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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9 10:18:52

일요일 오후.

송유지는 소파 위에 놓인 검은 코트를 한참 바라봤다.

전날 채도하가 자신의 어깨에 직접 걸쳐준 코트였다.

집에 들어와 벗어놓은 뒤에도 이상하게 치우지 못했다.

그 사람의 향이 희미하게 남아 있어서였다.

유지는 결국 코트를 집어 들었다.

“돌려줘야지.”

굳이 오늘일 필요는 없었다.

다음에 만나면 주면 됐다.

그런데도 이미 가방까지 챙기고 있었다.

유지는 현관 앞에서 잠시 멈췄다.

이제는 자신도 알았다.

핑계라는 걸.

코트를 돌려주러 가는 게 아니라.

채도하를 보러 가는 것이었다.

도하의 집 초인종을 누른 뒤에야 조금 후회가 됐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도하는 편한 티셔츠 차림이었다.

유지를 보자 눈썹을 조금 움직였다.

“웬일이야?”

유지가 코트를 들어 보였다.

“이거요.”

도하의 시선이 코트로 내려갔다.

“다음에 줘도 되는데.”

“계속 가지고 있기 그래서요.”

“왜.”

유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왜라니.

그 코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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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42.처음으로 비워둔 자리

    집들이가 끝난 다음 날.송유지는 아침부터 거실을 정리하고 있었다.“이거 어디 둘까요?”휴지 묶음을 들고 묻자 채도하가 웃었다.“창고.”“안 돼요.”“왜.”“기념품인데.”“휴지가?”“네.”도하가 어이없다는 듯 봤다.“그럼 거실에 전시하게?”“그건 좀 그렇고.”유지는 잠깐 고민하다 신발장 위쪽 수납장을 열었다.“여기.”“거기 넣으면 안 보이잖아.”“가끔 열어보면 되죠.”도하가 피식 웃었다.“진짜 이상해.”“어제 기억나는 물건이잖아요.”유지는 휴지를 밀어 넣었다.“됐어요.”점심이 조금 지난 뒤.초인종이 울렸다.유지가 고개를 들었다.“누구지?”도하가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택배였다.작은 상자 하나.수신인은 송유지.유지가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했다.“나 뭐 샀나?”“기억 안 나?”“없는데.”상자를 열자.안에는 작은 화병이 하나 들어 있었다.그리고 카드.유지가 읽었다.—집들이 때 빈손으로 간 것 같아서. 식탁에 하나 놔. 이모.유지가 그대로 웃었다.“뭐야.”도하가 옆에서 봤다.“사과 선물인가.”“휴지 줬잖아요.”“그건 생활용품이고.”“그럼 이건?”“감성용품.”유지가 웃었다.“도하 씨 그런 말도 해요?”“왜.”“안 어울려.”“됐어.”유지는 화병을 식탁 중앙에 놓았다.비어 있는 투명한 화병.“꽃 사야겠네요.”“응.”“무슨 꽃이 좋지.”도하가 대답했다.“네가 좋아하는 걸로.”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너무 성의 없는데.”“진짜 몰라서 그래.”“그럼 같이 사러 가요.”“지금?”“응.”도하는 시계를 봤다.“가자.”꽃집에 들어서자 향이 먼저 밀려왔다.유지는 한참을 둘러봤다.“이거 예쁘다.”“뭔데.”“리시안셔스.”“그게 이름이야?”“네.”“어렵네.”“그럼 도하 씨가 골라봐요.”도하는 주변을 천천히 보다가 하얀 튤립을 가리켰다.“저거.”유지가 웃었다.“왜요.”“깔끔해서.”“역시.”“뭐가 역시야.”“도하 씨답다고.”결국 둘은 리시안셔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41.휴지보다 먼저 풀린 말

