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안돼! 내가 가야 해.” 세화는 여전히 동혁이 자신을 대신해서 가게 하고 싶지 않았고, 동혁의 말을 전혀 믿지 못했다. ‘그렇게 큰 주씨 가문이 어떻게 없어질 수 있어?’ 세화는 새 건축자재협회가 설립된 후 주씨 가문의 힘이 더욱 커질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내일 임시총회에서 주원풍이 문제를 일으킬지도 몰랐다. ‘동혁 씨가 어떻게 그런 압력을 견딜 수 있겠어?’ “세화야, 뭘 고집부리고 그래? 동혁이 가겠다고 하면 보내!” 그러자 류혜진은 일어나 딸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남자라면 이런 일은 당연히 동혁이 해야지. 아내 대신 남의 화풀이 좀 받으면 어때서? 우리 집에서 거저먹고 마시는데 그 정도 역할도 못 하면 여기 뭣 하러 살아.” 세화는 집에 돌아와서 줄곧 불안해했고, 류혜진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류혜진도 세화가 간다면 분명히 괴로울 것이고, 천대를 받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류혜진은 동혁이 세화를 대신해서 모욕을 당하게 하려고 했다. “그렇게 결정해! 동혁아, 내일 네가 혼자 가서 참석해. 설사 주원풍이 네게 화풀이를 하더라도, 절대 전처럼 함부로 굴지 말고. 만약 또 우리 집에 폐를 끼친다면, 그땐 너를 용서할 수 없어!” 류혜진은 세화가 대답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딸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렸다. “알았어요.”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세화는 류혜진의 말에 불만이 많았지만, 동혁이 여전히 자신을 대신해서 가겠다고 고집해서,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세화는 천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내일 임시총회에 가? 만약 가면 동혁 씨 좀 부탁할 게. 아무래도 주원풍이 동혁 씨를 귀찮게 할까 봐 걱정돼.” 지금 세화는 천미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가 박용구도 정리했으니 주원풍도 안 무서워할 거야.’ [그럼 그 바보가 대신 가는 거야?] 천미는 약간 놀랐다. 천미는 당연히 동혁이 세화를 대신해서 가길 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떠나기 전에 동혁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
“건축자재협회가 성세그룹을 대놓고 도발하는군.” “성세그룹 사장이 황지강인데 주원풍은 정말 대담하네. H시에서 처음으로 황 사장에게 도전한 사람일 거야.” “황 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며칠째 건축자재협회가 줄곧 성세그룹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데, 보라고, 황 사장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잖아.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이 주원풍 회장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봐. 그래서 황 사장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그러게, 성세그룹이 건축자재협회를 해산시킨다 했을 때 얼마나 통쾌했는데. 그게 또 이렇게 얼마 안 돼서 무너질 줄이야 누가 생각했겠어?” 주위에서 임시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혁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은근히 비웃었다. ‘무너진 다고?’ ‘문제는 무너진 사람이 누구냐에 달려있지.’ 동혁은 아무 말없이 초대장을 들고 바로 빌딩 입구로 갔다. 이번에 주원풍도 임시총회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많은 돈을 썼다. 유니온빌딩 전체는 물론 길가까지 플래카드와 여러 색의 깃발이 가득 걸려있었다. 톱스타도 많이 섭외했다. 동혁은 대형 포스터에서 어제 만났던 김전과 소진용을 발견했다. 이 두 톱스타를 초대하는 데에도 상당히 많은 돈이 들었다. 빌딩 1층의 전시장 전체가 매우 성대하게 꾸며져 있었다. 고급차들이 줄지어 들어와 주차장을 꽉 채웠다. 모두 하나 같이 비싸서, 2억 원 아래의 차는 여기서는 전혀 볼 수도 없었다. H시의 모든 상위 1% 명문가외에도 많은 다른 도시, 심지어 국가적으로 유명한 기업과 가문이 대표를 파견했다. 어제 H시의 주요 호텔들이 모두 임시로 가격을 인상했는데, 호텔들에서 접대한 대부분의 고객을 임시총회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이었다.주원풍은 주원그룹의 회장이자 전 건축자재협회의 회장이기도 했다. 그만큼 인맥이 넓어서 친구가 전국에 많았다. 그러나 동혁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결과,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이 이번에는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대학에 다닐 때 그들은 동혁을 알게 되었다. 