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화장은 아주 정교했고, 그날 겨울은 아주 아름다워 보였다. 처음에 석진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겨울이 선글라스를 벗자, 석진은 이내 뼛속까지 흔들렸다. 그의 얼굴도 창백해졌다.겨울은 석진이 전화번호를 따기 실패한 여신님이었다. 그녀는 하엔 그룹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포르쉐도 타고 다녔다. 반면 석진은 거기서 고작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석진은 매우 놀라 침을 아주 조금만 삼키는 것조차 버거워했다.두 사람 옆에 서 있던 하현은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는 겨울에게 걸어가서 웃으며 말했다. “남아있는 주차 공간이 꽤 좁아. 내 자리에 주차할래?”겨울은 충격 받았다. ‘대표님이 오셔서 나한테 말을 걸었어!”겨울은 냉큼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괜찮습니다. 방금 주차하셨잖아요.”이 말을 하며 겨울은 그 주차 공간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곧 말문이 막혔다. ‘우리 대표님은 참 검소하셔. 이렇게나 넓은 주차 자리인데 거기에 전기 자전거를 주차하시다니…”“그럼 너는…” 하현이 말했다.“저는 경비원에게 대신 주차해달라고 할게요.” 겨울은 재빨리 말했다.“알았어. 나는 지금 사무실로 올라갈게.” 이후, 하현은 석진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는 뒤돌아서 떠났다.석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겨울이 자신을 알아보지 않기를 바랐다. 겨울은 그다지 신경을 안 쓰고 그에게 열쇠를 넘겼다. 그녀는 말했다. “주차한 다음에 그냥 프런트에 열쇠를 맡기세요. 그리고…”말을 마치기 전에, 겨울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우석진… 과대… 왜 우리 회사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어?”석진의 표정이 몹시 험악해졌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뭐 좀 체험하려고 왔어…”“그래?” 겨울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석진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석진은 겨울의 오래된 동기였으니,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보안팀장이 며칠 전에 대표님한테
겨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표님께서 최근에 손님을 만날 시간이 없을 거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SL 그룹 사건에 관해서는 대표님께서 순전히 제게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요청사항이 있으시면 저에게 바로 말씀해주세요.”은아는 서류 더미를 꺼내 겨울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김 부장님, SL 그룹 쇼핑몰 프로젝트는 분명 특출한 자산입니다. 이전에 저희를 두 번 거절하셨지만, 저희는 여전히 투자를 진행하고 싶습니다."겨울은 서류를 찬찬히 읽었다. 이어서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설은아 씨, 직접 방문하셨으니 어렵고 곤란하게 하지는 않을게요. 저희는 SL 그룹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정말요?” 은아는 헷갈렸다. 그녀는 난처한 입장에 놓일 줄 알았지,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지는 상상도 못 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선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겨울이 말했다. “그런데 이전에 하엔 그룹에 결례를 범하셨으니 이번에 저희는 투자금으로 300억 원만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동의하신 저희가 받을 수익은 10%로 늘리고 싶습니다. 이건 저희가 다시 작성한 계약서입니다. 가져가셔서 읽어 보셔도 됩니다. 아무 문제없다면 서명하시고 돌려주시면 돼요. 물론, SL 그룹 측에서 계약 조건이 너무하다 싶으시면 저희와 협업을 안 하셔도 됩니다. 어쨌거나 이 프로젝트에 하엔 그룹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은아는 진지하게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번에 계약서에 적힌 조항들이 지난번 집에 가지고 간 것보다도 더 혹독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전 계약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볼 사람들은 설 씨들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설 씨들은 많은 이득을 누리지 못하고, 조금의 손실을 겪을지도 모른다.그렇지만 은아는 더 말할 엄두를 못 냈다. 이번에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겨울은 급할 게 없었다. 이어서 그녀는 말했다. “설은아 씨, 그냥 계약서를
