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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하루만부자
오늘 아침 이 지역 중개인들 사이에서 한 가지 소문이 돌았다.

바로 청운 힐스 1동 전 세대를 ‘정체불명의 큰손’이 통째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직 임대도 주지 않았기에 모두가 그 사람과 연락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도 번호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베일에 싸인 주인공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청운 힐스에 두 개 라인을 산 임 씨가 저 말고 또 없다면 아마 맞을 겁니다.”

임세진은 얼굴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직원은 침을 꿀꺽 삼켰고, 한껏 들뜬 표정으로 임세진을 바라보았다.

만약 눈앞의 남자가 정말로 120세대나 되는 집을 임대에 내놓으려는 거라면, 그걸 성사시키는 순간 받게 될 성과금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벌써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죠?”

임세진이 피식 웃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직원은 깜짝 놀라며 황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을 했네요. 이 정도 규모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저희 매니저를 불러오겠습니다.”

말을 마치고는 허둥지둥 매니저실로 뛰어갔다.

한편, 매니저실.

사랑채 부동산 매니저 주현석이 한창 통화 중이었다.

“매니저님!”

남자 직원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외쳤다.

전화를 받던 주현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잠시만요.”

그러고는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왜? 지금 통화 중인 거 안 보여?”

“매니저님! 그분이 오셨어요. 그분!”

“누구? 별거 아닌 일로...”

한 소리 하려던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남자 직원을 멍하니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설마 그분...? 청운 힐스 1동 1, 2호 라인을 한꺼번에 사셨다는?”

“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현석은 서둘러 수화기에 대고 몇 마디를 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버럭 외쳤다.

“어서 안내하지 않고 뭐해? 고객님을 기다리게 하면 어떡해!”

그 모습을 본 직원은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돈 앞에서 얄짤없다더니.’

그리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주현석을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

응접실에 도착해서 임세진을 본 순간 주현석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젊었기 때문이었다.

수백억을 들여 건물을 사들일 정도면 적어도 서른 중반, 많으면 마흔 언저리쯤 되는 중년일 줄 알았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는 기껏해야 스물세네 살 정도로밖에 안 보였다.

이는 주현석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대체 얼마나 잘 사는 집이면...’

혼자만의 탄식을 뒤로 하고 그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사랑채 부동산의 매니저, 주현석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임세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하려 했지만 주현석이 대뜸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했다.

그리고 곁눈질로 옆에 놓여 있는 두 박스 가득한 등기권리증을 보자 얼굴이 흥분으로 물들어갔다.

이건 말 그대로 대박 장사였다.

눈앞의 남자는 무려 한 아파트의 두 개 라인을 통째로 사버렸다.

이 계약을 따내 더 나아가 독점까지 확보하면 청운 힐스 단지 내 부동산을 통틀어 가장 큰 입지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큰손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는 순간 앞으로의 가게 운영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

훗날 이 동네에 투자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무엇보다 지인들에게 사랑채 부동산을 살짝 언급만 해도 효과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생각에 주현석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냥 편하게 이름 불러주셔도 됩니다.”

이내 뒤에 서 있던 직원을 힐끗 쳐다보며 야단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어떻게 고객님을 이런 곳에 혼자 둘 수 있어?”

한마디 쏘아붙이고 나서 다시 싱글벙글 웃었다.

“고객님, VIP 상담실로 모실게요.”

“괜찮습니다. 그냥 여기서 얘기하시죠.”

주현석도 더는 권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현재 보유하고 계신 모든 집을 한 번에 임대하시려는 건가요?”

“네, 전부 다 임대할 겁니다.”

“정말 잘됐네요. 현재 청운 힐스의 대부분 세대는 이미 나간 상태입니다. 고객님께서 소유하신 1동은 아직 공실이긴 하지만 전부 풀옵션으로 인테리어를 마친 상황이죠. 임대를 내놓으신다면 단독 세대 기준으로는 최소 월세 100만 원 선으로도 가능합니다. 물론 통으로 임대하실 경우에는 아무래도 단가가 조금 낮아지긴 하겠지만요.”

“그냥 시세에 맞춰서 임대할게요. 보증금 따로, 월세는 한 달 치씩. 나머지 공과금은 세입자가 부담하고.”

임세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그는 이미 어젯밤 계산을 마쳤다.

만약 모든 세대를 임대한다면 한 달 수익만 해도 약 1억 2천만 원에 달한다.

그리고 잠깐의 고민을 끝으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120세대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 주실 수 있다면 매물은 사랑채 부동산에만 맡길게요.”

임세진의 말에 주현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이어 서둘러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

“안심하세요! 저희한테 맡겨만 주시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전 세대를 임대 완료해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양측이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협의는 일단락되었다.

등기권리증이 담긴 박스를 차량에 옮겨 싣고 순백색 포르쉐 슈퍼카를 본 주현석은 속으로 다시 한번 감탄하며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

“이제 곧 점심시간인데 식사라도 함께하시죠?”

주현식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넌지시 제안했다.

“괜찮습니다. 아파트에 들러서 챙길 게 좀 있어서요. 이사 준비도 해야 하고.”

임세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사요?”

주현석은 어리둥절하다가 곧바로 말을 보탰다.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니에요, 짐도 별로 없어요.”

임세진은 정중히 거절했지만 주현석의 성화에 못 이겨 함께 아파트로 향했다.

두 사람은 17층에 도착했다.

집 문 앞에 다다르자 임세진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고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자신의 짐이 전부 복도로 내던져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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