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985화

작가: 류한나
문지원은 다시 한번 긴장하게 되었다. 황폐한 산속에서 갑자기 들려온 소리이니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거로 생각했다. 만약 또 뱀이 나타나거나 다른 야생 동물이라면 발목을 접질린 상황에서 빠르게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던지라 이대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녀는 반드시 아주 조용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지만, 주위에 덜어진 나뭇잎이 많아도 너무 많아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났다.

빠각.

뒷걸음질을 치던 문지원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나뭇가지를 밟아버렸고 이내 큰 소리가 났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망했다는 생각뿐이었다.

앞에서 들리던 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그녀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러나 그녀의 귓가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는 누구예요? 왜 여기 혼자 있는 거예요? 가족이랑 함께 오지 않았어요?”

그녀에게 다가온 것은 야생 동물도 아니었다. 감았던 눈을 번쩍 뜬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온몸을 휘감던 공포는 어느새 사라지고 안도감으로 가득 찼다. 드디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혼자 여기로 왔어. 혹시 여기를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알아?”

문지원은 허리를 숙이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눈앞에 있는 아이는 어림잡아 열셋 정도 되어 보였고 아마도 근처 마을에서 사는 아이 같았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자랐던지라 당연히 이 산도 익숙했고 고개를 끄덕이며 문지원의 손을 잡았다.

“네. 알고 있어요. 언니는 저만 따라오면 돼요. 근데 마을에서 언니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언니는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죠?”

“응. 아니야. 언니는 다른 도시에서 왔어. 오빠 찾으려고 온 거야.”

문지원은 어린아이를 경계하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는 순수해 보였던지라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럼 언니 오빠는 찾았어요?”

아이는 그녀보다 더 그녀의 오빠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았고 문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정말로 찾았더라면 이렇듯 몰골이 처참해지지 않았을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86화

    문지원의 눈앞에는 마을이 보였다.“언니, 오늘은 늦었으니까 우리 집으로 가요. 우리 엄마랑 아빠, 오빠도 언니를 잘 대해줄 거예요.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체력이 회복되면 내일 언니를 시내로 데려다줄게요.”아이는 그녀의 손을 더 꽉 잡았다.“우리 엄마 음식 아주 잘해요. 언니가 가면 분명 한 상 가득 차려주실 거예요.”확실히 하늘도 어두운 늦은 시간이었고 핸드폰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았던 그녀였다. 게다가 아이가 아직 어리니 다른 속셈은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마웠기에 오늘 밤에 당장 시내로 데려다 달라고 할 수 없었다.문지원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현금이 떠올랐다. 차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을 전부 아이의 가족에게 주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이 아이가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지금도 산속에서 헤맸을 테니 말이다.“우리 집은 바로 저기 앞이에요. 조금 낡긴 했는데 그래도 지낼 수는 있어요. 그러니 너무 싫어하지는 말아주세요. 내년에 아빠가 일하러 나가서 돌아오면 집을 다시 고칠 수 있을 거예요.”아이는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대문을 열던 아이는 집안을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엄마, 아빠. 저 왔어요. 제가 누구를 데리고 왔는지 보세요!”“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지금 저녁 만들고 있으니까.”부엌 쪽에서 아이의 부모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렸고 이내 아이가 오는 길 내내 말한 오빠가 방에서 나왔다.“우리 동생, 오늘 산에 올라가서 버섯 따온 거야?”“아니거든. 얼른 나와보면 알 거야.”아이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오빠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곧이어 아이의 오빠가 나오더니 달빛의 힘을 빌려 여동생 옆에 서 있는 문지원을 보았다. 그 순간 남자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두 눈엔 오로지 문지원만 담겨 있었고 살아생전 문지원처럼 예쁜 여자는 처음 보았다.학교도 제대로 다닌 적 없었기에 그의 가방끈도 짧아 지금 이 기분을 뭐라고 형언해야 할지도 몰랐고 기껏 생각해낸 말이 고작 이것이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87화

