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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혼 서류를 성씨 저택으로 보내

창가의 의자에 앉아 있던 성혜인은 바로 답장했다.

‘제가 직접 반승제 씨와 얘기할 수는 없을까요?’

이미 BH그룹까지 온 마당에 반승제만 원한다면 두 사람은 바로 만날 수 있었다.

변호사는 반승제와 상의해 본다고 답장하고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BH그룹의 가장 위층.

반승제는 검은색 대리석으로 장식된 사무실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이때 심인우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성혜인 씨가 대표님과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반승제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절해요.”

반승제는 이것 또한 이혼하지 않을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나랑 만나면 뭐가 달라질 줄 아나? 퍽이나...’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변호사더러 이혼 서류를 성씨 저택으로 보내서 직접 사인할 때까지 지켜보고 있으라고 해요.”

심인우는 반승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성혜인의 얘기를 그만하고 스케줄을 확인했다.

“HD은행 이문호 대표님과의 골프 스케줄은 지금 출발해야 합니다.”

반승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넥타이를 정리하며 말했다.

“그래요.”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성혜인은 가만히 앉아서 분주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마치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듯이 말이다.

기다림은 아주 평화로웠다. 성씨 저택에서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혜인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승제가 왜 너랑 이혼해?”

성휘는 다급하게 말했다.

“둘이 싸우기라도 했어? 일단 집으로 와서 잘 좀 얘기해 보자.”

성혜인은 약간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아빠, 아무리 남편이라고 해도 저희는 남과 다를 바 없어요. 그리고 승제 씨가 귀국한 이상 저를 아내로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ㅂ

성휘는 급한 나머지 랩을 하는 것처럼 말했다.

“혜인아, 이혼은 절대 안 된다. SY그룹에서 곧 투자 유치를 시작할 건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혼한다면 주가가 무조건 하락할 거야.”

휴대전화 건너편에서는 소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요. 혜인이 조금만 노력했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죠. 저희 집안은 아주 동네방네 비웃음당하게 생겼네요!”

성휘는 약간 침묵하다가 다시 말했다.

“아빠도 네가 걱정돼서 이러는 거야. 여자는 재혼이 어렵다고 하잖아. 정 안되면 회장님을 찾아가. 회장님은 너를 아껴주잖아...”

성혜인은 이게 도대체 회사를 위한 일인지, 소윤을 위한 일인지 묻고 싶었다. 어찌 됐든 그녀 자신을 위한 일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금방 돌아가셨을 때, 성휘가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기억났기 때문이다.

성혜인은 반태승이 해외 요양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둘러대고는 전화를 끊었다.

반승제의 변호사가 이혼 서류를 성씨 저택으로 보낸 걸 봐서 아무래도 직접 만나기는 그른 것 같았다.

‘한 번 만나기도 이렇게 어려우니, 도대체 나를 얼마나 미워하는 거야.’

반승제의 태도가 이렇게 명확한데도 계속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용없었다.

성혜인은 넋이 나간 채로 차에 올라타다가 무릎을 찍고 말았다. 그녀는 혼자 끙끙거리다가 양한겸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HD은행 대표 아들 이승주가 너한테 연락한 적 있어?’

성혜인은 문뜩 이승주라는 사람이 떠올랐다. 그녀는 다른 고객을 위해 재료를 준비하느라 미처 보고하는 것을 잊고 말았다.

양한겸의 말로는 이승주가 회사에 디자인을 맡겼는데 지금 골프장에서 성혜인과 만나고 싶다고 했단다.

골프장은 교외에 위치했는데 땅값 비싼 제원에서 엄청난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성혜인이 골프장에 주차하자마자 이승주의 비서라는 사람이 데리러 왔다.

“페니 씨, 안녕하세요.”

비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성혜인은 비서를 따라 탈의실로 왔다.

비서가 설명했다.

“풀밭을 손상하지 않기 위해 외부인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서 필요한 물건을 제가 미리 준비했습니다. 골프는 칠 줄 아세요?”

“조금은요, 잘은 못 쳐요.”

“그럼 일단 제가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도련님은 이미 입장하셨어요.”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일을 받기 위해 고객과 테니스도 치고 낚시도 한 적 있었다. 그에 비해 골프는 아주 양반이었다.

비서는 짧은 치마로 된 하얀색 골프복과 같은 하얀색의 머리띠를 준비했다.

성혜인은 깔끔하게 머리를 묶고 골프채를 챙겨 든 채 밖으로 나왔다.

로비로 내려온 성혜인은 창밖의 골프장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문뜩 남다른 기세의 남자가 차가운 기운을 뽐내며 수많은 사람과 함께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성혜인은 마치 행동 능력을 잃은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반승제와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녀는 너무 눈에 띄는 곳에 서 있어서 모른 척 지나갈 수가 없었다.

맑은 눈빛에 깔끔하게 묶은 머리는 성혜인을 청순발랄하게 만들어줬다. 더구나 짧은 치마 덕에 하얀 다리가 완전히 드러났고 무릎의 빨간 자국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반승제는 성혜인을 힐끔 보기만 하고 금방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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