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네 배 속의 쌍둥이도, 네 몸도 전부 내 거야.” 이모의 수술비를 위해 비밀 알바를 시작한 시골 대학생 강수아. 그곳에서 태어나 처음 여자에게 눈이 뒤집힌 명문대 냉혈한 교수, 지완을 만난다. 위험한 약물과 하룻밤의 실수가 불러온 강제 혼인신고. 의무라는 핑계 뒤에 숨겨진 츤데레 교수 아저씨의 지독하고 달콤살벌한 집착 로맨스!
View More"강수아 학생. 출석하지 않았습니까?"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강의실 전체를 잠식하는 순간,
수아의 온몸이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귓속에서 거대한 이명이 울렸다.
전신의 피가 발끝으로 한꺼번에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단상 위에 서 있는 남자.
은테 안경 너머로 냉정하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
한국대 식물생명공학과 교수, 서지완.
저 목소리를 안다.
저 단단한 어깨를, 제 살결을 잠식하던 그 뜨거운 체온을.
불과 한 달 전, 어두컴컴한 호텔 방에서 제 이름을 낮게 불렀던 그 아저씨.
돈 때문에 접근한 여자로 오해하면 어쩌지.
꽃뱀이라고 낙인이 찍히면.
숨이 막혔다.
강의실의 공기가 전부 희박해지는 착각 속에, 수아는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의자가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
백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의 등덜미에 꽂혔다.
수아는 가방을 움켜쥐고 뒷문을 향해 달려갔다.
문을 거칠게 밀치고 복도로 뛰쳐나가는 그녀의 등 뒤로,
지완의 낮게 가라앉은 침묵이 따라붙었다.
지완은 멀어지는 수아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손에 쥔 만년필을 서서히 짓눌렀다.
단단한 플라스틱에 미세한 금이 갔다.
강수아.
제 심장을 난도질하고 사라졌던 그 이름을,
자신의 강의실에서 부르게 될 줄은.
그 역시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 달 전, 수아의 세상은 단 하루 만에 무너져 내렸다.
오전에는 한국대 교환학생 합격 통지서를 받고 이모와 부둥켜안고 울었다.
오후에는, 이모가 몰던 낡은 트럭이 빗길에 굴러 사고가 났다.
"수술비와 중환자실 비용까지 당장 천만 원은 필요합니다.
예치금부터 결제해 주세요."
원무과 직원의 기계적인 목소리에 수아의 다리가 풀렸다.
품어둔 등록금과 방 구할 돈을 전부 털어 넣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이모는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이모가 없으면 대학도, 미래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스물둘 시골 대학생에게 당장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수아는 고향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도시 유흥가로 발을 들였다.
붉고 푸른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골목, '골드 노래광장'이었다.
2차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은 후에야 일을 시작한 곳이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수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딱 한 학기만 버티자. 이모 병원비랑 등록금만 벌면 바로 그만두는 거야.'
독한 양주 냄새와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사내들의 걸걸한 웃음소리가 대형 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탬버린을 쥐고 구석에 앉아 있던 수아의 시선이,
룸 안쪽 상석에는 홀로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넥타이를 살짝 풀고,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이 천박한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고함을 두르고 있는 그 남자.
서지완.
평생 여자라는 생명체에 단 한 번의 동요도 느껴본 적 없던 그의 시선이,
수아의 맑고 위태로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멈추어 섰다.
쿵.
스피커 음향보다 더 크고 분명한 고동이
지완의 가슴 깊은 곳에서 이유 모를 통증을 유발하며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의 잔혹하고 뜨거운 악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로펌 의 파트너 변호사 집무실.대형 모니터의 푸른 빛만이 어두운 방안을 환히 밝히고 있는 시각은이미 새벽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낮 동안 팽팽하게 오갔던 M&A 계약 조항들의 최종 검토를 끝마치기 위해,문리안은 온 정신을 집중해 서류 한 장 한 장을 꼼꼼하게 파고들고 있었다.밖에서는 독사 변호사라 불리며 완벽주의적인 면모를 뽐내는 그녀였지만,며칠째 밤샘 야근을 거듭한 탓에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고눈꺼풀은 천 리만 리 아래로 처지고 있었다.아침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커피로만 버텨온 터라,속은 헛헛하고 머릿속은 지끈지끈 아려왔다."하아…… 진짜 끝이 없네. 이 조항들은 왜 볼 때마다 새로운 리스크가 튀어나노는 거야"리안은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두 손으로 관놀이를 꾹꾹 지압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바로 그때였다.