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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Author: 금붕어
담담한 표정으로 최수빈을 바라보던 주민혁의 눈에는 약간의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아마 그 역시 그녀 앞에서 연기하는 게 역겨웠을 터였다.

그의 태도가 어떻든 최수빈은 상관없다는 듯 단호하게 일어나 주예린의 손을 잡고 저택을 나왔다.

주민혁의 차에 함께 타기 싫었던 그녀는 미리 불렀던 택시를 타고 그곳을 떠났다.

주시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떠나는 최수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왜 저래요? 누가 심기를 건드렸어요?”

주민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시선을 돌렸다.

“아빠, 오늘 어린이집 끝나면 하린 엄마를 불러서 숙제 좀 가르쳐달라고 해도 돼요? 어제 주예린이 한 거 저도 배우고 싶어요.”

주민혁은 천천히 냅킨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시간 있는지 네가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

...

최수빈은 주예린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후, 권성우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 절차 진행 상황을 물었다.

권성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심사 중이에요. 사건이 접수되면 통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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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06화

    송미연과 육민성은 혼인신고까지 마친 사이였지만 부부라기보다는 서로의 필요에 따라 함께 사는 동맹에 더 가까웠다.서류상으로만 부부였을 뿐, 결혼 후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각방을 썼고 평소에 마주치는 일도 대부분 일 때문이었다.가끔 집안 어른들 눈을 의식해 함께 집에 들어가 다정한 부부인 척 연기를 할 때면 손을 잡거나 가볍게 포옹을 했는데 어딘가 늘 어색하고 서툴렀다.연기가 끝나고 나면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고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지나칠 만큼 깍듯했다.그런데 스키장에서 그날 밤을 보낸 뒤로 모든 게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눈밭에 함께 넘어졌을 때 자신을 감싸 안던 육민성의 품, 두꺼운 스키복 너머로도 고스란히 전해지던 손바닥의 온기가 괜히 송미연의 심장을 들쑤셨다.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던 미묘한 공기, 한밤중 송미연의 이불 끝을 조용히 여며 주던 손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바로 곁에서 느껴지던 숨결...그리고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느껴지던 육민성의 다정한 눈빛까지, 모든 것이 잔잔하던 송미연의 마음 한가운데 툭툭 떨어져 자꾸만 파문을 일으켰다.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송미연은 곁에 육민성이 있는 것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누군가 술을 권할 때 말끔하게 대신 받아내 주는 모습도,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든 채 퇴근하는 자신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또 자신을 보며 웃을 때 살짝 떨리는 그 눈빛까지도 말이다.송미연은 술잔을 쥔 육민성의 손을 바라봤다. 섬섬옥수처럼 기다란 손가락, 또렷한 마디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당황할 만큼 충동적인 생각이었다.테라스 쪽에서 들리던 짓궂은 환호성이 어느새 잦아들자 육민성은 시선을 거두고 송미연을 돌아봤다.그녀가 멍하니 자신의 손만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하자 육민성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말했다.“왜? 내 손에 반했어?”속마음을 들킨 송미연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하지만 이내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치 무언가를 결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05화

    “그럴 줄 알았다니까. 주 대표님이랑 최수빈 씨야말로 천생연분이지. 저기 에라 씨는 그냥 혼자 김칫국 마신 거였네!”사방에서 수군거림이 이어졌다. 에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제각각 달라졌다.동정하는 눈빛도 있었고 비웃는 눈빛도 있었다. 그중에는 대놓고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흥미로워하는 시선도 섞여 있었다.에라의 애매한 말에 휩쓸려 오해했던 사람들도 그제야 상황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으로 에라가 혼자 착각한 거였다며 혀를 끌끌 찼다.상상도 못 한 전개에 에라의 얼굴을 이내 새하얗게 질렸다.주민혁이 하필 이 순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재결합 소식을 발표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건 의심할 여지 없이 공개적으로 에라에게 망신을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조금 전까지 그녀가 일부러 만들어냈던 친밀한 분위기는 한순간에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다.에라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수치심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 그리고 울상에 가까운 미소를 간신히 짜냈다.“축하드려요, 주 대표님.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더 버틸 수 없었던 에라는 몸을 돌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빠져나가더니, 도망치듯 행사장 구석으로 걸어갔다.초라하면서도 분노한 듯 보이는 뒷모습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에라가 허둥지둥 물러나는 모습을 보며 최수빈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녀는 곁에 선 주민혁을 올려다보았다. 눈가에는 희미한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타이밍 하나는 정말 잘 고르네요.”주민혁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최수빈을 녹여버릴 만큼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이다.곧 그가 팔에 힘을 주어 최수빈을 조금 더 가까이 끌어안더니 손끝으로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쓸었다. 낮게 깔린 목소리는 듣기 좋게 울렸다.“저런 사람을 상대할 땐 빠르고, 정확하고, 확실해야 해. 괜히 계속 들러붙어서 네 기분 상하게 두고 싶지 않으니까.”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두 사람에게 몰려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주 대표님, 최수빈 씨, 축하드립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04화

