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6화

Author: 류한나
하지만 승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번이나 착용했다. 만약 기자들에게 사진이라도 찍힌다면 무조건 이를 비웃으며 추측성 기사를 쇄도할 것이다. 그래도 승아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번 일로 승아는 살이 많이 빠져 가냘파 보였지만 스포트라이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친화력 있는 미소를 지었다.

기자들은 이번에 죽을 고비를 넘긴 일에 대해 취재했다. 승아는 기자들 앞에서 불쌍한 척하며 자기가 겪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적극적인 이미지를 심는 걸 빼먹지 않았고 절대 다음은 없을 거라고 약속했다.

댓글은 모두 승아를 걱정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동감하는 글도 보였다.

기자들은 어떤 질문을 해야 화제성이 높은지 알고 있었기에 바로 드레스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승아가 대범하게 대답했다.

“다시 카메라를 마주하면서 새롭게 태어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이 드레스는 제게 매우 소중한 드레스예요. 이 드레스만 입으면 살아있다는 걸 느끼죠. 모든 고난을 이겨낼 것 같은 힘도 생기고요. 이제는 아름다운 것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고 싶어요.”

기자가 또 물었다.

“선물 받은 드레스로 보이는데 혹시 누가 선물한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혹시 약혼자인가요?”

승아는 달콤하게 웃으며 누구라고 콕 집어서 얘기하지는 않았다.

“제 삶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에요. 살아갈 용기과 동력을 준 사람이죠.”

이 말을 뒤로 승아는 매니저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갔다.

아직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기자가 쫓아가며 물었지만 승아는 이미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기자와 네티즌들도 놀고먹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 드레스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걸 알고 그 드레스를 선물한 사람이 누군지 토론하고 있었다.

승아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칠만한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네티즌은 그 사람이 이현임을 알아냈고 이현은 바로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이현은 그렇게 승아의 약혼자로 굳혀졌다.

이현과 승아 중 그 누구도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네티즌과 팬들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67화

    씩씩거리는 윤정의 모습에 지유는 오히려 웃음이 터졌다.“윤정 씨 말만 들어보면 대표님이 저랑 만나는 줄 알겠어요.”윤정은 착각인지 뭔지 몰라도 두 사람의 사이가 약간 묘하다고 생각했다.“대표님 확실히 온 비서님을 많이 챙기는 것 같아요.”윤정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두 분은 못 느끼실 수 있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달라요. 노승아 씨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두 사람 사이 망치게 둘 수는 없어요.”윤정은 지유가 이현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아이고, 윤정 씨, 헛다리 짚지 마요.”지유가 윤정의 머리를 톡 건드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저랑 대표님은 아무 사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하는 헛소리 새겨듣지 말아요. 대표님이 누굴 만나든 저랑 아무 상관 없어요. 이런 말은 앞으로도 하지 마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또 소문이 이상해지니까.”윤정이 이마를 매만지며 말했다.“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말 안 하죠. 근데 다른 사람이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하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거예요.”아무리 회사에서 지유가 부정당한 방법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소문이 파다해도 윤정은 믿지 않았다.윤정이 아는 지유는 정직하고 부드럽고 부하를 잘 챙기는 사람이지 그런 비열한 방법을 쓸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윤정은 지금 퍼지고 있는 지유에 관한 소문이 뒷담화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질투로 인해 헐뜯는 소리라고 생각했다.지유는 그 뉴스가 진짜여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티를 내서는 안 된다.지유는 요즘 이현이 자기와 점점 거리를 두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업무든 생활에서든 서로 간의 대화가 줄어들었고 가끔은 선택적으로 그녀가 한 말을 무시하기도 했다. 같이 퇴근하는 경우도 줄어들었고 요즘 계속 서재에서만 잠을 자면서 침실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아마 이현도 뉴스를 보고 속으로 승아에게 명분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그녀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걸 수도 있다.지유는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실망했다.…“이런 염치없는 년을 봤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68화

