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 제4화 시어머니의 호출

Share

제4화 시어머니의 호출

Author: 선희
신연지가 건넨 카드는 박태준이 준 카드였다. 그녀는 개인돈을 숙박료로 전부 탕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준 카드를 썼다.

그녀는 진유라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바로 택시를 잡았다.

강태산의 차가 뒤를 따르고 있었지만 신연지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차에서 내려 캐리어를 챙기다가 모서리에 손등을 부딪혀 버렸다.

피부가 긁혀서 피가 났지만 그리 심각하지는 않아 보였다.

진유라는 17층에 살고 있었다. 미리 연락을 했기에 문은 열려 있엇다.

신연지가 캐리어를 끌고 나타나자 진유라는 살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전화 상으로는 집을 나왔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유라가 다급히 다가와서 그녀의 손에서 캐리어를 받았다.

“짐 있다고 얘기했으면 내가 내려갔지. 너 손은 왜 이래? 다쳤어?”

신연지는 다급히 의약품 상자를 찾으러 가는 친구의 손목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내버려두면 알아서 나을 거야.”

“손으로 벌어먹고 살 사람이 손을 이렇게 막 대하면 어떡해?”

신연지는 과장된 친구의 표정을 보자 며칠간 쌓였던 피로가 다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 정도 다쳤다고 영향이 있진 않아.”

잠시 고민하던 진유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거 고민해 봤어?”

신연지는 그 말에 시선을 회피했다.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허 원장님 나를 몇번이나 찾아오셨어. 그분이 운영하는 작업실은 국내 최고 골동품 복원사만 모였잖아. 그런 인물이 직접 너를 지명하셨다는 건 대단한 기회야! 네가 신분이 들통날까 봐 거절만 안 했어도 당장 네 연락처를 줬을 텐데!”

신연지는 뛰어난 골동품 복원 전문가였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복원사인 엄마를 따라 기술을 배웠고 대학도 같은 과를 나왔다. 졸업하고 바로 박물관에 취직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사고가 나면서 박태준과 결혼하고 잠적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녀는 친구인 진유라를 통해 일감을 받아 민간 복원사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유명 작업실에 취직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신연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다고 전해줘.”

“그럼 하겠다는 거지?”

진유라의 눈이 반짝 빛났다. 전에는 말할 때마다 거절하더니 이렇게 쉽게 생각을 바꿀 줄은 몰랐다.

“일단 해보지 뭐. 출근은 언제든 괜찮아.”

“진짜?”

진유라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박태준 비서 일은 이제 그만둔 거야?”

“응, 나 퇴사했어.”

신연지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유라는 오늘 뉴스 일면에 올라왔던 기사를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어. 박태준 그 변태 같은 자식, 네가 주문해 준 건 먹지도 않으면서 매번 그런 잡일만 시켰잖아. 그런 가식적인 인간은 전예은 같은 여우랑 어울려. 당장 이혼해. 어차피 3개월밖에 안 남았잖아.”

신은지는 피곤한 기색으로 소파에 몸을 던졌다.

“이혼하자고 하는데 그 인간이 싫다고 하더라. 계약 기간이 안 끝났다면서.”

그 말을 들은 진유라는 황당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대단한 분 납셨네! 애초에 그 인간 프러포즈를 거절하고 출국한 건 전예은이니까 쉽게 너랑 이혼하고 그 여자한테 갈 것 같지는 않았어. 그건 자존심 상하잖아? 밀당을 좀 해야 전예은이 자기를 아껴줄 거라 생각한 거지.”

신연지는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진유라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러니까 밀당하는데 들러리 서라는 얘기야?

“나라면 이혼 서류를 기자들한테 뿌렸을 거야. 그러면 정의로운 네티즌 용사님들이 나서서 너 대신 그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을 응징하겠지!”

신연지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둘이 서로 사랑하게 내버려 둘 거야. 일이 커지면 나도 불리해지니까. 나도 사랑을 찾아야지.”

그 말을 들은 진유라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친구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계집애, 이번에는 진심인가 보네?’

진유라는 냉장고로 가서 맥주 두 캔을 꺼내 하나를 신연지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 지옥에서 벗어난 걸 축하하는 의미로 한잔해!”

신연지가 손을 뻗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진유라가 입을 잔뜩 내밀며 현관으로 다가갔다.

