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 날 저주하는 거야?”동혁의 말을 들은 양도형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일전에 원화투자회사에서 2000억의 투자를 받으려고 했을 때 이놈에 의해 투자가 중단됐었어.’‘그런데 지금 내가 N도 외부의 항난그룹 대리점 운영권을 얻으려고 하니까, 이놈이 뭐?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저주를 해?’예전의 원한과 현재의 분노가 합해져 양도형은 화가 들끓었다.“저주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양도형을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세화를 끌고 가려고 했다.“거기 서! 가지 말고 무슨 뜻인지 똑바로 말해.”화가 난 양도형이 동혁을 붙잡고 소리쳤다.류성중은 어제 동혁의 실력을 직접 본 뒤라 괜히 양도형이 이번에도 손해를 볼까봐 재빨리 말했다. “그만해, 도형아. 저렇게 마음도 못된 쓸모없는 인간이랑 괜히 힘 뺄 거 없어.”“만약 저주에 정말 힘이 있으면, 네 성신제약은 이미 적들에게 100번도 넘게 파산했어.”“그냥 비아냥거리는 거뿐이야. 괜히 네 입까지 더럽히지 마.”“어차피 저놈과 넌 수준이 다르니까.”류성중은 동혁을 가차없이 비꼬았다.마치 양도형을 돕는다는 것보다는 동혁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는 편에 더 가까웠다.“부이사장님 말씀이 맞아. 내가 당신 같은 인간과 괜히 다툴 필요가 없지.”양도형은 동혁을 바라보며 냉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급하게 아내를 끌고 가려고 하는 거지? 뭐 무서운 일이라도 있나?”“아무래도 내가 원 부장님에게 네놈을 놓치지 말라고 알려야겠어.”이렇게 말하면서 양도형은 휴대폰을 꺼내 원성배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세화가 화를 내며 말했다.“양 사장님, 우리 일이 대체 사장님과 무슨 상관인데 이러죠?”세화 또한 동혁 자신과 미리 도망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양도형이 전화를 걸려는 모습을 보고 두려워졌다.류성중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세화야, 네가 이렇게 그놈을 보호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원 부장님은 원래 성질이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원성배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앞으로 항난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시장과 관련된 모든 사업과 진 회장의 두 그룹을 모두 잘 보호해야 돼.’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겼다간 이 시장이 우리 부자를 의심하게 될 거야.’ 동혁에 대한 원성배 부자의 태도를 보고 모두의 마음속에서 큰 궁금증이 생겼다. 류성중은 도저히 참지 못해 입을 열어 원성배에게 물었다. “원 부장님, 동혁이와 항난그룹은 대체 무슨 관계인데 이러세요?” “이 선생님은 항난그룹의 회장이십니다.” 원성배가 동혁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정말 동혁이가 항난그룹의 회장?’ 순간 류성중은 놀라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동혁이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된 것은 세화의 인맥 때문이니,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어떻게 항난그룹의 회장이 된 거지?’ 류성중은 아까 전에 동혁을 두고 한 말을 떠올리자 마치 세게 뒤통수를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양도형 역시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굳어 있다가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어째서? 내가 협업하고 싶어 하는 회사마다 왜 저 이동혁이 그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인 건데?’ “동혁 씨, 당신이 어떻게 항난그룹의 회장이라는 거야? 회장은 백항서 아니었어?” 세화의 가족도 기가 막힌 듯 동혁을 쳐다봤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동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여보, 내가 항상 가족들에게 말했잖아. 내가 바로 항난그룹의 회장이라고.” “그런데도 내가 수 사장을 위해 운전기사로 일한다며 믿지 않았잖아.” “그리고 백항서는 내가 전에 지은 가명이야. 3대 가문 사람들을 겁주려고 만든 이름.”류혜진 등은 서로를 쳐다봤다. 동혁은 자신이 항난그룹의 회장이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세화와 가족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원성배의 입으로 사실이 확인되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특히 류혜진은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