“알겠습니다, 대표님!” 슬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와 동시에 그녀는 설 씨들을 불쌍하게 여겼다. 어떻게 대표님의 부인을 괴롭힐 수가 있나? 설 씨들은 정말 얌전하게 구는 법을 몰랐다.“그리고 백범이한테 오늘 오후에 와서 나랑 만나자고 전해줘요.” 순간, 하현은 누군가가 떠올랐다.슬기는 깜짝 놀랐다. 백범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폭력배였고, 그는 그 일을 하면서 잘살고 있었다. 백범은 하엔 그룹과 어떠한 연락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대표님은 왜…“오라고 전해줘요.” 하현은 한 번 더 말했다.슬기는 머릿속에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그녀는 깍듯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갔다. 어쨌거나 무슨 일이 있든 하엔 그룹에서는 하현의 모든 지시를 따라야 한다. 슬기는 그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면 되고, 이유를 물을 필요가 없었다.…백범이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슬기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백범은 원래 서울에서 다소 무섭고 힘 있는 사람이었다. 백범은 슬기의 전화를 받은 후 30분도 안 걸려 하엔 그룹에 도착했다. 그런 다음 그는 거기서 공손하게 기다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직 안 됐을 때 백범은 감히 하현의 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했다.백범은 오후 3시까지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슬기의 안내 하에 하현의 사무실로 갔다. 백범은 불안한 마음으로 사무실 안에 들어갔다. 그는 하현을 보자 두 손을 양옆에 놔두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후, 하현은 슬기를 향해 손을 흔들어 그녀에게 나가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야 하현은 직접 백범에게 물 한 잔을 부어줬다. 그리고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편하게 앉아. 우린 친구잖아. 뭘 그렇게 공손하게 굴어? 네 부하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어떻게 대장 노릇을 하려고?”“도련님, 제가 어딜 감히 도련님 앞에서 대장 행세를 하겠습니까? 저는 한낱 부하입니다.” 백범은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 다음 그는 양손에 물컵을 쥐고 말했다. “그날 설씨 집안에서 일어난 일은 의도한 게 아닙니다.
은아 옆에 또다른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세리였다. 세리의 몸매는 매우 섹시했다. 그녀는 엄청나게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그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유혹적으로 보였다.아름다운 여성 두 명이 나란히 섰는데, 각자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둘이 지나갈 때마다 그녀들을 보기 위해 돌아서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하현을 보자 세리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녀는 약간 어색하기도 했다. 십억 원 사건 이후로 세리는 하현을 다시 만났다. 그녀는 서로 내기를 했던 그 사건이 떠올랐고 이내 얼굴이 붉어졌다.하지만 하현은 세리를 전혀 보지 못한 것처럼 굴었다. 그는 은아에게 무심하게 걸어갔다. 그러고 나서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여보, 나 여기 있어!"세리는 다소 짜증 났다. '너무 유혹적으로 옷을 입었어. 이런 몸매에 이런 외모를 가졌으니 누가 봐도 반할 거야. 그런데 당신은 정말 거만해! 날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어! 세게 뺨 맞고 싶어?'그날 은아는 꽤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하현이 그녀를 그렇게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부르는 걸 들었는데도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 은아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하현에게 넘기며 말했다. "당신이 우리 가방 좀 들어줘.""알았어, 뭐든지 다 시키기만 해!" 하현은 행복하게 방긋 웃었다. 그제야 그는 세리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착한 딸, 아빠가 가방 들어줄까?""당신…" 세리는 하현에게 몹시 화가 났다. 그녀는 하현을 심각하게 노려보았다. "하현 씨, 십억 원을 빌려줄 사람을 구했다고 당신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만큼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때가 돼서야 내 앞에서 그렇게 우쭐대세요."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런 내기를 감당할 여유가 없는 것 같은데요.""당신!" 세리는 화가 났지만, 그래도 그녀는 가방을 하현에게 던졌다.하현은 은아가 즐겁기만 하다면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이름 모를 사람들도 신경 쓰지 않았다.하