    “생각보다 진짜 집 같네.”이모의 말에 송유지가 바로 받아쳤다.“그러니까 집이라니까.”“아, 알았어.”이모가 휴지 묶음을 내려놓았다.“왜 또 발끈해.”“발끈 안 했거든.”채도하가 옆에서 작게 웃었다.유지는 바로 돌아봤다.“왜 웃어요.”“아니.”“웃었잖아요.”“그냥.”“아, 또 그냥.”도하가 입을 다물었다.그 모습을 본 엄마가 한마디 했다.“둘이 맨날 저래?”도하의 어머니가 먼저 대답했다.“그런 것 같더라고요.”유지의 눈이 커졌다.“어머니까지요?”“왜.”“제 편 아니었어요?”“누가 네 편이래.”다 같이 웃음이 터졌다.식탁에 음식이 차려지자.이모가 잡채를 한입 먹고 눈을 크게 떴다.“이거 누가 했어?”유지가 괜히 어깨를 폈다.“우리요.”“둘이?”“응.”이모가 도하를 봤다.“도하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오.”유지가 바로 말했다.“왜 저한테는 그런 반응 안 해.”“넌 원래 할 것 같잖아.”“아니거든.”엄마가 한마디 했다.“유지는 생각보다 대충 해.”“엄마.”“왜, 사실인데.”도하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도하 씨.”“응.”“지금 웃었죠.”“조금.”“와.”유지는 젓가락을 내려놨다.“오늘 다 제 적이네.”아버지가 느긋하게 말했다.“나는 네 편이다.”“아빠.”“근데 잡채는 도하가 더 잘했을 것 같다.”“아빠까지!”이번에는 모두 대놓고 웃었다.한동안 음식 얘기만 오갔다.유지가 긴장했던 것과 달리.이모는 관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집을 둘러보고.커튼을 만져보고.주방 수납까지 열어봤다.“이거 누가 정리했어?”“저요.”유지가 대답했다.“진짜?”“왜요.”“생각보다 깔끔하네.”“아, 진짜.”유지가 인상을 쓰자 이모가 웃었다.그러다 작은방 앞에서 멈췄다.“여긴 뭐야?”“제 작업방.”“도하는?”“저쪽.”이모가 두 방을 번갈아 봤다.“각자 방도 따로 쓰네.”유지가 바로 말했다.“작업방이요.”“누가 뭐래?”“표정이 그랬잖아.”“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40.집들이 날짜

    금요일 저녁.송유지는 퇴근하자마자 현관문을 열었다.“다녀왔어요.”주방에 있던 채도하가 고개를 내밀었다.“어서 와.”유지는 신발을 벗다가 멈췄다.“아.”“왜.”“이 말 이제 진짜 익숙해졌어요.”“뭐가.”“다녀왔어요, 어서 와.”도하가 웃었다.“좋아?”“응.”유지는 가방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갔다.“근데 오늘 중요한 거 있어요.”“뭔데.”“엄마가 날짜 잡았어요.”도하의 손이 멈췄다.“무슨 날짜.”“집들이.”“아.”유지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다음 주 토요일.”도하가 화면을 봤다.“우리 집에서?”“네.”“누구 오시는데.”유지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엄마, 아빠.”“응.”“어머니.”“응.”유지가 잠깐 멈췄다.도하가 바로 알아차렸다.“또 있어?”“이모도 온대요.”“……어?”유지도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요.”도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 이모?”“응.”“우리 처음 퍼뜨린?”“퍼뜨렸다기보단…….”유지가 입을 다물었다.“맞긴 하네.”도하가 헛웃음을 냈다.“왜 오신대.”“엄마가 불렀대요.”“왜.”“저도 물어봤어요.”유지는 엄마에게 받은 메시지를 그대로 보여줬다.—어차피 계속 볼 사이면 피할 이유 없지.도하가 한참 화면을 봤다.“어머니 세지셨네.”“그러니까.”“괜찮겠어?”유지는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음…….”“싫으면 말해.”“싫다기보단.”유지는 식탁 의자를 빼서 앉았다.“조금 긴장돼요.”“그럼 안 불러도 되잖아.”“근데 또.”“응.”“엄마 말도 맞는 것 같아요.”도하가 맞은편에 앉았다.“뭐가.”“계속 피할 순 없잖아요.”유지는 턱을 괴었다.“그리고 궁금하기도 해요.”“뭐가.”“이모가 실제로 우리 집까지 와서도.”잠깐.“그때처럼 말할지.”도하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이상한 말 하면 내가—”“아.”유지가 바로 손을 들었다.“싸우면 안 돼요.”“싸우겠다는 말 안 했는데.”“표정이 벌써 그래요.”“아닌데.”“맞는데.”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39.우리 편이 된 사람들

