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원장님, 괜찮으세요?” 조서산이 이유 없이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급히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백천기가 말했다. “조 원장님, 방금 너무 급하게 오시느라 몸이 좀 불편하신 거 같은데, 좀 쉬었다 천천히 하시죠. 이혼 처리는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 이...” 조서산은 동혁을 쳐다보고는 두렵고 너무 놀라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조 원장님께서도 저 사람을 아시나요?” 백천기가 의아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조서산의 동혁을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의심스럽게 동혁을 보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백천기의 눈에 동혁은 여전히 평범하고 아무 일에도 쓸모없는 사람으로만 보였다. “네, 알죠, 뵌 적이 있어요.” 조서산은 동혁이 자신의 반응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자세한 말은 하지 못하고 대충 얼버무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알고 보니 그냥 본 적이 있는 거였군.’ 백천기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원장님께서 힘드시니까, 그냥 직원들한테 처리하라고 시키시고 좀 쉬시지요.” “아, 그게...” 백천기가 이혼 처리를 계속 언급하자 난처한 조서산은 지금 속으로 백천기를 죽이고 싶었다. “조 원장님, 도련님이 시키면 그래도 하시면 됩니다.” 바로 그때 동혁의 농담 섞인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두려운 조서산은 갑자기 동공이 움츠러들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제가 어찌, 감히...” 조서산의 목소리에는 이미 울음까지 섞여 있었다 그는 지금 이곳에 온 것을 너무나 후회하고 있다. ‘백천기 때문에 온 건데, 이 선생님의 일에 끼어들게 되다니.’ ‘저 백천기가 날 죽으려고 하는 거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세요.” 동혁은 직접 손에 들고 있던 각 종 서류들이 든 봉투를 그의 몸에 던졌다. 백천기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동혁, 당신 이게 무슨 태도인가요? 조 원장님께 존중심을 보여야지, 아무 신분도 아니면서 감히 손에 든 물건을
“새 공지라니요?” 조서산은 어리둥절했다. 시 가정법원과 중앙 가정법원 사이에는 거쳐야 할 몇 단계들이 있었다. ‘아무리 새 공지가 있더라도 순서대로 한 단계씩 내려오는 데 우리 쪽으로 직접적으로 공지가 날아왔다고?’ ‘특별히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 아니면 그럴 일이 없을 텐데, 무슨 일이지?’ “이전에 국가에서 통과시킨 이혼조정기 법 조항인데, 원래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직원이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방금 중앙 가정법원에서 공지하기를 지금 당장 시행하라고 합니다.” “이혼조정기? 그게 무슨 법이야?” 류혜진 등이 모두 멍해졌다. “네, 여사님, 이제부터 이혼 처리를 바로 할 수 없고, 먼저 신청을 한 후 한 달 뒤에야 정식 처리를 할 수 있다는 법입니다.” 조서산은 말하면서 시선을 동혁에게 돌렸다. 동혁의 표정은 담담해 그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고위층에 계신 분들이 이 새로운 법을 앞당겨 시행하라 지시했을 거야.’ ‘그리고 그 일은 앞에 있는 이 선생님과 관련이 있을 거고.’ ‘말이 곧 법이 이라더니.’ ‘말 한마디로 바로 법이 시행된다니.’ ‘저 이 선생님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상상도 할 수 없네!’ 류혜진은 초조했다. ‘지금 한 달을 더 기다리라고?’ ‘난 1분도 기다릴 수 없는데?’ “천기야?” 류혜진은 고개를 돌려 백천기를 바라보았다. ‘공지의 내용이 분명하더라도 당연히 천기가 원장님께 먼저 세화의 이혼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거야.’ 백천기도 당연히 이혼 처리가 뒤로 미뤄지지 않기를 바랐다. “조 원장님, 법 조항 시행 공지는 방금 받는 것이니 지금 시행하나 1분 후에 시행하나 아무런 차이가 없잖아요? 시행하는 게 약간 늦는다고 아무도 추궁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원장님, 제 부탁을 들어준다고 생각하시고 먼저 좀 처리해 주세요.” 평소였다면. 백천기가 신세를 지게 하는 것은 조서산에게 정말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혁이 이 자리
지금 화가 나 외친 사람은 동혁이 아니다. 바로 세화였다. 그녀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두 눈에서 분노의 불을 뿜으며 백천기를 노려 보았다. “동혁 씨의 말이 맞아. 내가 동혁 씨와 이혼을 하든 말든 그건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백천기는 놀라며 주먹도 들어갈 만큼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는 세화가 동혁을 위해 나서서 자신에게 소리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에 않던 막말까지 내게 하다니!’ 세화는 백천기를 무시하고 동혁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이 이혼조정기 같은 건 필요 없어.” “한 달 동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난 지금도 동혁 씨와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 있어.” 