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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6 19:29:41

그날 밤 나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몇 분이라도 눈을 감을 때마다 똑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줄리안… 바네사의 품에 안겨 있던 모습.

두 사람의 시선, 미소, 서로 맞잡고 있던 손.

나는 결국 매번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알람이 울렸을 때는 이미 깨어 있었다.

나는 한동안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쪽 마음에서는 이불 속에 계속 누워 세상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나는 천천히 일어나 샤워를 했다. 그리고 차가운 물이 얼굴 위로 몇 초 더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 물이 내 슬픔의 일부까지 씻어내 주기를 바랐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은 여전히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조금 부어 있었다.

나는 화장품 파우치를 꺼내 밤새 흘린 눈물의 흔적을 최대한 감추었다.

그런 다음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베이지색 정장을 입었다.

머리를 낮게 묶어 단정한 번 스타일로 만든 뒤 가방을 챙겼다.

아파트를 나서기 직전, 나는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오늘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야, 마리.

나는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

30분 후, 택시는 테리 그룹 본사 앞에 멈췄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건물을 바라보았다.

건물은 압도적일 만큼 웅장했다.

거대한 유리 외벽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직원들은 바쁜 걸음으로 건물 안팎을 오갔다. 어떤 사람들은 전화를 하며 걸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서류가방을 손에 들고 있었다.

나는 몇 초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렇게 유명하고 규모가 큰 회사에 와본 것은 처음이었다.

—괜찮으세요, 아가씨? —기사님이 물었다.

나는 그에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네… 감사합니다.

택시비를 지불한 뒤 차에서 내렸다.

자동문 앞에 서서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할 수 있어.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 데스크에 있던 단정한 유니폼 차림의 젊은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마리 로즈입니다. 오늘 면접이 있어서 왔어요.

접수 직원은 재빨리 컴퓨터를 확인한 뒤 다시 미소를 지었다.

—네, 로즈 씨. 테리 회장님께서 25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층수가 하나씩 올라갈수록 심장 박동도 점점 빨라졌다.

문이 열리자 금발의 젊은 여성이 곧바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리비아 카터입니다. 테리 회장님의 비서예요.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그녀의 따뜻한 미소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따라오세요.

나는 그녀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복도는 넓고 밝았으며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직원들은 업무에 완전히 집중한 채 사무실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간간이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뿐이었다.

모든 것이 철저한 프로페셔널함으로 가득했다.

마침내 올리비아가 거대한 검은색 나무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살짝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테리 회장님께서 지금 만나주실 거예요.

나는 몰래 손바닥의 땀을 바지에 닦았다.

—감사합니다.

올리비아가 문을 두 번 두드렸다.

곧바로 안쪽에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그녀는 문을 열고 내가 들어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나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은 엄청나게 넓었다.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도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가구들은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되고 절제된 분위기를 풍겼다.

짙은 색의 넓은 책상 뒤에는 완벽하게 갖춰 입은 검은색 정장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온전히 업무에 집중한 채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그는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낮았다.

그리고 위압적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몇 초 후, 그는 서류를 덮고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내 앞에 앉은 남자는 자연스러운 자신감을 풍기고 있었다.

표정은 진지했고 거의 무표정에 가까웠다. 어두운 눈동자는 그의 생각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내 모습을 하나하나 살피는 듯했다.

그는 목소리를 높일 필요조차 없었다.

그 자체로 사람에게 존중을 요구하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내 이력서를 집어 들었다.

—마리 로즈.

—네, 회장님.

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로운 경력이군요.

—감사합니다.

그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계속 서류를 읽었다.

다시 사무실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내 심장 뛰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말해 보세요. 왜 이전 직장을 그만두려고 하는 겁니까?

나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내렸다.

어젯밤 있었던 일을 그에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차분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요.

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시선이 내게 머물러 있는 것을 느꼈다.

마치 내 말 뒤에 숨겨진 모든 것을 알아내려는 것처럼.

몇 초 후, 그는 천천히 서류를 덮었다.

—나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순간 배 속이 묘하게 조여 왔다.

그가 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아챈 걸까?

내가 대답하려고 입을 열던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허락을 기다리지도 않고 한 젊은 남자가 곧바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클라크 삼촌…

그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줄리안이었다.

그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마리 로즈… 네가 왜 여기 있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책상 뒤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클라크 테리.

그제야 알았다.

이 사람이 바로…

줄리안의 삼촌이었다.

클라크는 조카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듯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사무실을 가득 채운 침묵은 무겁기만 했다.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만남이 내 인생을 영원히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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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자친구의 삼촌은 나의 운명   제1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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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자친구의 삼촌은 나의 운명   제149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몇 초 동안은 기계마저 작동을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문간에 서 있는 젊은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바. 그녀의 얼굴은 나와 닮아 있었다. 어렴풋이 닮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저 몇 가지 특징이 비슷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마치 수년 만에 마주한 내 모습을 거울 속에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똑같은 눈. 똑같은 얼굴형. 감정을 더는 억누르기 힘들 때 입술을 살짝 깨무는 습관까지 같았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그녀의 왼쪽 뺨에는 흉터가 있었다. 가늘었지만 깊었다. 관자놀이에서 시작해 턱선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 흉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가슴이 꽉 조여 왔다. — 에바… 왜 그 이름이 내 입에서 나온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젊은 여자가 살짝 미소 지었다. 처음 만난 사람을 바라보며 짓는 미소가 아니었다. 슬픈 미소였다. — 나 기억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나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그런데도 내 안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상한 감각이 가슴을 가로질렀다. 거의 아플 정도였다. 마치 내 머릿속에서는 이 여자를 잊고 있었지만, 내 몸만큼은 그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소피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미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 정말 너구나… 에바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 표정이 달라졌다. 얼굴에 남아 있던 부드러움이 사라졌다. — 알고 있었지. 소피가 시선을 내렸다. — 네가 살아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어. 에바가 짧게 웃었다. 기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웃음이었다. —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니야. 그녀가 한 걸음 다가갔다. —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잖아. 소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다. 에바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아드리안이 즉시 내 앞을 가로막았다. — 더 이상 다가오지 마. 에바는 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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