하지만 만약 세리가 그 젊고 잘생긴 신임 대표가 지금 자기 가방을 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슨 생각을 할까?은아는 진지하게 세리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너에게 가능성이 있어. 그런데 문제가 있어. 경쟁 상대가 아주 많아…”"엥?"신임 대표를 아직 못 만났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만났어. 그분의 비서, 부장님, 그리고 프런트 여성 직원까지 다 정말 섹시하고 매력적이더라. 그 여자들은 대표님이랑 가까이 있어서 가능성이 더 커. 그럼 너는? 만약 네가 그 회사에 가서 청소하는 걸 도와준다면, 그리고 매일 대표님의 책상도 치워주기만 한다면 가능하지. 그렇지 않으면 너는 가망이 없어!” 은아가 말했다."좋은 생각이야! 역시 넌 날 너무 잘 알아. 내일 가서 일자리에 지원해야겠다…"두 여자는 유쾌하게 웃었다. 거리에서 그녀들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운 사진처럼 보였고, 뒤에 서 있던 하현도 무시당했다.그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쇼핑몰에서 명품만 판매하는 지역에 다다랐다.매우 정교한 신발 한 켤레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녀들은 앞에 있는 한 명품 가게의 진열창 너머로 그것을 보았다. 많은 여자가 그 신발을 보느라 가게를 둘러싸고 있었다. 심지어 세리와 은아도 그 신발을 본 후에 그것에 아주 매료되었다.그 신발은 매우 정교했다. 그녀들은 그것이 해당 가게가 다른 브랜드와 독점으로 콜라보한 한정판이라고 들었다. 서울 전체에서 그런 신발은 한 켤레밖에 없었다.하현은 밖에서 가격을 힐끗 보았다. 무려 2000만 원이었다."맘에 들면 한번 신어봐." 은아가 그 신발에 꽤 관심을 가진 것을 보고, 하현은 그녀를 가게 안으로 끌고 갔다.은아는 하현을 거절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저 신발이 얼마나 하는지 못 봤어? 내 월급은 적어서 감당 못 해. 설마 그걸 사주겠다는 건 아니지?"이제 은아는 하현이 동기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믿었다.뒤에 서 있던 세리도 꽤 간절해 보였다. 이윽
"그래서 만약 우리가 신발을 사지 않는다면 신어볼 수도 없다. 이 말이죠?" 하현은 웃었다. 그가 그런 유형의 직원을 본 것은 실로 처음이었다. 만약 옷과 신발과 같은 제품들을 입거나 신어보지 못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그 물건들을 살 수 있을까?은아는 옆에서 약간 불편해 보였다. 그 직원이 그들을 깔보는 것이 분명했다. 은아의 회사가 최근에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회사는 하현이 마련한 십억 원을 가지고 힘겹게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그녀는 분명 신발 한 켤레에 2000만 원 가량의 돈을 쓸 여유가 없었다."하현, 그럼 가자. 가서 다른 곳을 둘러보면 되지..." 은아가 곤란해하며 말했다.은아의 태도를 보자 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어쨌거나 그 쇼핑몰에는 좋은 브랜드들이 많았다. 그 가게의 직원들이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게로 가면 그만이었다. 돈이 있는 한, 그들은 신발 한 켤레를 살 수 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셋이 가게를 떠나기 전에, 뒤에서 여자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여자는 말했다. "이봐요! 저 신발 좀 갖다 주세요. 신어보고 싶어요!"그 여자는 20대 후반으로 보였다. 그녀는 꽤 섹시하고 유혹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은아와 다른 사람들이 아까 보고 있던 신발을 가리키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 옆에는 50대로 보이는 대머리에 뚱뚱한 남자 한 명이 있었다. 그는 커다란 황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 목걸이는 꽤 눈부셨다.그 순간, 대머리의 남자는 그 섹시한 여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곧 있으면 엄청난 돈을 써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여자에게 돈을 쓰는 건달 같았다.그 모습을 보고 그 직원이 정중하게 말했다. "아름다운 아가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신발을 얼른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물 한 잔 따라 드릴까요?"그 직원의 행동과 태도는 정말 좀 전과 아주 달랐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숨
