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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6 19:30:28

줄리안은 마치 이곳에서 나를 만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얼굴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마리 로즈… 네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나는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지금은 감정을 폭발시킬 때도, 장소도 아니었다.

—면접을 보러 왔어.

그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면접? 테리 그룹에서?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응.

그는 고개를 저으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설마 이제는 나까지 따라다니는 거야?

그의 말은 가슴을 찔렀지만, 나는 그가 아직도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깨를 곧게 폈다.

—착각하지 마. 네가 여기서 일하는지도 몰랐어.

줄리안이 대답하기도 전에 클라크가 조용히 펜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금속과 나무가 부딪히는 작은 소리만으로도 우리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줄리안.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줄리안은 곧바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 클라크 삼촌.

클라크는 몇 초 동안 그를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

—면접을 방해하고 있구나.

줄리안이 살짝 시선을 내렸다.

—저는… 몰랐어요.

—이제 알았으니 나중에 다시 오도록 해.

예의 바른 말투였지만, 그 말에는 어떠한 반박도 허용되지 않았다.

줄리안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나와 삼촌 사이를 오갔다. 마치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하려는 듯했다.

나는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질문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이를 악물었다.

—알겠어요.

그는 문을 향해 몇 걸음 걸어갔지만, 내 앞에서 멈춰 섰다.

—마리 로즈, 우리 이야기 좀 해야 해.

나는 팔짱을 꼈다.

—난 너한테 할 말 없어.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잠시 동안 나는 그가 계속 insist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본 뒤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다시 사무실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나는 조금 불편한 마음으로 시선을 내렸다.

—죄송해요…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

클라크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책상 앞에 앉은 채 손가락을 깍지 끼고 있었다.

그러다 차분하게 물었다.

—내 조카를 알고 있습니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 와서 진실을 숨길 이유는 없었다.

—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3년 동안 사귀었어요.

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놀라지도 않았다.

판단하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는 더 이상 자세한 것을 묻지 않았다.

그 반응이 오히려 나를 놀라게 했다.

내 입장이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십 가지 질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그저 내 서류를 다시 집어 들었다.

—경력이 아주 좋군요.

나는 눈을 깜빡였다.

나는 방금 일어난 일 때문에 그가 면접을 끝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해서 면접을 이어갔다.

—2년 동안 행정 비서로 근무했군요.

—네, 회장님.

—이 직무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는 몇 초 동안 생각한 뒤 대답했다.

—저는 모든 일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걸 좋아합니다. 규칙적인 성격이고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배우는 편입니다.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항상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이곳에서는 압박감이 일상입니다.

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두렵지 않습니다.

순간 그의 표정이 아주 조금 부드러워진 것처럼 보였다.

거의 알아차리기 힘든 변화였다.

입가가 아주 살짝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의 차가운 표정은 한층 부드러워 보였다.

그는 천천히 내 서류를 덮었다.

—좋습니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클라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나는 왜 모두가 그를 그렇게 존경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권위를 만들어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주변을 조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는 책상을 돌아 거대한 통유리창 앞에 멈춰 섰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몇 초 동안 도시를 바라보던 그는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섰다.

—로즈 씨.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회장님?

그가 내 시선을 똑바로 받아냈다.

—이 자리는 당신 것입니다.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았다.

—네?

—당신을 채용하겠습니다.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진심이세요?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내 회사에 관한 일로 농담하는 법은 없습니다.

엄청난 안도감이 밀려왔다.

웃고 싶었다.

울고 싶었다.

어쩌면 웃음까지 터뜨리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테리 회장님.

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비아가 새로운 업무를 설명해 줄 겁니다. 월요일 오전 8시에 출근하세요.

—시간보다 먼저 도착하겠습니다.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나는 가방을 챙겼다.

문 앞에 도착한 순간, 나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라크가 나를 바라보았다.

—기회를 준 게 아닙니다.

나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평소와 같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자신의 능력으로 이 자리를 얻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의 말은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깊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진심으로 미소 지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무실을 나왔다.

문이 닫히자마자 올리비아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나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작게 웃었다.

—저… 방금 채용된 것 같아요.

올리비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축하해요! 테리 그룹에 오신 걸 환영해요.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내 손을 잡았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우리가 복도를 걷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줄리안이 벽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는 아직 그곳에 있었다.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의 시선은 강렬하게 나를 향하고 있었다.

어두운 눈동자는 단 한순간도 내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이제는 그가 계속 요구해 왔던 그 대화를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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