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몸을 숙이면서 그 계약서로 고연준의 뺨을 툭툭 쳤다.“고 변호사님, 해외 계좌에 어제 2천만 달러 막 들어왔죠?”“이 돈은 케이맨 제도의 페이퍼컴퍼니를 거쳐서, 마지막에는 고 변호사님의 스위스 은행 비밀 계좌로 들어갔을 거고요.”“맞나요?”고연준의 동공이 순식간에 흔들리더니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막내 아가씨가 그걸 어떻게?”멘탈이 탈탈 털린 고연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이 일은 빈틈없이 처리했고 유태오조차 구체적인 자금 이동 경로는 몰랐다.‘내가 어떻게 알아냈냐고?’사실 나는 제대로 조사한 적은 없었다.전생에 이런 국제 기업 범죄 사건을 너무 많이 다뤄서, 이런 자금 세탁 경로라면 눈을 감고도 그려 낼 수 있었다.나는 그저 가장 확신에 찬 말투로 한번 떠봤을 뿐인데, 고연준이 제 발이 저려서 자백한 것이다.“신의를 저버리고 이런 사기를 저질렀으니, 하, 감옥에서 몇 년을 썩어야 하죠?”나는 몸을 일으키면서 계약서를 그의 몸 위로 던지고는 고개를 돌려서 아빠를 바라보았다.아빠는 이미 완전히 굳어 있었다.바닥에 쓰러진 고연준을 보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눈빛에는 충격과 환희, 죄책감과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채윤아, 내 딸...”아빠는 눈시울을 붉힌 채 손을 뻗으며 내게 닿으려고 했지만 차마 손을 대지 못했다.마치 이 믿을 수 없는 꿈이 깰까 두려운 듯했다.나는 그 손을 피하며 담담하게 말했다.“아빠, 지금 중요한 건 제가 아니에요.”나는 맞은편의 유태오를 가리켰다.“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냥 가시려는 유 대표님이죠.”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유태오는, 이미 비서를 데리고 슬금슬금 문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그리고 내가 한마디로 유태오의 속셈을 들춰내자, 남자는 걸음을 멈추더니 안색이 극도로 굳어졌다.“막내 아가씨,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으니 저희는 인연이 아니었던 모양이네요.”“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의리까지 저버릴 필요는 없죠. 오늘은 폐를 많이 끼쳤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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