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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

Penulis: 구름속
경문 그룹의 수행 비서이자 비서실장인 강철우는 연미혜의 사직서를 받아 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 연미혜와 경민준의 관계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고, 경민준이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마음을 준 적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결혼 후, 경민준은 줄곧 냉정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고, 집에도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연미혜는 남편과 가까워지기 위해 경문 그룹에 입사했고 그녀의 목표는 처음부터 명확했다. 바로 경민준의 수행 비서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민준은 단칼에 거절했고, 심지어 경무진이 직접 나서서 설득했음에도 그의 태도는 단호했다.

결국 연미혜는 차선책을 택하여 비서실에 들어가 경민준의 수많은 비서 중 한 명이 되었다.

강철우는 그녀가 비서실에 들어와 비서실 분위기를 휘저어 놓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연미혜는 조용했다.

그녀는 직무를 이용해 경민준에게 접근하려 하긴 했지만, 그 타이밍을 철저히 계산했고 선을 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경민준의 눈에 띄고 싶어서였을까, 그녀는 누구보다 성실했고 누구보다 유능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철저히 회사 규정을 따랐으며 어떤 특혜도 바라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그녀는 결국 비서실 팀장이 되었다.

강철우는 그동안 연미혜가 보여준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경민준을 사랑했는지, 얼마나 그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기에 그녀가 스스로 사직서를 냈다는 사실이 더욱 믿기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알지 못한 일이 있었으리라 의심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대표님께서 미혜 씨에게 퇴사를 강요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 모든 추측에도 불구하고 강철우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했다.

“사직서는 접수하겠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후임을 선정하겠습니다.”

“네.”

연미혜는 짧게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한참 업무를 보다 보니, 강철우는 마침 영상 회의에서 경민준에게 업무 보고를 하게 되었다.

보고를 마칠 무렵, 그는 문득 연미혜의 사직 건이 떠올랐다.

“대표님, 그게 말입니다...”

사실 그는 연미혜에게 ‘이른 시일 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만약 경민준이 당장 그녀를 내보내라고 한다면 그는 즉시 그렇게 조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말을 꺼내려던 순간 과거 연미혜가 입사할 때의 일들이 떠올렸다.

처음 연미혜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 경민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연미혜 씨와 관련된 모든 사안은 회사 규정대로 처리하세요. 굳이 나한테 보고할 필요 없습니다. 나는 신경 쓰지 않을 거니까요.”

그리고 연미혜가 입사한 후, 경민준은 실제로도 회사에서 연미혜를 철저하게 남처럼 대했다. 사내에서 그녀를 마주쳐도 그의 표정에는 미동도 없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연미혜는 회사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왔기에 2년 전 그녀를 승진시키려 할 때, 일부에서는 경민준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연미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여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승진 자체를 없던 일로 할 생각이었으나, 막상 보고했을 때 경민준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못 박았다.

그녀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니, 회사 규정대로 처리하라며 앞으로도 연미혜와 관련된 사안으로 자신을 찾지 말라고 강력하게 말했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강철우는 문득 말문이 막혔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경민준이 짧게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데요?”

강철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아닙니다. 별일 아닙니다.”

‘미혜 씨의 사직 건은 이미 대표님의 귀에 들어갔을 거야. 하지만 대표님이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이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일 거야...’

이번에도 그저 회사 규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 강철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경민준이 영상 회의를 종료했다.

...

“무슨 생각해?”

점심시간, 동료가 갑자기 연미혜의 어깨를 툭 쳤다.

연미혜는 정신을 차리며 가볍게 미소 짓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은 딸한테 전화 안 해?”

“응... 안 해도 돼.”

그녀는 하루에 두 번, 한 번은 새벽 1시, 또 한 번은 정오쯤 정해진 시간에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것은 사무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익숙한 일이었다.

다만, 아무도 그녀의 딸이 바로 회사 대표님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뿐이었다.

퇴근 후, 연미혜는 시장에 들러 간단한 식재료와 몇 개의 작은 화분을 사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기술 박람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전화를 걸었다.

“다음 달 기술 박람회 말인데, 티켓 한 장 부탁해도 될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정말 확실해?”

“전에도 똑같이 말했지만, 결국 한 번도 안 왔잖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박람회에 가고 싶어 하는지 알면서, 네가 괜히 티켓을 낭비해 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야.”

기술 업계에서 국내 연례 기술 박람회는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그곳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은 누구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상대의 회사에서도 몇 개의 참가 자리를 확보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티켓 한 장이 그저 허투루 사용할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연미혜는 이번만큼은 결심이 확고했다.

“이번에도 참석 못 하면 앞으로는 다시는 부탁하지 않을게.”

상대방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아무런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티켓을 확보해 주겠다는 뜻이었다.

연미혜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녀는 이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을 얘기하지 못했다.

연미혜는 한때, 이 회사의 공동 창립자였다.

회사가 막 상장했을 때 그녀는 결혼을 선택했고 임신과 출산, 그리고 가정에 집중하기 위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 결과, 회사의 성장 계획은 어긋났고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

당시 동료들은 그녀를 원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연락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녀는 이제 다시 복귀할 생각이었지만, 지난 몇 년간 그녀는 업계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그만큼 변화도 빠르게 이루어졌기에 준비 없이 복귀한다면, 단지 이름만 남은 유명무실한 ‘파트너’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선 현재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려 했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녀는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고 퇴근 후에는 자신의 계획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동안 한 번도, 딸과 경민준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 역시 그녀를 찾지 않았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반년 전부터, 연락을 시도하는 건 늘 그녀만의 일방적인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들은 그저 연미혜의 연약을 받아들이기만 했을 뿐, 그녀를 필요로 한 적은 없었다.

...

아이리스.

경다솜은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임지유에게 전화를 거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잠에서 깨자마자 곧장 임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통화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임지유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줬기 때문이었다.

“지유 이모가 먼저 귀국한다니... 으앙...”

경다솜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엔 경민준에게 전화했다.

“아빠도 알고 있었어요?”

사무실에서 서류를 넘기던 경민준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꽤 됐지?”

“아빠... 아빠 너무해요!”

경다솜은 분홍색 돼지 인형을 꼭 끌어안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왜 나한테 말 안 해줬어요? 지유 이모 못 보내요! 지유 이모 없으면 나도 여기서 학교 안 다닐 거라고요! 나도 지유 이모를 따라 돌아갈래요! 으앙!”

경다솜이 아무리 어리광을 부려도 경민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이미 처리 중이야.”

경다솜은 울음을 멈추고 눈을 깜빡였다.

“처... 처리 중이요?”

“우리도 다음 주에 돌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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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경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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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04. 18. AM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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