아까부터 계속 류혜진은 입에서 동혁에 대한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새로 온 시장?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영도 씨가 새 시장도 젊은 사람이라고는 했어. 앞날이 아주 창창해서 나중에 도지사도 될 수 있을 거고, 더 높은 위치까지 오를 수도 있을 거야. 동혁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정도까지는 안 될걸?” 참다못한 류혜연이 말했다. “흥, 그건 두고 봐야 아는 거 아니야?” 류혜진이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시장님, 모레 시청에서 시 전역의 우수 언론매체 인재 표창식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혹시 참석하실 시간이 있으신가요?” 한편 동혁에게 임창호가 물었다. 표창식은 H시에서 비교적 큰 일에 속해서 임창호는 동혁에게 참석을 부탁했다. 그러나 다른 일반적인 작은 일은 약속대로 동혁에게 알릴 필요도 없었다. “상황을 보고, 그때 틈이 나면 참석하겠습니다.” 동혁은 대충 대답했다. “또 다른 일이 있나요?” “아, 그리고 이 시장님의 새 비서 고용문제가 있습니다.” 임창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장님의 비서 찾아야 하는데 시장님께서 특별히 원하시는 조건이 있는지 모르겠어서요. 그렇다고 저희가 함부로 결정할 수 도 없으니까요.” 하세량의 비서는 그가 떠나기 전에 이미 다른 부서로 보냈다. 비서와 상관의 관계가 매우 특별하기 때문에 함부로 선택할 수 없었고 잘못하면 쉽게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임창호는 비서 고용에 관해 동혁의 의견을 구했다. “아, 제 요구 사항은 시청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만 아니면 돼요. 나머지는 알아서 선택하셔도 됩니다. 물론 없어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전 임시로 시장 대행을 맡은 거니까요.” 동혁은 계속 대충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시장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임창호는 동혁의 말뜻을 이해했다. ‘한마디로 능구렁이는 필요 없다는 거야. 다른 조직에 새 사람을 고르라는 거구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시장이 시 전역의 우수 언론매체인 표창식에 참석하고, 새 비서를 찾고 있다는
순간적으로 주다정은 반드시 새 시장에 눈에 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병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럴 때일수록 괜히 티를 내면 안 되지.’ 주다정은 전화에 대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오빠, 설마 나한테 또 그거 시키는 거 아니지? 새 시장이야. 예전의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어떻게 하라고, 왜 자꾸 나에게 이러는데?” 두 사람은 계속 불륜 관계를 유지했지만, 그 사이에 경병수는 그녀에게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정아, 오빠가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오빠는 네가 더 큰 기회를 쟁취하는 걸 보고 싶어. ] [오빠가 총력을 다해서 새 시장님 앞에서 네 얼굴을 알릴 기회를 만들어 줄게. 하지만 너도 나름 큰 이슈로 어필을 해서 시장님이 너를 주목하게 해야 해.] [무슨 좋은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오빠와 상의하고.] 경병수는 가식적으로 주다정을 타일렀다. 두 사람 모두 마음속에 각자의 꿍꿍이가 있었고, 서로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다정이는 본래 꿈이 커. 여기 방송국의 메인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거고 어떻게든 너 좋은 곳으로 가고 싶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다정이에게 새 시장을 꼬시게 두는 게 적어도 나중에 내게 이득이야.’ ‘나하고 놀 여자야, 다정이가 없어도 다른 애들이 대신할 수 있어.’ “알았어, 오빠. 걱정 마, 이미 다 생각이 있으니까.” 주다정은 여전히 달콤하게 말했지만, 두 눈빛은 차갑고 독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동혁을 떠올렸다. ‘이동혁에 대한 일을 이용하면 반드시 큰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주다정은 전화를 끊은 다음 또다시 다른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났고 주다정이 문을 열자 상처투성이의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천진 씨, 왜 이래? 누가 당신을 이렇게 때린 거야?” 주다정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녀는 천진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천진의 아버지 천대명이 병원의 원장
