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거대한 철골이 부두를 강타하면서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졌다. 컨테이너가 옆에 쌓인 화물을 밀어 버렸고,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바닷물이 높이 솟구쳤다. 작업자들은 귀를 막고 바닥에 엎드렸으며, 항만 전체에 비상 경보가 울려 퍼졌다.
도윤은 무너진 크레인보다 서쪽 통로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하역반장이 마지막 인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열세 명! 전원 확인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도윤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난간을 놓자 왼쪽 무릎이 꺾였다. 그는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으려 했지만 손가락이 펴지지 않았고, 결국 어깨부터 젖은 콘크리트에 부딪혔다.
차가운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오래된 신경통이 허리에서 다리까지 번지면서 숨을 들이마시기조차 힘들어졌다.
누군가 달려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도윤은 왼손으로 상대의 소매를 붙잡았다.
“열세 명…… 전부 나왔습니까?”
“네! 다 나왔어요! 전부 살았습니다!”
그제야 손가락의 힘이 풀렸다.
희미해지는 시야 너머로 작업자들이 서로를 부축하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고, 누군가는 살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도윤은 그 광경을 끝까지 바라보려 했다.
하지만 의식이 멀어지는 동안, 오래전 무전기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 귓속을 파고들었다.
*지휘관님, 아직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삼 년 전에도 그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고 있었다.
마흔일곱 명의 전사자.
그리고 끝내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열두 명.
그날의 마지막 보고는 아직도 선명했다. 그러나 기록은 사라졌고, 자신은 죽은 사람으로 처리되었다.
도윤은 젖은 바닥에 뺨을 기댄 채 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달랐다.
열세 명이 살아 나왔다.
그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눈을 감았다.
***
강도윤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응급실 천장이 보였다.
형광등 불빛이 눈을 찔렀고, 오른쪽 팔에서는 익숙한 통증이 이어지고 있었다. 젖은 작업복 대신 병원에서 건네준 옷을 입고 있었지만, 몸속 깊숙이 스며든 추위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는 왼손으로 침대 가장자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오른손은 여전히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을 펴려 할 때마다 팔꿈치까지 저릿한 통증이 올라왔고, 왼쪽 다리에도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간호사가 다가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의식은 괜찮으세요? 성함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강도윤입니다.”
“생년월일도 말씀해 주세요.”
도윤은 천천히 대답했다.
간호사는 기록을 확인한 뒤 접수 절차를 안내했다. 신분증이 있는지 묻는 말에 도윤은 고개를 저었다.
삼 년 동안 신분증 없이 살아왔다.
귀국한 뒤에도 정상적인 신분 확인 절차를 밟지 못했다. 그동안 자신이 어떤 상태로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할 기회조차 없었다.
직원은 그가 말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다.
잠시 뒤 작은 오류음이 울렸다.
그녀는 번호를 다시 입력했다. 두 번째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옆자리 동료를 불렀고, 두 사람은 화면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윤은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무슨 문제입니까?”
직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산상으로는 사망 처리된 분으로 확인됩니다.”
도윤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죽은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을 가능성은 생각해 보았다. 마지막 작전 이후 공식적인 전사 발표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놀랄 만한 일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살아 있는 자신을 눈앞에 두고 사망자라고 말하는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낯설었다.
“기록이 잘못된 겁니다.”
도윤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강도윤입니다.”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말씀은 이해했습니다. 다만 신원을 확인하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혹시 다른 서류가 있으실까요?”
도윤은 낡은 지갑을 꺼냈다.
안쪽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과 여러 번 접힌 종이 몇 장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만한 유효한 서류는 없었다.
그는 지갑을 다시 닫았다.
“없습니다.”
