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천(반격의 칼날)

역천(반격의 칼날)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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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 [반격의 칼날] 천무국의 황제 이성원이 병세 악화로 갑작스럽게 승하했다. 황제의 죽음과 함께 황궁을 둘러싼 권력의 균형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황태자 이겸을 비롯한 세 황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조문혁은 태경과 천추궁을 장악한다. 조문혁은 황위를 빼앗는 대신 황태자 이겸을 황궁에 남겨둔다. 황실의 정통성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윤은 칼을 들고 군사를 모으고, 이현은 사람과 돈을 모으며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간다. 황궁에 남겨진 이겸은 조문혁의 손아귀에서 황실의 마지막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버틴다. 그 사이 천무국의 일곱 지역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곡창을 장악한 서도, 황실의 정통성을 중시하는 충도, 바다를 통해 막대한 부를 쥔 성도까지. 황제가 사라진 천무국은 더 이상 하나의 나라가 아니었다. 조문혁은 자신의 지배를 완성하기 위해 반대 세력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지방 군대와의 전면전은 자신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에 다른 방법을 동원한다. 그의 곁에서는 비밀 암살조직을 이끄는 묵진이 움직인다.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세 형제. 그리고 모습을 감춘 한 남자. 무너진 황실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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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프롤로그 - 황제의 마지막 밤

천무국 312년.

수도 태경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천추궁 가장 깊숙한 곳.

황제 이성원의 침상 앞에는 세 명의 황자가 서 있었다.

황태자 이겸.

제2황자 이윤.

제3황자 이현.

병색이 짙어진 황제는 힘겹게 눈을 뜨고 세 아들을 바라봤다.

“겸아.”

“예, 폐하.”

“형제들을 잘 이끌어라.”

이겸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황제의 시선이 이윤에게 향했다.

“윤아.”

“예, 폐하.”

“욱하는 성미부터 고쳐라.”

이윤이 잠시 머뭇거리다 씁쓸하게 웃었다.

“예, 폐하 걱정하시 마십시오.”

황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마지막으로 이현을 바라봤다.

“현아.”

“예, 폐하.”

“형들을 잘 보필하거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황제는 세 아들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라.”

그 말을 끝으로 황제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잠시 후 고연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께서…… 승하하셨습니다.”

침전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겸은 한동안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쿵.

침전 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급히 들어섰다.

천추궁의 호위총관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황태자 전하.”

이겸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냐?”

호위총관이 주변을 살핀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궁 안의 군사 배치가 바뀌었습니다.”

이윤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명령했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평소와는 움직임이 다릅니다.”

이현이 물었다.

“조문혁입니까?”

호위총관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다.

이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나 시간이 있느냐?”

“많지 않습니다.”

호위총관은 세 황자를 바라봤다.

“지금이라도 궁을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이윤이 곧장 이겸을 바라봤다.

“형님도 같이 가시죠.”

“아니다.”

“형님.”

“너희 둘이 나가라.”

이현이 다가섰다.

“형님…… 여기 남으시면 위험합니다.”

이겸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사라지면 안 된다.”

두 동생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황태자인 내가 궁을 비우는 순간, 황실의 중심이 사라진다.”

이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러면 조문혁은 황위를 노릴 것이고, 각 도의 세력들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천무국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윤이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고 형님을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윤아.”

이겸이 동생의 어깨를 잡았다.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적어도 지금은 날 죽이지 못할 테니.”

이겸은 천천히 동생을 바라봤다.

“나는 이곳에 있겠다.”

이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너희는 어서 달아나거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자.”

이현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더 이상 설득할 말이 없었다.

호위총관이 급히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윤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반드시 다시 오겠습니다.”

이겸은 대답 대신 동생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이현도 형을 바라봤다.

“형님.”

“가거라.”

두 황자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호위총관의 안내를 따라 비밀 통로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궁 밖으로 빠져나왔다.

태경의 어두운 골목.

말 두 필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윤이 말에 올라탔다.

“현아. 같이 움직이자.”

이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함께 움직이면 추적하기 쉬워집니다.”