    “아니야.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겠어. 아직도 나를 몰라? 내가 어떻게 너를 탓해?”지유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말했다.“이 결혼은 처음부터 계약 결혼이었어.”“뭐?”지희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너 한 번도 나한테 얘기한 적 없잖아. 여이현이 왜 너랑 계약 결혼을 해? 뭔가 이상한데?”지유가 말했다.“내가 전에 너한테 그랬잖아. 이현 씨 할아버지가 나를 좋아해서 이현 씨와 결혼하기를 바랐다고. 나도 그때 핍박에 의해 이현 씨와 결혼한 거야.”지희도 그때 이 결혼을 의아하게 생각했다.지유가 이현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지금 보니 그렇게 갑자기 결혼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잠깐만, 나 진정 좀 하자.”지희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너와 여이현은 계약 결혼인데 여이현 할아버지가 결정한 거다? 여이현은 너를 좋아하지 않지만 할아버지 때문에 너랑 결혼한 거고…”“근데 이것도 이상한데. 여이현이 집에서 뭐라고 한다고 들을 사람이야? 그리고 그땐 잊지 못하는 첫사랑도 있었잖아. 왜 순순히 너랑 결혼한 거지?”지희는 턱을 매만지며 이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나도 그 생각 했었어. 근데 이 계약 결혼의 존속 시간은 3년이야. 3년이 지나면 우린 이혼할 거고.”“그럼 그 기한이 다 되어가네.”이를 들은 지희는 더 마음이 아팠다.“그래도 아직은 여이현의 법적 와이프니까 이 정도인데 이혼이라도 하면 노승아가 얼마나 더 기고만장하게 나올까? 이혼해도 넌 여이현 수행비서로 있을 텐데 노승아가 여이현과 결혼해서 여씨 집안 사모님이라도 되면 널 얼마나 괴롭힐 거야. 안돼, 절대 안 돼.”지희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지유가 웃음을 터트렸다.“내가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왜 이혼해도 내가 이현 씨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결정한 거야? 이혼하면 여이현 곁을 떠나게?”지희가 물었다.지유는 차를 한 모금 홀짝이더니 말했다.“네가 그랬잖아. 사람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69화

    “허투루 하는 거 걸리기만 해봐요. 다들 잘리고도 남을 테니까.”승아의 매니저 예진이 우쭐거리며 점원에게 이렇게 당부했다.이렇게 으름장을 놓는데 누구도 홀대할 엄두를 못 냈다. 점장이 굽신거리며 이렇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고객님이 원하시는 드레스는 정성을 다해 만들도록 하겠습니다.”“내일은 여진그룹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자선 행사에요. 그 자리에 입어야 하는 드레스니까 내일 전에 완성해야 할 거예요.”예진이 이렇게 덧붙였다.점장은 약간 난감했다. 드레스를 얼마나 많이 고쳤는데 매번 그냥 넘어갈 때가 없었다. 직장 생활을 꽤 오래 한 그녀였지만 이렇게 깐깐하게 하나하나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여러 번 고쳤으니 된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퇴짜를 받았다.점장이 이렇게 말했다.“드레스를 가져다드린지도 며칠은 되는데 이제야 가져오시니 좀 난감하네요. 수작업으로 완성한 드레스라 수선하려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데 아마 시간이 빠듯할 것 같네요.”예진은 이런 말을 새겨들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럼 하던 일 다 멈추고 우리 승아 언니가 입을 드레스에만 집중하면 되잖아요. 허투루 할 생각 마요. 이 행사 우리 승아 언니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리란 말이에요. 제때 완성하지 못해서 행사에 차질이 생기면 이 매장 닫아야 할 수도 있어요.”승아가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한 다음부터 예진은 여씨 집안 사모님 자리를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해 말하는 것도 점점 거만해졌다.점장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약 이 드레스에 수놓은 꽃을 완성하려면 다른 고객이 예약한 드레스가 늦어지게 된다. 그러면 다른 고객의 클레임도 뒤따라오게 될 것이다.신뢰를 제일 중요시하는 매장이니 점장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예진은 점장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손에 들었던 쇼핑백을 카운터에 올려놓으면 이렇게 말했다.“내 말이 어려워요? 사태 파악 좀 해요. 다른 사람은 밉보여도 괜찮은데 여씨 집안 미래 며느리한테 밉보이면 좋을 게 뭐에요?”점장도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0화

