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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مؤلف: 금붕어
박하린의 그 말은 참 뻔뻔하고도 웃기는 소리였다.

최수빈과 주민혁 사이에 무슨 감정이 있었다고 자신이 부부 사이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한다는 것일까?

최수빈은 주민혁이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그는 주시후가 그의 친구 송지훈의 아들인데 송지훈이 사망했으니 친구로서 자신이 책임지고 아이를 키우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었다.

그녀는 주민혁과 송지훈이 어릴 때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한 친구, 아니, 거의 형제 같은 사이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송지훈은 고아여서 그 대신 주시후를 돌봐줄 가족이 없었다. 그래서 최수빈은 주시후를 외면할 수 없었고 마음을 다해 아이를 아껴줬었는데 어느 날 주시후가 박하린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 순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최수빈은 분노했고 주민혁과 격하게 다퉜다.

하지만 주민혁, 박하린, 송지훈 세 사람은 은산시에서 소문난 형제 같은 친한 사이였고 주민혁은 주시후가 송지훈과 박하린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했었다.

그때 최수빈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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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93화

    임하은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다시 조용히 열렸다.심종연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경호원도 없이 혼자였다.몸에 걸친 검은색 코트는 흠잡을 데 없이 잘 재단돼 있었고 옷깃은 아무렇게나 풀어놓은 듯했지만 오히려 더 여유로워 보였다.손가락 사이에는 여전히 불도 붙이지 않은 시가 한 개비가 끼워져 있었다. 눈매에는 늘 그렇듯 여유로움이 돋보였다.그는 창가로 걸어가 병상에 누운 주민혁에게 등을 보인 채 멈춰 섰다.“하은 씨가 내건 조건이 듣기에는 꽤 괜찮더라고요?”먼저 입을 연 건 심종연이었다. 낮은 목소리로 병실을 울렸다.“약혼하고, 혼인신고까지 마친 뒤 해외로 떠난다. 그 뒤로는 누구의 방해도 없이 마음대로 살 수 있다... 나쁘지 않은 얘기 아닌가요.”주민혁은 여전히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 있었다.그러고는 시선을 들어 심종연의 뒷모습을 바라봤는데 눈빛에 온기라고는 한 점도 없었다.“지금 그 여자 편들려고 온 거 아니잖아요.”묻는 말이 아니라 단정이었다.심종연과 임하은은 어디까지나 서로 필요해서 손을 잡은 사이일 뿐이었다. 거기에 무슨 의리나 정이 있을 리 없었다.심종연은 낮게 웃더니 몸을 돌려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값비싼 전리품이라도 감상하는 듯 훑어보는 눈빛이었다.그는 병상 옆 의자에 앉아 시가를 침대 머리맡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가락 끝으로 팔걸이를 천천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소리가 숨 막히는 병실 안에서 유난히 거슬렸다.“물론 아니죠.”심종연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난 민혁 씨에게 다른 방법을 소개해주러 왔어요.”그는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하은 씨의 말은 안 들어도 돼요. 대신 나랑 손잡읍시다.”주민혁은 아주 조금 미간을 찌푸렸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릴 뿐이었다.“조건은 간단해요.”심종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민혁 씨가 알고 있는 모든 기밀을 내게 넘겨요. 07전투기 프로젝트에 관한 것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92화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심종연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묘한 흥미를 드러냈다. 시선은 임하은에게 머물렀고 말투에는 감탄이 배어 있었다.“하은 씨, 나보다 더 독했군요?”그는 마치 흥미로운 연극이라도 감상하듯 가볍게 손뼉을 쳤다.“주씨 가문의 기반도, 주 대표님도 전부 다 갖겠다는 거네요. 욕심이 꽤 큰데요?”임하은은 고개를 돌려 심종연을 바라봤다.“내가 원하는 건 그 정도가 아니에요.”그녀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때 임씨 가문이 빼앗긴 것들, 전부 하나씩 되찾아 올 거예요. 남김없이.”심종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피식 비웃었다.“주 대표님이 나중에 다시 일어나서 복수하러 올까 봐 안 무서워요? 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될 텐데.”임하은은 주민혁을 바라봤다. 눈빛에 집착에 가까운 광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그녀는 피식 웃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이상할 만큼 단호했다.“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요?”그녀는 천천히 주민혁의 창백한 얼굴로 시선을 내렸다.“그런 건 겁 안 나요. 민혁 씨를 내 곁에 붙잡아 둘 수만 있다면, 민혁 씨가 오직 내 사람이 되는 걸 볼 수만 있다면, 지옥에 떨어져도 상관없어요. 영영 망가진다 해도 기꺼이 감수할 거예요.”주민혁의 시선은 최수빈에게 닿아 있었다. 눈빛에 미안함과 애틋함이 가득했다.입술을 달싹거리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그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내딛는 이 선택이 결국 눈앞의 갈증만 잠시 달래는 독이라는 걸.하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최수빈은 그런 주민혁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마음 한구석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주민혁이 고개를 끄덕인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임하은은 주민혁의 휠체어를 밀고 최수빈의 병실을 빠져나왔다.주민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수빈이 풀어줘.”그러자 임하은은 몸을 돌려 주민혁을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뭐가 그렇게 급해요?”그녀는 천천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91화