이윤도 곧 그 뜻을 알아들었다.

“그럼 서로 다른 길로 간다.”

“예, 형님.”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살아남아.”

“형님께 돌아가야 한다.”

짧은 말이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말머리를 돌렸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날 밤.

천무국의 두 황자는 궁을 빠져나와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이현은 태경을 벗어나 중도의 외곽까지 달려왔다.

뒤를 돌아봤다.

추격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말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어둠 속 길을 달리던 순간이었다.

앞쪽에서 한 사람이 말을 몰고 나타났다.

이현이 즉시 검에 손을 가져갔다.

“누구냐?”

상대가 말의 속도를 줄였다.

달빛 아래 얼굴이 드러났다.

“나다.”

이현의 눈이 커졌다.

“태린?”

남태린이었다.

이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너와 같은 이유겠지.”

남태린이 짧게 대답했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이현이 물었다.

“어디로 갈 생각이야?”

남태린은 잠시 북쪽을 바라봤다.

“난 북도에 갈 곳이 있어.”

“나도 가야 할 곳이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지금은 서로에게 자세한 것을 설명할 시간이 아니었다.

남태린이 먼저 말했다.

“살아남아라.”

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두 사람은 말머리를 돌렸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어둠 속으로 두 개의 말발굽 소리가 멀어졌다.

그날 밤.

천무국의 세 황자는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들의 선택이 천무국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게 될 것이라는 것을.