직원들은 갑자기 다리가 후들후들해졌다. 그들 모두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특히 방금 몹시 거만하게 굴었던 그 사람은 다리에 힘이 빠졌다. 그녀는 한동안 떨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그 순간, 가게 사장도 재빨리 뛰어나왔다. 그는 심지어 하현을 매우 공손하게 대했고, 머리를 끄덕이며 하현에게 허리를 숙였다. 하현은 매우 중요하고 권력이 있는 고객이었다. 그런 손님이 거기서 물건을 샀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하현이 그곳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았어도 직원들은 감히 헛소리하지 못했다."저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요. 모든 수수료는 이 아름다운 여자분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하현은 이 말을 하고 조금 전에 예의 바르게 행동한 다른 직원을 가리켰다."네! 물론이죠!" 그 직원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하현을 조롱했던 직원은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것은 자그마치 2억 원 상당의 거래였고, 수수료는 몇 백만 원 정도 될 것이다. 지금 그녀는 그 몇 백만 원을 잃은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향후에 가게에서 또 물건을 구매할지도 모르는 유망하고 중요한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했다. 그 순간, 그녀는 거의 하현 앞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그 매혹적인 여자는 방금 그 광경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당신 가게는 왜 그래요? 내가 먼저 그 신발에 눈독을 들였는데, 왜 그걸 이 사람에게 팔았습니까?”처음에 그녀는 은아의 아름다움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옆에 있는 거지가 약 2억 원의 신발을 살 능력이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에 극도로 화가 나 있었다.하현은 아무런 해명도 안 한 채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하현은 가게 사장에게 말했다. "나중에 SL 광고대행사로 물건을 보내주세요.""알겠습니다, 손님." 가게 사장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이 개자식아! 당신한테 말하고 있잖아요. 내 말 못 들었어요? 저 신발을 먼저
직원에게 광고 회사 주소와 은아의 신발 사이즈를 알려준 후, 하현과 나머지 사람들은 곧바로 떠났다. 직원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곳에 있던 다른 손님들은 경외감에 휩싸였다.그들은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겸손함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도 꽤 무서운 사람이었다.밖으로 나오자, 은아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현,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방금 그 사람은 왜 그런 거야? 당신 카드를 보고 왜 그렇게 겁먹었던 거야?"세리도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를 쭉 훑어보았다. 만약 진실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녀는 그날 밤 잠들지 못할 수도 있다.하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 카드는 내 것이 아니야. 내 동기 거야. 내가 방금 그 카드를 사용했고, 그건 월급의 선불로 처리할 거야. 걱정 안 해도 돼. 내 월급은 꽤 높아.”"왜 그 사람들이 그 카드를 보고 그렇게 겁먹었는지를 말하자면, 내 동기가 어쩌면 평범한 사람이 아닌가 봐.""그렇구나!" 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현의 동기는 그에게 십억 원을 그냥 빌려주었다. 게다가 그는 포르쉐를 구매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일을 하현에게 부탁했다. 2억 원 정도의 돈이 들지라도 그의 카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될 수 있었다. 확실히 하현의 동기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옆에 서 있던 세리는 그 말을 듣고 부드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하현이 마침내 밑바닥에서 일어서서 기회를 얻은 줄 알았다.하지만 곧, 세리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녀가 말했다. "하현 씨, 당신 동기는 무슨 일을 해요?""투자요.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하현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이 남자에 미친 여자는 항상 건방지게 굴더니 지금 뭘 하려는 거지?'"당신 동기는 상당히 부유하고, 그런 특권을 가진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 같군요. 그 사람이 솔로인지 궁금해요. 만약 그렇다면, 제게 그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