“그날 마지막 무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도윤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기석이 손짓으로 만류했다.“그냥 계십시오.”기석은 소파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철수하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 저는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휘관님이 남은 사람들을 먼저 데리고 나가라고 하셨습니다.”도윤은 기석을 바라보았다.“그랬지.”“저는 그 명령을 따랐습니다. 살아 돌아왔고, 아이가 태어나는 것도 봤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날 제가 돌아갔으면 한 사람이라도 더 데려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요.”기석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렸다. 도윤은 그날의 모든 상황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다만 당시 기석에게 내려진 임무가 무엇이었는지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네 임무는 남은 인원을 데리고 철수하는 것이었다. 그 임무를 끝까지 수행했기 때문에 네가 살아 돌아왔고, 함께 나온 사람들도 살아남았다.”도윤은 잠시 숨을 골랐다.“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까지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제부터 확인하면 된다.”기석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윤 앞에서 자세를 바로잡았다.오른손이 올라갔다.삼 년 전 빈 관 앞에서 했던 것과 같은 경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앞에 사람이 있었다.도윤은 소파 가장자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왼쪽 다리가 흔들렸지만, 기석은 그가 균형을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오른팔을 들어 올리자 손목이 끝까지 펴지지 않았고, 굳은 손가락은 경례 자세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그럼에도 도윤은 팔을 내리지 않았다.기석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돌아오셨군요.”도윤은 그를 바라보았다.“늦었다.”기석은 고개를 저었다.“살아서 돌아오셨습니다.”두 사람은 한동안 그 자세를 유지했다. 창밖에서는 늦은 밤 차량들이 지나갔고, 사무실의 낡은 시계가 규칙적인 소리를 냈다. 기석이 먼저 손을 내
“저는 그분 장례식에 갔습니다. 시신도 없는 관 앞에서 경례했고, 유족들한테는 끝내 모시고 오지 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분이 살아 있다고 믿었다가 또 아니면…….”기석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도윤은 그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그럼 왜 찾아오셨습니까?”“네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도윤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 이름이 어떻게 기록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기석의 얼굴이 굳었다. 삼 년 동안 외면하려 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는 책상 모서리를 붙잡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고, 도윤은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밤이 깊어질 무렵 기석은 오래된 서류 상자를 꺼냈다.공식 작전 보고서는 아니었다. 전역 후에도 버리지 못한 개인 메모와 당시 연락처, 장례식 관련 자료가 들어 있었다. 기석은 서류를 하나씩 꺼내다가 낡은 봉투 앞에서 손을 멈췄다.“이건 그때 조사팀이 다녀간 뒤 적어 둔 겁니다.”도윤은 봉투를 받아 들었다. 안에는 날짜와 시간, 몇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기석은 당시 조사팀이 기존 보고서의 일부 진술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누구의 지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군복을 입지 않은 남자가 조사 과정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왜 이걸 따로 보관했지?”도윤이 메모를 살피며 묻자 기석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제가 잘못 기억한 건가 싶기도 했고요.”도윤은 봉투를 다시 건넸다.“원본은 네가 보관해. 지금은 다른 곳에 옮기지 말고, 누가 접근했는지부터 확인하자.”기석이 고개를 끄덕일 때 직원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외부 카메라의 다른 각도를 확인한 결과, 검은 점퍼의
차량에서 내린 사내는 십여 분 동안 건물 맞은편을 서성였다.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척하면서 출입구를 반복해서 바라보았고, 아이가 나타나자 한 걸음 앞으로 움직였다. 아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 직후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도 찍혀 있었다.“우리 애가 오는 시간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기석은 화면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도윤은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않았다.“그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지금 확인된 건 저 사람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뿐이다.”도윤은 영상을 조금 더 되돌려 보게 했다. 차량이 들어온 방향과 사내가 내린 위치, 통화가 시작된 시점을 차례로 확인한 뒤에는 원본을 별도로 보관하도록 요청했다.그때 직원이 화면 한쪽을 확대했다.“사장님, 저 사람이 들고 있는 종이 보이십니까?”사내는 차에서 내린 직후 접힌 종이를 펼쳐 보았다. 카메라 화질이 좋지 않아 글자는 읽을 수 없었지만, 종이 위에는 사진처럼 보이는 사각형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확인한 뒤 출입구를 바라보았고, 아이가 나타나자 다시 종이를 접었다.기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우리 애 사진일 수도 있다는 겁니까?”도윤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 원본 화질로 확인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다른 카메라에 찍힌 장면도 확보해.”기석은 직원에게 필요한 일을 지시했다. 아이가 있는 사무실 문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몇 번이나 모니터로 돌아왔다.도윤은 기석의 불안을 이해했다. 삼 년 전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남자에게는 수상한 차량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었다. 이제 막 평범한 일상을 되찾은 가족이 자신 때문에 다시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기석아, 오늘 네 딸이 혼자 온다는 사실을 누가 알고 있었지?”“아내하고 저, 그리고 아이를 내려 준 사람 정도입니다.”“그 사람들을 의심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일정이 어떻게 알려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기석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도윤을 돌아보았다.“혹시 당신 때문에
