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천기는 동혁을 계속 노려보았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결국 힘을 풀었다. “좋아요. 제가 원도를 팔죠!” 이 말을 남기고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세화는 원도의 소유권 이전 서류에 서명했다. 이로써 혜성그룹과 원도 주식회사는 모두 그녀의 소유가 되었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에서 벌어진 일이 H시 전체에 바람처럼 퍼졌다. 세화에 일은 곧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진씨 가문의 그 바보 같은 사위가 그렇게 능력이 있었다니!” 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언급하며 감탄했다. 혜성그룹의 본사 건물은 회사양도법무사무실 바로 옆에 있었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을 나와 세화와 동혁은 곧장 가서 간단히 고위급 임원회의를 열었다.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세화는 먼저 그룹의 상황에 익숙해지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사실 세화는 회의 내내 줄곧 어리둥절했다. 다음으로 원도에 방문했다가 나오니 날이 이미 어두워졌다. 세화 등 두 가족은 밖에서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어머니, 저랑 세화는 오늘 밤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갑자기 동혁이 류혜진에게 말했다. 세화는 동혁의 말뜻이 무엇인지 짐작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부끄럽기도 했고 한편으로 화가 났다. 세화는 동혁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안 돌아가면 안 돌아가는 거지 그걸 뭐 하러 말해?’ “응? 어디 가려고?” 류혜진은 잠시 멈칫하는 반응을 보였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집에 안 돌아가면 안 가는 거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물어?” 그리고는 바로 차에 올라탔다. “저 놈이 감히 일부러 나를 떠보다니. 세화에게 1조를 썼다고 위세를 부리는 거야?” 그녀는 차에서 씩씩거리며 중얼거렸지만 동혁을 막지는 않았다. 그날 밤 동혁은 마침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기뻐했고 어떤 사람은 걱정했다. 늦은 밤. N도대학병원. 어느 상급 병실. N도 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연을 비롯해 이씨 가문의 중요한 구성원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
“이동혁, 그 잡종이 어떻게 감히 이렇게 날뛰나 했는데, 알고 보니 B시 최씨 가문의 도움을 받은 거였어.” 이심은 분노하여 펄쩍펄쩍 뛰었다. 이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그들은 잇달아 H시로 가서 동혁을 죽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이연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B시 최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소리 없이 큰돈을 모아 왔어. 진세화의 회사에 출자한 다음 이 여자의 이름을 빌려 H시를 서서히 손아귀에 넣으려는 속셈일 거야.” “다른 명문가들도 자금을 조달해 H시로 들어가려 한다는 얘기도 있었어.” “그들에게 지금 H시는 정말 기름진 고깃덩어리인거지.” 그는 콧방귀를 뀌며 다시 말했다. “지금 우리 이씨 가문 역시 여전히 H시를 차지하는 데 집중해야 해.” “우리의 고향인 이점을 살려 최대한 큰 이권을 차지할 필요가 있어.” ‘당분간 이동혁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 ‘이권을 차지하는 전쟁이 끝난 후에 그놈을 혼내주면 돼.’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잡놈을 그냥 이렇게 편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맞아요. 지금 이동혁이 혜성그룹을 낙찰받았다는 소문이 H시에 쫙 퍼져서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라는 생각이 발칵 뒤집어졌어요.” “B시 최씨 가문이 일부러 이동혁을 이용해 우리의 힘을 분산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씨 가문의 핵심 멤버들이 입을 열었다. 잠시동안 동혁의 목숨을 살려두는 일은 그들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동혁에 대한 소문이 대단해져서 그들은 분해 이를 악물었다. 동혁과 N도 이씨 가문의 원한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동혁에 대한 소문이 대단하면 대단할수록 이씨 가문의 체면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동혁이 명문가인 최씨 가문의 앞잡이라고 소문을 내서 그놈에 대한 평판을 원래대로 돌려놓자고요.” 이심은 이를 갈며 말했다. 현재 누가 동혁을 가장 미워하든지를 따지면 분명 그가 첫 번째로 꼽힐 것이다. “그렇게 되면 B시 최씨 가문과 대립하게 되지 않을