    이를 들은 지희가 깜짝 놀라며 지유를 바라봤다.“지유 네 말은 이번에 여이현과 스캔들을 터트린 게 커리어를 위해서라는 거야? 정말 대단하다.”“여이현 씨처럼 든든한 백이 말까지 잘 듣는데 너라면 안 기대고 배기겠어?”지유가 매우 현실적인 문제를 물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든 그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흔치 않은 기회라 놓치면 다시 없다.지희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이렇게 술술 풀리게 놔둘 수는 없지.”두 사람은 그렇게 매장으로 들어갔다.“어? 지희 님, 지유 님.”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던 점장이 두 사람을 보고는 활짝 웃으며 열정적으로 맞이했다.“왔어요?”점장은 지희와 아는 사이었다. 점장은 유명한 디자이너라 지희와 같은 업계나 마찬가지였다. 점장이 설계한 옷은 패션위크에 수도 없이 올라갔다. 패션계에서도 유명했고 많은 연예인이 점장이 설계한 옷을 입고 레드카펫을 걸었다.지희가 말했다.“우리 드레스 고르러 왔어요. 나 한 벌, 지유 한 벌. 예쁘고 귀티 잘잘 흐르는 걸로 주세요. 전 세계에 단 한 벌 있는 거 있잖아요. 특히 지유는 조금 더 신경 써서 골라주세요.”점장이 웃으며 말했다.“그런 걸 찾는다면 참 잘 왔어요. 우리 매장의 오트 쿠튀르랑 신상은 아직 공개하기 전이라 모델도 입어본 적이 없어요. 두 분이 오셨으니 특별히 공개하는 거예요.”지희는 구미가 당겼다.“그래요? 그럼 한번 볼까요?”점장이 이렇게 말했다.“이쪽으로 와요.”지희가 지유를 밀며 말했다.“얼른 가. 이번에는 너를 위해서 온 거니까 꼭 맞는 거 골라야 해.”점장이 그들을 데리고 다른 공간으로 향했다. 안은 꽤 컸지만 옷은 적었고 하나같이 하얀 천에 가려져 있었다.“여기에요.”점장이 하얀 천을 거두자 열몇 벌의 드레스가 보였다. 모두 점장이 새로 디자인한 드레스였고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했다.이 부분이 전문 분야인 지희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와, 드레스들이 너무 예쁜데요?”“먼저 보고 있어요.”지유는 점장이 설계한 드레스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1화

    지유는 이 드레스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바로 피팅룸으로 향했다.지희는 옆에서 기다리며 자기가 입을 드레스를 골랐다.지유가 나오자 고개를 돌린 지희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지유를 보고 넋을 잃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귀티 나고 도도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희가 이내 박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지유야, 너 정말 너무 예쁜 거 아니야. 나 반했어 진짜.”지유는 얹었던 머리를 풀었다. 빨간 드레스가 그녀의 하얀 피부를 한층 더 빛나게 했다. 튜브톱 드레스가 지유의 완벽한 가슴라인을 감싸고 있었고 한 손에 들어올 듯 가는 허리는 라인이 죽여줬다. 치맛자락에 수놓은 장미는 마치 생화처럼 생생했다.이 드레스의 최대 장점은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여자의 풍만함과 연약함을 완벽하게 받쳐주었다.지희는 그런 지유가 마치 덤불 사이에 빨갛게 피어난 탐스러운 장미 같다고 생각했다.꽃이 사람을 받쳐준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은 사람이 꽃보다 더 어여뻤다.지유는 거울 앞에 서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여자의 성숙함이 더해진 것 같았다.“나도 괜찮은 거 같아.”마침 안으로 들어온 점장이 드레스를 입은 지유를 마주했다. 뒷모습만 봤을 뿐인데도 완벽한 호접골과 허리 라인에 눈앞이 환해졌다. 드레스가 주인을 찾았다는 생각에 점장은 기분이 좋아졌다.“지유 님, 정말 너무 예뻐요. 제가 이 드레스를 설계할 때는 어떤 느낌도 받지 못했는데 지유 님이 입으니까 정말 지유 님을 위해 설계한 드레스네요. 아직 완성하기 전이긴 하지만 영감을 받았으니 완성하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과찬이에요.”지유가 치맛자락을 살짝 들며 거울 속에 눈부시게 예쁜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다.“아직 완성하기 전이라니 일단 벗을게요.”지희는 드레스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말에 매우 아쉬워했다.“이윤 점장님, 오늘 저녁에 혹시 완성될까요?”“어려울 것 같네요. 노승아 씨만 다그치지 않았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노승아 씨 드레스가 디자인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요. 여러 장인이 같이 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2화