류혜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세화야, 너 우리 가족을 죽일 작정이야? 너 동혁이가 어떤 사람을 건드렸는지 알아? 네가 이렇게 충동적으로 말할 때가 아니야.” “엄마, 제가 충동적으로 말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어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그래요. 그냥 제가 충동적으로 결정했다고 생각하세요.” 세화는 류혜진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 동혁 씨가 무고한 사람인 건 동혁 씨와 나 그리고 가족들도 다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왜 동혁 씨를 버려서 나쁜 사람에게 선처를 구하려고 하는 거죠?” 류혜진은 세화의 질문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천일이 우리 가족에게 복수할 거라고.”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직접 나천일을 처리할 거니까요.” 동혁이 갑자기 담담하게 말했다. ‘이혼을 미루는 것은 단지 임시방편일 뿐이야.’ ‘그간 어머니의 성격으로 볼 때 강오그룹의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한 달 내내 소란을 피우실 거야.’ “네 능력으로?” 류혜진은 오히려 동혁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경찰에서 네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무 힘도 없는 넌 아직도 구치소에 있었을 거야.” “거기에 지금 나천일은 눈에 뵈는 게 없어. 너에게 반드시 죄를 뒤집어 씌우겠다고 난리인데, 네가 이제 와서 그 사람을 어떻게 할
“자, 힘들이지 않고 내 경쟁자 하나를 해결했으니 축하하자고.” 나천일은 직접 술잔을 앞에 있는 현성태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형님.” 현성태는 잔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형님은 아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심천미가 죽었지만 그녀의 절친인 진세화도 훌륭한 물건입니다.” “듣자 하니, 그 여자는 바보 이동혁과 결혼한 뒤 아직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나천일의 눈에서 탐욕의 빛이 번쩍였다. 그는 비록 세화와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확실히 절세의 미인이긴 했어. 심천미와는 좀 다른 매력이랄까?’ 나천일에게 반응이 있자 그의 비위를 맞추려는 현성태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 “형님께서 그 여자를 갖고 싶다면 이번이 기회예요.” “그 여자의 바보 남편, 이동혁의 목숨 걸고 협박하면 순순히 형님의 침대로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럴 수 없어.” 나천일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동혁은 우리 아버지를 모해한 하수인이야. 만약 진세화를 갖기 위해 그놈을 봐준다면, 강오맹의 원로들이 나를 어떻게 보겠어?” “그놈을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후에 기회를 봐서 그 여자를 잡아도 늦지 않아.” ‘심천미라는 큰 경쟁자를 해결했으니 곧 강오맹을 장악할 수 있어. 내가 H시의 암흑가 새 은둔 고수이자 대부가 되는 건 시간문제야.’ ‘그렇게만 되면 진세화정도의 일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쉽지.’ “천일 형님은 역시 현명하십니다. 이동혁을 수습하고 강오맹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되면 형님의 앞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현성태는 재빠르게 아첨을 했다. 그러나 나천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 강오맹 내부에 골치 아픈 사람이 하나 더 남아있어.” 그 사람은 바로 선도일이다. 그는 강오맹의 명실상부한 고수였다. 다른 암흑가 세력들에게 강오맹은 강력하고 위협적인 살상무기를 보유한 조직으로
잠시 후. “백세종, 네 놈 정말 간이 크구나. 내가 지금 너를 죽일 수도 있는데 두렵지도 않나 보지?” 나천일은 반대편 소파에 앉아 있는 백세종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백세종, 저 놈이 아무도 모르게 강오빌딩에 들어와 나에게 전화를 할 줄이야.’ ‘마치 이미 내가 자신을 만나 줄 거라고 확신한 것 같군.’ 백세종이 웃으며 말했다. “천일 형님이 장 회장의 복수를 하고 강오맹 내부의 인심을 얻고자 한다면 저희 동철 형님을 죽여야 하지요.” “저 백세종, 기껏해야 동철 형님께서 키우시는 개 한 마리에 불과한데 저를 죽인 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나천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세종 저 놈의 말이 일리 있어.’ 염동철이 지금 여기 있었다면 나천일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손을 써 죽였을 것이다. ‘내가 염동철을 죽이면 숨겨진 고수가 많은 이 강오맹을 장악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심지어 거만한 그 선도일조차 몸을 낮춰 나를 성심성의껏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염동철은 이곳에 없어.’ ‘여기서 백세종을 죽이는 건 무의미해.’ 나천일은 차갑게 말했다. “난 바보가 아니야. 