    여자아이는 조금 난감해졌다.그들의 마을에서 아들을 장가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 돈이 조금 있다는 집에서 며느리를 들였고 그들처럼 가난한 집안에서는 아들을 장가보낼 돈조차도 없었다. 게다가 아이의 오빠는 절름발이였던지라 오빠를 보는 여자마다 비웃기 바빴고 걷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빨리 걸을 수는 없었기에 밭일도 할 수 없었다.오빠의 나이가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커지고 평생 혼자 살 거라고 생각하니 아이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다. 오늘 겨우 산에 올라갔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다를 바 없는 문지원을 발견했던 아이는 어떻게든 문지원을 자신의 새언니로 맞이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대로 자리를 비운다면 문지원이 도망치거나 다른 마을 사람에게 잡혀갈 것이 두려웠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의 오빠는 정말로 평생 혼자 살게 될지도 모른다.“지금은 시간이 많이 늦었어. 아무리 마을 사람들과 친하다고 해도 네가 혼자 밖으로 나가는 건 위험해. 차라리 내일 불러오시는 게 어때.”문지원이 호의로 아이를 설득했다. 그녀는 아이가 오밤중에 나갔다가 사고당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언니 말씀이 맞아요. 내일 가서 모셔와야겠어요.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요.”쿵쿵쿵.이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오빠는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 문밖에서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저녁 준비 끝났으니까 나와서 먹어.”“언니, 가요. 제가 우리 가족들을 소개해 줄게요.”아이는 문지원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갔다. 안방은 제일 큰 방이었고 아이의 부모가 지내는 곳이었으며 동시에 거실과 밥 먹는 곳으로 쓰이기도 했다. 문지원이 들어오자 아이의 부모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열정적인 모습으로 문지원을 맞이했다.“얼른 앉아서 입맛에 맞는지 봐요. 그런데 정말 예쁘게 생겼네요. 우리 마을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아가씨보다 예쁜 사람은 없을 거예요.”문지원은 대충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너무도 열정적인 그들의 모습을 보니 왜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88화

    문지원은 순식간에 눈빛이 변해버린 아이의 가족들을 보았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제가 왜 이곳에 남아요? 전 돌아가야 할 집이 있어요.”“언니, 언니도 남편감을 만나지 못한 게 아니에요? 그럼 우리 오빠를 빌려줄게요. 앞으로 둘이 서로 지켜주면서 행복하게 지내면 언니에게도 좋잖아요. 설마 우리 오빠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거예요?”진나래는 다급해져 얼른 입을 열었다.“우리 오빠는 비록 발이 평범한 사람들과 달라 힘든 일도 못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못 하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밭일은 저도 도울 수 있어요. 언니랑 제가 밭을 관리하면 되잖아요.”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찌감치 자신을 구해준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됐어. 너희 둘 다 그만 말해.”진성국은 집안의 가장이었던지라 당연히 자신의 아들이 한눈에 봐도 귀하게 자란 문지원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문지원이 이곳에 남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 마을로 시집오려는 여자는 아주 흔했고 진수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대도 상관없었다. 사람만 이곳에 있으면 되니까. 그는 직설적으로 문지원에게 말했다.“우리 마을은 아주 외진 곳에 있지요. 마을을 벗어나려면 저 산부터 넘어야 하는데 마을 사람들 중 아무도 아가씨에게 길을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외지인이라면 그 산을 빠져나가기엔 아주 힘들죠. 게다가 마을 사람들끼리도 서로 아는 사이고 친척인 경우도 많아 도망치려고 한다면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 아가씨를 다시 잡아 올 거예요.”문지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하지만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가족들에게 미움을 산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테니 말이다. 그녀는 이런 산속 마을에 영원히 갇혀 살고 싶지 않았다.“우리 집안 사람들은 그래도 인정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 아들이랑 서로 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89화