프롤로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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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챕터
프롤로그 - 황제의 마지막 밤
천무국 312년.수도 태경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천추궁 가장 깊숙한 곳.황제 이성원의 침상 앞에는 세 명의 황자가 서 있었다.황태자 이겸.제2황자 이윤.제3황자 이현.병색이 짙어진 황제는 힘겹게 눈을 뜨고 세 아들을 바라봤다.“겸아.”“예, 폐하.”“형제들을 잘 이끌어라.”이겸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명을 받들겠습니다.”황제의 시선이 이윤에게 향했다.“윤아.”“예, 폐하.”“욱하는 성미부터 고쳐라.”이윤이 잠시 머뭇거리다 씁쓸하게 웃었다.“예, 폐하 걱정하시 마십시오.”황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마지막으로 이현을 바라봤다.“현아.”“예, 폐하.”“형들을 잘 보필하거라.”“예. 명심하겠습니다.”황제는 세 아들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서로 의지하며 살아라.”그 말을 끝으로 황제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잠시 후 고연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 승하하셨습니다.”침전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이겸은 한동안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봤다.그때였다.쿵.침전 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급히 들어섰다.천추궁의 호위총관이었다.그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황태자 전하.”이겸이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이냐?”호위총관이 주변을 살핀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궁 안의 군사 배치가 바뀌었습니다.”이윤의 표정이 굳었다.“누가 명령했지?”“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평소와는 움직임이 다릅니다.”이현이 물었다.“조문혁입니까?”호위총관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하지만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다.이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얼마나 시간이 있느냐?”“많지 않습니다.”호위총관은 세 황자를 바라봤다.“지금이라도 궁을 빠져나가셔야 합니다.”이윤이 곧장 이겸을 바라봤다.“형님도 같이 가시죠.”“아니다.”“형님.”“너희 둘이 나가라.”이현이 다가섰다.“형님…… 여기 남으시면 위험합니다.”이겸은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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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흩어진 형제들
태경의 밤이 지나갔다.그러나 천추궁에는 아침이 오지 않은 것처럼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아 있었다.황제 이성원이 승하했다는 소식은 이미 궁 안에 퍼졌다.하지만 누구도 크게 울지 않았다.황제가 죽은 날보다 그 이후가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침전 앞을 지키던 군사들의 숫자가 밤사이 크게 늘어났다.그들의 지휘권을 쥐고 움직이는 자는 조문혁이었다.조문혁은 침전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한참 동안 문 앞에 서 있었다.“황태자 전하는?”묵진이 낮게 대답했다.“아직 침전에 계십니다.”“황자들은?”“제2황자와 제3황자는 궁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조문혁의 눈빛이 가늘어졌다.“어느 쪽으로 갔느냐?”“뭉쳐 있지 않고 흔적을 지우면서 흩어져 달아났습니다. 정확한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송구합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조문혁은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찾아라.”“예.”“죽여야 한다면 죽여라.”잠시 말을 멈춘 조문혁이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하지만 되도록 살려서 내 앞에 데리고 오너라.”묵진이 고개를 들었다.“알겠습니다.”조문혁은 닫힌 침전 문을 바라봤다.황태자 이겸.그가 아직 황궁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황제가 죽었다고 해서 천무국의 주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황실에는 황태자 이겸이 살아서 황궁에 남아 있었다.황태자가 살아 있는 이상 조문혁이 황위를 직접 차지할 명분은 없었다.한편 침전 안.이겸은 아버지의 침상 곁에 홀로 앉아 있었다.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눈앞에는 아직도 마지막 순간의 아버지가 떠올랐다.서로 의지하며 살아라.이겸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폐하…….”그때 문밖에서 고연수의 목소리가 들렸다.“황태자 전하.”이겸이 눈을 떴다.“무슨 일이냐?”“조문혁이 전하를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이겸은 잠시 침묵했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들라 하라.”잠시 후 문이 열렸다.조문혁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먼저 황제의 시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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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각자의 길
태경을 벗어난 지 사흘째.이윤은 만도를 향해 계속 말을 달리고 있었다.황궁을 빠져나온 뒤 한 번도 제대로 쉬지 않았다.추격자가 따라붙었는지 확인할 틈도 없었다.이윤에게는 시간이 없었다.만도에 도착하기 전에 조문혁이 먼저 손을 뻗는다면, 황실의 군대가 그의 손에 들어간 지금 지방의 군사들마저 조문혁의 편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이윤은 그 생각이 들 때마다 말의 속도를 높였다.“조금만 더 힘내자.”말의 숨이 거칠어졌다.한참을 달려 한적한 호숫가에 도착했다.이윤은 말에서 내려 잠시 주변을 살폈다.멀리 작은 마을이 보였다.이윤은 마을 안쪽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지금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물과 식량만 구한 뒤 다시 길을 떠나야 했다.그날 저녁.이윤은 한적한 숲에서 말에게 물을 먹였다.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이윤의 손이 검자루로 향했다.잠시 후 세 명의 기마병이 모습을 드러냈다.이윤은 몸을 낮췄다.