시 펼쳤다. 버리지 않고 둔 종이 위로 늘리려던 근무 시간이 줄줄이 남아 있었다. 그 시간이 실제 근무가 되지는 않았다.“확인된 것만 직원들한테 다시 안내할게요. 아직 답이 안 온 걸 확정한 것처럼 적으면 안 되니까요.”“수정한 자료는 제가 같이 확인하겠습니다.”서겸이 말하자 수인이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저도요. 셋이 읽어야 서로 빠뜨린 걸 보죠.”우리는 모니터 하나를 가운데 놓고 앉았다. 나는 마지막 줄까지 소리 내어 읽었다. 확인된 일정과 추후 안내할 항목을 나눠 놓으니 문장이 조금 길어졌다. 수인은 직원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앞뒤를 바꿨다.서겸은 표현을 더 세게 만들거나 짧게 줄이지 않았다. 대신 누가 다음 회신을 받아야 하는지 적었다. 내 이름만 쓸 줄 알았는데 자신이 확인할 일과 수인이 전달할 일이 따로 들어갔다.자료를 저장하고 나자 나는 잠깐 모니터를 그대로 봤다. 누군가의 일정을 맞춰 준 뒤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정한 지금이 더 피곤했다. 이상하게 마음은 덜 조급했다.수인이 기지개를 켰다.“이번 주는 여기까지 하자. 나 더 보면 한 글자씩 다 고칠 것 같아.”“교육 자료 배포는 월요일에 할게.”“좋아. 너 내일 수영 갔다가 바로 여기 오는 건 아니지?”“오후에 조금만 보려고 했는데.”수인이 나를 빤히 봤다. 나는 화면을 껐다.“월요일 아침에 볼게.”“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주말 같네.”수인은 먼저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나는 밀린 영수증을 모아 봉투에 넣고, 서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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