    진나래는 문지원을 보며 말했다.“고기 몇 점 더 먹는다고 살이 찌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드세요. 전 명절에 매일 돼지고기만 먹었는데도 살이 안 쪘거든요.”문지원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런 가정에서 평소에 매일 고기를 먹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고 명절이 되어야만 먹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간식은 물론이고 인스턴트 음식도 이곳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살이 찔 수가 있단 말인가.그녀가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은 살이 찔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진나래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녀가 걱정되어서 그런 것이었고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아이가 너무도 미웠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던 그녀는 밥그릇에 있는 고기를 먹어버렸다.김숙희는 그제야 만족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아이도 낳지 않았는데 그렇게 몸매에 집착할 것 없어. 많이 먹어야 건강한 아들을 낳을 수 있는 거야. 아들 낳고 나서 살을 빼든 말든 마음대로 해. 그땐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오늘은 너와 수호가 이 방에서 자. 어차피 이젠 내 아들과 살림을 차려야 할 텐데 일찌감치 한방에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리고 나한테는 며느리니까 말도 놓을게. 얼른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안겨주면 좋겠구나.”그 순간 문지원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비록 순결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런 외진 마을에 갇혀 아이를 낳는 도구가 되는 건 싫었다. 그녀의 아이가 이런 곳에 태어나 비정상적인 교육을 받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만약 정말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았다.“오늘부터 같이 밤을 보내기엔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문지원은 일부러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저희 집에서는 결혼하기 전까지 외간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저희 부모님께서 어릴 때부터 가르치셨거든요.”“그럼 지금도 순결을 유지하고 있는 거예요?”진수호는 눈에 띄게 흥분했다. 이렇게나 예쁜 여자가 자신의 여자로 되었으니 그간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났든 신경 쓰이지 않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0화

    “뭘 번거롭게 식을 올리려고 하는 거니? 내가 네 아빠한테 시집왔을 때는 그냥 머리에 면사포 하나만 두르고 왔어. 그 면사포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김숙희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둘이서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지 뭘 그렇게 겉치레에 신경 써?”웨딩드레스니 뭐니 들어만 봐도 돈이 많이 들 것 같았다. 그들의 집안 형편은 좋지 못했다. 그동안 모은 돈도 400만 원 되지 않았고 결혼식에 전부 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문지원이 핸드폰에 배터리가 남아 있는 틈을 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사진을 검색해 진나래에게 보여주었다.“네 오빠가 이런 턱시도를 입으면 분명 엄청 멋있을 거야.”“와! 옷이 너무 예뻐요. 언니는 원래도 이쁘니까 이런 옷을 입으면 완전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이 될 거예요.”진나래는 바로 감탄했다.“이 옷을 사면 나중에 저도 빌려 입을 수 있어요?”“당연하지.”어차피 문지원이 원해서 하는 결혼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사진을 보여준 뒤 진나래의 마음을 움직여 가족들을 설득해주길 바랐다.그녀의 예상대로 진나래는 웨딩드레스를 사달라고 졸랐고 진수호도 턱시도를 입고 싶다며 말했다. 자식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김숙희는 결국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문지원이 조금 전 꺼낸 돈도 있지 않은가.김숙희는 그간 모은 돈을 전부 진수호에게 주었다.“내일 혼자 시내로 가서 사와. 이 돈을 다 쓰지는 말고. 조금이라도 남겨. 우리 집에서 키우는 닭도 몇 마리 안 되는데 남은 돈으로 돼지고기라도 사와야 하니까.”“알았어요.”진수호는 원래부터 문지원을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다.“다른 사람들을 보니까 핸드폰으로 물건도 사고 그러던데, 지원 씨 핸드폰에도 돈이 있어요? 있는 거면 내일 내가 은행 가서 찾아올게요. 나랑 결혼하는데 나만 돈을 쓰는 건 불공평하잖아요.”문지원은 이미 진수호의 행동에서 뿌리 깊게 내린 악을 발견했다. 진수호는 부녀자를 유괴했을 뿐 아니라 스스럼없이 돈도 요구하고 있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1화