    지유가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이현이 차갑지도 따듯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현은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요즘 행사 준비에 열을 올리긴 했지만 해야 될 일은 회사에서 마쳤기에 집에 와서까지 일에 몰두할 필요는 없었다.이현은 고개를 들어 지유를 힐끔 보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야?”“내일 여진그룹에서 하는 행사, 나도 가려고요.”이 말에 구미가 당긴 이현은 시선을 지유에게로 돌렸다.“이런 행사 참석하기 싫어했잖아.”지유가 이런 행사를 싫어하는 건 맞았다. 너무 눈에 튀기도 했고 시끌벅적한 걸 싫어해서였다.전에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부터는 필요할 것 같았다.지유가 웃으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변할 때도 있잖아요.”“그래.”이현이 대답했다.“드레스 준비하라고 할게.”“괜찮아요. 이미 골랐어요.”지유는 이현을 힐끔 쳐다보며 한마디 덧붙였다.“당신 카드 긁었어요.”이 말을 뒤로 지유는 서재에서 나갔다.이현은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 하지만 자기 카드를 긁었다는 말에 이현은 입꼬리가 올라갔다.…여진그룹 자선 행사에는 많은 손님이 몰렸다.밴이 하나둘씩 현장에 도착했다.지유는 아직 드레스룸에서 화장하고 있었고 안에는 다른 연예인도 함께였다.여성 손님들에게 꾸밀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단독으로 드레스룸을 만든 게 참 스윗했다.지희를 기다리던 지유는 승아와 마주쳤다. 생얼이었고 차림새가 매우 소박했다. 옆엔 일고여덟 명의 매니저를 대동하고 걸어왔다. 보아하니 승아도 오늘 여기서 화장하려는 듯 보였다.승아는 지유의 옷차림을 확인했다. 까만 슈트에 머리를 얹은 모습이 평소에 비서로 일하던 모습과 같았다. 이에 승아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은 다 예쁘게 단장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여기 서 있어요? 설마 오늘 행사 참석 안 하는 거예요? 아니면 오빠가 초대 안 한 건가? 그냥 여기서 스태프로 있으래요?”“노승아 씨, 저는 괜찮으니 신경 좀 꺼주실래요?”지유가 차갑게 쏘아붙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3화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드레스룸 전체가 들릴 정도였다.장다희가 웃으며 손에 든 레몬수를 마셨다. 지금 들리는 그 결과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승아와의 접점은 별로 없었지만 요새 그녀의 스케줄을 뺏는다는 소식이 들려서 기억은 하고 있었다.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오트 쿠튀르를 입고 싶어 그녀 앞에 끼어든 건 너무 심했다. 막무가내로 끼어들었는데도 결국 입지 못했으니 그녀는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이윤은 지금 안에 같이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수선을 마친다 해도 승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욕을 바가지로 먹을 테니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저희도 할 만큼 했어요…”“할 만큼 하긴 뭘 해요? 다른 건 멀쩡하던데 우리 승아 언니 것만 이따위로 만들었잖아요. 일부러 그런 거죠?”“오해에요.”싸우는 소리에 승아가 걸어 나오더니 활짝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싸워?”예진이 말했다.“언니, 드레스 아직 완성 전이래요. 조금 있다 입어야 되는데 어떡해요. 밖에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이 드레스를 입지 못하면 비웃음을 받을 게 뻔한데. 그걸 어떻게 두고 봐요.”승아는 예진과 이윤을 번갈아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난 또 무슨 일이라고. 예진아, 점장님 난감하게 하지 마. 백업으로 가져온 드레스 입으면 되지. 모양새가 우스워지면 우리만 손해 보는 것도 아니잖아. 화낼 거 없어.”이윤을 직접적으로 탓하진 않았지만 말뜻을 캐보면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이를 이윤이 모를 리가 없었다.승아의 체면을 세워주지 못하면 이현에게 밉보이게 되는 거겠지.지희가 이렇게 말했다.“지유야, 저것들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여기가 집이라도 되는 줄 아나?”승아는 연기에 능한 사람이었다. 순진무구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뒤에서는 누구보다 음흉했다.이윤은 지금 매우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지유는 이윤이 밤새 수선해 완성한 드레스를 보며 지희에게 물었다.“너 점장님한테 큰소리쳤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4화

