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나의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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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1
By:  yeyeUpdated jus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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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배 속의 쌍둥이도, 네 몸도 전부 내 거야.” 이모의 수술비를 위해 비밀 알바를 시작한 시골 대학생 강수아. 그곳에서 태어나 처음 여자에게 눈이 뒤집힌 명문대 냉혈한 교수, 지완을 만난다. 위험한 약물과 하룻밤의 실수가 불러온 강제 혼인신고. 의무라는 핑계 뒤에 숨겨진 츤데레 교수 아저씨의 지독하고 달콤살벌한 집착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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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화. 문을 열면, 지옥

“은수아 학생. 출석 안 합니까?”

강의실을 채운 백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의 뒷덜미에 꽂혔다.

하지만 수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귓가에서 거대한 이명이 일었다.

단상 위에 서 있는 남자.

은테 안경 너머로 지독하려치만 냉정하게 빛나는 저 눈동자.

맞춤 수트를 자로 잰 듯 차려입은 한국대 식물생명공학과 교수, 서지완.

‘말도 안 돼.’

수아의 손끝이 작게 떨렸다.

온몸의 피가 바닥으로 웅덩이치며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저 목소리를 안다.

저 단단한 어깨를, 제 살결을 파고들던 그 뜨거운 체온을 안다.

불과 한 달 전,

옆 도시의 어두컴컴한 호텔 방에서 자신을 거칠게 탐했던 그 아저씨였다.

돈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꽃뱀이라고 오해하면?

숨이 막혔다.

강의실의 산소가 전부 희박해지는 착각 속에 채원은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긁으며 날카로운 굉음을 냈다.

학생들의 웅성거림을 뒤로한 채,

수아는 가방을 움켜쥐고 강의실 뒷문을 향해 질주했다.

뒷문을 거칠게 열고 복도로 뛰쳐나가는 그녀의 등 뒤로,

지완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

지완은 멀어지는 채원의 뒷모습을 보며 들고 있던 만년필을 짓눌렀다.

단단한 흑색 플라스틱에 미세한 금이 갔다.

은수아.

심장을 난도질하고 사라졌던 그 이름을 여기서 부르게 될 줄은,

그 역시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

.

한 달 전, 수아의 세계는 단 하루 만에 무너져 내렸다.

명문 한국대 교환학생 합격 통지서를 받고 이모와 껴안고 울었던 것이 오전이었다.

그리고 오후,

이모가 몰던 낡은 트럭이 빗길에 구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술비랑 중환자실 비용까지 하면 당장 천만 원은 필요합니다.

보호자분, 예치금부터 결제해 주세요.”

원무과 직원의 기계적인 목소리에 채원은 주저앉았다.

품어둔 등록금과 방 구할 돈을 전부 털어 넣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이모는 유일한 가족이었다.

이모가 없으면 대학도, 미래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돈이 필요했다.

합법적이면서도 당장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일.

스물둘의 시골 대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채원은 결국 고향 마을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옆 도시의 유흥가로 발을 디뎠다.

붉고 푸른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골목, ‘골드 노래광장’.

“아가씨, 여기는 사이즈만 나오면 돈은 화끈하게 줘. 대신 진상들 비위 잘 맞추고. 알지?”

2차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고서야 일하게 된 곳.

하지만 마담이 건넨 홀복은 지나치게 짧고 얇았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채원은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딱 한 학기만 버티자. 이모 병원비랑 등록금만 벌면 바로 그만두는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으며 대형 룸의 문을 열었다.

독한 양주 냄새와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사내들의 걸걸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수아는 탬버린을 쥐고 구석 자리에 겨우 앉았다.

“야, 새로 온 애냐? 얼굴 반반하네. 이리 와서 술 한잔 따라봐.”

기름진 얼굴의 사내가 채원의 손목을 낚아챘다.

소름이 돋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술을 따르려던 순간,

룸 안쪽 상석에 앉아 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소란스러운 아저씨들 사이에서 홀로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넥타이를 살짝 푼 채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그는,

이런 천박한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고함을 두르고 있었다.