    “틀린 말은 아니네.” 김숙희는 차가운 웃음을 내뱉으며 떠나기 직전 문지원의 얼굴을 가리키고는 낮게 경고했다. “너, 이 마을 사람들이 다 한통속이라는 거... 이제 슬슬 눈치 챘겠지?”“이웃끼리 워낙 끈끈해서 말이야. 네가 발만 슬쩍 빼도 금세 내 귀에 들어온다?”“우리가 이렇게까지 챙겨줬는데도 네가 끝까지 도망치겠다고 나선다면... 그땐 돼지우리에서 콕 처박혀야 할 거다.”“그때 가서 우리가 너무하다느니, 냉정하다느니 해봤자 소용없어. 그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이런 식의 협박은 문지원이 TV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설마 자기 인생에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이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 이 판국에 괜히 발끈했다가는 맞아죽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살아남으려면 그냥 얌전한 며느리 코스프레나 잘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 도망 안 가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문지원은 어린 소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등 뒤로 감춘 손을 악착같이 움켜쥐었다. “나래가 저를 구해줬잖아요.”“저도 진씨 가문에 꼭 보답하고 싶어요.”문지원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말에 김숙희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별다른 수상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다시 한번 싸늘하게 비웃었다. “쓸데없는 꿍꿍이 부릴 생각 마.”“경고하는데 우리 집 사람들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쏘아붙이듯 말을 마친 김숙희는 진나래의 손을 잡았다. “가자. 아가.”“듣자 하니 그 의사가 꽤 유명하다더라. 진짜로 네 오빠 다리를 고칠 수 있을지도 몰라.”“그러면 우리 집안엔 또 한 번 경사가 나는 거지.”진나래는 오빠의 불편한 다리를 떠올리자 어느새 붉어진 눈가를 손등으로 훔쳤다. “맞아요... 오빠는 그 다리 때문에 정말 많은 걸 견뎌야 했어요.”“이제 다리만 나으면 남들 눈치 보며 살 필요도 없고...”그녀는 문지원을 돌아보며 수줍게 웃었다. “이렇게 예쁜 언니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면... 다들 부러워서 입이 딱 벌어질 거예요.”그때, 김숙희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2화

    서대수는 문지원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고 그 눈빛 속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문지원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당근하죠. 숙희 아주머니가 대수 씨 정말 능력 있고 남자답다고 항상 칭찬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왜 아내분은 대수 씨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좋은 남자를 두고도 몰라보다니...” 누군가 자신을 이렇게 칭찬해주자 서대수는 무릎을 탁 치며 환하게 웃었다. “정말 맞는 말만 하시네요. 저 여편네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래요.” “나처럼 이렇게 좋은 남자가 또 어디 있겠어요...”서대수는 점점 분노를 느끼며 말을 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게 아니라 눈이 멀 정도로 어두운 거죠.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라는 걸 모르다니...” “모두가 당신처럼 눈을 뜨고 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지원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안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아내분은 어디 계세요?” “그 여자요?”서대수는 콧방귀를 끼며 얼굴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여자, 말을 안 들어서 지금 돼지우리 안에 갇혀 있어요.” 문지원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녀는 얼굴 색이 급격히 바뀌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 여편네 얘긴 왜 꺼내시는 거예요? 괜히 기분만 상하게...” 말을 끝나자 서대수는 금세 웃으며 기분을 풀었다. “시간 내서 와주셨으니 우리 집에서 뭘 좀 먹고 가세요.” “며칠 전에 어머니가 읍내에서 간식을 사왔는데 한번 드셔보세요.” 문지원은 진씨 집에 온 뒤로 고기 한 점 제대로 못 먹은 지 오래라 속이 허전했다. “그럼 대수 씨, 잘 먹을게요.”서대수는 문지원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꽤 좁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서대수는 서랍에서 과자 한 상자와 작은 간식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문지원에게 따뜻한 물 한 컵을 따라주며 친절하게 말했다. “자, 따뜻한 물 한 잔 드세요.”그는 문지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3화

    그 여자가 돼지우리 안에 갇혀 채찍질을 당하던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문지원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이 마을에는... 나 말고도 저렇게 갇혀 있는 여자가 얼마나 더 있을까?’ 생각할수록 숨이 턱 막혔다.너무 끔찍했고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녀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과자를 반쯤 먹었을 즈음, 서대수가 고개를 푹 숙인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여자는 낡고 해진 삼베옷을 입고 있었고 앙상한 몸에 헝클어진 머리까지 형편없는 몰골이었다.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한 채 마치 존재를 숨기듯 서 있었다. 서대수는 여자의 등을 거칠게 떠밀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가! 지원 씨가 요리 좀 가르쳐달라잖아.”“말 잘 들어. 안 그러면 집에 가서 굶는 수밖에 없을 줄 알아.”문지원은 떨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저릿하게 아팠다. 문지원은 의자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감정에 숨을 한번 가다듬은 그녀는 조심스레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문지원은 입술이 떨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듯 여자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을 이었다. “언니, 저... 얼마 전에 막 시집온 새댁이에요.”“아직 요리를 하나도 못 해서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좀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툭 떨어뜨렸다.그 눈물방울이 땅바닥에 맺히는 걸 보는 순간, 문지원의 가슴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잠시 후, 여자는 억지로 말을 짜내듯 힘겹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응...”그 순간, 서대수는 또다시 쾌활한 얼굴로 돌변해 떠나기 전 그녀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잘 좀 가르쳐줘라! 쓸데없는 소리하거나 말 안 들으면... 알지?”멀어지는 발소리. 두 사람은 진씨네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한참 떨어져 걸은 뒤 여자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문지원의 손을 확 낚아채듯 뿌리치며 날카롭게 거리를 벌렸다. 문지원은 당황한 얼굴로 황급히 말했다.

