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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목화
“이게 저희의 마지막 마지노선이에요.”

유태오가 시원스럽게 손을 내저었다.

“물론이죠. 저 유태오는 비즈니스에서 신용을 가장 중하게 여겨요.”

참으로 대단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입안의 박하사탕을 잘게 깨물었다.

고연준은 지난 10년 동안 손씨 집안 사람들의 성정을 너무나 훤히 꿰뚫고 있었다.

아빠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았고, 오빠의 약점이 어디인지 알았다. 어떤 다정한 말로 언니가 저항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고연준은 자신은 할 만큼 했고,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착각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손씨 집안 사람들 모두가 기꺼이 구렁텅이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게 했다.

이윽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회의 테이블 앞으로 걸어갔다.

그 계약서에 손을 대려고 하자, 이번에는 언니가 나를 붙잡았다.

언니의 손은 차가웠지만, 이길 수 없는 힘으로 나를 제자리로 끌어당겼다.

“채윤아, 떼쓰지 마.”

언니의 목소리는 아주 낮고 부드러웠다.

“얌전히 앉아 있어. 곧 끝나.”

언니는 내 어깨를 눌러서 억지로 의자에 앉혔다.

다들 나를 위협될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내가 판을 망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억지로 달래야 하는 짐이자 위기의 순간에 방해만 되는 장식품이라고 여겼다.

고연준은 내가 의자에 눌려 앉는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아주 살짝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만년필을 앞으로 내밀었다.

“회장님, 사인하시죠.”

아빠가 깊이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에는 이미 절망감이 가득했고 얼굴은 잿빛이었다.

만년필을 받아 든 아빠의 손이 심하게 떨리면서, 펜촉이 종이 위에 검은 잉크 자국 하나를 남겼다.

“사인하시면, 모든 게 끝날 거예요.”

유태오가 한쪽에 서 있었다.

마치 사냥감이 덫에 걸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냥꾼처럼 입가의 웃음이 점점 짙어졌다.

나는 아빠의 떨리는 손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전생의 산더미처럼 쌓인 사건 기록들이 떠올고, 법정에서 말재주를 겨루던 날들도 하나둘씩 스쳐 지나갔다.

이번 생에는 절대 법이라는 영역에 다시 들어가지 않겠노라 맹세했었다.

또한 인간의 밑바닥을 볼 수 있는 일에는 다시는 발을 담그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고연준의 저 위선적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손씨 집안 사람들이 한 걸음씩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도 가해자에게 고마워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가슴속에서 치미는 불길을 도무지 억누를 수가 없었다.

‘듣고 있자니 속이 뒤집히네. 정말 지긋지긋하다.’

아빠의 펜촉이 첫 획을 그으려는 순간, 나는 벌떡 몸을 일으키고는 언니의 손을 단번에 뿌리쳤다.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할 만큼 빨랐다.

나는 곧장 탁자 앞으로 달려가서 그 계약서에 사인을 못 하게 손바닥으로 눌렀다.

“채윤아!”

오빠가 낮게 소리치며 성큼 다가와 나를 끌어내려고 했다.

“놔! 그만 좀 떼써!”

오빠의 말투에 화가 묻어났다.

나는 오빠의 말을 무시한 채, 되려 그 두툼한 서류를 집어 들고는 세 번째 장까지 넘기고는 탁자 위에 세게 내리쳤다.

이윽고 고연준이 굳어 버리더니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서 서류를 빼앗으려고 했다.

내가 눈을 들어 올려 차갑게 고연준을 한 번 흘겨보자, 허공에 뻗었던 고연준의 손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회의실 전체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는 또렷하고도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 생을 살아가면서 손씨 집안에서 내가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기도 했다.

“계약서와 첨부한 문서 사이에 관할권 충돌이 있네요? 여기에 사인하면 손씨 집안은 빈털터리로 쫓겨나는 데다 20조 원 채무까지 떠안게 되고요.”

나는 고연준을 바라보았다.

나는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고 변호사님, 원래 이렇게 손해 보는 장사도 잘하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엔 너무 후하게 나오시는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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