내가 속아서 함께 선도일을 죽이면, 가장 기뻐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네 형님 염동철이겠지.” “천일 형님, 어쨌든 저희 동철 형님이든 선도일이든 형님은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죽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형님의 자리는 안정되지 않을 테니까요.” 백세종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할지는 형님이 결정하세요.” 나천일의 생각이 깊어졌다. 잠시 후,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도일이 블루산장으로 갔을 때 네 형님 염동철은 불난 집의 개처럼 도망치기 바빴는데 이제 와서 너희들이 정말 그를 죽일 수 있을까?” 백세종은 미소 지었다. ‘나천일이 말이 길어진다는 것은 이미 협력할 의향이 있다는 뜻이지.’ “그건 형님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장 회장을 죽인 것처
진한영은 진씨 가문 사람들을 이끌고 가장 빠른 속도로 하늘 거울 저택으로 달려갔다. 이때 세화 가족과 류혜연 가족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기세등등하게 찾아온 진한영 등을 보고 류혜진은 또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진창하가 물었다. “무슨 일이겠어? 다 네 그 골칫거리 사위 때문이지!” 진한영은 진창하를 한 번 노려보더니 엄중하게 말했다. “강오그룹에서 말을 전해왔어. 우리더러 이동혁을 내놓고, 내일 그놈을 망원각에 보내 목숨을 바치라고!” 이 말을 듣고 세화의 식구들은 점심을 계속 먹을 기분이 싹 사라졌다. 세화가 재빨리 말했다. “할아버지, 우린 그 사람들의 말을 들을 필요 없어요. 동혁 씨가 하늘 거울 저택에 숨어 있으면 강오그룹은 감히 사람을 보내 잡을 수도 없다고요.” 예전에 20명의 킬러가 저택 입구에서 사살된 일을 진한영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숨는다고? 그래 이동혁, 그놈은 피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 진씨 가문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피할 수 있겠어?” 진한영은 펄쩍 뛰며 소리쳤다. “강오그룹 사람들이 이동혁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 진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바쳐 장해조 회장의 장례를 치르겠다고 말했어.” “원래 이 모든 게 네 남편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왜 우리 진씨 가문 사람들이 그놈 대신에 목숨을 바쳐?” “맞아. 이동혁, 그 하찮은 놈의 목숨이야 보잘것없지만, 우리 진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이 얼마나 귀중한데!” 나머지 친척들이 진한영의 말에 잇달아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진창하 부부와 세화는 모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싶었지만 동혁을 망원각에 보낼 수 없는 이유를 전혀 찾지 못했다. ‘나천일의 목적은 동혁 씨를 죽이는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진씨 가문 사람들을 동혁 씨를 대신해서 죽게 할 수는 없어!’ “내일 제가 망원각에 갈게요.” 바로 그때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진한영 등의 무뢰한 행동에도 류혜진은 어찌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진씨 가문 사람들과 계속 말다툼할 기분이 아니었고, 고개를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동혁 씨, 나 방금 농담한 거 아니야. 내일 난 동혁 씨와 같이 망원각에 갈 거니까. 무슨 일이 벌어지든 함께 할 거야.” 2층 발코니에서 세화는 동혁의 팔을 잡고 더없이 진지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동혁은 세화의 예쁜 두 눈이 눈물을 흘리며 벌겋게 부어오른 모습을 보았다. 그는 마음 아파하며 손을 뻗어 엄지손가락으로 세화 뺨의 눈물을 훔쳤다. ‘이런 아내를 있는데, 내가 뭘 더 바라겠어?’ “그래, 내일 같이 가. 나천일, 그 나쁜 놈의 최후가 어떤지 직접 보여 줄게.” 다른 사람들은 내일 동혁이 망원각에 가면 반드시 죽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동혁 자신은 알고 있다. ‘어차피 난 내일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세화가 가고 싶다는데, 데리고 가면 그만이지.’ ‘오히려 잘됐어. 이 참에 나천일의 처참한 최후를 직접 보여주고 그 간의 화를 풀게 해 줘야지.’ “그래.” 세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동혁과는 다르게 속으로 걱정의 한숨을 쉬었다. ‘동혁 씨는 내일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같아.’ ‘내일 우리한테 어떤 안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동혁이, 넌 말끝마다 세화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내일 그 위험한 곳에 세화를 데리고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그때 류혜진이 갑자기 다가와서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만약에 감히 내 말을 안 듣고 내일 네가 세화와 함께 망원각에 간다면, 그땐 난 너를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 거야.” 류혜진은 세화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동혁에게 직접 세화를 데리고 가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동혁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무슨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내가 나천일을 상대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시는 거야.’ ‘그러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아무 소용없어.’ 동혁은 고개를 돌려 세화를 바라보았다