“엄마, 왜 그래요?” 세화는 조마조마하며 물었다. 그녀는 갑자기 의아해했다. ‘어젯밤에 동혁 씨랑 같이 있겠다고 했을 때도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하셨는데?’ ‘왜 지금은 또 동혁 씨에게 저렇게 무서운 눈을 부릅뜨고 있는 거지?’ “왜 그러다니? 넌 아직도 저 놈에게 속고도 모르는 거야?” 류혜진은 동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밖에 소문이 파다해. 태백산장과 혜성그룹은 모두 B시 최씨 가문에서 돈을 주고 낙찰받은 거지 동혁이 산 게 아니라고.” “거기다 최씨 가문이 네 회사에 출자를 했는데, 원래 네 능력이 마음에 들어 혜성그룹을 관리하게 하려고 했데.” “동혁이 너 부끄럽지도 않아? 이게 어떻게 혜성그룹을 네가 세화에게 선물로 준거야?” 어제까지 류혜진은 동혁과 세화가 나가서 자고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혼조정기가 끝나면 이혼시키려고 마음도 먹었었다. 하지만 후에 동혁이 혜성그룹을 인수해 선물하는 것을 보고 동혁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다소 느슨해졌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두 사람이 밖에서 자는 것도 눈감아 준 것이다. 하지만 예상밖에 일이 꼬여버렸다.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동혁의 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은 류혜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일이 있으면 왜 제가 몰라요? 엄마와 가족들이 괜히 헛소문을 들은 거 아니에요?” 세화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어제 왕배강 사장님도 동혁 씨가 혜성그룹을 샀다고 했잖아요. 다들 다 들으셨잖아요.” “헛소문? 이미 밖에 소문이 다 퍼졌어. 다른 사람들도 눈 귀가 있다고!” 류혜진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바로 그때 옆에 있는 TV에서 뉴스 하나가 보도되었다. [오늘 오전 B시 성공투자그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연홍 사장이 H시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화면에. 정장을 입고 어깨까지 오는 짧은 머리를 한 이연홍이 발언대에서 말하고 있었다. “저 사람 이연홍 사장 아니야? 어제 회사양도법무사무실에도 왔었잖아? 세화, 너 이래도 무슨 할 말
노래를 부르면서. 장영도는 득의에 찬 눈빛으로 동혁을 계속 쳐다보았다. 동혁은 그가 또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상대하려고 하지 않았다. 동혁이 모른 척할수록. 장영도는 점점 더 흥분하며 신나 했다. “세화야, 천기야 말로 진정한 네 짝이야. 천기는 40억을 주고 회사를 사서 네게 선물했어. 비록 1조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천기가 산 건 확실한 하잖아.” “누구처럼 1조를 주고 회사를 사주고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지는 것보다 훨씬 낫지.” “너희 두 사람 이혼조정기가 끝나면 빨리 이혼하는 게 좋겠다. 천기는 여전히 너를 좋아하니 걱정 말고.” 장영도는 혀를 차며 말했다. “이모부, 취하셨어요.” 세화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네 이모부 안 취했어.” 장영도는 테이블을 짚고 일어서 동혁을 기리 키며 말했다. “이모부가 다 너를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이동혁, 저놈은 너와 어울리지 않아.” 세화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그는 계속 서서 끝없이 말했다 “이모부, 술 마시고 괜히 헛소리는 하지 마세요.” 더 이상 장영도의 말을 듣고 있을 수 없었던 동혁은 냉랭하게 말했다. “오늘 근무일 아닌가요? 이모부는 아직도 근무복을 입고 있는데, 점심시간에 이렇게 술을 마시러 집에 돌아와서는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동혁, 네가 뭔데 나한테 훈계질이야?” 장영도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너 또 날 신고하려고 그러지? 신고하면 내가 뭐 무서워할 줄 알아?”동혁은 두말없이 휴대폰을 꺼냈다. “형부, 그러지 마요.” 현소는 또 잡혀가면 장영도가 많은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동혁을 말렸다. “현소야, 막지 말고 신고하라고 해!” 장영도는 현소를 잡아당겼다. “이 아버지 위에 누가 있는데? 저놈이 신고해도 아무 소용없어.” 곧 군부사법부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은 장영도를 데려가려고 했다. “자 우리 형제들, 마셔요. 한잔하고 가자고요.” 장영도는 뜻밖에도 잔을 들고 그들에게 인사하며 술을