    “제 생각엔, 우리 세 회사가 손을 잡으면 신에너지 분야에 분명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요.”그녀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앉은 것이 주변 사람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을 만큼 딱 적당한 크기였다.말을 마치자마자 본디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순간 조금 가라앉았다. 적잖은 사람들의 시선이 묘하게 달라진 것이다.에라가 주민혁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플라잉 테크에 들어선 뒤로 그녀는 협력을 빌미 삼아 몇 번이고 주민혁에게 접근했다. 노골적이든 은근하든, 그 호의는 이미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었다.지금 그녀의 말 역시 겉으로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듯했지만 속내는 달랐다.마치 자신과 주민혁 사이에 남들은 모르는 특별한 교감이라도 있는 것처럼, 은근히 두 사람의 가까운 관계를 과시하려는 말이었다.주변에서 낮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옆에 선 최수빈은 와인잔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에라를 바라보았다.“에라 씨, 말씀은 고맙네요. 협력은 원래 서로에게 이익이 있어야 성사되는 겁니다. 주상 그룹과 천공은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전폭적인 지원이라고까지 할 건 없죠.”그제야 에라는 마치 이제야 최수빈을 발견한 사람처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수빈 씨 말씀이 맞아요. 그래도 협력 논의 과정에서 주 대표님께서 여러모로 도와주신 건 사실이잖아요.”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다시 반걸음 앞으로 다가섰다.목소리는 조금 낮췄지만 주변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이 핵심 단어를 놓치지 않을 만큼 또렷하기는 했다.“주 대표님, 협력 프로젝트의 해외 홍보 방안 말인데요. 제가 그쪽으로 꽤 괜찮은 해외 네트워크를 몇 군데 확보해뒀거든요. 나중에 시간 한번 잡아서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실래요?”둘만 따로 만날 기회를 만들겠다는 속셈이 빤히 보이는 말이었다.그러나 주민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에라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피했다.순식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03화

    “맞는지 아닌지는 떠보면 알겠지.”...그날.국내 산업 정상회의가 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렸다.정부 주도로 열린 이번 대규모 행사에는 업계의 내로라하는 주요 기업 수장들이 거의 모두 참석했고, 화려한 분위기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신경전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단연 새롭게 두각을 드러낸 플라잉 테크의 신임 수장, 에라였다.에라는 캐셔 그룹의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플라잉 테크를 인수했다. 그 일은 순식간에 업계에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플라잉 테크는 국내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으로, 여러 핵심 기술 특허를 보유한 곳이다. 때문에 이전부터 주상 그룹, 천공연구원과의 협력도 산업망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상태였다.인수 초기만 해도 세간에는 자금 출처를 둘러싼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캐셔 그룹이 회색 지대의 거래에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흘러나왔다.하지만 에라는 영리했다.그녀는 논란이 된 자금 흐름을 빠르게 끊어냈고 해외 시장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폭넓은 인맥을 앞세워 불과 몇 달 만에 플라잉 테크의 흔들리던 기반을 안정시켰다.에라는 버건디색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몸의 선을 따라 흐르는 드레스는 그녀의 늘씬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정교하게 꾸민 얼굴에는 흠잡을 데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사람들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는 그녀에게서는 손짓 하나, 걸음 하나에도 국제무대를 누비는 엘리트다운 여유가 묻어났다.“안 대표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지난번 푸르트 박람회 이후로 처음 뵙는 건데 안색이 날이 갈수록 더 좋아 보이시는 것 같아요.”에라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기업가에게 손을 내밀었다. 목소리는 친근했지만 선을 넘지 않았고 적당히 친숙한 척하는 행동은 누구도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웠다.안 대표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감탄한 눈빛을 띠었다.“에라 씨는 젊은데도 참 대단하군요. 플라잉 테크가 에라 씨 손에 들어갔으니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겠어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02화

    주민혁은 낮게 물었다.“확실해? 언제 일어난 일이야?”휴대폰 너머로 진한수가 무어라 보고했는지, 주민혁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전화를 끊은 뒤, 주민혁은 거칠게 액셀을 밟았다.차가 순식간에 속도를 올리자 최수빈은 본능적으로 안전벨트를 움켜쥐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주민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그녀를 바라보았다. 목소리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플라잉 테크가 에라의 손에 넘어갔대. 캐셔 그룹이 어젯밤 밤새 인수 절차를 마쳤고 지금은 에라가 플라잉 테크의 최대 주주이자 실질적인 지배자가 됐어.”“뭐라고요?”최수빈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충격을 받은 듯한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그게 말이 돼요? 플라잉 테크는 줄곧 주상 그룹의 협력사였잖아요.”게다가 그쪽 회장님은 아버님과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고, 관계도 늘 좋았는데 갑자기 에라에게 인수당했다고요?”설령 심종연이 체포됐다 해도 일이 이렇게 빨리 돌아갈 리는 없었다.플라잉 테크는 국내 항공우주 분야의 오래된 기업으로 여러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상 그룹 산하 여러 계열사와도 오랜 기간 협력해왔었다. 두 회사가 함께 묶여 있는 프로젝트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주민혁은 이번에 유럽 시장을 확장하면서 플라잉 테크와 손잡고 신기술을 공동 개발할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큰 변수가 생긴 것이다.주민혁이 낮게 말했다.“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파악 중이야. 다만 캐셔 그룹이 플라잉 테크의 지분 전부를 세 배나 되는 프리미엄을 얹어 사들였다고 해. 회장 쪽에서도 갑자기 태도를 바꿔 밤사이에 계약서에 서명했고.”“에라가 제대로 큰 판을 벌인 거야.”최수빈의 마음이 바닥 끝까지 가라앉았다.플라잉 테크의 기술은 천공연구원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핵심 부품 상당수를 플라잉 테크에서 조달해야 했기 때문이다.에라가 플라잉 테크를 인수한 것은 단순히 주상 그룹을 겨냥한 게 아니었다. 어쩌면 천공연구원까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01화