밖에는 강태산이 난감한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거실에 있는 신연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모님, 도련님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랑 같이 내려가시죠.”

신연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난 안 나가니까 알아서 하라고 하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손에 든 맥주캔을 따서 그대로 꿀꺽꿀꺽 들이켰다.

물론 강태산은 그 말을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었다.

“노부인께서 연락이 오셨는데 많이 편찮으신 것 같아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연지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박태준의 모친 강혜정 여사였다.

박태준을 무시할 수는 있어도 시어머니의 전화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들보다 며느리를 더 아껴준 시어머니였고 좋은 게 있으면 먼저 며느리까지 챙겨주시던 분이었다. 박태준과 다툼이 있을 때면 앞장서서 아들을 나무라던, 신연지에게는 정말 좋은 분이었다.

“어머님….”

“연지야, 태준이한테 전화했는데 네가 옆에 없다고 해서 연락했어. 태준이 그 자식 또 집에 안 들어간거야?”

“아니에요, 어머님. 제가 오늘 친구 생일이라 밖에 나왔어요.”

신연지는 두 사람이 이혼 얘기가 오가고 있다는 얘기를 굳이 하지는 않았다.

강혜정은 박태준을 출산할 때 출혈이 심해서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입원해 있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건강 상태가 줄곧 좋지 않았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진유라는 못 말린다는 듯이 친구를 흘겨보았다.

수화기 너머로 강혜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파티 끝나면 오늘은 본가에 와서 자. 태준이 아빠도 출장 가셔서 집이 텅 비었는데 오늘따라 몸이 좀 안 좋네.”

신연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가 불편하신데요? 의사는 불렀어요?”

“아니야,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고. 지난번에 경매장에 갔다가 보석 하나를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장인에게 부탁해서 팬던트로 만들었어.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왔던 김에 가져가라고.”

신연지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어머니.”

단순히 선물을 받아가라고 불렀다면 간곡히 거절했을 테지만 몸이 불편하다는데 안 갈 수는 없었다.

진유라는 허탈한 표정으로 친구를 배웅하며 작게 한마디 했다.

“딱 봐도 거짓말인데, 그걸 속냐.”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차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박태준을 발견했다. 그는 밖으로 나온 그녀를 보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3화 미안하다

    정민아는 팔짱을 끼고는 고연우가 들고 있는 꽃을 무심하게 훑어보았다.“연우 도련님, 이건 또 무슨 의미야?”“공 비서가 오늘이 여성의 명절이라고 했어.”“그래서?”주위는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 소리가 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왔다.고연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정민아, 우리 이혼하지 말자.”너무 진부한 이야기였다. 정민아는 더 이상 이 주제를 논의할 의욕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책상 위 담뱃갑을 더듬었다. 옆의 재떨이엔 얇은 층으로 쌓인 담배꽁초가 있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정민아가 피운 것임을 립스틱 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고연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정민아가 담배를 피우는 걸 싫어하면서도 막지 않았다.얇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정민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담뱃불은 희미하게 밝아졌다가 사라지며 그녀의 눈을 비췄다. 그 순간, 눈 속의 차가운 무관심이 한층 누그러져 보였다. 은빛 실처럼 가늘게 펴지는 연기 너머로 정민아는 당당하고 제멋대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정민아가 그렇게 웃을 때마다 고연우는 어김없이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다음 순간 정민아가 말했다.“고연우, 너 이상한 거 아니야?”“그렇지. 이상하지 않았다면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야.”고연우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손목시계를 가리켰다.“시간 됐어. 레스토랑으로 가자. 예약해 놨어.”정민아는 이미 샘플 수정으로 지쳐 있었는데 고연우의 집요함이 정민아를 더욱 짜증 나게 했다. 고연우의 고급스러운 코트가 눈에 들어오자 정민아의 머릿속에 문득 나쁜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그의 코트에 대고 눌렀다.‘치...’불꽃이 꺼지면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타는 냄새가 코트에서 퍼져 나왔다.정민아는 차가운 얼굴로 꺼진 담배꽁초를 옆의 쓰레기통에 던졌다.“꺼져.”고연우는 자신이 입고 있는 코트의 타는 자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민아의 손을 잡았다.“이 코트는 가격이 6자리 숫자야. 디자인에서 완성까지 3개월이 걸렸어. 나와 저녁 정도는 함께 먹어줘야 하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2화 살인자