동혁은 최원우와 자세하게 이야기한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어젯밤의 여론이 뒤집힌 게 분명 누군가가 배후에서 음모를 꾸몄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N도 이씨 가문입니다.] 최원우가 대답했다. 일이 벌어지자 그는 바로 조사에 착수했었다. “그 바보들이, 정말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제 이천기를 손봐준 일로 이씨 가문이 겁을 먹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오히려 어젯밤에 이씨 가문에서 음모를 꾸밀 줄이야.’ “이천기는? 다리를 절단했어?” 동혁이 무심코 물었다. 그는 자신의 힘을 조절하는 면에서 아주 뛰어났다. ‘이천기와 천우민에게 같은 힘을 썼어.’ ‘천우민이 다리를 절단했으니 이천기도 똑같겠지?’ [아니에요. 이씨 가문이 연줄을 써서 전국 최고의 정형외과 전문의인 하원종 선생을 오늘 오후에 전세기 편으로 N도로 데려온다고 합니다.] 최원우가 말했다. 최씨 가문이 명문가인만큼 N도에도 정보를 얻을 만한 자신들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 선생? 그래 내가 왜 그분을 깜빡했지? 정형외과에서는 바로 그분이 최고인데.” 동혁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진창하를 돌아보고는 하원종을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 N도 국제공항. 어느 계류장. 고급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와서 멈췄다. 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연이 이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차에서 내렸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이번에 아주 어렵게 하 선생님을 모신 거야.” “하 선생님을 뵙게 되면 모두 깍듯이 공손하게 굴어. 절대 선생님 앞에서 명문가의 허세 따위는 부리면 안돼.” 이연은 진지하게 수차례 당부했다.그 말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젊은 가족들이 정신을 다시 똑바로 차렸다. 이씨 가문에서 하원종의 비서에게 연락했을 때. 하원종은 중요한 수술을 하고 있었다. 이씨 가문은 그에게 연락해 수십억을 제시하며 거액의 돈을 줄 테니 즉시 수술을 포기하고 N도로 달려와 달라고 요구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군부의 사람들이 하원종을 끌고서 다짜고짜 어디론가 데려가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놀란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당신들 어디서 나온 거야?” “대낮에 감히 하 선생님을 가로채다니? 우리 N도 이씨 가문이 보이지도 않아?” 교관으로 보이는 군인이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으로 이연 등을 훑어보았다. “N도 이씨 가문?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거지?” 그는 태연하게 물었다. “감히 우리 N도 이씨 가문을 모욕하는 거야? 죽고 싶어?” 이씨 가문의 젊은이들이 크게 화를 냈다. “닥쳐...” 이연이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척! 척! 척! 다음 순간. 방금 전 소란을 피우던 이씨 가문의 젊은이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몹시 더운 날임에도 온몸이 서늘해졌다. 하나하나의 시커먼 총부리가 이미 그들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고 싶냐고? 그럼 누가 죽나 볼까?” 교관이 담담하게 물었다. 순간 모두 겁에 질려 넋이 나갔다. “당연히 저희가 죽는 거죠. 미안합니다. 원래 젊을 때는 철이 없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습니까?” 역시 이연은 한 가문의 가주였다. 총구가 가까이 와서 내심 두려웠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냉정함을 유지했다. 그는 군인들이 N도 군부의 계급장을 달았다는 것을 알고 그들의 소속을 알아차렸다. 이연이 말했다. “저희는 같은 편입니다. N도 군부 백선풍 부지휘관과 전 아주 가까운 친구지요.” “오, 부지휘관님 친구분이셨군요.”이렇게 말하는 상대의 말을 듣고 이연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뜻밖에도 교관은 갑자기 다른 말을 했다. “오늘 오후에 부지휘관님은 아까 전 저희 심 총지휘관님이 내리신 벌로 기합을 받아 햇볕에 타서 쓰러져서 제가 직접 양호실로 모셔드렸습니다.” 이연의 얼굴에 미소가 굳어졌다. 그는 순간 이 사람들이 모두 심석훈의 경호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 총지휘관도 알고 있어요. 지난번 한 식사 자리에서 뵙기도 했었고요.” 이연이 웃