하지만 날이 어두워 기마병들은 이윤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갔다.이윤은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깃발은 천무국의 황실 군사였다.“벌써 움직였나…….”조문혁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이윤은 다시 말에 올라탔다.“만도에 먼저 도착해야 한다.”“조금만 더 힘을 내다오.”그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같은 시각.경도로 향하는 길에서는 이현이 작은 마을 하나에 들어섰다.이현 역시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였다.황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오히려 위험했다.이현은 장무혁과 평범한 여행객처럼 옷차림을 바꾸고 허리에는 검 한 자루만 찼다.마을 안쪽의 작은 객잔에 들어간 이현은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국밥 두 그릇만 주시오.”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음식이 나오자 이현은 장무혁과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그때 옆자리에서 두 사내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태경에서 난리가 났다더군.”“황제 폐하께서 돌아가셨다잖아.”“그것뿐이 아니야. 궁 안에 군사들이 들어갔다더라.”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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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경도의 상단과 만도의 군대
경도는 활기가 넘쳤다.마을로 들어선 이현은 가장 먼저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다.큰길을 따라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고, 수레와 마차가 쉴 새 없이 오갔다.황제가 승하했다는 소식이 아직 이곳까지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듯했다.이현은 말에서 내려 주변을 살폈다.경도에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머릿속에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서가연.이현은 서가의 위치를 확인한 뒤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그러나 서가의 대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이현은 걸음을 멈췄다.이현은 장무혁에게 서신을 써서 건넸다.“넌 이 서찰을 가지고 북도로 다녀오거라. 거기서 남태린을 만나 이 서찰을 전해주고 답장을 받아 다시 이곳으로 오면 된다.”장무혁은 서찰을 받아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전하, 제가 없이 괜찮으시겠습니까?”이현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이곳은 이제 중도도 태경도 아니다. 그리고 곧 가연이를 만나면 한동안 지내는 건 문제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장무혁은 그 말에 안심하며 인사를 올리고 곧바로 길을 떠났다.이현은 서가의 상단 앞에 도착했다.문밖에는 마차가 여러 대 서 있었다.상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서가연 아가씨는 안에 계십니까?”이현이 문지기에게 물었다.문지기가 이현을 위아래로 살폈다.“누구십니까?”이현은 잠시 망설였다.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은 위험했다.“전에 황궁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어 찾아왔다고 전해주시오.”문지기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신세를 말합니까?”“직접 만나면 알게 될 것이오.”문지기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그때 안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에요?”문지기가 뒤를 돌아봤다.서가연이었다.단정한 옷차림의 그녀가 대문 쪽으로 다가왔다.그리고 이현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전하?”이현이 조용히 말했다.“오랜만이구나.”서가연은 주변을 살폈다.그리고 곧장 문지기에게 말했다.“문을 닫아.”“아가씨?”“빨리.”문지기는 서둘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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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성도와 서도의 보고
천추궁. 조문혁의 집무실. 조문혁은 넓은 탁자 위에 펼쳐진 천무국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경을 중심으로 천무국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지방으로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조문혁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뿐, 어느 쪽에도 확실하게 서지 않았다. 그때 묵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주군.” “보고하라.” “먼저 성도의 상황입니다.” 조문혁이 지도를 바라봤다. “성도는 항구를 중심으로 상업이 발달한 지역입니다. 해상무역이 활발하고 외부와 오가는 상인들도 많습니다.” “성주는 채도경이었던가?” “예, 맞습니다. 채도경입니다.” 조문혁이 잠시 생각했다. “어떤 자인가?”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황실에 대한 충성심도 있지만, 그보다 자신의 성도의 이익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조문혁의 손가락이 지도 위 성도를 가볍게 두드렸다. “군사력은?” “강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항구를 기반으로 한 자금력과 상인들의 영향력이 상당합니다.” “우리가 제압하려 한다면 어떻겠나?” 묵진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힘으로 제압하려 한다면 압도적인 병력이 필요합니다. 다만…….” “다만?” “성도의 군사력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희가 제압하려면 상당한 병력을 움직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 아직 내 영향력이 그 정도뿐인 것인가.” “주군, 하지만 저희가 먼저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쪽에서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자는 아니군.” “그렇습니다.” 조문혁은 잠시 침묵했다. “채도경 같은 자에게는 명분보다 이익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지금 적으로 만들 이유도 없었다.” “당장은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예.” “그래도 움직임은 면밀히 살피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묵진이 다음 서류를 꺼냈다. “다음은 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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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충도의 충성과 북도의 침묵