    고연우는 벨트를 풀며 말했다. 남자는 원래 이런 상황에서 승부욕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특히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그 감정이 더욱 크게 드러났다.“그런 암흑 같은 분위기는 우리 상황과 맞지 않아.”정민아는 원래 고연우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 고연우는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보였을 것이니 고연우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정민아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연우는 옷을 반쯤 벗었고 단단한 근육이 팽팽히 긴장되었으며 술기운에 물든 피부는 은은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공기 중에는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마치 곧 무언가가 터질 듯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가끔 고연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정민아가 말했다.“요즘 운동 안 했어?”고연우는 어이없었다.“?”정민아는 손바닥을 고연우의 가슴 아래쪽에 대고 살짝 눌러보았다. 그러고는 평가하듯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육이 좀 줄었네.”“...”정민아는 마치 중대한 결정을 앞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연우를 응시했다. 고연우는 모른 척하려 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옷을 다시 입고 정민아의 손을 자기 몸에서 조심스레 떼어내더니 문을 향해 나가며 화가 난 듯 정민아를 한번 매섭게 쳐다보았다.“네가 이겼어.”완전히 흥미가 사라졌다....며칠 동안 고산그룹 대표실이 있는 층은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다.공민찬이 급한 서류 묶음을 들고 고연우에게 사인을 받으려 일어서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났다. 그때 최민영이 가방을 들고나와 미소를 지으며 공민찬에게 인사를 건넸다.“공 비서님.”공민찬은 다가서며 말했다.“최민영 씨.”최민영은 사무실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연우 씨 사무실에 있나요?”“최민영 씨, 잠시만요”공민찬은 그녀를 막아섰다.“대표님께서 지금 바쁘십니다. 우선 접대 실에서 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떨까요?” “...”최민영은 눈썹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1화 전에 흥미가 없었던 건 불을 켜지 않아서야

    고연우는 짜증 내며 핸드폰을 테이블에 던지더니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나가세요. 나중에 송씨 아주머니한테 작업복 하나 달라고 하세요.”“도련님,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하린은 우유를 들고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저 예전에 마사지도 배운 적 있는데, 제가...”“그만 나가.” 고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손을 피하다가 우유를 엎지르고 말았다. 우유가 쏟아지며 더럽혀진 셔츠를 내려다보며 그는 얼굴은 굳어진 채 입술을 오므렸다. 한참 후에야 한 마디 내뱉었다. “사모님께서 보낸 겁니까?”그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냈다.하린은 고연우의 차가운 눈빛에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말을 더듬었다. “도련님, 정말로 사모님께 저를 보내셨습니다.”“나가세요. 앞으로 제 허락 없이는 서재에 들어오지 마세요.” 하린은 금수저 남편을 찾기 위해 가사 도우미로 취직했다. 이를 위해 매니저에게 봉투까지 건넸지만 고연우의 사늘한 태도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품지 못했다. 서재를 나오자마자 난간에 기댄 채 그녀를 쳐다보는 정민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모님...”하린은 갑자기 발걸음 멈추더니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불순한 의도를 품었던 그녀는 사모님을 보면 본능적으로 불안했다. “도련님께서 드시지 않았어요...”비록 정민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하린은 괜히 자신을 평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마침 정민아가 입을 열었다. “그럼 몇 번 더 가져다주세요.”하린은 정민아의 말에 담긴 뜻을 단번에 눈치챘다.그녀는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재벌 부인이 자신의 남편에게 여자를 찾아주는 걸까? 설사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돈이면 충분할 텐데, 그러다 사생아라도 생겨 상속 분배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어쩔 생각인지.’그녀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도련님께서 송씨 아주머니한테 익숙해졌는지 저를 좀 꺼리시는 것 같아요. 아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0화 우유를 가져다주다