똑- 똑-정적을 깨는 조용한 노크 소리와 함께, 집무실 문이 살짝 열렸다.늦은 시각에 이 로펌 안뜰까지 찾아올 사람이란 정해져 있었다.놀란 리안이 고개를 번쩍 들자, 문틈 사이로 훤칠한 키의 서지우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깔끔했던 수트 자켓을 벗어 팔에 툭 걸친 채,하얀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편안한 차림이었다.하지만 그 완숙한 어른 남자의 손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고급스러운 한식 도시락 전문점의 커다란 쇼핑백과 따뜻한 음료가 들려 있었다."……전무님?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문리안이 미간을 좁히며 경계하듯 물었다.낮에 전무실에서 터졌던 아찔한 대화의 여운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았던 터라,그의 등장이 당혹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서지우는 대답 대신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리안의 책상 앞까지 다가왔다.그리고는 턱을 툭 괴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뭐 하긴요. 야근에 찌들어 허덕이는 우리 귀하신 자문 변호사님 생존 여부 확인하러 왔지요.""여긴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보안팀에 연락하기 전에 당장 나가시죠. 그리고
늦은 시각, 대기업 본사 18층 전무실.낮에 있었던 야간 세미나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문리안 변호사는 최종 수정된 M&A 계약 부속 서류를 검토하기 위해홀로 서지우의 집무실로 불려 들어왔다.넓고 쾌적한 전무실 안에는 은은한 간접 조명과 함께 묵직한 서류 냄새만이 가득했다.하지만 그 진지한 공간의 공기를 완전히 깨트리는 이는 따로 있었다.바로 서지우 전무였다.서지우는 책상 뒤편의 중후한 가죽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는 대신,일부러 전무실 한쪽에 마련된 널찍한 소파에 다리를 툭 꼬고 비스듬히 몸을 파묻고 있었다.서른 네살의 완숙한 대기업 전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그의 눈빛은 짓궂은 장난기를 가득 품은 채 리안의 일거수일투족을 끈질기게 쫓고 있었다.문리안 변호사는 소파 앞 낮은 협탁 위에 두툼한 서류 뭉치를턱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참아왔던 숨을 가쁘게 내뱉었다."전무님. 이 부속 합의서 제 3조 2항의 배임 면책 조항 말입니다. 명백히 자문사 측의 권한을 넘어선 과도한 요구 아닙니까? 왜 자꾸 이렇게 불필요한 문구를 마구잡이로 넣으시는 거죠?"문리안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따져 물었지만,서지우는 느긋하게 팔짱을 낀 채 피식 웃을 뿐이었다."글쎄요. 내 눈에는 그 조항이 꼭 필요해 보이는데. 왜요, 문 변호사님 눈에는 아주 눈엣가시처럼 거슬리나 봅니다?""지금 공적인 계약 문구를 조율하는 자리입니다. 감정적으로 사사건건 시비를 거실 거면 자문 계약을 파기하든지 하시죠."새침하게 쏘아붙이며 서류를 탁탁 정리하는 리안의 모습에,서지우는 입꼬리를 슥 말아 올리며 능청스럽게 한 술 더 떴다."파기라니요, 너무 살벌하시네. 나이 서른넷 먹고 스물여섯짜리 파트너 변호사한테 이렇게 매번 뼈 때리는 설교를 들으려니, 이 나이 많은 전무는 뼈마디가 아주 마디마디 쑤셔 죽겠어요. 독사라는 별명은 어디 안 가네요, 그래도 형수님 친구분이니 살살 하실 줄 알았는데.. 아주 사람 잡는 재주가 탁월하십니다."그 순간, 서류를 넘기던
태산 로펌 대회의실.M&A 인수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 속 숨겨진 채무 리스크와잠재적 법적 부실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한 야간 집중 세미나가 열렸다.대형 스크린 앞에는 파트너 변호사 문리안이 서 있었다.칼단발을 단정하게 정돈하고 단정한 다크 블루 셋업 수트 차림으로 선 리안의 모습은그 자체로 완벽한 프로페셔널 커리어 우먼의 표본이었다.그녀의 손에는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넘기는슬림한 검은색 레이저 리모컨(프레젠터)이 들려 있었다."자, 여기 화면을 잘 보시죠. 이쪽 제 5호 감사보고서의 재무 수치를 보면 자산 가치가 일견 탄탄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해외 자회사의 우발 채무가 고스란히 숨겨져 있습니다. 레이저 포인터가 가리키는 이 세 번째 항목의 이자율 변동 폭을 주목하십시오."치익-- 붉은색 레이저 포인터 불빛이대형 스크린의 복잡한 수치와 법적 조항들을 정확하게 짚어냈다.문리안 변호사는 막힘없이 논리적인 목소리로복잡한 M&A 구조의 허점들을 조목조목 비교 분석해 설명해 나갔다.그녀의 지적은 날카로웠고, 설명은 명쾌했으며,거침없는 태도에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의식이 가득 묻어났다.백전노장인 로펌 시니어 변호사들과 그룹 기획팀 팀원들조차그녀의 완벽한 족집게 강의에 홀린 듯 숨을 죽이고 집중하거나 필기하기 바빴다.하지만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오직 단 한 사람만은스크린이 아니라 오직 문리안이라는 여자에게 시선이 완전히 고정되어 있었다.대회의실 상석에 팔짱을 낀 채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서지우 전무.그는 턱을 괸 채, 레이저 리모컨을 능숙하게 누르며당차게 회의실을 압도하는 리안의 옆모습을 넋 놓고 감상하고 있었다.'저 어린 아가씨…… 진짜 미치도록 멋있네. 이렇게 멋진 여자이니 내가 바라볼 수 밖에...'평소에 툭하면 툴툴대고 철벽을 치던 모습은 어디 가고,업무에 몰입해 눈빛을 반짝이며 사람들을 휘어잡는 저 지적인 아우라.칠판이나 스크린 앞을 당당하게 거닐며 논리를 펼치는 리안의 모습은34세 완숙한 늑대의 심장을