    주민혁의 눈빛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가슴을 감싼 붕대에는 선명한 붉은 피가 번져 있었다. 감정이 격해진 탓에 상처가 다시 터진 게 분명했다.그는 비틀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최수빈을 바라보는 순간, 깊게 가라앉아 있던 눈빛이 거세게 흔들렸다.애틋함, 분노, 절망,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무력감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그의 숨통을 조여 왔다.“민혁 씨.”임하은은 느긋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손에 들린 쇠채찍을 가볍게 들어 보인 그녀의 말투는 한없이 가벼웠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날카로웠다.“봐요. 민혁 씨의 여자는 지금 내 손에 있어요.”그녀는 한쪽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최수빈의 목숨도, 민혁 씨의 목숨도 전부 내가 쥐고 있다고요.”주민혁은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리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배어 나왔다.그는 싸늘한 얼굴로 임하은을 노려봤다.“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간단해요.”임하은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타오르듯 번들거리는 눈빛에는 비뚤어진 집착이 가득 서려 있었다.“최수빈이랑 완전히 관계를 끊어요. 그리고 나랑 약혼해요. 다시 임씨 가문의 사위가 되는 거예요. 민혁 씨가 고개만 끄덕이면, 난 당장 저 여자를 풀어줄 거예요. 다시는 손끝 하나 대지 않겠다고 약속하죠.”잠시 말을 멈춘 임하은은 잔인하게 웃었다.“하지만 거절하면 난 계속 저 여자를 망가뜨릴 거예요. 숨이 끊어질 때까지. 민혁 씨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여자가 내 손에서 어떻게 조금씩 죽어 가는지, 그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해줄게요.”“안 돼요!”최수빈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민혁 씨, 절대 받아들이지 마요. 그럴 가치 없어요. 난 죽으면 그만이에요. 나 때문에 민혁 씨가 그렇게까지 망가지는 건 싫어요.”최수빈은 임하은이 얼마나 집요한 사람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한번 미쳐버리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약혼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90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쇠채찍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어 최수빈의 등을 거세게 후려쳤다.짝!거친 채찍 끝이 얇은 환자복을 찢고 살을 파고들었다. 온몸이 뒤틀릴 만큼 끔찍한 통증이 한순간에 등을 타고 번졌다.최수빈의 몸이 크게 떨렸다. 식은땀으로 인해 순식간에 옷이 젖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끝내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다만 등 근육이 본능처럼 잔뜩 굳어 버렸고 온몸의 신경이 하나같이 비명을 지르는 듯 아파 왔다.그렇게 버티는 최수빈의 모습을 보자 임하은은 오히려 더 짙은 쾌감을 느꼈다.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독기가 완전히 타오른 듯, 그녀는 쇠채찍을 연달아 휘둘렀다. 채찍 끝은 최수빈의 등과 팔, 다리를 가차 없이 때렸고 몸 위에는 붉은 상처 자국이 겹겹이 얽혀 갔다.“빌어 봐!”임하은은 눈을 붉힌 채 악에 받쳐 외쳤다.“나한테 살려 달라고 해! 민혁 씨도 살려 달라고 해! 무릎 꿇고 빌기만 하면 멈춰 줄게!”최수빈의 의식은 서서히 흐려지고 있었다.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를 끝없이 덮쳤고 눈앞도 몇 번이나 까맣게 꺼졌다.그래도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입술이 짓이겨져 피가 배어 나왔지만 입밖으로 나오는 말은 하나뿐이었다.“헛소리하지 마.”희미한 목소리였지만 전하려는 뜻만큼은 확실했다.그 말에 임하은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쇠채찍을 내던지고 곧장 최수빈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어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눈앞에 드러난 최수빈의 눈빛에는 여전히 꺾이지 않은 기세가 남아 있었다. 그 완고한 태도야말로 임하은이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네가 끝까지 버티면 민혁 씨가 널 구하러 올 것 같아?”임하은의 목소리는 음산할 만큼 차가웠다.“그 사람 지금 자기 몸 하나도 못 건사해. 침대에서 일어날 힘조차 없다고. 그러니까 끝까지 지켜봐야 할 거야. 네가 내 손에 망가지는 걸, 네가 조금씩 죽어 가는 걸. 최수빈, 감히 내 남자를 넘본 대가가 뭔지 똑똑히 알게 될 거야.”그녀가 손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89화

