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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균열

Author: 도옌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6 14:41:27

"굿모닝"

"안녕하세요, 지점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점장님. 요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박 과장님, 제가 뭐 언제는 기분이 안 좋았나요? 꼭 제가 기분 좋은 게 별일이라는 듯이 말씀하시네요?"

사무실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수연보다 나이가 대여섯 살은 많은, 머리가 약간 벗겨지고 거북목이 심한 박 과장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본인의 자리로 가 앉았다. 그들이 일하는 은행이 한국에 지점을 열 때부터 일하기 시작한 충성도 높은 직원이었지만, 해외 유학파에 영어가 더 능숙한 수연을 비롯한 몇몇에게 밀려 만년 과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사람이었다.

직원들은 일제히 수연과 박 과장을 번갈아 보더니, 슬금슬금 제자리에 착석해 업무 준비를 시작했다.

원래는 그 시간 쯤이면 벌써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입구에 서 있어야 할 지훈이 아직 보이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다면서 병가를 신청한 것이다.

그런 일이 처음이라 수연은 문자 메시지를 받자마자 걱정이 되었다.

바로 전화를 해 보았지만 지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날렵한 라인의 정장을 갖춰 입고 완벽하게 세팅된 머리와 화장을 하고 평소보다 일부러 더 환하게 웃으며 또각또각 걸어서 사무실에서 유일한 별도의 방에 가 높은 책상에 앉았지만, 수연은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서류 더미를 뒤적이는 척하며 한손으로는 계속해서 지훈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어디가 아파? 많이 아파?"

"어제까지 괜찮았잖아. 어디가 아픈 건데?"

"뭐 필요한 거 없어? 필요한 거 있음 배달시켜 줄게."

"너 어디야? 진짜로 아픈 거 맞아? 왜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는 건데?"

"너 어디서 딴년이랑 뒹굴고 있는 거 아냐?"

"너 나한테 어떻게 이래? 왜 이러는 건데? 나한테 뭐 화난 거 있어?"

"내가 뭐 잘못했어? 제발... 나한테 이러지 마. 만나서 얘기하자. 만나자. 응?"

"오피스텔에서 기다릴게. 점심 때 맞춰서 와. 응?"

"너 진짜 딴년 거 빨고 있니? 빨리 답장 안 하면 그런 걸로 알게."

"씨발... 내 이럴 줄 알았어. 너 나 갖고 논 거야?"

"지훈아.. 제발. 제발 답장해. 너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수연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렇게 감정이 널뛰기를 한다는 데에 자신도 적잖이 놀랐다. 궁금하다가 화가 났다가 애원했다가 분노했다가 체념했다가 절박한 심정이 됐다. 냉정한 얼굴에 비즈니스용 미소를 장착한 채 업무를 해내면서도 머릿속은 지옥이었다.

똑똑.

사무실 총무를 맡고 있는 보경 씨였다.

"네, 들어오세요."

"지점장님, 이번 달 직원 회식비가 본사에서 결재됐는데 어떻게 할까요?"

"보경 씨."

지점장은 낮게 이름을 부르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

"네?"

"보경 씨 내 밑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지? 총무 맡은 지는 얼마나 됐어?"

보경은 질문의 의도를 몰라 당황했다.

보경이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수연은 한심하다는 듯 보경을 위아래로 훑어 보고는 한 마디 했다.

"보경 씨가 좀 알아서 하면 안돼? 지점장인 내가 매번 인터넷 검색해서 상연 중인 공연 알아보고 해야겠어? 핫한 레스토랑 검색해서 알려줘야겠냐구."

"아니.. 지점장님께서 잘 아시고 취향이 워낙 높으시니까 의견을 여쭤보려던 건데... 죄송합니다."

수연은 낮게 혀를 끌끌 차면서,

"이번 달엔 보경 씨가 알아서 해봐요. 정 아이디어가 없으면 다같이 머리를 짜내 보든가. 나가 봐요."

보경은 얼굴이 홍당무가 돼서 꾸벅 인사를 하고는 지점장실에서 물러났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실 울고 싶은 건 수연이었다. 

수연은 마음 속이 지옥이었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평소답지 않게 사소한 일에 날카로워져버린 것이다. 보경이 거의 눈물을 쏟을 듯한 얼굴로 지점장실에서 나가자, 수연은 곧바로 후회가 되었다. 아니, 보경에게 그렇게 쏘아붙이던 바로 그 순간에도 속으로는 후회했다. 나답지 않게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생각했다. 이런 자신이 못나 보였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이 내 마음같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균열이 갔다. 건조하나 안온했던 일상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또한, 자기 자신도 알지 못하게, 사무실에 적들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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