서지완.

지방대 단기 특강을 왔다가 동료 강사들의 등쌀에 밀려 억지로 끌려온 참이었다.

평생 여자라는 생명체에 단 한 번의 동요도 느껴본 적 없던 지완의 시선이,

수아의 맑고 위태로운 눈동자에 멈추어 섰다.

쿵. 쿵. 쿵.

룸을 울리는 스피커 음향보다 더 거대하고 정직한 고동이

지완의 가슴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통증을 유발하며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의 잔혹하고도 뜨거운 악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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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문을 열면, 지옥
“은수아 학생. 출석 안 합니까?” 강의실을 채운 백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의 뒷덜미에 꽂혔다. 하지만 수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귓가에서 거대한 이명이 일었다. 단상 위에 서 있는 남자. 은테 안경 너머로 지독하려치만 냉정하게 빛나는 저 눈동자. 맞춤 수트를 자로 잰 듯 차려입은 한국대 식물생명공학과 교수, 서지완. ‘말도 안 돼.’ 수아의 손끝이 작게 떨렸다. 온몸의 피가 바닥으로 웅덩이치며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저 목소리를 안다. 저 단단한 어깨를, 제 살결을 파고들던 그 뜨거운 체온을 안다. 불과 한 달 전, 옆 도시의 어두컴컴한 호텔 방에서 자신을 거칠게 탐했던 그 아저씨였다. 돈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꽃뱀이라고 오해하면? 숨이 막혔다. 강의실의 산소가 전부 희박해지는 착각 속에 채원은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긁으며 날카로운 굉음을 냈다. 학생들의 웅성거림을 뒤로한 채, 수아는 가방을 움켜쥐고 강의실 뒷문을 향해 질주했다. 뒷문을 거칠게 열고 복도로 뛰쳐나가는 그녀의 등 뒤로, 지완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 지완은 멀어지는 채원의 뒷모습을 보며 들고 있던 만년필을 짓눌렀다. 단단한 흑색 플라스틱에 미세한 금이 갔다. 은수아. 심장을 난도질하고 사라졌던 그 이름을 여기서 부르게 될 줄은, 그 역시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 . 한 달 전, 수아의 세계는 단 하루 만에 무너져 내렸다. 명문 한국대 교환학생 합격 통지서를 받고 이모와 껴안고 울었던 것이 오전이었다. 그리고 오후, 이모가 몰던 낡은 트럭이 빗길에 구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술비랑 중환자실 비용까지 하면 당장 천만 원은 필요합니다. 보호자분, 예치금부터 결제해 주세요.” 원무과 직원의 기계적인 목소리에 채원은 주저앉았다. 품어둔 등록금과 방 구할 돈을 전부 털어 넣었지만 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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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생전 처음 겪는 폭동
서지완의 인생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 자식을 학문의 도구로 여기는 엄격한 집안에서, 그는 늘 자를 잰 듯 완벽한 장남이어야 했다. 감정은 사치였고 이성은 법이었다. 서른넷이 되도록 그 어떤 여자에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건 대단한 절제력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흥미가 없었다. 심장이 뛰지 않으니 동요할 일도 없었다. 친구들의 등쌀에 밀려 이 유흥가 지하의 퀴퀴한 노래방에 앉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지완은 제 인생이 통째로 뒤흔들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 새로 온 애냐? 얼굴 반반하네. 이리 와서 술 한잔 따라봐.” 동료 강사들의 걸걸한 웃음소리 사이로 룸 문이 열렸다. 지완은 지루한 눈으로 들어오는 여자들을 훑다, 구석자리에 탬버린을 쥔 채 얼어붙어 있는 한 여자에게 시선이 멈췄다. 지나치게 짧고 얇은 홀복. 유흥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장기 없는 얼굴. 시골에서 밭일이나 했을 것 같은 거친 피부.. 하지만 투명하게 하얀...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내들의 더러운 시선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고 서슬 퍼렇게 빛나는 위태로운 눈동자. 그 맑은 눈동자... 쿵. 순간, 지완은 제 가슴을 강하게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베이스 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명백히 지완의 가슴 안쪽, 34년 동안 단 한 번도 제멋대로 뛰어본 적 없던 심장이 만들어낸 거대한 고동이었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거센 맥박이 온몸의 피를 뜨겁게 데웠다. ‘……내가 지금 왜 이러지?’ 