    최수빈은 병실에 있었다.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더니 그녀를 다른 방으로 끌고 갔다.“뭐 하려는 거예요?”“얌전히 있어. 우린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거니까.”다음 순간, 최수빈은 캄캄한 방 안으로 거칠게 밀려 들어갔다.차가운 철제 침대에 앉게 되자 손목은 거친 밧줄에 묶였고 살이 쓸려 핏자국이 둥글게 남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철컥.문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임하은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값비싸 보이는 카멜색 코트를 걸친 데다 화장도 흐트러짐 없이 완벽했지만, 그런 차림은 이 낡아빠진 병실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임하은은 최수빈의 앞에 다가와 멈춰서더니 그녀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곧 미쳐 버릴 듯한 광기가 뒤섞여 있었다.“그거 알아요?”임하은은 낮게 말하더니 손을 뻗어 최수빈의 창백한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지금 민혁 씨가 살지 죽을지는 수빈 씨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어요. 총알이 심장을 스치고 지나갔거든요. 아주 조금만 빗나갔어도, 아니 조금만 더 깊었어도 그대로 죽었을 거예요. 의사가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결국 본인 의지에 달렸다고 했어요. 그런데 난 그 사람한테 꼭 알려 주고 싶어요. 그 의지라는 것도 결국 내 손안에 있다는 걸.”최수빈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들지도, 몸부림치지도 않았다.목이 바짝 말라 있는 터라 침을 삼킬 때마다 바늘이 긁는 것처럼 따끔거렸다. 그래도 그녀는 힘겹게 몇 마디를 뱉으려 했다.목소리가 쉰 데다 갈라져 있었지만 전하려는 뜻만큼은 확실했다.“살아 있기만 하면 돼요.”살아 있기만 하면 된다. 주민혁에게 숨이 붙어만 있다면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아직은 버틸 수 있었고 다시 뒤집을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최수빈 자신이 어떻게 되든 이제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살아만 있으면 된다고요?”임하은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텅 빈 병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88화