    에라가 갑자기 국내에 상주하기로 한 데에는 분명 단순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터였다.최수빈의 마음도 순간 무겁게 가라앉았다.에라의 얼굴에 떠오른, 이미 다 이긴 사람 같은 미소를 바라보자 불안함은 한층 더 짙어졌다.그러나 최수빈은 아무렇지 않은 척 주민혁의 팔짱을 끼고는, 아무런 동요도 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그럼 에라 씨, 국내에서 일 잘 풀리시길 바랄게요.”“좋은 말씀 고마워요.”에라는 미소를 지은 뒤, 다시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목소리에는 묘하게 유혹하는 듯한 자신만만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주 대표님, 전 저희 두 회사의 협력에 대해 아직 더 이야기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자원은 주상 그룹에도 분명 필요할 겁니다. 특히 신에너지 분야의 핵심 기술은 말이죠. 캐셔 그룹이 줄 수 있는 건, 주 대표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거예요.”주민혁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빛에 온기라곤 전혀 없었다.“협력의 전제는 진정성입니다. 에라 씨에게 그게 없다면 더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에라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잠시 굳었다. 그러나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표정을 수습했다.이내 그녀는 커피 한 모금을 가볍게 마신 뒤, 잔을 놓으며 손끝으로 벽을 톡톡 두드렸다.그러고는 웃는 듯 웃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진정성이라면, 당연히 있죠. 주 대표님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며칠만 지나면 마음이 바뀌실지도 모르니까요. 어떤 기회는 한 번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는 법입니다.”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최수빈을 훑었다. 그러다 다시 주민혁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주 대표님은 똑똑한 분이잖아요. 누구와 손을 잡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인지, 당연히 아실 거라고 믿어요.”말을 마친 에라는 주민혁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여유롭게 몸을 돌려 걸어갔다.식탁을 지나칠 때는 일부러 마카롱 하나를 집어 들고, 두 사람을 향해 턱을 살짝 치켜올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607화

    주예린이 주민혁을 닮았다는 얘기는 너무 흔하게 들었다.하지만 주시후는 단 한 번도, 단 한 사람에게도 주민혁을 닮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예전 집안 식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그랬다.모두가 주예린을 보며 ‘아빠랑 똑 닮았네’ 하면서도 주시후에게는 그런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그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저렸다.‘정말 난... 아빠의 친아들이 아닌 걸까?’주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걸어가 주민혁 옆에 서더니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아빠, 나 아무 잘못도 안 했어요. 저 사람들 말은 다 거짓말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91화

    그 순간, 박하린은 마치 누가 목을 움켜쥔 듯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사로잡혔다.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이 바짝 조여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아니 애초에 뭘 물어야 할지도 몰랐다.손에 쥐고 있던 컵을 조용히 움켜쥔 채 옆에 앉은 남자를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민혁 오빠... 방금 뭐라고 했어...?”주민혁의 눈빛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고 차가울 만큼 무표정했다.“충분히 분명하게 말했을 텐데?”바로 그 순간이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76화

    남자의 말 속에는 어딘가 떠보려는 듯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최수빈은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내 그가 이번에 돌아온 이유가 어쩌면 권력을 빼앗기 위해서라는 걸 어렴풋이 알아차렸다.주선웅의 눈에는 야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고 그 욕망은 더 이상 숨겨지지도 않았다.하지만 어떤 이유든 그건 결국 주씨 가문의 일이자 주민혁과 주선웅 두 사람 사이의 문제일 뿐이지 그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최수빈은 살짝 눈을 내리깔고 감정 하나 담기지 않은 평온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럼 바라시는 일 모두 이루길 바라요.”그 말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49화

    조윤미의 말에 박하린은 머리가 점점 지끈거리는 게 느껴졌다.그녀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가볍게 문질렀다.박하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이 일은 제가 따로 시간 내서 한 번 심사 위원분이랑 잘 얘기해 볼게요. 정보는 지금 보내주세요.”이 모든 일은 그녀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였으니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아무리 주민혁이 박하린을 사랑한다고 해도 미래는 스스로 계획하고 그려나가야지, 그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었다.조윤미는 전화를 끊은 후, 심사 위원의 정보를 박하린에게 넘겨주었다.박하린은 그 정보를 자세히 살펴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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