육해진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동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의 큰 도련님?” “육 비서님, 정말 이씨 가문의 큰 도련님을 아십니까?” 모두가 부러워하며 육해진 등의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 네 명은 모두 서경하 비서실장이 관리하는 주원풍의 건축자재협회 비서실에 영입되었다. 업무는 그 이사를 맡고 있는 암흑가의 두목들과의 접촉과, 동시에 주원풍을 도와 그들을 감시하는 것이었는데, 나름 출세한 셈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말에 서경하와 육해진 등의 몇 사람은 모두 웃었다. 육해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씨 가문의 큰 도련님은 진작에 이씨 가문에서 쫓겨나더니, 지금은 남의 이름에 기대 허세를 부리는 폐물이 다 되었네. 하지만 어쩌지? 성세그룹도 곧 무너질 텐데. 이제 그 기댈 곳도 아예 없겠어!” 곽상원은 나서서 직접 주변사람들에게 동혁을 소개했다. “그의 이름은 이동혁, 우리의 옛 동창이자, 막 회복한 바보, 폐물입니다!” ‘알고 보니 허세를 부리고 사기를 치는 놈이었고만!’ ‘정말 이씨 가문의 도련님인 줄 알았네!’ 주변 사람들은 동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순식간에 그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그러자 천전은 또 다른 과장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고 너희들 얕보면 안 되지. 사실 우리 이 옛 동창의 신분은 그리 간단하지 않으니까. H시에서 말만 꺼내면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 “오, 그에게 또 어떤 신분이 있어?” 흩어지려 했던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는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는 들어봤지? 그의 아내는 진세화라고, H시에서 유명한 미인이야!” 차신우가 말했다. 이 몇 사람은 마치 끝말잇기처럼 번갈아 가며 동혁을 조롱했다.동혁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경멸로 바뀌었다. “대단한 신분인 줄 알았더니 진씨 가문의 그 바보 같은 사위였군. 하긴 명성이 자자하긴 하지. 우리 집 어린아이들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니까.” “그런 진세화가
“그러게 말이야!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 주제에, 앞으로 너 따윈 우리 옷을 들어줄 자격도 없어!” “내가 보기에 동혁이는 우리를 부러워하는 것 같아!” 육해진 등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들은 백항남을 모함하여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었다. 그들은 모두 이것이 자신들이 살면서 한 가장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동혁은 자신들 앞에 곧 큰 재앙이 닥치는 줄도 모르는 이 멍청한 놈들을 보면서 속으로 비웃으며 더 이상 그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해진아! 상원아! 모두 여기 있었어?” 바로 그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고급스러운 여성 정장 차림의 예쁜 여자가 다가오자 많은 남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혜야 왔어?” 육해진도 이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혜?’ 이 이름을 들은 동혁의 눈에 갑자기 차가운 빛이 스쳤다. 동혁은 하지혜도 그의 형제인 항남 다음으로 반에서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하지혜는 자주 항남을 찾아가 문제의 설명을 부탁했고, 시간이 흐른 후에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 하지혜는 그때 항남도 자신을 좋아했으면 했다. 매번 학우들이 함께 놀릴 때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모두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었다. 한때 하지혜는 동혁과 세화, 항남 세 사람의 작은 모임에도 가입해 그들의 만남에도 자주 참석했다.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동혁은 당시 하지혜가 정말로 항남을 좋아했는지 아니면 그런 척한 것 것인지 몰랐다. 그러나 동혁은 나중에 항남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중상하고, 항남의 인생을 망칠 뻔 한 사람이 바로 이 여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혜야, 야 너 지금 정말 성공했구나? 졸업 후엔 외국 명문대학에 유학하고, 돌아와서 또 자신의 회사를 차리더니, 지금 한창 뜨고 있는 중…….” 육해진 등이 하지혜를 둘러싸고 아첨했다. 이 예쁜 옛 동창에 대해, 그들은 모두 호감이 있었다. 하지혜는 미소를 지으며 겸손하게 말했다. “해진이와 너희들도 나 못
