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눈빛이 흔들린 서도훈은 뒤돌아서서 놀란 표정으로 강시원의 청아한 뒷모습을 응시했다.“이모!”잔뜩 주눅이 들었던 배다울은 순간 눈빛을 반짝이더니 기쁜 얼굴로 강시원을 향해 날쌔게 달려가 두 팔을 들었다. 하지만 이내 또 겁을 먹고 팔을 내렸다.온갖 억울함을 겪은 배다울은 이모를 껴안고 울 뻔했다.하지만 이제 겨우 두 번째 만남이었기에 본인의 과한 열정 때문에 이모가 놀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이미 엄마가 된 강시원이 어찌 배다울의 마음을 어찌 알지 못했겠는가...말없이 허리를 굽혀, 아이의 부드러운 몸을 가볍게 껴안았다.“이모...”주눅 든 목소리로 한마디 한 배다울은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그 모습을 본 서도훈은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엄마가 마지막으로 자신을 껴안아 준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그저 엄마가 늘 너무 들러붙는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를 껴안는 것을 눈앞에서 보니 마음속에 형언할 수 없는 괴로움이 느껴졌다.임지민도 어안이 벙벙했다.강시원이 서도훈을 데리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경기를 같이 했던 그 꼬마 남자아이를 위해 온 것이었다.대체 누구의 아들이기에 강시원이 자기 친아들도 돌보지 않고 저 아이를 돌보는 것일까?눈빛이 약간 어두워진 강시원은 호기심과 동시에 속으로 몰래 기뻐했다.‘강시원, 이러다가 어떤 꼴 날지 두고 보자고! 그래, 계속 방탕하게 굴어. 행동 하나하나 할 때마다 정혁 오빠와 도훈이는 나와 점점 더 가까워질 뿐이니까.’“다울아, 혼자야? 아빠는 데리러 오지 않았니?”강시원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묻자 배다울은 머리를 긁적였다.“모르겠어요. 아빠는 시간이 나면 꼭 데리러 오시지만 시간이 없으면 아저씨가 와요.”“아저씨?”“저희 아빠 비서예요.”강시원은 휴대폰을 꺼내 배기훈의 번호를 찾았다.“이모가 아빠한테 전화해 볼까?”배다울은 손을 내저었다.“안 돼요! 아빠가 안 오셨다는 건 틀림없이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다는 뜻이에요. 아빠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아이고! 서 대표님이 임지민 씨를 정말 믿으시나 보네요!”“당연한 소리 아니에요? 임지민 씨는 서 대표님 마음속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서 대표님이 임지민 씨를 안 믿고 누굴 믿겠어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임지민 씨와 서 대표님의 좋은 소식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임지민은 그제 담담히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떻게 행동해야 신비주의를 유지하고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즐거운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임지민은 무심결에 강시원을 발견하자 눈빛이 금세 날카로워졌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림자조차 안 보이더니 오늘 왜 갑자기 서도훈 데리러 와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거지? 설마, 정혁 오빠와 사이가 좋아진 건가?’이렇게 생각하니 속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서도훈은 지금 임지민과 거의 붙어 다닐 정도로 하루라도 임지민을 못 보면 밥맛이 없다고 했다.그래서 녀석의 마음속에는 엄마 강시원이라는 자리가 없었다. 강시원이 비굴하게 찾아와봤자 본인만 창피를 당할 뿐이었다.한편 아이들이 차례로 학교 정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서도훈과 서한성이 앞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었고 그 뒤에는 두 아이가 부하 직원처럼 따라가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이미 패거리를 짜는 법을 배운 것이었다.“야! 얼간이!”손에 황토색 점토를 쥔 서한성이 팍하고 앞쪽에 있는 배다울의 새로 산 가방에 던지자 마치 똥 덩어리가 붙은 것 같았다.이에 서도훈을 포함한 남자아이들이 배를 끌어안고 비웃었다.그들에게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배다울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작은 손은 어느새 가방끈 두 개를 꽉 잡고 있었다.이런 괴롭힘은 매일 일어났지만 아빠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참아야 했다.“너 오늘 또 혼자 집에 가는 거야? 너희 부모님 이혼했어? 그래서 너 버린 거야?”서한성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배다울을 쳐다봤다.“흥, 생각해 보니 그렇네, 이렇게 바보 같은데 누가 널 원하겠어? 데려가는 사람이 불행한 거지!”“어? 지난번에