명문가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돈만 있고, 그에 상응하는 배경과 기반이 없다면 언제든지 다른 사람이나 가문에 의해 짓밟힐 뿐이었다. 기껏해야 졸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류성일은 단지 류씨 가문이 세화 가족을 좀 더 충분히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제안을 한 것일 뿐이었다. ‘세화와 동혁이는 아직 30살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큰 성취를 이뤘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는 아무도 몰라.’ “지금 이동혁 때문에 세화 가족은 이씨 가문의 탄압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 이 고비를 한 번만 넘긴다면 앞으로 누가 세화 가족을 막을 수 있을까요?” “어려울 때 도와줘야 그만큼 더 고맙다고 생각하는 법입니다.” “지금 우리가 나서서 먼저 약간의 도움을 줘야 합니다. 만약 세화 가족이 미래에 더 큰 성장을 이룬다면 우리 류씨 가문은 더 많은 이득을 얻을 겁니다.” 류성일이 계속 말했다. 그는 세화 가족을 두둔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류씨 가문의 이익을 고려해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류호천은 가주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가만히 눈을 감고 듣다가 마침내 눈을 떴다. “성일의 말이 맞다. 그럼 혜진이를 류씨 가문으로 복귀시키자. 하지만...” 류호천이 말머리를 돌렸다. “일단 외부에는 알리지 말고 조용히 혜진이에게만 알려라. 그리고서 동혁이와 이씨 가문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상황을 보자.” “역시 아버지 좋은 생각이세요.” 류성일이 감탄했다. ‘그래, 이렇게 하면 세화 가족이 어려운 상황일 때 우리가 도와주려 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나중에 일이 잘못돼도 우리 류씨 가문이 발을 밸 수도 있겠어.’ ‘만약 세화 가족이 이씨 가문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지더라도 류씨 가문과 이씨 가문 사이에 괜한 원한을 만들 필요는 없지.’류성중은 동혁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가주인 류호천이 말을 하니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성중아, 네가 혜진이에게 전해. 일단 잘 사과해라.” “한집안 식구끼리 지난 과거는 잊자고
“맞아, 어제 녹화했어.” 동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화가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방송 녹화한 일도 잊어버릴뻔했어.’ 순간 류혜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아이고, 우리 동혁이가 방송에 나오는 거야? 그런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천화야, 빨리 TV 켜봐. 네 매형이 TV에 나오는 모습 좀 보자.” 류혜진은 고개를 돌려 묵묵히 밥을 먹고 있던 천화에게 말했다. 방송국의 경제채널 단독 인터뷰 프로그램은 H시에서 시청률이 아주 좋았다. 프로그램은 매주 한번 방영했는데 오늘이 마침 그날이었다. 천화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재빠르게 TV를 켜서 H시 방송국 경제채널로 바꾸었다. 인터뷰 프로그램이 막 시작되고 있었는데 짧은 멜로디가 흘러나오면서 화면에 진행자인 주다정의 모습이 나타났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경제인 인터뷰를 시청하시려고 한 주간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고로 뛰어난 사람은 그 떡잎부터가 남다르다고 하죠. 오늘날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아주 젊고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TV에서 주다정은 전문 진행자로서 막힘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오늘 저희는 여러분께 H시의 젊은 기업가 한 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는 아직 30살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2조 자본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바로 초대할까요?] [H시의 젊은 기업가, 바로 원화투자회사의 이동혁 신임 사장입니다.] 주다정의 말에 따라 화면이 돌아갔고, 정장 차림의 동혁이 무대 뒤에서 나와 차분하게 악수를 나눈 후 1인용 소파에 앉았다.TV 앞의 세화와 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동혁에게 집중되었다. “와, 매형 너무 멋있는데요?” “형부는 정말 대단해요. 앞으로 밖에서 사람들에게 제 형부가 이 사장님이라고 말할 거예요.” 어린 천화와 현소가 인터뷰 당사자인 동혁보다 더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사위는 역시 대단해. 난 반평생을 살면서 여태
