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집으로 돌아온 뒤.송유지는 현관문을 닫자마자 손으로 이마를 만졌다.아직도 닿았던 감각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채도하가 처음으로 입을 맞춘 곳.입술은 아니었다.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선명했다.그리고 마지막에 했던 말.—다음에는 이마로 안 끝낼게.유지는 그대로 현관문에 등을 기대었다.“진짜 미쳤나 봐.”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조금 전까지 엄마와 울고 싸우다시피 이야기했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마음은 아직 무거웠다.그런데 그 무거운 마음 한가운데.도하가 있었다.도망치지 않고.같이 버티겠다고 한 사람.휴대전화가 울렸다.유지는 화면을 보자마자 웃었다.채도하였다.—들어갔어?유지는 바로 답했다.—네.잠시 고민하다 한 줄을 더 보냈다.—이마 아직 뜨거워요.보내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아, 왜 보냈지.”읽음.답장은 한동안 오지 않았다.유지는 괜히 침대 위에 휴대전화를 던졌다.몇 초 뒤 다시 울렸다.—그럼 다음엔 다른 데 해야겠네.유지의 눈이 커졌다.한동안 화면만 바라봤다.예전의 도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었다.유지는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말만 하지 말고요.이번에는 읽음이 뜨자마자 답이 왔다.—알겠어.유지는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다음 날.엄마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유지도 먼저 하지 않았다.어제 대화가 너무 길고 무거웠다.서로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대신 아버지에게 짧은 메시지가 왔다.—엄마 오늘은 그냥 두자.유지는 그 문장을 한참 보다가 답했다.—응. 아빠도 너무 걱정하지 마.보내고 나니 마음 한쪽이 조금 저렸다.엄마만 힘든 게 아닐 것이다.아버지도.도하도.자신도.모두 같은 일을 다른 자리에서 견디고 있었다.점심 무렵.도하에게 전화가 왔다.“네.”—바빠?“아니요.”—목소리 괜찮네.유지가 피식 웃었다.“뭘 기대했는데요.”—울고 있을까 봐.“어제 다 울었어요.”—다행이네.“그게 다행이에요?”—오늘은 안 울잖아.유지는 잠
채도하의 차가 벤치 앞에 멈췄다. 송유지는 바로 움직이지 못했다. 헤어지라고 했던 엄마의 말. 울던 얼굴. 그리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까지. —헤어지겠다는 약속은 못 해. 그 문장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었다. 차 문이 열렸다. 도하가 내렸다. 유지는 그를 보자마자 시선을 피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해놓고 막상 얼굴을 보니 울 것 같았다. 도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유지 앞까지 걸어왔다. “많이 기다렸어?” 유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가자.” 그 한마디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왜 울었는지. 바로 묻지 않았다. 유지는 그게 고마웠다. 차가 출발하고도 한동안 둘은 말이 없었다. 유지는 창밖만 바라봤다. 도하는 라디오도 켜지 않았다. 조용한 차 안. 유지는 몇 번이나 입을 열려다 말았다. 결국 도하가 먼저 말했다. “밥은?” 유지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 상황에도 그거 물어요?” “안 먹었잖아.” “어떻게 알아요.” “얼굴 보면.” 유지는 고개를 숙였다. “못 먹었어요.” “뭐라도 먹자.” “지금은 싫어요.” 도하는 더 권하지 않았다. “알겠어.” 다시 침묵. 그런데 이번에는 유지가 먼저 말했다. “엄마가 헤어지래요.” 도하의 손이 핸들 위에서 아주 조금 굳었다. 유지는 그걸 봤다. “역시.” 도하가 낮게 말했다. 유지는 고개를 돌렸다. “알고 있었어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어제 혼자 결정하지 말라고 한 거예요?” “응.” 유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었다. “도하 씨는.” “응.”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차가 신호에 멈췄다. 그제야 유지 쪽을 봤다. “네가 뭐라고 했는데.” 유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