태산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집무실 안쪽, 두 사람만의 오붓한 별도 미팅룸.양측의 M&A 본계약 체결을 코앞에 두고세부 조항의 최종 문구를 조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대기업 임원진들이나 로펌의 다른 변호사들이 다 빠져나간 채,실무 총괄인 서지우 전무와 파트너 변호사 문리안,딱 두 사람만 마주 앉아 있었다.회의실의 공기는 겉보기엔 사뭇 진지한 비즈니스의 장이었으나,실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리안은 숏컷 단발머리를 깔끔하게 귀 뒤로 넘기고,날카로운 눈빛으로 모니터 화면과 서류를 번갈아 탐색하며조목조목 짚어 나갔다."이쪽 제 14조 손해배상 예정 조항 말입니다. 자회사 매각 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해 위약벌 조항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완했습니다. 검토해 보시죠."완벽하고 흠잡을 데 없는 프로페셔널한 브리핑이었다.자문 변호사로서의 유능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하지만 서지우는 그 복잡한 법률 조항이나 리스크 분석에는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는듯 했다.문리안 변호사의 실력을 믿은 탓도 있었지만,둘 만 자리한 이 시간,이 공간을 자신과 리안의 온전한 시간이라고 여기는 것만 같았다.서 전무는 턱을 괸 채 삐딱하게 의자에 기대어문리안 변호사의 얼굴만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34세의 완숙한 어른 남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지금 그의 행동은 마치 자기가 좋아하는 유치원생 짝꿍의고무줄을 끊고 싶어 안달이 난 장난꾸러기 소년과 다름없었다.서지우는 서류를 슬쩍 내려다보더니,느닷없이 콧방귀를 뀌며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원참…… 문 변호사님, 이 조항 말인데 말입니다. 내용이 너무 우리 그룹 쪽을 쥐어짜는 거 아닌가요? 조항이 아주 살벌해서 읽는 사람 심장이 다 쫄립니다. 이거 너무 문 변호사님 위주로 편파적으로 쓴 거 아닙니까?"문리안은 기가 막히다는 듯 펜을 탁 내려놓고 서지우를 노려보았다."편파요? 이건 상법상 표준 자문 계약에 근거한 정당한 리스크 헤지 조항입니다. 전무님, 법률적
“엄마, 대박 사건이라니까? 형이 여자한테 눈이 돌아갔어. 그것도 아주 제대로.” 서울 성북동의 거대한 저택, 서지우는 수화기 너머의 어머니에게 흥분된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지방의 한 한적한 카페 구석, 지우의 손에는 채원의 신상명세서와 조사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강수아, 스물둘. 지방 국립대 농업생명과학과 과수석. 부모 없이 홀로 키워준 이모의 교통사고 수술비를 대기 위해 잠시 밤거리로 흘러든 불쌍하고 올곧은 여자. 평생 얼음 조각 같던 형 서지욱이 매일 밤 노래방 구석에서 그 미련한 짓을 하
서지우는 제 친형인 서지완을 한 번도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형은 가문의 완벽한 피조물이자 오차 없는 기계였다. 부모님조차 형을 자식이 아닌 가문의 간판으로 대했고, 지우 역시 늘 대단한 형의 그늘에 가려져 방탕한 둘째 도련님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가문에는 철저히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형 지완은 아주 어릴 적 앓았던 큰 병의 후유증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이성에게 반응하지 못하는 데다가 그 병으로 인해 아이를 갖기 힘든 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집안 어른들이 기를 쓰고 명문가 딸인 윤서희와 형을
서지완의 인생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 자식을 학문의 도구로 여기는 엄격한 집안에서, 그는 늘 자를 잰 듯 완벽한 장남이어야 했다. 감정은 사치였고 이성은 법이었다. 서른넷이 되도록 그 어떤 여자에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건 대단한 절제력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흥미가 없었다. 심장이 뛰지 않으니 동요할 일도 없었다. 친구들의 등쌀에 밀려 이 유흥가 지하의 퀴퀴한 노래방에 앉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지완은 제 인생이 통째로 뒤흔들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 새로 온 애냐? 얼굴
“은수아 학생. 출석 안 합니까?” 강의실을 채운 백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의 뒷덜미에 꽂혔다. 하지만 수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귓가에서 거대한 이명이 일었다. 단상 위에 서 있는 남자. 은테 안경 너머로 지독하려치만 냉정하게 빛나는 저 눈동자. 맞춤 수트를 자로 잰 듯 차려입은 한국대 식물생명공학과 교수, 서지완. ‘말도 안 돼.’ 수아의 손끝이 작게 떨렸다. 온몸의 피가 바닥으로 웅덩이치며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저 목소리를 안다. 저 단단한 어깨를, 제 살결을 파고들던 그 뜨거운 체
reviews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