최신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2화

    하지만 감동보다는 오히려 속이 울렁거렸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에 문지원은 당장 얼굴이 일그러지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지석훈도 뒤따라 들어오며 물었다.“속이 안 좋아?”“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세 끼 식사도 꽤 규칙적으로 하고 날것 이거나 차갑거나 매운 음식도 먹지 않았는데...”문지원은 배를 움켜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지석훈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방으로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가져왔다.문지원은 놀라며 물었다.“언제 산 거예요?”지석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문지원은 아무 말이 없었다.5분 후, 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다시 나왔다. 한 손은 여전히 배 위에 올려져 있었고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정말 임신한 것이다!그녀와 지석훈이 결혼한 지 겨우 3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임신하다니.지석훈은 오히려 태연해 보였다. 하지만 입가에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보면 그 역시 겉모습처럼 평온하지 않고 흥분을 억누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정말 임신한 거예요?”문지원은 아직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번 달 초에 생리가 끝났기 때문이다.“아마 생리가 끝난 후 며칠 사이일 거야.”지석훈의 목소리는 문지원에게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니 그녀의 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그녀는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임신 테스트기는 가끔 틀릴 수도 있으니 이런 일은 직접 검사를 받아보고 확인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손에 든 검사지를 보고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의사는 마침 지석훈과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축하합니다, 지 원장님. 부인께서 임신 2주 차입니다.”“감사합니다.”지석훈은 침착하게 그녀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병원 진료실을 막 나오자마자 지석훈은 문지원을 품에 안았다.“너무 좋아. 우리 아이가 생겼어.”문지원은 남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을 보며 멍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1화

    물론 손에 있는 일을 무턱대고 모두 남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 과한 부담을 주는 일이다.문지원은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올해 25살이죠?”비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나이는 모두가 다 아는데 문지원 회장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혹시 소개팅을 시켜주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비서는 고마웠지만 거절하며 말했다.“문 사장님, 저는 아직 젊어서 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전 당신더러 결혼하라고 하는게 아니에요.”문지원은 펜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냥 평소에 잡다한 일들을 맡기고 싶어서요.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은 평소에 굳이 내게 제출하지 않아도 돼요.”비서는 그 뜻을 이해했다.이건 곧 그녀에게 승진과 급여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문지원이 그녀의 의견을 확인한 후 급여를 조금 올려줬고 비서에게 몇 명의 적합한 인재를 추가로 모집해서 예비 인력으로 두라고 지시했다.“평소에 내가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보고하면 돼요.”비서는 한숨을 쉬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 혼자서 이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일정이 정리되자 문지원은 업무에서 상당 부분 해방되었다.예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일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되어도 일이 끝나지 않고 긴급 통지가 오면 또 회의를 위해 야근을 해야 했다.이제는 오후 4시 반쯤이면 일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비서가 몇 명을 더 찾아서 양성해 두었기에 업무가 적절히 분배되어 모두 바빠 죽을 정도가 아니라 적당히 딱 맞는 분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그 덕에 문지원은 지석훈과 함께 결혼 후의 삶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되었다.지석훈도 이에 매우 만족해했다.“널 주려고 선물을 챙겨왔어. 들어가서 한번 봐.”그가 집 문 앞에 다가서더니 걸음을 멈췄다.문지원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은 어두컴컴했다.“뭐 숨겨놨어요? 아직 불도 켜지 않았네요, 수상하게.”탁! 하며 불이 켜지자 거실의 모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0화