곽상원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동혁아, 먼저 스스로 널 보고 이야기해라. 중소 가문의 데릴사위 주제에, 무슨 용기로 지혜에게 그렇게 말을 했어?” 이어서 천전이 말을 했다. “지혜는 해외에서 유학한 대기업 CEO라고. 너와 지혜는 사는 세상이 사람이 달라! 그런데도 네가 지혜에게 무엇을 물어볼 자격이 있어?” 지금의 하지혜는 그들의 마음속에서 여신 같은 인물이고 하나 같이 모두 그녀의 사랑을 받고 싶어 했다. 주제넘게 하지혜의 미움을 산 동혁을 이용해 그들은 자신들의 여신의 환심을 사려했다. “지혜야, 네가 한 일을 인정하지 않는 거야?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거야?” 동혁은 이 몇 명의 하지혜에게 꼬리 치는 개와 같은 육해진 등은 상대하지 않고, 얼굴빛이 어두워지는 하지혜를 차갑게 쳐다보기만 했다. 동혁은 단지 하지혜가 왜 항남을 신고했고, 또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하지혜는 동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갑자기 콧방귀를 뀌었다. “동혁아, 네가 그렇게 알고 싶다면, 알려주지. 어차피 항남은 이미 죽었는데 설마 귀신이 되어서 나에게 복수라도 하겠어?” 동혁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진실을 말하기를 기다렸다. 하지혜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내가 항남이를 신고한 것은 질투 때문이었어. 항남이의 성적이 계속 나를 압박하게 했거든. 맞아. 항남이는 천재야. 아무리 노력해도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항남이의 실력이 계속 나를 짓눌렀고, 난 큰 절망에 빠졌지.” 서경하와 육해진 등은 모두 놀란 눈으로 하지혜를 바라보았다. 비록 하지혜가 항남의 부정행위를 신고했을 때, 그들은 제반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혜가 과거 자신의 걱정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을 줄은 몰랐다. 동혁은 차갑게 말했다. “질투 때문에 항남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거짓 신고해 항남의 인생을 망쳤다고?” 동혁은 인간성의 추악함을 알고 있었다.사람의 질투심이 한 번 발동하면 무슨 일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혜는 이렇게 말하고는 동혁에게 하찮은 시선을 보냈다. “네 지금 꼴은, 집에서 쫓겨난 상갓집 개 같아. 아무 쓸모없는. 천기 도련님의 옷조차 들어줄 자격이 없어!” “동혁아, 항남은 너의 좋은 형제였어. 그때 그렇게 너를 잘 돌보았는데, 네가 이제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네가 그를 위해 정의 실현이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꿈도 꾸지 마.” 갑자기 육해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곽상원은 비웃었다. “정의 실현? 누굴 찾아서? 하지혜 아니면 H시 제일인 이씨 가문? 저 바보는 하나도 건드릴 수 없어!” “뭐 다음 생에 환생해서 운이 좋으면 가능하지 않겠어?” 천전의 이 한마디가 모두를 웃게 했다. 하지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동혁 스스로 이런 모욕을 자초했다고 중얼거렸다. 분명히 자신은 동혁에게 아무런 시비도 걸지 않았지만, 동혁은 오히려 자신이 왜 항남을 신고했는지 적극적으로 물었다. ‘알면 뭐 어쩌겠어?’ ‘무능하게 격노하는 것 외에 나에게 복수할 방법이라도 있어?’ 이것이 바로 하지혜가 동혁에게 진실을 남김없이 말해준 이유였다. 하지혜는 동혁을 안중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혜는 동혁의 표정이 냉랭한 것을 보고는 매우 달갑지 않아 하며 더욱 그를 무시했다. “동혁아, 충고 하나 할게. 오늘 내가 네게 알려준 일은, 그저 너만 알고 있기를 바랄게. 만약 이 일이 알려져서 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의 결과는 매우 참혹할 거야.” 하지혜는 팔짱을 끼고 동혁을 거만하게 쳐다보았다. 말투가 무겁지는 않았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것은 동혁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동혁은 화가 나 웃었다. ‘하지혜, 정말 순진한 척하지만 허영심으로 가득 찼군!’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뻔뻔스럽게 말을 할 수 있지?’ 동혁은 차갑게 말했다. “하지혜! 나도 충고 하나 할까? 너는 항남의 무덤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참회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의 결과는 더 참혹할 테니까!” 그러자