집에 돌아온 뒤에도 송유지는 한동안 외투를 벗지 못했다.거실 불을 켜놓고 소파 끝에 앉아 있었다.엄마가 울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그럼 안 하면 되잖아.너무 쉬운 말처럼 들렸지만.유지도 수없이 해봤던 일이었다.안 좋아하려고.연락하지 않으려고.멀어지려고.그런데 결국 여기까지 왔다.휴대전화가 울렸다.채도하였다.유지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 전화를 받았다.“네.”—도착했어?“네.”도하는 바로 다음 말을 하지 않았다.유지도 마찬가지였다.한동안 서로 숨소리만 들렸다.“도하 씨.”—응.“괜찮아요?”이번에는 도하가 조금 늦게 대답했다.—아니.유지는 눈을 감았다.자신과 같은 대답이었다.“엄마가 한 말 때문에요?”—다.“…….”—어머니 우신 것도 그렇고.도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아버지가 유리한테 미안하지 않냐고 물은 것도.유지는 손끝을 만지작거렸다.“미안하다고 했잖아요.”—응.“진짜 미안해요?”도하는 잠시 말이 없었다.—응.유지의 가슴이 조금 아팠다.그래도 듣고 싶었다.“그럼 저랑 사귀는 게 잘못 같아요?”이번에는 침묵이 더 길었다.유지는 괜히 입술을 깨물었다.“도하 씨?”—아니.대답은 단단했다.유지가 눈을 떴다.—미안한 거랑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건 다른 것 같아.유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유리한테 미안한 마음이 없어질 것 같지는 않아.“…….”—근데 그 마음 때문에 너까지 없던 사람처럼 만드는 것도 아닌 것 같고.유지의 눈빛이 흔들렸다.—오늘 어머니 말씀 듣고 나도 많이 생각했어.“뭘요?”—우리가 앞으로 계속 이런 질문을 듣겠구나.유지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건 맞았다.엄마 아빠가 끝이 아닐 수도 있었다.친척.언니의 친구들.도하의 지인들.둘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들.누구든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었다.왜 하필.어떻게.언제부터.언니한테 미안하지 않느냐고.유지가 작게 말했다.“벌써 피곤하네요.”도하가 아주 짧게 웃었
“언제부터야?”엄마의 목소리는 낮았다.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그래서 더 무거웠다.송유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언제부터였을까.채도하를 형부가 아닌 남자로 보기 시작한 순간.그가 자신을 이상할 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좋아한다고 인정한 순간.사귀기 시작한 날.기준에 따라 답은 전부 달랐다.엄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내가 묻잖아.”유지가 입술을 열었다.“사귄 건 얼마 안 됐어.”엄마의 표정이 굳었다.“얼마 안 됐다는 게 언제부터냐고.”도하가 낮게 말했다.“며칠 안 됐습니다.”아버지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며칠?”“네.”짧은 대답.그런데 엄마는 조금도 안심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럼 마음은?”유지의 손이 굳었다.엄마가 이번에는 정확하게 물었다.“사귄 게 며칠인 거 말고.”잠시.“서로 그런 마음 가진 건 언제부터냐고.”식탁이 다시 조용해졌다.유지는 도하를 한번 봤다.도하 역시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엄마가 헛웃음을 흘렸다.“둘 다 왜 말을 못 해.”“엄마.”“내가 이상한 질문해?”유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그럼 대답해.”유지는 손을 무릎 위에서 꼭 쥐었다.“정확히 언제부터라고 말하기 어려워.”엄마가 바로 되물었다.“왜 어려워?”“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으니까.”유지는 최대한 천천히 말했다.“언니 없어진 뒤에도 한동안은 그냥 도하 씨였어.”엄마의 눈빛이 흔들렸다.유지는 그 표현이 이상하게 들렸다는 걸 알아차렸다.급히 말을 고쳤다.“아니, 그러니까.”도하가 조용히 말했다.“제가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엄마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뭘 설명할 건데.”도하는 잠깐 숨을 골랐다.“유리가 있을 때부터 이런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그 말에 엄마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유지도 숨을 삼켰다.가장 먼저 나와야 했던 말이었다.아버지도 도하를 똑바로 바라봤다.도하는 피하지 않았다.“그건 절대 아닙니다.”엄마가 낮게 물었다.“확실해?”“