지완은 은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기름진 사내의 손이 여자의 가녀린 손목을 거칠게 낚아채는 순간, 지완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이성이 비명을 질렀다. 나와 상관없는 유흥가 도우미일 뿐이라고. 하지만 시선은 정직하게 그녀의 눈동자를 쫓았다. 여자가 울음을 참아내며 잔을 채우는 모습을 보는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저릿하고 화가 치밀었다. 그날 밤 이후, 지완의 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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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완벽한 형의 치명적 결함
서지우는 제 친형인 서지완을 한 번도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형은 가문의 완벽한 피조물이자 오차 없는 기계였다. 부모님조차 형을 자식이 아닌 가문의 간판으로 대했고, 지우 역시 늘 대단한 형의 그늘에 가려져 방탕한 둘째 도련님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가문에는 철저히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형 지완은 아주 어릴 적 앓았던 큰 병의 후유증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이성에게 반응하지 못하는 데다가 그 병으로 인해 아이를 갖기 힘든 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집안 어른들이 기를 쓰고 명문가 딸인 윤서희와 형을 엮으려 한 것도, 그 비밀을 덮고 형식적인 후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랬던 형이, 지방대 특강을 내려간 곳에서 완전히 미쳐버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우야, 네 형이 내려간 곳에서 사람을 패고 구류될 뻔했다는구나. 당장 내려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조용히 수습해라.” 어머니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내려온 유흥가 뒷골목. 지우는 형이 묵고 있는 호텔 로비에서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언제나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서지완 교수가, 셔츠 단추를 세 개나 풀어헤친 채 붉어진 눈으로 한 여자의 손을 잡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수수한 옷차림의 어린 대학생 같았다. ‘대박. 우리 형이 여자 손을 잡고 저런 눈빛을 한다고?’ 지우는 흥미진진하게 몸을 숨겼다. 형의 입에서 나오는 조급한 목소리는 지우가 평생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주파수였다. “왜 그런 험한 일을 하는 겁니까?” “이모의 수술비와 학비때문에..." "돈 때문이라면, 내가 얼마든지..." "도와달라고 안 했어요. 제 이모 수술비는 제가 벌어요. 그러니까 아저씨 같은 분이 상관할 바 아니에요.” "아저씨....?" 여자는 형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평소 같으면 모욕감에 상대를 매장해 버렸을 형이, 오히려 상처받은 얼굴로 여자의 뒷모습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지우는 무릎을 탁 쳤다. 감정이 없는 줄 알았던 기계에게 드디어 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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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가문의 비밀 지령
“엄마, 대박 사건이라니까? 형이 여자한테 눈이 돌아갔어. 그것도 아주 제대로.” 서울 성북동의 거대한 저택, 서지우는 수화기 너머의 어머니에게 흥분된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지방의 한 한적한 카페 구석, 지우의 손에는 채원의 신상명세서와 조사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강수아, 스물둘. 지방 국립대 농업생명과학과 과수석. 부모 없이 홀로 키워준 이모의 교통사고 수술비를 대기 위해 잠시 밤거리로 흘러든 불쌍하고 올곧은 여자. 평생 얼음 조각 같던 형 서지욱이 매일 밤 노래방 구석에서 그 미련한 짓을 하며 지켜보던 여자의 정체였다. 수화기 너머에서 묵직한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가냘프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완이가? 정말로 여자에게 반응을 한단 말이냐? 