마침내 하원종은 화를 내는 걸 멈추었다. 그래도 그는 여분이 가시지 않았다. 하원종이 석훈을 노려보았다. “날 보며 그렇게 웃지 마. 이번 일에 대해 네놈이 어떻게 설명하는지 드러나보자.” 하원종도 전쟁터에 나간 적이 있었다. 아까 군인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만약 군인이 작은 소리로 심석훈의 이름을 알리지 않았다면 그도 절대 이렇게 순순히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하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대대로 친분이 있었다. 그래서 하원종은 석훈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 셈이다. “선생님, 제가 정말 그렇게 버릇없는 놈인 줄 아세요? 대낮에 사람을 보내 선생님을 가로채 온 것도 다 명령을 받아서 그런 거라고요.” 석훈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명령을 받아? N도에서 누가 네게 명령을 내릴 수 있어?” 하원종은 말을 하다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아, 설전룡 그 놈이지?” 설전룡의 다리도 예전에 부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 역시 하원종이 수술한 것이다. “하하, 가보면 아세요.” H시 고속도로 톨게이트. 석훈의 차량 행렬이 빠져나오자 이미 그곳에 기다리고 있었던 동혁이 보였다. “이 무적? 네가 왜 H시에 있어?” 하원종은 차에서 내려 동혁을 보고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 무적이라고? 이 전신이야.” 하원종 곁을 따르던 학생들은 바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여학생은 다른 사람보다 더 눈을 반짝거렸다. “하 선생님, 절 그냥 동혁이라고 부르세요. 그게 제 본명이에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동혁이 다가오며 말했다. “선생님,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심석훈에게 선생님을 빼앗아 오라고 한 건, 일부러 이씨 가문을 열받게 해서 그들의 오만함을 꺾어 주려고 한 거예요.” “열받게 해? 그 사람들한테 원한이라도 있어?”하원종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내가 치료하는 걸 지체할 수 없어. 그 아이의 CT 영상을 이미 봤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 도 있어.” 전신인 동혁을 앞에 두고 그
“의료사고? 아, 저 사람이 그 류혜진이군. 예전에 현대병원 부과장의사라고 들었어.” “당시 그 사건이 꽤 컸었지 아마? 여자아이가 겨우 열여덟 살이었는데 저 돌팔이 의사에게 죽임을 당했어. 너무 비참했지 그녀의 가족들이 병원 입구에 화환을 놓고 빈소를 마련했었어.”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은 거야? 어디 양심을 밥 말아먹었나?” 왕연석의 말에 구경하던 환자와 가족들이 웅성거렸다. 사람들의 경멸하는 시선들이 류혜진을 향했다. 류혜진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몸은 가늘게 떨리고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 사건은 류혜진의 마음속에서 영원한 아픔으로 남아있었다. 세화와 천화 남매가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왕 부장님, 말을 가려하세요. 5년 전에 어머니는 병원에서 해고되었고 의사 자격도 금지되었어요. 거기다 저희 가족은 많은 돈을 배상했다고요.” “이건 대가를 치른 게 아닌가요? 그럼 지금 죽어서 대가라도 치루라는 거예요?” 왕연석은 전혀 표정을 흐트러지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어쨌든 난 현대병원의 옛 동료로부터 들었는데 최근에 라세진 가족이 옛날 일을 다시 꺼내도 당신네 식구들이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사실 왕연석은 현대병원에서 전근되어 왔다. 예전에는 류혜진과 함께 일했었고 심지어 류혜진에게 맹렬히 구애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류혜진은 진창하와만 만나며 함께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류혜진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또한 몇 년 전 의료사고의 내막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계속 언급하는 건 진창하를 병원밖으로 내쫓는 핑계일 뿐이다. 세화의 눈에 분노의 빛이 번쩍였다.라세영과 그의 부모는 요 며칠 또다시 하늘 거울로 와서 돈을 몇 번 달라고 요구했다. 이 가족이 무뢰를 범했지만 세화의 가족들은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그저 매번 돈으로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은 여전히 밖에서 헛소문을 퍼뜨려 말썽을 피우고 있었다. “으아..