월요일 저녁.송유지는 집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고도 한동안 불을 켜지 않았다.어제 부모님 집에서 있었던 일이 계속 떠올랐다.—여자친구 생겼다고 하던데?엄마는 정말 기뻐했다.도하에게 누군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를.그리고 자신은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마지막에 둘은 약속했다.다음 질문이 오면.더는 거짓말하지 않기로.그 말을 할 때는 분명 마음을 굳힌 것 같았는데.막상 혼자가 되니 다시 겁이 났다.휴대전화가 울렸다.채도하였다.—집?유지는 바로 답했다.—네.잠시 뒤.—전화해도 돼?유지는 통화 버튼이 뜨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네.”—왜 네가 먼저 해.“빨리 하려고요.”도하가 작게 웃었다.잠깐 침묵.유지가 먼저 말했다.“오늘 엄마한테 연락 왔어요?”—아니.“아빠는요?”—아니.유지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도하는 바로 묻지 않았다.유지는 그 침묵이 오히려 편했다.“근데.”—응.“진짜 다음에 물으면 말할 거예요?”—응.대답이 너무 빨랐다.유지는 잠깐 멈췄다.“안 무서워요?”도하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무서워.“근데 왜 그렇게 바로 대답해요?”—무서운 거랑 안 할 거랑은 다르니까.유지의 손끝이 조금 움직였다.도하는 이어 말했다.—그리고 계속 다른 사람 있는 것처럼 얘기 듣는 것도 싫어.유지는 조용히 웃었다.“저랑 똑같네.”—그러게.“엄마가 다음엔 진짜 누구냐고 물을 것 같아요.”—그럼 말해야지.“도하 씨.”—응.“그때 저 먼저 봐요.”—왜.“혼자 대답하지 말고.”도하가 잠깐 웃었다.—알겠어.“진짜.”—같이 말한다며.유지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네.”*다음 날.별일은 없었다.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유지가 스스로 예민했던 건가 싶을 정도였다.점심시간에 도하와 짧게 통화했고.퇴근 후에는 각자 집으로 갔다.부모님에게서도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유지는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그러다 수요일 저녁.엄마에게 메시지가 왔다.—토요일
월요일 아침.송유지는 눈을 뜨자마자 전날 밤을 떠올렸다.언니를 알던 사람.자신과 채도하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본 사람.그리고 그 앞에서 도하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제 여자친구예요.그 말은 아직도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 있었다.무서웠는데.동시에 기뻤다.유지는 휴대전화를 켰다.도하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잘 잤어?유지는 바로 답했다.—네.잠시 뒤 한 줄을 더 보냈다.—도하 씨는요?—잘 잤어.유지는 화면을 보다가 문득 물었다.—어제 그분한테 연락 안 왔어요?읽음.조금 있다가.—안 왔어.유지는 안도했다.하지만 완전히 마음이 놓인 건 아니었다.—엄마한테 연락할까 봐 좀 무서워요.도하의 답장은 생각보다 빨랐다.—연락해도 괜찮아.유지의 손이 멈췄다.—진짜요?—응.—저는 안 괜찮은데요.잠시 뒤.—알아.유지는 그 두 글자를 오래 바라봤다.도하는 이제 자꾸 자신의 두려움까지 받아들이고 있었다.밀어붙이지 않고.그렇다고 같이 겁먹지도 않고.그게 묘하게 든든했다.*점심시간.나현이 유지 맞은편에 앉자마자 물었다.“어제 뭐 있었지?”유지가 눈썹을 올렸다.“왜.”“얼굴이 그래.”“어떤데.”“걱정 반, 행복 반.”유지는 웃다가 금방 표정을 거뒀다.“들켰어.”나현의 눈이 커졌다.“누구한테?”유지는 잠시 주변을 살폈다.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언니 아는 사람.”나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헐.”“근데.”유지는 컵을 만지작거렸다.“도하 씨가 바로 여자친구라고 했어.”나현이 잠깐 말이 없었다.“안 숨겼네.”“응.”“그럼 너는?”“나도.”유지는 작게 웃었다.“손도 안 놨어.”나현은 잠시 유지 얼굴을 바라봤다.“생각보다 많이 갔네.”유지는 그 말에 심장이 조금 뛰었다.많이 갔다.맞았다.이제는 마음만 확인한 단계가 아니었다.둘은 실제로 사귀고 있었고.누군가 앞에서도 그걸 부정하지 않았다.“근데.”유지가 천천히 말했다.“엄마가 알게 되는 건 아직 무서워.”“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