“이동혁이요?” 천미는 좀 의아했다. 당시 선도일은 H시 구치소에 가서 동혁을 죽이려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 손으로 돌아왔다. 그런 선도일을 보고 강오맹 모두가 이상하게 여겼다. ‘그럼 그때 이동혁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 거였어?’ 천미는 동혁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선도일의 신임을 얻었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하지만 선도일은 그 일에 관해 더 이상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럼 삼촌은 왜 절 여기로 데려온 거죠?” 천미는 어쩔 수 없지 화제를 바꾸었다. “이동혁이 내게 부탁했어.” 선도일은 여전히 간단명료하게 한 마디로 답했다. 천미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놀랐다. ‘강오그룹에서 오직 아버지 말만 따르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도일 삼촌이 왜 이동혁의 말을 들어 준거지?’ 천미는 이제 선도일의 성격을 잘 이해했다. ‘내가 의미 없는 질문을 해봤자 어차피 삼촌은 대답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삼촌, 이번에 R시에 가서 나천일이 아버지를 모해했다는 증거를 얻었는데...” “그것도 이동혁이 이미 알려줬어.” 선도일이 손을 들어 천미의 말을 끊었다. “가서 쉬어라.” “그리고 내일 형님 추모제가 망원각에서 거행되는데, 함께 참석할 거니 그리 알아.” 선도일은 말을 마치고 다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 천미는 여전히 의구심 가득한 얼굴을 한 채 돌아갔다. ‘도일 삼촌의 성격으로 볼 때 일단 나천일이 아버지를 죽인 내부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 가장 먼저 나천일을 죽이러 갈 텐데?’ ‘그러데 저렇게 침착하게 정자에 앉아 있다니!’ ‘삼촌이 아까부터 자꾸 이동혁을 언급했는데.’ ‘설마 이것 역시 이동혁이 시킨 건가?’ 천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동혁의 이미지는 너무 형편없었다.속임수를 써서 상대를 기만하는 것 외에는 다른 재주가 없었다. 천미는 이번에 장해조의 죽음을 동혁에게 누명을 씌운 일로 조금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순간 생기가 없어진 우대평의 눈빛에서 광채도 사라졌다.‘이동혁이 이렇게 절대적이고 포악한 방식으로 행동해서 나를 이 H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쓸어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수 있겠어?’‘H시상공회의소의 회원들이 모두 이동혁의 말에 따라서 움직이는데.’‘게다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인 강경영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끊임없이 자신의 따귀만 때리고 있어.’우대평은 절망했다.동혁의 이 한마디는 바로 우대평의 운명을 가르는 선고였다.반항할 기회조차 없었다!“네 조카딸과 졸개를 데리고 꺼져.”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동혁은 한 마디를 던지고 바로 강경영에게 갔다.지금 사람들을 등지고 있는 강경영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입가에선 피가 흘렀다.그러나 동혁이 멈추라고 하지 않았기에 잠시도 멈출 수가 없었다.“이제 됐어.”바로 그때 뒤에서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경영에게는 천상의 목소리나 다름없었다.시큰시큰한 손을 내려놓은 강경영이, 동혁을 향해 퉁퉁 부은 얼굴을 내밀면서 말했다.“이 선생님, 또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차 명의 변경은 어떻게 됐어?”동혁이 차를 마시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강경영이 굽실거리며 대답했다.“아직, 아직 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결국 백억 원 이상 하는 슈퍼카라서 처리에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웃으면서 쳐다보던 동혁은, 강경영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손짓했다.“너도 꺼져.”강경영 혼자라서 동혁이 더 이상 혼을 내기도 어려웠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일어난 강경영은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떠났다.H시상공회의소 본부에서 나오자마자, 1초라도 더 머물게 될까 싶어서 바로 도망쳤다.“여러 선배님들, 이번에 100년 만에 닥친 엄청난 폭우로 H시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우리 H시상공회의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그래서 회장