    집에 돌아오자마자 송유지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아…….”채도하가 외투를 벗다가 돌아봤다.“왜.”“긴장 풀렸어요.”“아까는 멀쩡하던데.”“티 안 낸 거예요.”유지는 쿠션을 끌어안았다.“진짜 둘이 싸우면 어떡하나 했는데.”도하가 피식 웃었다.“나도.”“도하 씨도요?”“응.”“왜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어요.”“네가 이미 긴장했으니까.”“아.”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또 혼자 침착한 척.”“척 아니었어.”“맞거든요.”도하는 대꾸하지 않고 물을 가지러 갔다.유지가 뒤에서 중얼거렸다.“근데 진짜 신기하다.”“뭐가.”“우리 엄마랑 어머니요.”도하가 물컵을 건넸다.“커튼 얘기까지 할 줄은 몰랐네.”“그러니까요.”유지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아까 우리 엄마 표정 봤어요?”“언제.”“어머니가 커튼 해줬다고 했을 때.”도하가 웃었다.“조금 놀라시던데.”“조금?”유지가 따라 웃었다.“완전 ‘나보다 먼저?’ 이런 얼굴이었어요.”“설마.”“진짜라니까.”둘이 한참 웃었다.잠시 뒤.유지 휴대전화가 울렸다.엄마였다.“어?”도하가 물었다.“왜.”“엄마.”유지가 전화를 받았다.“응, 엄마.”—잘 갔어?“응. 방금 들어왔어.”—도하도?“옆에 있어.”엄마는 잠깐 뜸을 들였다.—그쪽 어머니 괜찮으시더라.유지 눈이 커졌다.“어?”—왜.“아니, 그냥.”유지가 도하를 쳐다봤다.도하가 입모양으로 물었다.뭐래?유지는 손으로 잠깐 기다리라는 표시를 했다.“엄마 마음에 들었어?”—뭘 마음에 들어.“아니, 사람으로.”—괜찮으시다고.“오…….”—뭐가 오야.유지가 웃음을 터뜨렸다.“아무것도 아니야.”엄마가 바로 말했다.—그리고.“응?”—다음에는 집에서 보자.유지가 멈췄다.“누구를?”—누구긴 누구야.“어머니도?”—응.유지는 잠깐 말을 잃었다.“엄마가 먼저 부르겠다고?”—밥 한 번 먹는 게 뭐 어렵다고.“와.”—또 왜.“진짜 많이 변했다.”—송유지.“알았어, 알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38.처음으로 같은 편이 된 사람들