천추궁. 조문혁의 집무실.조문혁은 계속해서 천무국의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탁자 위에는 각 도에서 올라온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묵진이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다음은 충도입니다.”조문혁이 고개를 들었다.“말해라.”“충도는 황실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지역입니다.”조문혁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황실에?”“예.”묵진은 잠시 침묵했다.“충도는 천무국 태조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황실의 명령에는 따르지만, 특정 개인에게 충성하지 않는 성향이 강합니다.”조문혁은 아무 말 없이 지도를 바라봤다.“성주는?”“정우현입니다.”“그자는 어떤 인물이지?”“황실의 정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입니다.”묵진이 잠시 보고서를 확인했다.“천무국의 태조 때부터 정우현의 집안과는 깊은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현재 주군께서 경계할 필요가 있는 인물입니다.”“무엇 때문에?”“정우현은 황실에 대한 충성심만으로도 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조문혁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렸다.“그렇군.”짧은 대답이었다.하지만 그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지고 있었다.“군사력은?”“충도 역시 상당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정확한 규모는 파악 중이지만, 정우현이 군사를 일으킨다면 쉽게 승패를 정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닙니다.”조문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충도는 원래 자신에게 적대적인 지역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을 것이다.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정우현을 조사해라.”“예.”“그리고 꼼꼼히 움직임을 확인해라.”묵진이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조문혁은 다음 보고서를 바라봤다.“다음은?”묵진이 잠시 말을 멈췄다.그리고 다시 한 장의 보고서를 꺼냈다.“북도입니다.”조문혁의 시선이 북쪽으로 향했다.“북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외부와의 교류가 적습니다.”“지형 때문이군?”“예, 맞습니다.”“험한 산악 지형이 많고 큰 상업 도시도 많지 않습니다.”“그래서 왕래 또한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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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마지막 보고, 만도와 경도
조문혁은 여전히 책상 위에 놓인 지도와 보고서를 천천히 넘기고 있었다.지금까지 각 도의 상황을 확인했지만, 아직 확실하게 누가 자신의 편인지, 누가 적인지 알 수 없었다.점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그때 묵진이 새로운 보고서를 들고 들어왔다.“주군.”“말해라.”“만도에 대한 보고입니다.”조문혁이 고개를 들었다.“만도?”“예. 제2황자 이윤이 만도로 갔을 것이라는 것이 저희 판단입니다.”“그래, 계속해 봐.”묵진이 보고서를 펼쳤다.“만도는 군사력이 강한 지역입니다. 국경과 가까운 지역도 많아 오래전부터 북도와 함께 군사 훈련이 가장 활발한 곳이기도 합니다.”“현재 병력은?”“정확한 숫자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규군의 규모는 크지 않을 거라는 것이 저희 판단입니다.”“이유는?”“국경 지역의 잦은 충돌로 군사 소모가 큰 데다 중앙정부의 지원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조문혁은 바로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다.“성주는?”“만도에 현재 따로 성주는 없습니다.”“이전 국경 분쟁에서 성주가 사망하면서 현재 성주는 공석입니다. 다만…….”“다만?”“진백호라는 장수가 성주대행으로 군을 이끌고 있습니다.”“진백호라면, 예전에 호국장군으로 있던 그 진장군인가?”“예, 맞습니다.”묵진이 보고서를 내려다봤다.“황실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장수로 알려져 있습니다.”조문혁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그렇다면 이윤과 관련된 움직임은?”묵진이 고개를 저었다.“확인된 것은 없습니다.”“진백호의 군영에도 사람을 보내놨으니 곧 답은 있을 것입니다.”조문혁은 보고서를 내려놓았다.이윤의 흔적이 만도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는 이미 있었지만, 아직 확실하게 연결할 수는 없었다.무리해서 사람을 보내면 오히려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낼 수도 있었다.“그들이 보내오는 보고와 별개로 만도에서 이윤의 흔적을 계속 찾아라.”묵진이 고개를 숙였다.“예.”“사람을 보내더라도 은밀히 진행해야 할 것이야. 상대는 전투 경험이 많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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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경도의 선택
경도. 서가의 안채. 이현은 창가에 앉아 경도의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경을 떠난 뒤 처음으로 제대로 몸을 쉬게 된 곳이었다. 하지만 마음까지 편한 것은 아니었다. 조문혁의 군사들이 경도까지 들어왔다. 아직 자신의 신분을 확인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서가연이 맞은편에 앉았다. “전하.” “응, 말해.” “지금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이현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지.” 이현이 그녀를 바라봤다. “이윤 형님은 만도에서 힘을 기르고 있을 것이다.” “네, 맞아요. 만도로 가셨으니까 군사를 모으고 계실 겁니다.” “그래.” 이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나는 군사를 모을 수 없다.” 서가연은 잠시 생각했다. “군사만이 힘은 아니잖아요.” 이현이 그녀를 바라봤다. “경도에는 돈도 사람도 있습니다.” 서가연은 잠시 말을 멈췄다. “무엇보다 정보가 풍부합니다.” 이현의 눈빛이 달라졌다. “정보라…….” “상인들은 여러 지역을 오갑니다. 