    문지원은 이 주제가 다소 위험하다고 느꼈다. 비록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배석훈이 결혼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돼지고기를 먹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돼지가 뛰어다니 것을 본 적은 있을 것이다. 문지원은 그러면서도 반쯤 빚어놓은 만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에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희들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아이를 가져야지. 평소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단다.”문지원은 잔소리를 듣고 나서 나오니 기운이 다 빠져있었다.시어머니는 문지원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거의 마음을 쏟아붓는 수준이었다. 비록 문지원의 집안 사정이 좋은 것을 알면서도 혼수 때 오랜 세월 모은 돈으로 집 한 채를 사서 선물해 주었다. 사실 지석훈도 자기 집이 있었지만, 시어머니는 선물하고 싶다고 하셨다. “너희 집도 너희의 것이지만, 이건 내가 어른으로서 선물하는 거란다.”게다가 그 집에는 문지원의 이름도 함께 올려져 있었다.그래서 시어머니의 출산 독촉에도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버텨야만 했다. 다행히도 시어머니는 어린 이들에게 엄격하게 구는 편은 아니었다. 만두를 빚을 때 한 번 그런 말을 했고 또 떠나면서도 지석훈을 불러 몇 마디 잔소리했다. 문지원은 그 모자간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돌아가는 길에 문지원은 약간 궁금해져 지석훈에게 물었다.“나갈 때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셨어요?”“정말 알고 싶어?”“네.”그러자 지석훈은 문지원의 머리를 숙이게 한 후 그녀의 흩어진 머리칼을 살며시 넘겨주며 귀 옆에서 낮게 속삭였다.“우리 아이를 빨리 낳으라고 하셨어.”남자의 낮고 진한 목소리는 얼굴을 붉히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해 문지원의 귀가 금세 붉어지고 말았다.저녁이 되자 지석훈은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문지원의 머리를 받치고 이마를 맞대며 낮은 숨소리를 내쉬었다. 문지원은 마치 파도 속에 잠긴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9화

    그 눈빛 속에서 조용히 터져 나오는 그 소유욕. 마치 옛 시대의 군벌과 그의 부인 같았다. 그리고 사진작가는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운 없는 사람이 되어 몰래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진작가는 자신의 상상에 자극받아 목소리가 떨렸다.“지석훈 씨,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봐주세요.”지석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진작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진작가는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 그 후에도 그들은 여러 세트의 사진을 찍었고 찍은 사진들은 모두 문지원에게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문지원은 모든 사진에 다 만족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었다.“대략 며칠 안에 나오나요?” 그녀가 물었다.사진작가는 답했다.“빠르면 이삼 일정도 걸릴 겁니다. 그때 완성된 사진들을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는데 혹시 두 분께서 응해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바로 아까 찍은 사진 중 몇 장이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어서 사진관 벽에 걸어두고 싶습니다.”문지원은 사진관에 들어올 때 봤던 사진 벽이 생각났다.“그 벽에 걸어두시겠다는 건가요?”“네.”사진작가는 그 벽은 사진관의 특별한 기념 및 홍보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잘 나온 사진들은 사진 주인에게 동의를 구한 뒤 동의하면 벽에 전시한다고 한다..문지원은 옆에 있던 지석훈을 바라봤다. “저는 괜찮은데, 당신은요?” 지석훈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마음대로 하도록 해.”며칠 후 문지원은 사진작가가 보내온 사진을 받아 소중히 간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 사진관 벽에 전시된 사진들이 곧 사람들의 눈에 띄어 사진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간 것이다.잘생긴 남성과 아름다운 여인의 조합과 최상의 촬영 기술 덕분에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네티즌들은 저마다 아아 소리를 냈고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마치 옛 시대의 군벌 부인 같다.”“완전 대박이다.”“3분 안에 그들의 모든 정보를 알고 싶다.” 하지만 이 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8화