    결혼식 다음 날.송유지는 늦은 아침에 눈을 떴다.어제 하루가 길었던 탓인지.머리가 조금 무거웠다.옆을 보니 채도하는 아직 자고 있었다.유지는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휴대전화를 들었다.알림이 몇 개 와 있었다.가족 단체방.회사 메신저.그리고 엄마에게서 온 개인 메시지.—어제 결혼식 갔다며.유지의 손이 멈췄다.—응.잠시 뒤.—도하랑 같이?—응.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유리 알던 사람들 많았어?유지는 한동안 화면을 보다가 솔직하게 답했다.—응.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어.이번에는 엄마가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괜찮아?첫마디였다.유지는 조금 웃었다.“괜찮아.”—뭐라고 하는 사람 없었고?유지는 잠깐 망설였다.“조금은.”전화기 너머가 바로 조용해졌다.—뭐라고 했는데.“그냥…….”유지는 어제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유리 생각 안 나냐는 질문.괜찮은 거냐는 말.“이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었어.”엄마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그럴 줄 알았다.“근데 괜찮았어.”—도하는?“옆에 있었지.”유지는 작게 웃었다.“제가 말하기 전에 다 얘기했어.”잠시 정적.엄마가 아주 낮게 말했다.—그래도 그건 잘했네.유지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엄마가 도하 씨 칭찬했네.”—또 시작한다.“맞잖아.”엄마는 대꾸하지 않았다.통화를 끊으려던 순간.엄마가 다시 말했다.—유지야.“응.”—다음 주말 시간 되면 둘 다 와.유지는 잠시 멈췄다.“왜?”—밥 먹게.“갑자기?”—갑자기긴 뭘 갑자기야.엄마는 잠깐 뜸을 들였다.—도하 어머니도 한번 뵙자고.유지는 그대로 굳었다.“뭐?”옆에서 자던 도하가 움직였다.유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밖으로 나왔다.“엄마 지금 뭐라고 했어?”—왜 그렇게 놀라.“안 놀라게 생겼어?”—둘이 같이 살기 시작했고.잠시.—그쪽 어머니도 이제 알고 계신다며.유지는 입을 다물었다.—계속 서로 따로 볼 이유가 있나 싶어서.유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37.모두가 알고 있던 사람

    결혼식 당일.송유지는 거울 앞에서 귀걸이를 고르다가 결국 작은 진주 하나를 집었다.너무 꾸민 것 같아도 싫었고.그렇다고 평소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채도하는 이미 준비를 끝낸 채 현관 쪽에 서 있었다.“다 했어?”“거의요.”유지는 재킷을 걸치고 도하 앞에 섰다.“이상해요?”도하는 잠깐 유지 모습을 보고 말했다.“예뻐.”“그 말 말고.”“뭐가 궁금한데.”“너무 신경 쓴 것 같냐고요.”도하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유지는 숨을 한번 내쉬었다.“저 긴장한 거 티 나죠?”“조금.”“도하 씨는요?”“나도.”유지는 그제야 조금 웃었다.혼자만 긴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안심됐다.예식장에 도착하자.유지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시선을 느꼈다.도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도하야.”한 남자가 먼저 다가왔다.도하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유지는 반걸음 뒤에 서 있었다.그러자 남자의 시선이 곧 유지에게 향했다.“옆에는?”유지는 순간 심장이 빨라졌다.지난번 자신이 말했던 조건이 떠올랐다.누가 물어보면 도하 씨가 먼저 말해요.도하는 망설이지 않았다.“내 여자친구.”짧은 대답.유지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남자는 바로 웃었다.“아, 그래?”그런데 몇 초 뒤.유지 얼굴을 다시 보던 표정이 달라졌다.“근데 혹시…….”유지는 직감했다.“송유리 씨 동생 아니에요?”주변 소리가 순간 조금 멀어진 것 같았다.유지는 피하지 않았다.“맞아요.”남자의 웃음이 잠깐 멈췄다.그는 도하와 유지를 번갈아 봤다.놀라지 않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아…….”짧은 감탄 뒤.더 이상 바로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도하가 먼저 말했다.“지금 만나고 있어.”남자는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생각보다 그뿐이었다.비난도.캐묻는 질문도 없었다.하지만 그가 돌아간 뒤.유지는 손끝이 조금 차가워져 있는 걸 느꼈다.도하가 낮게 물었다.“괜찮아?”“응.”유지는 잠시 숨을 골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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