그 아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수아라는 그 아이에게?]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경악과 함께 말로 다 할 수 없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가문의 안주인인 그녀는 지욱의 치명적인 결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선천적인 불임 기능과 성적 불능에 가까운 차가움. 집안 어른들이 이 사실을 눈치채고 지완을 후계 구도에서 도려내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중이었다. 만약 지완이 정식으로 가문을 이어받지 못한다면, 지완은 물론이고 어머니 자신의 입지까지 위태로워질 판국이었다. 그런데 여자에게 흥미조차 없던 지완이, 처음으로 한 여자에게 심장이 뛰어 주먹을 휘둘렀다. 그것은 가문 전체를 뒤흔들 기적 같은 신호였다. [지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아이를 네 형의 방으로 밀어 넣어라.] “어? 엄마, 방으로 밀어 넣으라니? 그렇게 갑자기?” [윤서희, 그 영악한 년이 눈치채기 전에 끝내야 해. 네 형 성격에 죄책감이라도 생기면 그 아이를 평생 책임지려 들 거다. 지완이의 가슴을 뛰게 만든 여자라면, 우리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야. 내가 사람을 보낼 테니, 네 형의 술잔에 ‘그것’을 타라.] 어머니의 단호한 명령에 현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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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이성이 삼켜진 밤
술을 마신 지 채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지완은 몸 안쪽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이상 열기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단순한 취기가 아니었다. 척추를 타고 올라온 뜨거운 불길이 뇌를 난도질하는 기분이었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었고, 거친 숨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눈앞이 흐려지고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서지우. 술에, 무슨 짓을 한 거냐.”지완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지우의 덜미를 잡으려 했지만,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형, 미안. 근데 형을 위해서야. 형이 진짜 남자가 되는 길이라고.”지우는 형의 상태를 확인하고 서둘러 바를 나섰다. 그리고 미리 연락해 둔 수아에게 형을 부축해 달라는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서지완 씨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도와주세요.’수아는 지완이 위험하다는 연락에 바로 뛰어왔다.이 천진한 여대생은 위험으로 부터 자신을 구하고 늘 지켜 봐 주던 지완에게 묘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의심없이 달려갔다.비틀거리며 골목을 헤매는 지완을 발견한 순간, 수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언제나 자로 잰 듯 완벽하던 남자가 땀에 젖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아저씨, 서지완 씨! 정신 차려보세요. 왜 이래요?”수아가 그의 단단한 팔을 제 어깨에 걸치며 부축했다. 그 순간, 지완의 고개가 채원의 목덜미로 툭 떨어졌다. 그녀의 살결에서 풍기는 은은한 비누 향이 지완의 코끝을 찔렀다.약 기운으로 터질 것 같던 지완의 몸이, 수아의 작은 체온이 닿는 순간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평생 단 한 번도 반응하지 않던 육체가, 오직 이 여자를 향해 짐승처럼 날뛰고 있었다. 지완은 간신히 남은 이성을 쥐어짜며 수아를 밀어내려 했다.“가…… 강수아. 당장 내 몸에서 떨어져.”“이 상태로 어딜 가라는 거예요! 일단 눕기라도 해야 해요.”"안 돼, 가..제발.."수아는 지완의 거친 밀어냄에도 악착같이 그를 부축해 근처의 호텔 방으로 들어섰다. 카드를 찍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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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좌절의 계좌번호