강경영마저 무릎을 꿇자, 우대평의 마음속에는 이미 동혁에게 계속 대항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그러나 동혁은 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중앙에 우뚝 서서, 세 가주와 100명에 달하는 전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이 선생님을 뵙습니다!”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이 한마디를 외쳤다.이 장면을 본 세화는 눈시울을 붉혔다.‘예전에 동혁 씨는 H시에서 여전히 모든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폐물 데릴사위였어.’‘그런데 지금은 H시의 가장 뛰어난 기업가들이 동혁 씨한테 이렇게 예의를 갖추다니.’“여보, 오늘 너무 멋있어!”입을 가린 채 세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뒤에 있는 아내의 말을 듣지 못한 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늘 여러분께서 이동혁의 체면을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렇게 많은 H시 재계의 친구분들도 알게 되었습니다.”“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사람들이 분분히 말했다.동혁의 손짓에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자, 동혁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여러분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하셔서, 제 체면을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응?’동혁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앞서 동혁과 우대평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지금 이동혁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그러나 어쨌든 체면은 반드시 세워줘야겠지.’“우리 소씨 가문은 즉시 H시상공회의소에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오씨 가문도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정씨 가문도...”세 가문의 가주들이 태도를 표명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따라서 가입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은 이 말에 크게 기뻐했다.“이 선생님은 정말 대인이십니다. 이 늙은이가 이렇게 미움을 샀는데도, 이전의 원한을 따지지 않으시는군요.” “H시 재계의 발전을 생각하시는 모습에 정말 제가 부끄럽습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이 동혁에게 계속 아부 멘트를 날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세 가문의 가주들조차 인정하지 않고 폄하했던 강경영!그랬던 그가 지금 뜻밖에 동혁의 말 한마디에 깔끔하게 무릎을 꿇었다.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헛!”세화조차 믿기지 않아서 입을 딱 벌렸다.‘동혁 씨가 블루라군 별장에 간 다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강경영이 동혁 씨를 이렇게 두려워하지?’우대평은 그야말로 똥 씹은 표정이었다.새 가주들도 멍한 표정이었다.다른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도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이었다.‘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잖아.’‘사해상공회의소라는 거대 단체를 배경으로 N도 전체를 거침없이 누빌 수 있는 존재인데, 이렇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었단 말이야?’“이 선생님, 우대평이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겁니다.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지금 강경영은 주위의 의아해하는 시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상을 지으면서 절박한 목소리로 동혁에게 소리쳤다.여기에서 동혁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강경영은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었다.‘블루라군 별장 사건의 전체 과정을 목격한 사람만 이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고귀한 가문 태생인 사성우조차도 인간의 모습이 아닐 정도로 이동혁에게 호되게 시달렸어.’‘강경영 내가 뭐라고...’세화 옆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이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사해상공회의소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싶었지.”“네가 들어온 뒤 쓸모 있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말만 할 줄은 몰랐네.”“강 대표, 아주 잘난 척하던데?”놀란 강경영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아, 아닙니다. 이 선생님 앞에서 제가 어떻게 감히 잘난 척할 수 있겠습니까!”“안 그랬어?”동혁은 코웃음을 쳤다.“세 가문의 가주님들은 모두 나의 오랜 친구분들인데, 네가 인간쓰레기라고 했잖아?”세 가문의 가주들은 줄곧 동혁의 편에 확고히 서 있었다.제씨와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