“그 손은 언제부터 그렇게 된 겁니까?”“삼 년 전부터다. 왼쪽 다리도 마찬가지고.”“어디에서 무슨 일을 겪었습니까?”도윤은 물병을 내려놓았다. 마지막 작전 이후의 일을 설명하려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했지만, 기억이 끊어진 부분이 있었고 아직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사건도 많았다. 무엇보다 기석의 주변에 어떤 위험이 남아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꺼낼 수는 없었다.“설명하겠다. 다만 지금은 네가 믿을 수 있는 것부터 확인해.”기석은 고개를 숙였다.“정말 그분이라면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그 질문에는 지난 삼 년의 모든 시간이 들어 있었다. 자신이 돌아오지 못한 이유뿐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동안 감당해야 했던 상처까지 설명해야 했다.“돌아오려고 했다. 그것밖에는 지금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구나.”기석은 더 묻지 않았다.그때 건물 아래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작은 가방을 멘 여자아이가 출입구를 지나 계단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기석은 딸을 발견하자 급히 내려가 가방을 받아 들었고, 혼자 왔다는 말을 듣고는 다음부터 반드시 연락하라고 당부했다.도윤은 난간에 몸을 기댄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삼 년 전 기석의 아내는 임신 중이었고, 작전이 끝나면 아이가 태어난다며 부대원들이 함께 축하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 태어날 날을 기다리던 아이가 어느새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기석이 살아 돌아와 가정을 지켰다는 사실은 반가웠지만, 그 모습을 보는 동안 자신이 놓쳐 버린 시간도 선명해졌다.아이는 아버지 뒤에 있는 도윤을 발견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아빠, 저 아저씨는 누구야?”기석은 대답을 망설였고, 도윤은 아이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아빠를 오래전에 알던 사람이야.”아이는 기석을 올려다보았다. 기석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도윤을 향한 경계심은 거두지 않았다.그때 도윤의 시선이 건물 출입구 너머로 움직였다.검은 승용차 한 대가 도로 가장자리에 멈춰
도윤이 고개를 들자 검은 점퍼를 입은 중년 남자가 계단 위에 서 있었다. 머리에는 흰머리가 늘었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생겼지만, 사람을 살피는 날카로운 눈빛만큼은 기억 속 그대로였다.박기석이었다.마지막 작전에서 무전을 주고받던 부하가 삼 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 있었다. 도윤이 그 얼굴을 바라보는 동안 기석은 계단에 주저앉은 낯선 남자를 발견하고 몇 칸 내려왔다.“괜찮으십니까? 다치셨으면 구급차를 불러 드릴까요?”도윤은 대답하려다가 목이 메는 것을 느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석의 이름조차 함부로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가장 먼저 안부부터 묻고 싶어졌다.“기석아, 살아 있었구나.”기석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도윤의 눈매와 턱선, 왼쪽 눈썹 가까이에 남은 흉터를 차례로 살피더니 천천히 한 걸음 물러섰다.“누구십니까?”“강도윤이다.”그 이름을 듣는 순간 기석의 어깨가 굳었다. 잠시 후 그는 계단 위쪽의 사무실 문을 돌아보았는데,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습니까?”도윤은 기석의 표정을 읽었다. 반가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두려움과 경계심이었다.“내 얼굴을 알아보겠나?”기석은 입술을 깨물었다.“강도윤 지휘관님은 삼 년 전에 전사하셨습니다. 그분 사진을 구해서 얼굴까지 비슷하게 꾸민 겁니까? 누가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장난은 하지 마십시오.”기석은 도윤을 부축하려고 팔을 잡았다. 그러나 손길에는 계단 위로 데려가려는 의도보다 건물 밖으로 돌려보내려는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오른팔이 붙잡히는 순간 도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석은 그 변화를 알아차리고 손을 놓았지만, 경계하는 표정만큼은 풀리지 않았다.“팔은 왜 이렇습니까?”“마지막 작전 이후에 다쳤다.”기석은 눈을 감았다가 뜨더니 고개를 저었다.“그만하십시오. 저희는 그분 장례를 치렀습니다. 시신도 없는 관 앞에 서서 경례했고, 돌아오지 못
강도윤이 병원 정문을 나섰을 때, 밤새 내리던 비는 그쳐 있었지만 도로 가장자리에는 여전히 빗물이 고여 있었다. 출근 차량들이 물웅덩이를 가르며 지나가는 동안 그는 출입구 옆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주머니에서 진료 안내문을 꺼냈다.오른손의 신경 손상은 이전보다 악화되었고, 왼쪽 다리에도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도윤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진료 내용이 아니라 환자 정보란이었다.*신원 확인 필요.*전날 밤 자신의 이름을 직접 말했는데도 병원 전산에는 여전히 사망자로 남아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했고, 그 절차를 시작하려면 신분을 확인할 자료부터 찾아야 했다.도윤은 안내문을 접어 지갑에 넣었다. 그 안에는 왼손으로 세 번이나 적었던 자신의 이름과 정하린의 사진도 함께 들어 있었다. 사진을 꺼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하린에게 연락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사람이 있었다.박기석은 삼 년 전 마지막 작전에서 살아 돌아온 것으로 알려진 부하였다. 도윤이 지휘하던 부대에서 가장 오래 함께한 사람이었고, 다른 대원들이 흔들릴 때도 끝까지 명령을 전달하던 남자였다. 그가 살아 있다면 마지막 작전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기록을 정리했는지 확인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도윤은 기억하고 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오래전에 해지된 번호라는 안내 음성만 들려왔다. 수화기를 내려놓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기석의 목소리를 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통신이 끊어지기 직전 기석은 남은 대원들을 이끌고 철수하겠다고 보고했다. 도윤은 그들에게 돌아보지 말고 지정된 경로로 이동하라고 명령했으며, 이후 무전기에서는 거친 잡음만 흘러나왔다.그날 이후 기석이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직접 들은 적은 없었다.도윤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움직였다. 오래된 연락처와 업체 정보를 확인한 끝에 기석이 운영하는 작은 경비업체의 주소를 찾아냈을 때는 이미 오전이 상당히 지나 있었다.***경비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