“어?”순간 생기가 없어진 우대평의 눈빛에서 광채도 사라졌다.‘이동혁이 이렇게 절대적이고 포악한 방식으로 행동해서 나를 이 H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쓸어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수 있겠어?’‘H시상공회의소의 회원들이 모두 이동혁의 말에 따라서 움직이는데.’‘게다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인 강경영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끊임없이 자신의 따귀만 때리고 있어.’우대평은 절망했다.동혁의 이 한마디는 바로 우대평의 운명을 가르는 선고였다.반항할 기회조차 없었다!“네 조카딸과 졸개를 데리고 꺼져.”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동혁은 한 마디를 던지고 바로 강경영에게 갔다.지금 사람들을 등지고 있는 강경영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입가에선 피가 흘렀다.그러나 동혁이 멈추라고 하지 않았기에 잠시도 멈출 수가 없었다.“이제 됐어.”바로 그때 뒤에서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경영에게는 천상의 목소리나 다름없었다.시큰시큰한 손을 내려놓은 강경영이, 동혁을 향해 퉁퉁 부은 얼굴을 내밀면서 말했다.“이 선생님, 또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차 명의 변경은 어떻게 됐어?”동혁이 차를 마시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강경영이 굽실거리며 대답했다.“아직, 아직 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결국 백억 원 이상 하는 슈퍼카라서 처리에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웃으면서 쳐다보던 동혁은, 강경영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손짓했다.“너도 꺼져.”강경영 혼자라서 동혁이 더 이상 혼을 내기도 어려웠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일어난 강경영은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떠났다.H시상공회의소 본부에서 나오자마자, 1초라도 더 머물게 될까 싶어서 바로 도망쳤다.“여러 선배님들, 이번에 100년 만에 닥친 엄청난 폭우로 H시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우리 H시상공회의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그래서 회장
강경영마저 무릎을 꿇자, 우대평의 마음속에는 이미 동혁에게 계속 대항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그러나 동혁은 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중앙에 우뚝 서서, 세 가주와 100명에 달하는 전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이 선생님을 뵙습니다!”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이 한마디를 외쳤다.이 장면을 본 세화는 눈시울을 붉혔다.‘예전에 동혁 씨는 H시에서 여전히 모든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폐물 데릴사위였어.’‘그런데 지금은 H시의 가장 뛰어난 기업가들이 동혁 씨한테 이렇게 예의를 갖추다니.’“여보, 오늘 너무 멋있어!”입을 가린 채 세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뒤에 있는 아내의 말을 듣지 못한 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늘 여러분께서 이동혁의 체면을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렇게 많은 H시 재계의 친구분들도 알게 되었습니다.”“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사람들이 분분히 말했다.동혁의 손짓에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자, 동혁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여러분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하셔서, 제 체면을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응?’동혁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앞서 동혁과 우대평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지금 이동혁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그러나 어쨌든 체면은 반드시 세워줘야겠지.’“우리 소씨 가문은 즉시 H시상공회의소에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오씨 가문도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정씨 가문도...”세 가문의 가주들이 태도를 표명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따라서 가입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은 이 말에 크게 기뻐했다.“이 선생님은 정말 대인이십니다. 이 늙은이가 이렇게 미움을 샀는데도, 이전의 원한을 따지지 않으시는군요.” “H시 재계의 발전을 생각하시는 모습에 정말 제가 부끄럽습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이 동혁에게 계속 아부 멘트를 날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세 가문의 가주들조차 인정하지 않고 폄하했던 강경영!그랬던 그가 지금 뜻밖에 동혁의 말 한마디에 깔끔하게 무릎을 꿇었다.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헛!”세화조차 믿기지 않아서 입을 딱 벌렸다.‘동혁 씨가 블루라군 별장에 간 다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강경영이 동혁 씨를 이렇게 두려워하지?’우대평은 그야말로 똥 씹은 표정이었다.새 가주들도 멍한 표정이었다.다른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도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이었다.‘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잖아.’‘사해상공회의소라는 거대 단체를 배경으로 N도 전체를 거침없이 누빌 수 있는 존재인데, 이렇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었단 말이야?’“이 선생님, 우대평이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겁니다.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지금 강경영은 주위의 의아해하는 시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상을 지으면서 절박한 목소리로 동혁에게 소리쳤다.여기에서 동혁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강경영은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었다.‘블루라군 별장 사건의 전체 과정을 목격한 사람만 이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고귀한 가문 태생인 사성우조차도 인간의 모습이 아닐 정도로 이동혁에게 호되게 시달렸어.’‘강경영 내가 뭐라고...’세화 옆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이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사해상공회의소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싶었지.”“네가 들어온 뒤 쓸모 있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말만 할 줄은 몰랐네.”“강 대표, 아주 잘난 척하던데?”놀란 강경영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아, 아닙니다. 이 선생님 앞에서 제가 어떻게 감히 잘난 척할 수 있겠습니까!”“안 그랬어?”동혁은 코웃음을 쳤다.“세 가문의 가주님들은 모두 나의 오랜 친구분들인데, 네가 인간쓰레기라고 했잖아?”세 가문의 가주들은 줄곧 동혁의 편에 확고히 서 있었다.제씨와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