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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Author: 주광
예진은 민혁의 속도에 맞추어 달리며 조용히 말했다.

“뭐가 억울하겠어요. 가치도 없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데요.”

“앞으로의 시간은 그런 사람들한테 쓰고 싶지 않아요.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나 때문에 이런 일에 휘말리는 것도 싫고요.”

‘이젠... 나 자신을 좀 아껴주고 싶어.’

민혁은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달렸다.

예진도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민혁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변호사님! 그러니까 은주 말 들어줄 거예요, 말 거예요?”

뒤에서 외치는 예진의 말에 민혁이 고개만 살짝 돌렸다.

“예진 씨, 일단 나 따라잡고 말해요.”

예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뭐야, 이 사람...’

사실 예진이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다른 집 전업 주부들은 꽃꽂이에 요가에 티 클래스까지 다니면서 우아하게 사는데, 예진은 지난 몇 년간 그냥 ‘부윤제의 아내’로만 살았을 뿐이었다.

몇 발짝만 달렸을 뿐인데 숨이 턱 막히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결국 풀썩 잔디밭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민혁은 멀찍이서 그녀를 돌아보다가, 빙그레 웃으며 다시 예진 곁으로 와 앉았다.

“앞으로 제 비서 할 거면 운동량도 저한테 맞춰야 해요. 아침, 저녁으로 조깅 같이 해야 합니다.”

예진은 놀란 눈으로 민혁을 쳐다봤다.

“비서 업무에... 조깅도 포함돼요?”

민혁은 하늘을 보며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제가 대표변호사니까. 제가 정한 규칙이에요. 안 따라오면 월급 깎일 수도 있어요.”

‘진짜 얄밉다... 하지만 월급 앞에선 어쩔 수 없지.’

예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밤에 바람 맞으며 뛰고 나니, 지쳐있던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시간도 나쁘진 않네...’

잠시 후, 민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까 그 얘기는... 알겠어요. 예진 씨 말대로 할게요. 은주한텐 내가 말할게요. 이 일, 거기까지만 하자고. 그리고 예진 씨도... 진심으로, 이제는 과거에서 좀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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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5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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