두통이 머리통을 깨부술 것처럼 밀려왔다.지완은 신음을 내뱉으며 간신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 사방을 메운 이질적인 공기.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강수아의 잔향. 정신이 들자마자 지난밤의 조각난 기억들이 해일처럼 밀려와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자신의 술잔에 약을 탔던 동생 서지우의 가증스러운 얼굴, 온몸의 피를 끓게 만들던 비정상적인 열기. 그리고 위험하다며 자신을 끝까지 부축해 이 방으로 데려왔던 강수아.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상체를 일으켰다.“강수아 씨……!”급하게 소리쳐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적막뿐이었다.내가 그 어린 여학생에게 잘 버텼던가?단편적으로 돌아오는 기억에 소름이 돋는 서지완..."아....내가...내가...결국은..."넓은 호텔 방 안에는 오직 지완, 한 사람뿐이었다. 침대 옆자리는 이미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 간밤의 격정적인 흔적으로 엉망이 된 하얀 시트, 그 한가운데에 붉고 선명한 핏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가녀린 몸으로 버티던 그녀를 지켜 주고 싶었다.그런데 결국은 자신이 그녀를 ...그녀의 순결을 강제로 짓밟았다는 증거....“아…….”지완은 마른세수를 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평생 이성과 절제를 최고의 가치로 배우며 자라온 그였다.가끔 찾아간 화류계의 여자들에게도 예의를 지키던 그였는데..어제로 다 허물어 졌다..자신을 가슴 깊은 뿌리부터 요동시킨 작고 어린 새..아무리 가문의 음모와 약물 때문이었다고 해도, 처참한 환경 속에서 악착같이 버티던 어린 학생에게자신이 저지른 짓은 명백한 범죄이자 폭력이였다. 지독한 죄책감과 혐오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그때,침대 옆 협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찢어진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완은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집어 들었다.호텔에 구비된 메모지 위에 정갈하지만 꾹꾹 눌러 쓴 글씨가 적혀 있었다.[처음엔 절 구해주신 좋은 분이라 생각했어요. 어젯밤 일은…… 약에 취해 괴로워하시는 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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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도련님의 유쾌한 추적
형의 살벌한 전화를 끊은 서현우는 외제차 운전대를 잡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형이 저렇게 이성을 잃고 날뛰는 건 태어나서 처음 보네. 아주 명약이었어, 명약.” 사실 지우는 형이 사람을 풀 필요도 없게 이미 김 실장을 통해 은채원의 동선을 완벽하게 파악해 둔 상태였다. 수아가 호텔을 나서자마자 향한 곳은 그녀가 일하던 ‘골드 노래광장’이었다. 마담에게 그동안 일한 수당을 정산받고, 짐을 챙겨 나오기 위함이었다. 지우는 채원이 살고 있다는 옆 도시 외곽의 낡은 동네로 차를 몰았다. 허름한 낡은 농가, 녹이 슬어 삐걱거리는 철문을 열고 들어가는 채원의 뒷모습이 보였다. 마스크를 썼지만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걸음걸이가 불편한 것이, 밤새 형에게 호되게 당해 몸조리가 필요한 상태임이 분명했다. “쯧쯧, 우리 형 성격에 약까지 먹었으니 얌전하게 넘어가진 않았겠지. 미안해요, 형수님. 가문을 위한 대의였다고 생각해 줘요.” 지우는 차 안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수아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 걸려온 전화..... 호텔을 정리하던 김실장의 아랫사람이 급하게 김실장에게 전한 말.. 강수아가 처녀 였다는 증거.... 서지우는 섬여한 핏자국이 있는 침대 시트의 사진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아... 이걸 생각 못했었네. 순박한 시골 아가씨였네, 형수님...어쩌지..." 약 두 시간 뒤, 수아는 커다란 이민 가방을 양손에 든 채 지친 기색으로 다시 대문을 나섰다. 가방의 무게가 무거운지 몇 걸음 걷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시외버스터미널이었다. 서울행 버스 표를 끊는 모습을 확인한 현우는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실장, 그 아가씨 서울로 올라가네? 짐 다 싸 들고 가는 거 보니까 아예 정착하려나 봐. 서울 쪽 거처 확인되면 바로 보고해.” 수아를 태운 버스가 출발하자, 지우는 유유히 차를 돌려 수아가 살던 빈집으로 향했다. 허술하게 닫힌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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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엇갈린 궤도의 시작