강시원은 예쁜 눈을 살짝 깜빡이며 담담히 말했다.“이미 다 수리했어요.”그동안 강시원은 여러 일에 얽매여 있었다. 좋지 않은 몸 상태로 서정혁 집안에 일어난 문제를 해결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영원 테크 업무를 익히며 학술적인 지식도 채워야 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배다울을 위해 레이싱 카를 수리했다.강시원 성격상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일단 약속하면 반드시 지키려 했고 더욱 완벽하게 해내려 했다.“음, 다행이네요.”배기훈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는 어조로 말했다.“오늘 다울이 방학할 때 학교에 데리러 갈 거예요. 그때 오셔서 레이싱 카를 다울에게 건네주실 수 있을까요?”강시원은 잠시 멈칫했다.“오늘이요?”“불편하신가요? 다울이에게서 강시원 씨 아들 서도훈과 반 친구라고 들었어요... 강시원 씨도 아들 데리러 가실 거 아닌가요?”강시원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잠시 침묵했다.예전에는 정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아들을 데리러 유치원에 가곤 했다.하지만 서정혁과 이혼을 결심한 이후로 학부모 단톡방을 차단해 버린 후 서도훈을 데리러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어차피 녀석도 지민 이모만 만나고 싶어 했을 뿐 엄마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네, 그럼 그때 학교 정문에서 뵙겠습니다.”...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 같아 강시원은 잠시 쪽잠을 잔 후 일어나 학교로 향했다.하교 시간이 다가오자 학교 정문 밖에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가득했다.강시원은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지만 하얀 피부에 예쁜 외모, 순수한 아우라 때문에 아무 말 없이 있어도 눈에 띄었다.“어머! 배다울 엄마 아니에요?!”깜짝 놀란 강시원은 바로 설명하려 했지만 주위에 어느새 사람들이 둘러싸였다.“지난번 가족 경기 우리 모두 있었어요. 모자 두 분의 활약, 정말 훌륭하고 눈부셨어요!”머리부터 발끝까지 작은 집 한 채 정도는 거뜬히 살 수 있을 정도의 명품으로 ‘도배한’ 학부모 두 명이 다가와 강시원에게 친근하게 말했
강시원은 몸을 돌려 남자의 얼굴을 바라본 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는 옷자락이 살랑살랑 흔들렸으며 이마를 덮은 몇 갈래 머리카락도 바람에 따라 흔들려 자유분방하면서도 방탕한 느낌이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야성적인 아우라를 물씬 풍겼다.첫눈처럼 너무 하얀 피부에 햇빛 아래 너무 오래 서 있으면 그 자리에서 녹아버릴까 걱정될 정도였다.하지만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 것은 바로 남자의 눈빛이었다.타고난 듯한 다정한 눈빛과 갈색 눈동자는 봄눈에 씻긴 새싹 같았으며 눈을 살짝 가늘게 뜰 때면 눈가에 반짝이는 파문이 이는 듯했다.이 남자, 매우 잘생겼다.서정혁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전혀 뒤지지 않았다.강시원의 감사 인사에 대해 남자는 말 한마디 없었다.“정말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만으로 부족하다는 거 알지만 이것밖에 할 말이 없네요. 제 목숨 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강시원은 아직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어떻게 보답하면 될까요...”남자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강시원을 바라보기만 했다.“아... 혹시 말씀 못 하는 건가요?”마음이 조급해진 강시원은 즉시 수화로 소통하려 했다.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조급하게 손짓하는 것을 본 남자는 많이 놀란 듯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하지만 결국 침묵을 지킨 채 몸을 돌려 담담히 자리를 떴다.남자의 떠나는 뒷모습에,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강한 강시원은 조금 마음이 아팠다.너무 잘생긴 남자, 기질도 좋고 사람도 착하지만... 안타깝게도 벙어리였다.“오빠, 혹시... 언니한테 좀 가볼까?”임지민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조금 전에 차에 치일 뻔했는데 혹시 괜찮은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남자의 듬직한 등이 강시원을 완전히 가려 버려 두 사람이 대체 무슨 대화를 했는지 그들은 전혀 보지 못했다.“일은 무슨, 다른 사람 덕분에 차를 피했잖아? 가자.”차갑게 한 마디 내뱉은 서정혁은 강시원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성큼성