    승아의 매니저가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오더니 승아에게 귓속말을 전했다.“언니, 온지유 저 여자가 한 짓이래요.”그 말에 승아의 시선이 지유에게로 향했다.지희와 얘기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그녀의 모습에 잔뜩 약이 오른 승아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그쪽으로 다가갔다.‘나 골탕 먹이려는 사람이 너였어?’승아는 지유가 머리 세팅도 하고 메이크업도 받으려고 하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혹시 지금 저 보라고 꾸미는 거예요? 아니면 오빠가 한 번이라도 봐줬으면 해서 꾸미는 거예요?”지희의 스타일리스트가 해주는 대로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던 지유는 거울로 승아가 잔뜩 비꼬며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항상 지유 앞에서만 이러한 본색을 드러내고는 했다.지유는 그녀를 힐긋 보고는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고 그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착각도 자유네요. 제가 꾸미는 건 오로지 저를 위한 거예요.”“말은 잘하네요. 그러면 제 드레스 수선은 왜 방해하려 했는데요? 예진이가 원장님하고 얘기하는 거 듣고 기분 나빠져서 수선 못 하게 막은 거잖아요?! 파티에서 저만 스포트라이트 받을까 봐 불안하기라도 한 거예요?”그 말에 옆에 있던 지희가 입을 열었다.“이봐요, 노승아 씨, 혹시 피해망상증이라도 있어요?”그러자 승아가 도끼눈을 뜨고 지희를 바라보았다.“지금 대화 중인 거 안 보여요? 그쪽은 끼어들 주제가 안 되니까 빠져요.”“대체 자기가 뭐라고 이렇게 활개를 치는지 모르겠네, 그래봤자 불륜녀인 주제...”짝.지희의 비아냥거림에 승아가 바로 뺨을 내리쳤다.“네가 뭔데 나를 모욕해?”얼떨결에 뺨을 맞은 지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승아가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뺨을 맞은 사람이 승아인 줄 착각할 수도 있을 장면이었다.“이게 감히 나한테 손을 대?!”흥분한 지희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자 승아의 매니저들이 우르르 달려와 그녀를 포박하고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그 모습에 지희와 함

Pinakabagong kabanata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2화

    하지만 감동보다는 오히려 속이 울렁거렸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에 문지원은 당장 얼굴이 일그러지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지석훈도 뒤따라 들어오며 물었다.“속이 안 좋아?”“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세 끼 식사도 꽤 규칙적으로 하고 날것 이거나 차갑거나 매운 음식도 먹지 않았는데...”문지원은 배를 움켜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지석훈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방으로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가져왔다.문지원은 놀라며 물었다.“언제 산 거예요?”지석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문지원은 아무 말이 없었다.5분 후, 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다시 나왔다. 한 손은 여전히 배 위에 올려져 있었고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정말 임신한 것이다!그녀와 지석훈이 결혼한 지 겨우 3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임신하다니.지석훈은 오히려 태연해 보였다. 하지만 입가에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보면 그 역시 겉모습처럼 평온하지 않고 흥분을 억누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정말 임신한 거예요?”문지원은 아직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번 달 초에 생리가 끝났기 때문이다.“아마 생리가 끝난 후 며칠 사이일 거야.”지석훈의 목소리는 문지원에게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니 그녀의 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그녀는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임신 테스트기는 가끔 틀릴 수도 있으니 이런 일은 직접 검사를 받아보고 확인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손에 든 검사지를 보고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의사는 마침 지석훈과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축하합니다, 지 원장님. 부인께서 임신 2주 차입니다.”“감사합니다.”지석훈은 침착하게 그녀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병원 진료실을 막 나오자마자 지석훈은 문지원을 품에 안았다.“너무 좋아. 우리 아이가 생겼어.”문지원은 남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을 보며 멍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1화

    물론 손에 있는 일을 무턱대고 모두 남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 과한 부담을 주는 일이다.문지원은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올해 25살이죠?”비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나이는 모두가 다 아는데 문지원 회장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혹시 소개팅을 시켜주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비서는 고마웠지만 거절하며 말했다.“문 사장님, 저는 아직 젊어서 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전 당신더러 결혼하라고 하는게 아니에요.”문지원은 펜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냥 평소에 잡다한 일들을 맡기고 싶어서요.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은 평소에 굳이 내게 제출하지 않아도 돼요.”비서는 그 뜻을 이해했다.이건 곧 그녀에게 승진과 급여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문지원이 그녀의 의견을 확인한 후 급여를 조금 올려줬고 비서에게 몇 명의 적합한 인재를 추가로 모집해서 예비 인력으로 두라고 지시했다.“평소에 내가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보고하면 돼요.”비서는 한숨을 쉬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 혼자서 이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일정이 정리되자 문지원은 업무에서 상당 부분 해방되었다.예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일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되어도 일이 끝나지 않고 긴급 통지가 오면 또 회의를 위해 야근을 해야 했다.이제는 오후 4시 반쯤이면 일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비서가 몇 명을 더 찾아서 양성해 두었기에 업무가 적절히 분배되어 모두 바빠 죽을 정도가 아니라 적당히 딱 맞는 분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그 덕에 문지원은 지석훈과 함께 결혼 후의 삶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되었다.지석훈도 이에 매우 만족해했다.“널 주려고 선물을 챙겨왔어. 들어가서 한번 봐.”그가 집 문 앞에 다가서더니 걸음을 멈췄다.문지원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은 어두컴컴했다.“뭐 숨겨놨어요? 아직 불도 켜지 않았네요, 수상하게.”탁! 하며 불이 켜지자 거실의 모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0화