이어지는 인터뷰 역시 완전히 일문일답의 형식이었다. 하늘 거울 저택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경악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청자 여러분, 지금까지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 모두 이미 이동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셨을 겁니다.] [바로 세상 사람들을 속이고 이름을 날리는 비열한 사기꾼일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언급된 일들이 이동혁을 비방하기 위해서 저희가 의도적으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천진이라는 분이 이 사기꾼에 대해 고소하는 것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TV에서 주다정이 정의로운 척하며 말했다. 곧이어 화면이 바뀌어 상처투성이인 천진이 카메라 앞에 나타났다. [항난그룹은 원래 백항남과 제 아내 수소야의 것입니다. 이동혁, 그놈은 항난그룹을 얻기 위해 제 아내와 간통하여 저와의 결혼생활을 파괴했습니다.] [현재 수소야는 제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고 아무것도 줄 수 없으니 맨 몸으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어제 제가 그들을 찾아가서 따졌지만 이동혁이 저를 이렇게 때렸습니다.] [흑흑, 이 세상에 과연 정의가 있을까요?] [이동혁, 그놈은 사기꾼에, 짐승 같은 인간입니다.] 천진은 불쌍한 척하며 자신의 비참함을 알렸다.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 중인 동안 식탁 위로 쥐 죽은 듯 애매한 침묵이 흘렀고, 모두 굳어서 아무런 움직임조차 없었다. “팟!” 류혜진은 갑자기 리모컨을 빼앗아 TV를 껐다. 그녀는 더 이상 계속 지켜볼 수 없었다. 숨을 거칠게 내쉬고 두 눈 가득 불을 뿜으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동혁아, 저 사람들 말이 사실이야? 정말 그 수소야라는 여자와 간... 따로 무슨 일이 있었어?”류혜진은 세화가 앞에 있어서 인지, “간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에도 너무 더럽다고 생각했다. 동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주다정, 저년이 감히 이렇게 나를 함정에 빠뜨리다니.’ 동혁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전혀 상관없었다. 하지만
류혜진은 세화의 말에도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세화, 너는 동혁이를 그렇게 믿는 거야? 그러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쩌려고?” “그래, 어젯밤 게스트호텔에서도 우리가 봤었잖아? 동혁이가 수소야와 함께 술을 마시러 갔고, 동혁이 그 여자를 부축해 나오는 거. 두 사람이 정말 가까워 보였어.” 류혜진이 꼬투리를 잡아 말했다. 사실 그녀는 어젯밤에 게스트호텔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동혁과 수소야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고, 그래서 세화에게 따져 물었다. “엄마, 수 사장님이 그렇게 취했는데, 동혁 씨가 부축 좀 해준 걸 가지고 왜 그래요?” 세화는 기가 막혔지만, 여전히 동혁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게다가 제 생각에는 이번일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바로 아까 전 그 주다정이라는 진행자가 그저께 명성호텔에서 저와 동혁 씨에게 크게 혼이 났었거든요. ” 세화는 혐오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 여자의 성품으로 볼 때, 이런 더러운 방법으로 사람을 모함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할 사람이에요.” 외국 생활을 동경하는 주다정이 외국인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며, 세화는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기 때문에 여전히 주다정에 대한 인상에 깊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세화는 주다정이 동혁에게 방송으로 복수하려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세화는 이 상황의 모든 원인을 알았지만 조금 난감해했다. “사실을 알아도 이번 일은 해결이 좀 번거롭겠는데요?” “경제채널은 공영매체예요. 그래서 그곳에서 방송하는 보도는 방송국의 권위를 대표하고 영향력이 크죠.” “거기다 대중들의 입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들 알잖아요. 제대로 해명하기 전까지 이번 모함은 계속 우리를 따라다닐 거예요. ” “솔직히 동혁 씨는 그나마 괜찮아요. 전 수 사장님이 여자로서 이번 모함 때문에 감정적으로 견딜 수 없을까 봐 그게 걱정돼요.” 세화는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경우 몇 번의 여론 문제들을 겪으면서 감정적 통제 능력이 이전보다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