    문지원은 약간 마음이 움직였다.하지만 웨딩 촬영은 이미 여러 번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섬에서 몇 세트 찍었고 그 후 결혼식 현장에서 또 몇 세트 찍어 셀 수 없을 정도였다.게다가 이번 촬영은 개인 예약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사진관이 꽤 유명하다고 들었다.물론 사진관 이름에 걸맞게 예약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이 정도면 지석훈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여 예약을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웨딩사진만 찍는 데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하지만 문지원 역시 이런 곳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기에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몰랐다.“한번 보세요. 이건 저희가 예전부터 선보였던 스타일들이에요.”사진작가는 친절하게 앨범 한 권을 꺼내 보였다.앨범에는 이전 고객들이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스타일이 있었고 모두 아름다웠다.이 사진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정말 최고였다.문지원은 그중에서도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찍을 수 있을까요?”사진작가는 그녀가 가리키는 사진을 한 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됩니다. 먼저 메이크업하고 옷을 갈아입으세요. 직원들이 촬영 스튜디오를 설치할게요.”옷은 사진관에서 준비한 것으로 하고 지석훈의 요구에 따라 전부 새 옷이었다.사실 문지원은 소품용 옷을 입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한 번 입었다가 나중에 벗으면 되는 거고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안에 옷을 받쳐 입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석훈은 직업병이 발동했고 그런 건 용납할 수 없었다.결국,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급히 새 옷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원래 걸리던 시간에서 15분이 더 추가되었고 메이크업 등 기타 과정도 진행해야 했다.문지원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2시간이 지난 후였다.그러나 결과는 확실했다.곧은 치파오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쌌고 문지원은 옷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마치 지난 옛 시대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7화

    결혼 후 문지원은 휴가를 내서 신혼여행을 갈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요즘 지석훈이 거의 계속 병원에 머무르며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떠올리며 본의 아니게 한숨이 나왔다. 비록 이미 익숙해졌긴 했지만 실망을 감추기는 어려웠다.비서도 그녀에게 물었다.“문 사장님, 신혼여행 가고 싶지 않으세요? 제 동창 중 한 명이 며칠 전에 결혼했는데 요즘 여기저기서 신혼여행 정보를 알아보며 준비 중이에요. 신혼여행이 없는 결혼은 반은 실패한 거랑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제대로 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고 비서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했다.“그렇지 않으면... 문 사장님, 지 의사님이 일하시는 곳에 한 번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그녀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어쨌든 문지원은 요즘 정신이 산만하여 업무에 집중할 기색도 없었다.문지원은 비서의 시선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요 며칠 동안 집에 돌아와도 지석훈을 보지 못해 한참 혼란스러워했던 자신을 깨달으며 약간 부끄러워졌다.“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기획서 한 부 복사해 가져다주세요.”점심 무렵, 문지원은 막 일을 끝내고 밥 먹으러 가려던 찰나, 핸드폰에 지석훈의 메시지가 떴다. 같이 밥을 먹자는 메시지에 문지원은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이 장면을 본 직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터뜨렸다.문지원은 재빨리 열쇠를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지석훈은 그녀를 새로 오픈한 가게로 데려갔다.식사를 마친 후 문지원은 지석훈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 물었다.“병원에 다시 돌아갈 거예요?”“응?”지석훈은 눈썹을 치켜들며 고의적으로 물었다. “내가 돌아가길 바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순간 당황했다. 사실 그녀는 지석훈이 자신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길 바랐는데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업무에만 매달려 밤에야 겨우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그녀는 그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지석훈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6화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지석훈은 항상 선을 지켰지만 오늘 밤엔 조금 달랐다. 그는 그녀를 침실에서 욕실로 다시 침대로 옮겨가며 몸 곳곳에 뜨거운 입맞춤을 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문지원은 여전히 몸속 깊이 스며든 감각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예상대로 휴가를 냈고 이틀이 지나서야 회사에 다시 나왔다.회사 사람들은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문지원이 출근하자 하나같이 말했다.“문 사장님, 결혼 축하드려요.’문지원은 무려 사흘이나 결근했지만 다들 그 사흘 동안 무얼 했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짐작이 갔다.분명 부부 생활이 아주 좋았겠지, 아니었으면 일까지 내팽개치고 안 나왔을 리가 없다.문지원은 직원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얼굴을 들 수도 없어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지난번에 당한 적이 있었던 터라 문지원은 이제 출근 전에 거울 앞에서 꼼꼼히 점검했다.몸에 키스 자국이 드러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회사를 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 흔적들을 들켰을 경우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문지원이 예상치 못했던 건 며칠 지나지 않아 결혼을 축하하는 선물이 회사로 배달됐다는 것이다.문지원은 처음에 여울이 보낸 거라고 생각했지만, 물어보니 아니었다.택배 상자의 외관을 살펴봐도 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아 더욱 수상했다.“이거 가져온 사람이 누가 보낸 건지 말했어요?”문지원이 로비 직원에게 물었다.로비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두고 바로 가버렸어요.”문지원은 뭔가 직감적으로 찜찜한 마음이 들어 그 택배를 챙겼고 사무실에 들어와서야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는 브로치 하나와 축하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문지원은 축하 카드를 집어 들어보니 카드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결혼 축하해요.”글씨체는 아주 정갈하고 예뻐 여성의 필체 같았다.그녀는 곧바로 짐작이 갔다.문지원은 그 브로치를 지석훈에게 보여주자 그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아무 말 없이 브로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5화