    문지원은 이 주제가 다소 위험하다고 느꼈다. 비록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배석훈이 결혼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돼지고기를 먹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돼지가 뛰어다니 것을 본 적은 있을 것이다. 문지원은 그러면서도 반쯤 빚어놓은 만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에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희들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아이를 가져야지. 평소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단다.”문지원은 잔소리를 듣고 나서 나오니 기운이 다 빠져있었다.시어머니는 문지원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거의 마음을 쏟아붓는 수준이었다. 비록 문지원의 집안 사정이 좋은 것을 알면서도 혼수 때 오랜 세월 모은 돈으로 집 한 채를 사서 선물해 주었다. 사실 지석훈도 자기 집이 있었지만, 시어머니는 선물하고 싶다고 하셨다. “너희 집도 너희의 것이지만, 이건 내가 어른으로서 선물하는 거란다.”게다가 그 집에는 문지원의 이름도 함께 올려져 있었다.그래서 시어머니의 출산 독촉에도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버텨야만 했다. 다행히도 시어머니는 어린 이들에게 엄격하게 구는 편은 아니었다. 만두를 빚을 때 한 번 그런 말을 했고 또 떠나면서도 지석훈을 불러 몇 마디 잔소리했다. 문지원은 그 모자간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돌아가는 길에 문지원은 약간 궁금해져 지석훈에게 물었다.“나갈 때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셨어요?”“정말 알고 싶어?”“네.”그러자 지석훈은 문지원의 머리를 숙이게 한 후 그녀의 흩어진 머리칼을 살며시 넘겨주며 귀 옆에서 낮게 속삭였다.“우리 아이를 빨리 낳으라고 하셨어.”남자의 낮고 진한 목소리는 얼굴을 붉히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해 문지원의 귀가 금세 붉어지고 말았다.저녁이 되자 지석훈은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문지원의 머리를 받치고 이마를 맞대며 낮은 숨소리를 내쉬었다. 문지원은 마치 파도 속에 잠긴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9화

    그 눈빛 속에서 조용히 터져 나오는 그 소유욕. 마치 옛 시대의 군벌과 그의 부인 같았다. 그리고 사진작가는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운 없는 사람이 되어 몰래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진작가는 자신의 상상에 자극받아 목소리가 떨렸다.“지석훈 씨,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봐주세요.”지석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진작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진작가는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 그 후에도 그들은 여러 세트의 사진을 찍었고 찍은 사진들은 모두 문지원에게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문지원은 모든 사진에 다 만족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었다.“대략 며칠 안에 나오나요?” 그녀가 물었다.사진작가는 답했다.“빠르면 이삼 일정도 걸릴 겁니다. 그때 완성된 사진들을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는데 혹시 두 분께서 응해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바로 아까 찍은 사진 중 몇 장이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어서 사진관 벽에 걸어두고 싶습니다.”문지원은 사진관에 들어올 때 봤던 사진 벽이 생각났다.“그 벽에 걸어두시겠다는 건가요?”“네.”사진작가는 그 벽은 사진관의 특별한 기념 및 홍보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잘 나온 사진들은 사진 주인에게 동의를 구한 뒤 동의하면 벽에 전시한다고 한다..문지원은 옆에 있던 지석훈을 바라봤다. “저는 괜찮은데, 당신은요?” 지석훈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마음대로 하도록 해.”며칠 후 문지원은 사진작가가 보내온 사진을 받아 소중히 간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 사진관 벽에 전시된 사진들이 곧 사람들의 눈에 띄어 사진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간 것이다.잘생긴 남성과 아름다운 여인의 조합과 최상의 촬영 기술 덕분에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네티즌들은 저마다 아아 소리를 냈고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마치 옛 시대의 군벌 부인 같다.”“완전 대박이다.”“3분 안에 그들의 모든 정보를 알고 싶다.” 하지만 이 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8화