누가 무엇을 사고파는지, 어느 지역에 물자가 부족한지, 어느 지역이 갑자기 거래를 늘렸는지 알 수 있죠.” “군사들이 지나가는 것도 상인들이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문혁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겠군.” “예.” “관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신분을 숨길 수 있어도 상인들 사이에 섞이면 눈에 띄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서가연의 말에 이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자신은 황실의 신분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황자라는 신분이 오히려 약점이었다. 서가는 수많은 사람과 상단과 거래하며 돈과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가연아.” “예.” “서가의 상단은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냐?” 서가연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경도에서 가장 큰 상단 중 하나입니다.” “그렇구나.” “아버지는 일부러 규모를 크게 드러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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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서철우의 결심
관사 안.서철우는 이현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먼저 입을 연 것은 서철우였다.“전하께서는 앞으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힘을 기를 생각입니다.”“어떤 힘을 말입니까?”이현은 잠시 생각했다.“형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힘을 기르겠습니다.”서철우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이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돈도 필요하고 정보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군사도 필요하겠지요.”“그 모든 것을 경도에서 시작하시겠다는 겁니까?”“그렇습니다.”서철우는 잠시 침묵했다.“전하.”“말씀하십시오.”“저는 장사를 하는 사람입니다.”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쪽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것입니다.”서철우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특히 지금처럼 황실이 흔들리고 조문혁이 수도를 장악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서가연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아버지…….”서철우는 딸을 바라보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조문혁은 이미 태경과 천추궁을 장악했습니다.”“반면 전하께서는 지금 가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서철우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상단도 있고, 그 상단에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제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그 모든 것을 걸고 전하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저는 아직 판단하지 못했습니다.”서가연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아버지…….”하지만 서철우는 멈추지 않았다.“그래서 전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저는 지금 전하와 조문혁,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서가연의 표정이 굳었다.“그런 말씀을 꼭…….”“가연아.”서철우가 딸을 바라봤다.“이건 우리 가문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서가연은 입을 다물었다.서철우는 다시 이현을 바라봤다.“제가 전하를 선택하면 조문혁과 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렇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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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만도의 군영
만도.황궁을 빠져나온 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탓에 몸은 지쳐 있었지만, 이윤은 군영에 도착하자마자 쉬지 않았다.진백호의 안내를 받아 군영 곳곳을 둘러봤다.병사들은 훈련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군영의 모습이 좋지는 않았다.정규군은 3천여 명.그리고 훈련 중인 병사들이 2천 정도였다.숫자만 보면 적지 않았다.하지만 실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무기와 갑옷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오래 사용한 무기들이 많았고, 보급받지 못한 병사들도 눈에 띄었다.이윤은 말없이 군영을 둘러봤다.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이 정도로는 부족했다.형님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훈련된 병사도 필요했고, 무기도 필요했다.무엇보다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이윤은 군영 한쪽에서 훈련하는 병사들을 바라봤다.병사들이 창을 들고 움직였지만 대열이 조금씩 흐트러졌다.진백호가 그 모습을 바라봤다.이윤이 물었다.“훈련 상태가 이 정도인가?”진백호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정규군과 달리 훈련병들은 아직 미흡합니다.”“훈련의 강도를 높이면?”“현재 수준이라면 부상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이윤이 진백호를 바라봤다.“진 장군이 신경 써야겠어. 지금 마음이 급하다.”진백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황태자 전하를 지금 당장은 구하러 가기 어렵습니다.”이윤의 눈빛이 굳어졌다.“아직은 어렵겠지. 하지만 구하러 가야 한다.”진백호가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전군을 동원해 중앙군과 전쟁을 하게 되면 국경을 지킬 병력이 부족해집니다.”진백호가 군영 밖을 바라봤다.“만도는 국경과 가까운 지역입니다. 이곳의 병력을 모두 수도로 보내는 순간 국경이 비게 됩니다.”“외부의 침입이 발생한다면 막을 병력이 없습니다.”이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백호가 말을 이었다.“준비가 필요합니다.”이윤은 한동안 훈련 중인 병사들을 바라봤다.조문혁이 태경과 천추궁을 장악했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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