모두가 아무말없이 동혁을 쳐다보았다.물론 그들이 동혁의 말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그들은 동혁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고, 그가 주씨 가문을 무너뜨릴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단지 동혁의 말을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것뿐이다.‘오늘 같은 날에 이 바보가 감히 이런 말을 하다니.’오늘은 새 건축자재협회의 임시총회이며 주씨 가문이 완전히 부상하고 상위 1% 명문가가 되는 중요한 날이었다.이 시점에서 동혁은 감히 이런 불길한 말을 하여 건축자재협회를 위협하고 주씨 가문을 도발했다.‘정말 죽고 싶어서 저러는 건가?’서경하와 하지혜는 웃었다.육해진과 곽상원 등도 웃었다.그들은 동혁을 주제넘다고 비웃었다.동혁의 생각이 기상천외하다고 웃엇다.서경하는 너무 웃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하하하, 동혁아! 동혁아! 네 병세가 또 심해진 거야? 병이 있으면 빨리 세화를 불러 너를 데리고 가서 치료하라고 해.”“혹시 돈이 없어서 그래? 그럼 내가 빌려줄 수 있어.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난 그저 그런 미친 소리 듣기 싫어서, 너 때문에 웃겨 죽을까 봐. 하하하…….”사람들이 웃으며 모두 한편이 되었다.그들의 눈에는 동혁이 그저 미친 소리를 하는 깡패일 뿐이었다.“오늘 주씨 가문을 사라지게 하면 내가 무릎 꿇고 너를 아빠라고 부를께!”육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무릎 꿇고 아빠라고 부르자!”다른 세 명의 옛 동창들도 웃기 시작했다.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 바보들을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럼 약속해! 그때 너희들 무릎을 꿇고 형님을 아빠라고 부르지 않으면, 내가 너희들이 아빠라고 부르게 해줄게!”사나운 목소리가 갑자기 사람들의 등 뒤에서 들렸다.모두가 놀라 급히 고개를 돌렸다.몇 명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 중 선두에 선 두 사람은 기세가 아주 등등했다.“김대이!”“박용구!”그들은 두 사람의 신분을 바로 알아보았다. 바로 암흑가의 두목인 김대이와 박용구였다.“형님!”김대이와 박용구가
박용구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주원풍이 대체 뭔데?’ ‘형님의 신분을 생각할 때, 형님의 말 한마디면 주씨 가문 전체는 그냥 멸족당할 거야.’ ‘하지만 진 사장님은 왜 형님의 안전을 걱정했을까?’ 김대이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형님, 저도 박용구와 마찬가지로 진 사장님의 명령을 받아 형님을 보호하러 온 겁니다. 진 사장님이 직접 저에게 전화를 걸어 2억 원도 주셨는데, 거절해도 한사코 저에게 그 돈을 주셨어요.” 김대이는 은행 카드를 꺼내 동혁에게 건네주었다. “예, 이건 진 사장님이 박용구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 카드입니다. 형님, 나중에 진 사장님께 돌려주세요. 제가 드리면 화낼까 봐 걱정돼서요.” 동혁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감동을 느끼며 은행 카드를 가져갔다. ‘세화의 예금은 이전에 집들이를 할 때 다 사용했는데, 어디서 2억 원을 구한 거지?’ ‘아마 임시로 천미 씨에게 빌렸을 거야.’ ‘세화는 정말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구나.’ 동혁을 위해서, 세화는 본인이 직접 김대이와 박용구라는 두 명의 암흑가 두목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동혁은 세화가 늘 암흑가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천미라는 세화의 절친도 자신이 암흑가 황제였던 장해조의 수양딸이라는 것을 그녀에게 알리지 못했다. 그래서 천미가 세화를 도와 문제를 해결하러 갔을 때도, 세화를 두고 혼자서 박용구를 찾으러 간 것이다. 이때 김대이는 동혁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형님, 비록 저희가 형님을 보호할 필요는 없지만, 형님 곁에서 따라다니며, 대신 소리도 쳐드리면서, 체면을 세워 드릴 수는 있습니다.” 옆에 박용구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김대이에 말에 동의했다. 동혁은 아무 상관없었다. 어쨌든 이 두 사람이 주씨 가문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흥, 내가 보기엔, 너희 둘도 못 버틸 것 같은데?” 바로 그때,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주원풍이 건축자재협회의 이사가 된 10여 명의 암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