    문지원은 약간 마음이 움직였다.하지만 웨딩 촬영은 이미 여러 번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섬에서 몇 세트 찍었고 그 후 결혼식 현장에서 또 몇 세트 찍어 셀 수 없을 정도였다.게다가 이번 촬영은 개인 예약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사진관이 꽤 유명하다고 들었다.물론 사진관 이름에 걸맞게 예약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이 정도면 지석훈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여 예약을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웨딩사진만 찍는 데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하지만 문지원 역시 이런 곳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기에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몰랐다.“한번 보세요. 이건 저희가 예전부터 선보였던 스타일들이에요.”사진작가는 친절하게 앨범 한 권을 꺼내 보였다.앨범에는 이전 고객들이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스타일이 있었고 모두 아름다웠다.이 사진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정말 최고였다.문지원은 그중에서도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찍을 수 있을까요?”사진작가는 그녀가 가리키는 사진을 한 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됩니다. 먼저 메이크업하고 옷을 갈아입으세요. 직원들이 촬영 스튜디오를 설치할게요.”옷은 사진관에서 준비한 것으로 하고 지석훈의 요구에 따라 전부 새 옷이었다.사실 문지원은 소품용 옷을 입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한 번 입었다가 나중에 벗으면 되는 거고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안에 옷을 받쳐 입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석훈은 직업병이 발동했고 그런 건 용납할 수 없었다.결국,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급히 새 옷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원래 걸리던 시간에서 15분이 더 추가되었고 메이크업 등 기타 과정도 진행해야 했다.문지원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2시간이 지난 후였다.그러나 결과는 확실했다.곧은 치파오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쌌고 문지원은 옷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마치 지난 옛 시대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7화

    결혼 후 문지원은 휴가를 내서 신혼여행을 갈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요즘 지석훈이 거의 계속 병원에 머무르며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떠올리며 본의 아니게 한숨이 나왔다. 비록 이미 익숙해졌긴 했지만 실망을 감추기는 어려웠다.비서도 그녀에게 물었다.“문 사장님, 신혼여행 가고 싶지 않으세요? 제 동창 중 한 명이 며칠 전에 결혼했는데 요즘 여기저기서 신혼여행 정보를 알아보며 준비 중이에요. 신혼여행이 없는 결혼은 반은 실패한 거랑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제대로 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고 비서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했다.“그렇지 않으면... 문 사장님, 지 의사님이 일하시는 곳에 한 번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그녀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어쨌든 문지원은 요즘 정신이 산만하여 업무에 집중할 기색도 없었다.문지원은 비서의 시선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요 며칠 동안 집에 돌아와도 지석훈을 보지 못해 한참 혼란스러워했던 자신을 깨달으며 약간 부끄러워졌다.“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기획서 한 부 복사해 가져다주세요.”점심 무렵, 문지원은 막 일을 끝내고 밥 먹으러 가려던 찰나, 핸드폰에 지석훈의 메시지가 떴다. 같이 밥을 먹자는 메시지에 문지원은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이 장면을 본 직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터뜨렸다.문지원은 재빨리 열쇠를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지석훈은 그녀를 새로 오픈한 가게로 데려갔다.식사를 마친 후 문지원은 지석훈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 물었다.“병원에 다시 돌아갈 거예요?”“응?”지석훈은 눈썹을 치켜들며 고의적으로 물었다. “내가 돌아가길 바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순간 당황했다. 사실 그녀는 지석훈이 자신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길 바랐는데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업무에만 매달려 밤에야 겨우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그녀는 그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지석훈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6화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지석훈은 항상 선을 지켰지만 오늘 밤엔 조금 달랐다. 그는 그녀를 침실에서 욕실로 다시 침대로 옮겨가며 몸 곳곳에 뜨거운 입맞춤을 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문지원은 여전히 몸속 깊이 스며든 감각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예상대로 휴가를 냈고 이틀이 지나서야 회사에 다시 나왔다.회사 사람들은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문지원이 출근하자 하나같이 말했다.“문 사장님, 결혼 축하드려요.’문지원은 무려 사흘이나 결근했지만 다들 그 사흘 동안 무얼 했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짐작이 갔다.분명 부부 생활이 아주 좋았겠지, 아니었으면 일까지 내팽개치고 안 나왔을 리가 없다.문지원은 직원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얼굴을 들 수도 없어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지난번에 당한 적이 있었던 터라 문지원은 이제 출근 전에 거울 앞에서 꼼꼼히 점검했다.몸에 키스 자국이 드러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회사를 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 흔적들을 들켰을 경우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문지원이 예상치 못했던 건 며칠 지나지 않아 결혼을 축하하는 선물이 회사로 배달됐다는 것이다.문지원은 처음에 여울이 보낸 거라고 생각했지만, 물어보니 아니었다.택배 상자의 외관을 살펴봐도 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아 더욱 수상했다.“이거 가져온 사람이 누가 보낸 건지 말했어요?”문지원이 로비 직원에게 물었다.로비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두고 바로 가버렸어요.”문지원은 뭔가 직감적으로 찜찜한 마음이 들어 그 택배를 챙겼고 사무실에 들어와서야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는 브로치 하나와 축하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문지원은 축하 카드를 집어 들어보니 카드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결혼 축하해요.”글씨체는 아주 정갈하고 예뻐 여성의 필체 같았다.그녀는 곧바로 짐작이 갔다.문지원은 그 브로치를 지석훈에게 보여주자 그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아무 말 없이 브로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5화

