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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때, 파티장의 분위기는 이미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무대 위에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무용수들이 아리따운 자태를 뽐내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은 미소, 몸짓 하나하나 모두 우아함을 자아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대 아래엔 고급스러운 정장을 차려입은 사회적 유명 인사들이 와인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유진우도 빈자리를 찾아 앉아 음료를 마시며 무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어이! 유씨! 너 진짜 기어들어 왔네?”

한창 흥미진진하게 공연을 보고 있을 때, 옆쪽에서 삐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양의성과 이청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짜증 나네요. 왜 가는 곳마다 저 사람이 있는 거예요?”

이청아는 말 대신 차갑게 그를 쳐다보고는 앞줄 빈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유씨, 곧 자선 경매가 시작될 거야. 너 돈 있어? 감히 이 자리에 앉아?”

양의성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돈이 없으면 못 앉아?”

유진우가 반문했다.

“잘 알고 있네. 돈이 없으면 앉을 수 없어! 뻔뻔하게 돈 한 푼 안 내고 먹고 마시는 너 같은 놈이 우리와 함께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양의성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들었어요? 들었으면 당장 일어서서 우리한테 자리를 양보해요.”

장 비서가 의자를 툭툭 차며 말했다.

“그러기 싫다면?”

유진우가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

“싫다고요? 그럼 경비원이라도 불러서 쫓아내야죠!”

장 비서가 협박했다.

“그럼 어디 한 번 해봐.”

유진우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좋아요! 이건 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 창피를 당해도 날 원망하면 안 돼요!”

장 비서가 팔을 들어 사람을 부르려고 한 순간, 이청아가 그녀를 제지했다.

“됐어. 그냥 앉으라고 해.”

“대표님?”

장 비서가 이마를 찌푸렸다.

“제 몸 간수나 잘해.”

이청아가 담담히 말했다.

“흥! 운 좋은 줄 알아요!”

장 비서가 다시 한번 유진우를 쏘아보고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때 돌연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장 비서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렸다. 조금 전 기세등등했던 그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당황스러움이 대신 자리 잡았다.

“왜 그래?”

이청아가 곧바로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물었다.

“이 대표님... 큰, 큰일 났어요!”

장 비서가 경직된 얼굴로 말했다.

“조금 전에 들어온 내부 소식인데요. 조씨 가문에서 우리 청성 그룹을 후보 명단에서 제외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뭐라고?!”

순간 이청아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렸다.

“그게 사실이야?!”

“맞을 겁니다. 제 친구가 일하다가 우연히 들었다고 합니다.”

장 비서가 말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청아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 예비 명단에 오르기 위해 그녀는 적지 않은 정력을 쏟아부었다. 돈을 많이 들인 건 물론이고 주위 수많은 사람들의 신세도 졌다.

예비 명단에 들어간 뒤 조 회장과 만남을 갖기만 하면 틀림없이 파트너의 자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알 수 없는 이유로 탈락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아무런 징조도 없이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 대표님, 이제 어떻게 하죠? 예비 명단에 들어가지 못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건가요?”

장 비서가 우울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말했다.

“잠깐 생각 좀...”

이청아의 이마가 깊게 찌푸려졌다.

조씨 가문의 파트너가 되면 큰돈을 버는 건 차요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신분과 지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청성 그룹은 빠른 성장을 이룩하긴 했지만 아직은 기댈 곳이 없다. 만약 조씨 가문이라는 이 배에 탑승하게 된다면 든든한 뒷배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유진우 씨...”

그때 조씨 가문 집사가 돌연 유진우의 곁으로 다가와 서류를 건네주었다.

“큰 아가씨께서 보시고 최후의 결정을 내리시라고 합니다.”

“네?”

서류를 본 유진우의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 피어올랐다.

그렇다. 그의 손에 쥐어진 건 이청아와 청성 그룹에 관한 서류였다. 그리고 조선미가 던진 질문은 그들을 파트너 예비 명단에서 없앨지 말지 여부였다.

“이 여자 대체 뭐 하는 거지?”

유진우가 턱을 어루만지며 고민에 빠졌다.

이건 조선미가 고의로 벌인 일이 분명했다. 일부러 그에게 청성 그룹의 생사권을 쥐여준 것이다.

유진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니요’ 를 택했다.

이청아에게 이혼당했기에 그녀를 원망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복수의 마음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필경 두 사람에겐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살아온 정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어찌 됐든 그는 상대방이 잘살아가기를 바랐다.

“유진우 씨, 정말 이렇게 결정하실 건가요?”

집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물었다. 큰 아가씨는 이청아를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네.”

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유진우 씨의 결정대로 처리할게요.”

집사가 예의 있게 미소를 짓고는 서류를 갖고 자리를 떴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큰 아가씨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이다.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이청아는 여전히 이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조씨 가문이 내린 결정은 현재 그녀의 인맥으론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헴...”

그때 돌연 양의성이 헛기침을 하며 사람들의 주의를 불러일으켰다.

“청아 씨, 예비 명단의 일은 내가 도울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

장 비서가 눈을 반짝이며 다급히 물었다.

“양 도련님, 좋은 방법이라도 있으세요?”

“사실 우리 아버지와 조 회장님은 꽤 친한 사이야. 아버지가 부탁하신다면 조씨 가문에서도 모른척하진 못할 거야.”

양의성이 오만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요? 그럼 너무 잘됐네요!”

장 비서가 흥분하며 말했다.

“양 도련님, 이 일을 해결해주신다면 도련님께선 우리 청성 그룹의 은인이 되실 거예요!”

“그래. 내가 지금 바로 전화를 할게.”

양의성이 헤헤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 다음 일의 자초지종을 간단히 얘기했다.

“그래. 알았어. 시간 될 때 조 회장에게 말해볼게.”

양의성의 아버지가 귀찮다는 듯한 마디 대답해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양의성은 곧바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아버지가 승낙하셨어. 이제 걱정하지 마. 곧 해결될 거니까.”

“알겠어요. 도련님의 말씀을 들으니 이제 마음이 놓이네요.”

장 비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워요.”

이청아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작 이런 일로 뭐.”

양의성이 팔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유진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또다시 그를 도발하고 싶은 표정을 담고서 말이다.

유진우는 계속하여 쥬스를 마시고 있었고 그들에겐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때 이청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보니 조씨 그룹 총괄 매니저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이 대표님?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 위에서 이청아 씨를 조씨 가문의 파트너로 선택한다는 결정이 내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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