노을빛이 꿀처럼 흐르는 오동나무 아래 서정혁과 임지민이 나란히 서서 캠퍼스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임지민은 즐겁게 주위 경치를 카메라에 담았고 서정혁은 조용히 그녀 곁에 서 있었다. 마치 책임감 있는 남자친구처럼 자기 여자를 부드럽고 인내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임지민의 하얀 드레스를 펄럭이며 몸을 굽혀 오동잎 한 줌을 모아 허공에 날렸다.낙엽이 우수수 흩날리는 모습에 남자의 봉황 같은 눈이 살짝 굽어지고 얇은 입술이 올라갔다.한 폭의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경, 여자는 호호하며 떠들고 남자는 자상하게 웃는 듯한 느낌이었다.살짝 놀란 강시원은 눈빛이 흔들렸다.서정혁과 임지민이 아직도 학교에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과거 서정혁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에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부분 햇빛을 피하는 뱀파이어처럼 건물 안에 있거나 차 안에만 있었다.강시원은 서정혁과 분명 합법적 부부였지만 단 한 번도 햇빛 아래에서 나란히 걸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임지민을 위해 서정혁은 철저히 변했다.역시 서정혁은 소중한 첫 경험을 그의 진심을 바칠 수 있는 여자에게만 주었다.“어?! 저거 서정 그룹의 대표와 소문 속 그 여자친구 아니야?!”“정말이네! 서 대표 같은 사람이 우리 학교에 오시다니! 역시 마음에 둔 사람을 위해 자세를 내려놓으셨구나!”선남선녀의 외모와 커플룩처럼 보이는 옷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특히 서정혁의 당당한 아우라를 풍기는 외모는 그야말로 위대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성격은 개 같지만...여태껏 강시원은 서정혁보다 더 잘생긴 남자를 보지 못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저 얼굴에 이렇게 오랫동안 속지도 않았을 것이다.빵빵!갑자기 연속적으로 귀를 찌르는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조심! 빨리 비켜! 차가 급발진했어!”운전자가 창문에서 머리를 내밀어 소리치며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렸다.학생들이 모두 피하자 임지민은 공포에 질려 서정혁에게 달라붙었다.봉황 같은 눈이 휘둥그레진 남자는 큰 손으로
“이번에는 너도 설 교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어. 설 교수가 비록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명확히 거절하지도 않았잖아. 회사에 와서 지도해 줄 때 내가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게. 설 교수와 더 많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할게.”“응, 나 생각해 주는 건 역시 오빠밖에 없어.”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하는 임지민은 눈에 애틋한 감정이 가득했다.“전에 네가 내 목숨을 구해 준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서정혁은 잠시 멈칫한 뒤 또 말했다.“게다가 네가 설 교수의 제자가 되는 게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거야.”“아무래도 내가 실력이 부족한가 봐...”수줍은 듯 시선을 내리깐 임지민의 연약한 모습은 완전히 남자의 보호 본능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었다.“만약 내가 Nora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서정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가 디자이너를 교체한 이 일은 서정혁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그래서 임지민이 이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디자인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기술적으로 더욱더 자신을 무장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만약 설민환과 컨택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국내 인공지능 분야의 더 많은 대가들을 알게 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설민환 연구소의 ‘쏘울 케이지’ 빅데이터 모델을 접촉할 수도 있었다.이미 정부의 주목을 받은 ‘쏘울 케이지’는 국가 중점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컸기에 국가의 무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만약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집안 대대로 빛나는 일이자 영광이 될 것이다.비록 그렇지 못하더라도 설민환 곁에 있다 보면 아마 핵심 기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사용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그렇게 생각하지 마, 지민아. 너도 충분히 훌륭하니까.”남자는 따뜻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다.“내가 볼 때 네가 Nora보다 못한 건 없어. Nora는 단지 디자인만 할 줄 알지만 너는 기술적 측면까지 이해하고 있잖아.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