    여울은 아직 최주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주하도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문지원이 알기로 여울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 일에 깊이 관여하는 것도 괜히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게다가 얼마 전 지석훈이 슬쩍 귀띔하듯 말했다.“며칠 전에 여울 씨가 병원에 재검진받으러 왔는데 주하가 데리고 왔었어.”그 말을 듣고 문지원은 혀를 끌끌 찼다.평소에 말도 없고 조용하던 여울이 은근히 비밀 많은 타입이었던 모양이었다.그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덧 다음 달 중순이 되었다.지석훈은 아예 와인 농장을 통째로 빌려 며칠에 걸쳐 그곳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놓았다.결혼식을 올릴 장소는 바로 거기였다.그 와인 농장은 웬만한 호텔 못지않게 컸고 내부에는 수년간 숙성된 고급 와인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고 결혼식 날 손님들이 오면 바로 꺼내어 대접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들은 결혼 소식을 널리 알리진 않았다.이건 문지원이 원한 방식이었다.그녀는 온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는 그런 결혼식보다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만 초대해서 조용히 축하받는 걸 선호했다.행복은 굳이 남들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그런데 결혼식이 한창일 때 지석훈이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프러포즈했다.해변에서 했던 프러포즈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진중한 분위기였다.“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예전엔 내가 사랑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렸던 순간이 많아. 이제는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앞으로 남은 인생... 너랑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그의 말이 끝나자 하객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문지원은 무대 위에서 입을 손으로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식이 끝날 무렵, 문지원은 멀리서 검은색 카이엔 SUV가 그녀의 친구 여울을 데리러 오는 걸 보았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자 예상대로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최주하였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4화

    문지원은 문득 자신이 계획에 철저히 걸려들었다는 생각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처음부터 계획한 거죠?”“응.”지석훈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사실, 그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오래전부터 숨겨온 것이었다....해변에서의 프러포즈 이후 문지원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손가락에 반짝이는 반지가 생겼다는 점이었다.이 반지는 지석훈이 특별히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그의 휴대폰을 보다가 두 달 전에 이미 주문이 들어가 있었다는 구매 기록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접한 지석훈의 부모님은 곧바로 혼인신고부터 하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지원은 우연히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를 붙잡고 타이르는 말을 듣게 되었다.“네 아빠랑 난 애초에 너한테 기대도 안 했어. 하루가 멀다고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니 너 같은 애한테 누가 시집오겠나 싶었거든. 그런데 다행히 네가 능력 있어서 지원이 같은 좋은 아이를 데려왔으니 얼른 확실히 붙잡아야지. 빨리 혼인신고부터 해. 나중에 그 아이가 너 버리고 떠나버리면 그땐 어디 가서 울어도 소용없어!”문지원은 그 대화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신기한 건 지석훈이 워낙 점잖고 진지한 사람이어서 집안 분위기도 매우 조용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퇴직해 한가로운 성격으로 매일 독서나 산책을 즐기는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어머니는 젊었을 때는 커리어 우먼이었고 호탕한 성격으로 남편에게 엄격하면서도 친화력이 강한 사람이었다.두 분 모두 차분한 듯하면서도 내면에 장난기를 숨기고 있는 아들을 낳을 것 같진 않았는데 이게 바로 유전자의 신비인가 싶었다.하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그녀를 좋아해 주는 모습에 문지원도 안심했다. 확실히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한편 문지원의 아버지는 지석훈과 따로 대화를 나눈 이후부터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