    임하은의 몸이 휘청거렸다.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 위로 눈빛마저 서서히 꺼져 갔다.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자존심과 집착은 그 순간 심종연의 말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심종연은 넋이 빠진 듯 서 있는 그녀를 바라봤지만, 눈빛에 동정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그저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싸늘한 냉기만 서려 있었다.심종연은 그대로 몸을 돌려 복도 끝으로 걸어갔고 임하은만 그 자리에 홀로 남았다.그제야 그녀는 알 것 같았다. 자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건 결국 우스운 착각에 불과했다는 걸.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그 남자는, 단 한 번도 임하은을 마음에 둔 적이 없었다.감당하기 힘든 상실감과 절망이 밀려와 한순간에 온몸을 집어삼켰다.그녀는 천천히 차가운 벽에 몸을 기댔다. 어깨가 심하게 떨리더니 끝내 참아 왔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동안 임하은은 수도 없이 스스로를 속여 왔었다. 주민혁과의 약혼이 온갖 속셈으로 얼룩져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가 최수빈에게 남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뻔히 보면서도, 그래도 그 남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분명 자기 자리가 있을 거라고 고집했다.어쩌면 어느 늦은 밤 건넸던 다정한 말 한마디였을지도 몰랐고, 어쩌면 위험한 순간 내밀어 준 손길 한 번이었을지도 몰랐다. 임하은은 그런 사소한 흔적들 속에서 억지로 애정을 찾아냈고 그 조각들을 끌어모아 스스로를 속일 수 있는 환상을 만들어 왔다.하지만 조금 전 병실에서 마주한 주민혁의 냉담한 태도와, 심종연의 가차 없는 말들은 망치처럼 그녀의 오랜 집착을 산산조각냈다.주민혁이 보여 줬던 다정함이라는 건 결국 목적을 이루기 위한 연기에 불과했던 것이다.그녀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집안도, 재능도, 주민혁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주민혁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수빈만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임하은은 그저 주민혁의 인생이라는 체스판 위에 올려진 하나의 말일 뿐이었다. 필요하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말이다.스스로를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28화

    “이제 너는 마음 편히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어. 더 이상 위험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주 대표님도 어떤 이유로든 너에게 귀찮게 굴지 않을 거야.”최수빈은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섰고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몇 년간, 그녀는 이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너무나 많은 고생을 했고, 수많은 억울함을 겪었다. 그녀가 이토록 애쓴 것은 다름 아닌 딸의 버팀목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심사가 통과됐고, 앞으로는 더 이상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걱정했던 마음을 드디어 놓을 수 있었다.“고마워요, 선배. 한 선생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39화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참고 견디는 일과 통증에 익숙해져 있었다.냉랭한 태도로 최수빈을 밀어내겠다고 마음먹은 그 날부터, 자신이 선택한 길이 외롭고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주민혁은 가슴에 둘러진 석고를 한 번 쓸어내리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이번 사고에서는 아예 연기할 생각도 없나 보더라. 아예 나를 노리고 들이받았어. 오히려 번거로운 절차는 줄었지.”“그런 말을 하면서 웃음이 나와?”강지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무랐다.“의사 말 안 들었어? 이번에는 정말 크게 다친 거야. 조금만 더 심했으면 결과가 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43화

    “석진 씨, 먼저 기존 무인기 하드웨어 전반을 테스트해서 어떤 부품을 개선해야 할지 정리해 주세요. 다인 씨는 최근 5년간의 도시 화재 데이터를 분석해서, 특히 고층 건물 화재의 특징과 구조상의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정리해 주시고요. 우선 기초 작업부터 탄탄하게 다져봅시다. 초안이 나오면 그때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하면 돼요.”최수빈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눈빛에서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망설이는 기색이 서서히 사라졌다.임우영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네, 수빈 씨. 오늘 안으로 문헌 정리 보고서까지 만들어 보겠습니다!”오석진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35화

    최수빈은 더 이상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차는 세 시간 넘게 달려서야 해온시에 도착했다.최수빈은 미리 마당이 딸린 작은 월셋집을 마련해두었는데 딸과 둘이 지내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짐을 간단히 풀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질 무렵이었다. 최수빈은 주예린의 손을 잡고 근처 마트로 생활용품을 사러 나섰다.그런데, 한 보육원 앞을 지나던 주예린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문 앞 계단을 가리켰다.“엄마! 저기 봐요! 저 아이 오빠 아니에요?”최수빈은 딸이 가리킨 쪽을 바라봤다.계단 위에 웅크리고 있는 한 작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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