    여울은 아직 최주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주하도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문지원이 알기로 여울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 일에 깊이 관여하는 것도 괜히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게다가 얼마 전 지석훈이 슬쩍 귀띔하듯 말했다.“며칠 전에 여울 씨가 병원에 재검진받으러 왔는데 주하가 데리고 왔었어.”그 말을 듣고 문지원은 혀를 끌끌 찼다.평소에 말도 없고 조용하던 여울이 은근히 비밀 많은 타입이었던 모양이었다.그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덧 다음 달 중순이 되었다.지석훈은 아예 와인 농장을 통째로 빌려 며칠에 걸쳐 그곳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놓았다.결혼식을 올릴 장소는 바로 거기였다.그 와인 농장은 웬만한 호텔 못지않게 컸고 내부에는 수년간 숙성된 고급 와인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고 결혼식 날 손님들이 오면 바로 꺼내어 대접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들은 결혼 소식을 널리 알리진 않았다.이건 문지원이 원한 방식이었다.그녀는 온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는 그런 결혼식보다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만 초대해서 조용히 축하받는 걸 선호했다.행복은 굳이 남들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그런데 결혼식이 한창일 때 지석훈이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프러포즈했다.해변에서 했던 프러포즈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진중한 분위기였다.“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예전엔 내가 사랑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렸던 순간이 많아. 이제는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앞으로 남은 인생... 너랑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그의 말이 끝나자 하객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문지원은 무대 위에서 입을 손으로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식이 끝날 무렵, 문지원은 멀리서 검은색 카이엔 SUV가 그녀의 친구 여울을 데리러 오는 걸 보았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자 예상대로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최주하였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4화

    문지원은 문득 자신이 계획에 철저히 걸려들었다는 생각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처음부터 계획한 거죠?”“응.”지석훈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사실, 그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오래전부터 숨겨온 것이었다....해변에서의 프러포즈 이후 문지원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손가락에 반짝이는 반지가 생겼다는 점이었다.이 반지는 지석훈이 특별히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그의 휴대폰을 보다가 두 달 전에 이미 주문이 들어가 있었다는 구매 기록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접한 지석훈의 부모님은 곧바로 혼인신고부터 하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지원은 우연히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를 붙잡고 타이르는 말을 듣게 되었다.“네 아빠랑 난 애초에 너한테 기대도 안 했어. 하루가 멀다고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니 너 같은 애한테 누가 시집오겠나 싶었거든. 그런데 다행히 네가 능력 있어서 지원이 같은 좋은 아이를 데려왔으니 얼른 확실히 붙잡아야지. 빨리 혼인신고부터 해. 나중에 그 아이가 너 버리고 떠나버리면 그땐 어디 가서 울어도 소용없어!”문지원은 그 대화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신기한 건 지석훈이 워낙 점잖고 진지한 사람이어서 집안 분위기도 매우 조용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퇴직해 한가로운 성격으로 매일 독서나 산책을 즐기는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어머니는 젊었을 때는 커리어 우먼이었고 호탕한 성격으로 남편에게 엄격하면서도 친화력이 강한 사람이었다.두 분 모두 차분한 듯하면서도 내면에 장난기를 숨기고 있는 아들을 낳을 것 같진 않았는데 이게 바로 유전자의 신비인가 싶었다.하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그녀를 좋아해 주는 모습에 문지원도 안심했다. 확실히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한편 문지원의 아버지는 지석훈과 따로 대화를 나눈 이후부터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