    다음 날.정민아와 사연희는 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아야...”주소월이었다. 사연희는 정민아의 과거에 대해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주소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에 자식을 챙기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설령 절친이라도 남의 가정사에 깊이 개입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노트북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초대장 몇 개 빼놓고 못 보낸 것 같은데, 금방 보내고 올게. 쇼에 관한 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그녀는 주소월을 흘끗 쳐다보고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 정민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소월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어젯밤에 충분히 더 이상 정씨 가문과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주소월이 여전히 찾아올 줄은 몰랐다. “오늘 밤에 연회가 있는데, 같이 가겠니?” 정민아가 거절할까 봐 주소월은 서둘러 한 마디 덧붙였다. “너희가 쇼를 열잖아? 오늘 밤 연회에 너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많이 올 거야. 잠재 고객을 몇 명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어.”“지금 그 무리에서 잠재 고객을 발전시키라는 말씀이세요?”그녀와 최민영의 갈등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못한 사람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렸고 반면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좋은 사람은 고아 때문에 굳이 적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주소월은 정민아가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민아야, 미안해. 엄마가 너를 데려오긴 했지만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너한테 이렇게 상처만 줬네...”“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저를 정씨 가문으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서, 그리고 또... 그 미친놈으로부터 구해줘서 고마워요.”마치 세월의 흔적을 덮은 한 자루의 칼처럼 서서히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민아야...” 주소월은 울먹거리며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 그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9화 입원

    정민아는 문을 열고 지친 몸으로 가방을 내려놓았다. 신발을 갈아신던 중 슬쩍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았다.“아주머니, 제가 전화드렸잖아요. 저녁 먹고 온다고, 왜 이렇게 음식을 많이 차렸어요?”송씨 아주머니는 2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아직 저녁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고연우라는 말을 듣자 정민아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아, 그렇군요.”“아가씨...”송씨 아주머니가 망설이며 그녀를 불렀다. “도련님께서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같이 식사하자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제가요?” 정민아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해하며 돌아봤다. “왜요?”“도련님께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셨는데... 두 분 혹시 싸우신 거 아닌가요?”“그 사람이 기분이 안 좋다고 제가 달래줘야 하나요? 그럼 왕자님, 저녁 드세요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네요?” 정민아는 피식 웃더니 입가에 맴돌던 웃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먹든 안 먹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먹기 싫으면 굶으면 되죠.”송씨 아주머니는 시선을 정민아 뒤쪽으로 옮기더니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 도련님...”정민아가 뒤돌아보자 고연우는 난간에 기댄 채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샤워를 끝냈는지 머리가 약간 젖어 있었고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몸에 딱 맞는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고 옷자락은 허리선에 맞춰 깔끔하게 넣었다.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를 뽐내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배경처럼 흐릿해 보이게 만들었다.고연우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저녁 먹자.”사실 그는 조금 더 튕기고 싶었지만 계속 자존심을 부리다 이 무심한 여자는 그냥 가버릴 것 같았다.정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난 이미 먹었어.”“네가 장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서 해결해 줬더니, 겨우 도시락 하나 사주는 거냐? 정민아, 너 정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8화 다른 건 안 될까

    “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 적 없어.”정민아가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하자 덜 말려진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치우치며 하얗고 맑은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 위에는 물방울까지 맺혀있어 고연우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그 어떤 뜨거운 것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방안에 가득 찬 정민아의 향기가 그림자마냥 고연우의 주변을 맴도는 탓에 고연우는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주먹을 말아쥐었다.술기운이 뒤늦게 밀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저 고혹적인 자세 때문인지 고연우는 머리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에 정민아는 문을 열고는 손님을 배웅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내가 불편해지면서까지 다른 사람한테 맞추긴 싫거든. 그러니까 일단 최민영부터 죽이고 와서 사랑 타령해.”“... 다른 건 안 될까?”“다른 거 뭐?”정민아의 산만한 시선이 고연우의 몸에 머물렀다. 사람이 아니라 상품을 보는 듯 곳곳을 훑어보고 있었다.“너한테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뭐 다른 게 있긴 해?”상처가 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모욕적인 말임은 틀림없었다.하지만 웃긴 건 정민아의 말에 고연우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아무리 봐도 돈과 권력 외에는 정민아가 관심을 가질만한 게 없어 보이는 듯한 몸에 고연우는 고개를 들더니 그래도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 기생오라비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어.”정민아가 혹여 듣지 못할까 봐 고연우는 기생오라비라는 단어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어려서부터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던 고연우는 저에게도 이렇게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필하는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었다.하지만 정민아는 관심 없다는 듯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얼굴 자랑 말고 가서 약이나 좀 사지 그래? 내가 너에 대한 흥미는 약의 자극을 받아야만 생길 것 같거든.”머리에 누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이 아까의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도 입안에는 분노 가득한 험한 말들이 서러움과 함께 맴돌고 있었다.“넌 앞으로 그냥 말을 하지 마.”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