서울의 공기는 시골의 그것과 달리 차갑고 매연 냄새가 났다. 수아는 신촌의 허름한 고시원 방 한구석에 짐을 풀었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우면 꽉 차는 좁은 공간이었지만, 투덜거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낮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밤에는 편의점과 독서실 총무 알바를 뛰어야 이모의 남은 병원비와 서울에서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그 지옥 같았던 호텔 방의 기억이 달아오르듯 떠올랐지만, 수아는 그때마다 제 뺨을 세차게 때리며 정신을 차렸다. ‘다 잊는 거야. 그 아저씨가 빌려준 돈은 매달 꼬박꼬박 갚으면 돼. 난 공부하러 서울에 온 거니까.’ 수아는 매달 첫 주에 지완의 계좌로 50만 원씩 송금하기 시작했다. 통장 잔고가 처참하게 깎여 나갔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제 무너진 자존심의 뼛조각이라도 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대망의 한국대 첫 등교일. 캠퍼스는 화려하고 활기가 넘쳤다. 수아는 잔뜩 긴장한 채 전공 필수 과목인 수업이 열리는 본관 301호 대강의실로 향했다. 지방대에서 온 교환학생이라는 열등감을 지우기 위해, 수아는 일부러 칠판과 가장 가까운 맨 앞자리 정중앙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필기 도구를 정렬하고 교재를 펼치는 그녀의 손길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웅성거리는 학생들의 말소리가 강의실을 채웠다. “야, 이번 학기 개론 수업 서지욱 교수가 맡았다며?” “대박. 그 까칠하고 잘생긴 부교수? 학점 짜게 주기로 유명하잖아.” “은테 안경 쓴 날선 얼굴이 진짜 미쳤다던데, 완전 AI 같대.” 주변의 잡담을 한 귀로 흘리며 수아는 노트에 날짜를 적었다. 시계 바늘이 정각 9시를 가리키는 순간, 거대한 강의실의 앞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탁, 탁, 탁. 단정하고 일정한 구두 굽 소리가 교단 위로 울려 퍼졌다.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아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들어 강단 위를 바라보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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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닫힌 문, 폭발하는 집착
강의가 어떻게 끝났는지 수아는 기억나지 않았다. 지완이 칠판에 적는 수식도, 그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도 그저 거대한 소음처럼 귓가를 맴돌 뿐이었다. 지완은 강의 내내 단 한 번도 수아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철저한 무시. 그것이 수아를 더 숨 막히게 했다.“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합니다. 그리고…….”지완이 출석부를 정리하며 차갑게 덧붙였다.“강수아 학생은 수업 끝나고 교수 연구실로 오도록.”백여 명의 시선이 수아에게 꽂혔지만,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가방을 움켜쥐었다.강의실을 빠져나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수아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본관 4층의 교수 연구실 앞으로 향했다.‘서지완 부교수’라는 명패가 붙은 문 앞에서 수아는 심호흡을 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치면 정말로 죄를 지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딸칵.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고 깔끔하게 정돈된 연구실 안쪽에 지완이 안경을 벗은 채 책상에 기대어 서 있었다. 수아가 걸음을 멈추자, 지완은 말없이 걸어와 연구실 문을 거칠게 닫고 잠금장치를 돌렸다.철컥.불길한 금속성이 폐쇄된 공간에 울려 퍼졌다. 수아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지만, 지완은 무서운 기세로 다가와 수아의 가녀린 어깨를 붙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강수아.”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분노와 집착이 뒤섞여 있었다. 지완의 뜨거운 숨결이 수아의 이마를 적셨다.“너였어? 내 눈을 피해 도망쳐 온 곳이 고작 여기였나?”“……손 놓으세요, 교수님.”수아는 턱을 치켜들며 독하게 벋디뎠다. ‘교수님’이라는 단어가 지완의 귀를 찌르듯 파고들었다. 지완의 미간이 거칠게 구겨졌다.“교수님? 한 달 전 호텔 방에서는 내 밑에서 울며 매달리던 네가, 이제 와서 나한테 교수 소리가 나와?”“그날 일은 사고였다고 메모에 적어뒀을 텐데요. 전 돈을 빌린 것뿐이고, 매달 꼬박꼬박 상환하고 있습니다. 학생과 교수로서 사적인 감정 섞고 싶지 않아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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