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 그게 무슨 뜻이야?”조인국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예훈이는 내 조카인데 부산에서는 당연히 내가 그를 지켜줘야지 누가 지켜주겠어?”조인국이 김예훈을 위해 일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자 후지와라 미유는 이미연과 눈빛을 교환하고 나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이번엔 제가 인국 삼촌의 체면을 봐서라고 그냥 넘어갈게요. 하지만 다음은 없어요.”말을 마치자 후지와라 미유는 몸을 돌려 떠났다.변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며 두 손을 짊어지고 옆으로 걸어갔다.그는 비록 방금 김예훈을 비난했지만, 여전히 신사적인 좋은 느낌을 풍겼기에 많은 여자가 또 그의 곁을 둘러쌌다.“예훈아, 이리 와봐. 몇 사람을 소개해 줄게!”조인국은 김예훈을 데리고 한 바퀴 둘러본 후에 함께 2층으로 가서 부산 용문당의 고위층 몇 명을 만나려 했다.김예훈은 원래 아는 사람이 몇 명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2층에 가보니 부산 용문당의 고위층이라 하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진윤하, 최산하 등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리고 소위 부산 용문당의 고위층이라 하는 사람들도 김예훈을 알아보지 못했다.하지만 김예훈은 바로 알아차렸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부산 용문당에서 그리 큰 인물은 아니었기에 당연히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부산 용문당의 십만 명 제자 중에 김예훈을 본 사람은 고작 천 명에 불과했다.이 몇 명의 부산 용문당 사람들은 김예훈을 보는 척도 안 하고 감개무량한 얼굴로 조인국에게 말했다.“조 대표님.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해요. 이번에 대표님은 운이 너무 좋았어요. 우리의 새로 온 부산 용문당 회장님 덕분에 대표님 회사가 때마침 협력회사 명단에 들어왔어요. 앞으로 분명히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에요. 굳이 우리에게 감사할 필요가 없어요. 기회가 되면 우리 부산 용문당 회장님을 만나서 인사하세요. 대표님께 있어서 아주 귀인이신 분이에요!”“그러게 말이야. 우리 부산 용문당 회장님은 20대 초반인 어린 나이에도
바로 그때, 조효임은 저도 모르게 변우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변 도련님도 우리 한국의 젊은 세대 중의 인재인데 부산 용문당 회장과 아는 사이일 수도 있잖아요. 혹시 그분을 만나보신 적이 있나요?”“아직 없어요.”변우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지만 그를 만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부산 용문당에 가서 그와 한번 겨루어 보면 돼요. 혹시라도 제가 그를 이겨버리면 용문당의 체면이 깎일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변우진이 무뚝뚝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그는 젊은 세대 중에는 오로지 자신만이 제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부산 용문당의 새로운 회장이 뭐가 그리 대단해?’조효임과 몇몇 인플루언서들은 변우진의 기세를 보고 감탄했다.“변 도련님의 뜻은 그 새로 부임한 부산 용문당 회장이 도련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거예요?”그러자 변우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우충식이 나한테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잊으셨어요?”조효임은 갑자기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그래 맞아. 오늘 부산 용문당 부회장인 우충식은 변우진 앞에서 깍듯하게 행동했잖아.’그래서 그녀는 변우진의 신분과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조효임이 담담하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자 그 자리에 있던 몇몇 용문당의 제자들도 모두 듣고 놀랐다.그중 한 사람이 두 손을 잡고 공경한 태도로 말했다.“저는 우리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 진정한 소년 영웅이라고 생각했는데 변 도련님도 이런 실력을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저희 부산 용문당에서 다음 주에 만찬을 열 예정이에요. 그러면 부산 용문당 회장님도 참석하실 거예요. 변 도련님께서 시간이 되신다면 참석하셔서 저의 회장님을 만나보세요. 어쩌면 영웅이신 두 분께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친구가 되어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그러자 변우진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때 가서 봐요. 제가 요즘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저에게 소중한 사람을 보호해야 해요. 만찬에 갈 시간이 없을 수도 있어요. 물론 당신네 회장님이 부탁하신다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잘됐네요. 고마워요, 변 도련님.”조효임은 흥분한 표정을 지었고 다른 몇몇 인플루언서들도 들떠서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들은 이런 수준의 만찬에 참석해서 생방송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조인국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계속하여 말했다.“변 도련님, 이왕이면 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제 조카도...”김예훈은 조인국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자신을 생각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멈칫 놀랐다. 그래서 그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저씨, 전 됐어요.”“됐다고? 효임 씨는 네가 허풍을 떠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원래 난 안 믿었어. 이제 와서 보니 효임 씨의 말이 맞았네.”변우진은 차갑게 웃으며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말을 이어갔다.“너는 마치 부산 용문당의 만찬에 가고 싶다고 하면 초대장이 바로 날아올 수 있는 것처럼 말해? 잘 기억해 둬. 난 누구라도 다 데리고 들어갈 수 있지만, 넌 절대 안 돼. 그때 가서 변우진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이용해서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마. 네가 만약에 내 이름으로 안에 몰래 들어가면 난 사람 시켜서 널 걷어차서 쫓아버릴 거야.”변우진은 말한 후 용문당의 제자들을 노려보았다.몇몇 제자들은 변우진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으나 오늘 아침 우충식 부회장님의 했던 행동을 생각해 보니 이런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들은 지금 뭐라고 말하기도 애매해서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다.변우진이 몇 마디로 만찬에 참석하는 일을 해결했고, 게다가 몇몇 용문당의 제자들까지 제압하는 것을 본 조효임의 눈에는 빛이 반짝거렸다.‘변우진은 정말 젊은 나이에 능력 있고 돈도 많고 권력도 있어! 변우진이라면 부산 용문당의 새로 부임한 회장도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할 것이야. 김예훈이 이 만찬에 참석하려는 것은 헛된 꿈뿐이야.’조효임은 이런 생각을 하자 더욱더 김예훈과 자신은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의 사람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
순간 조인국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이상했다.이미연과 조효임은 김예훈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후지마라 미유와 몇몇 인플루언서들은 세상에서 제일 어이없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그리고 변우진이 덤덤하게 말했다.“김예훈, 아니. 예훈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정말 1호 별장에서 살아? 보안관실 아니고?”그는 조효임이 한 말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김예훈이 여기서 경비원으로 일한다고 했기에 변우진은 김예훈이 무조건 보안관실에서 살 것 같았다.조인국도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그의 안색은 어두워지더니 원망 섞인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예훈아, 사람은 착실하게 살아야 해.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다행히 여기 모든 사람들은 한 식구나 마찬가지여서 그렇지, 아니면 개 망신 당하는 거야!”그러자 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아저씨, 저 정말 1호 별장에 살아요.”“그런데 왜 우리 집에 묵으려고 하는데? 1호 별장은 우리 11호 별장보다 열 배 남짓 더 호화로운데.”이미연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연기하려면 제대로 해.”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요 며칠 별장을 리모델링하려고 해서 안이 좀 지저분해요. 그래서 아주머니 집에서 묵자고 한 겁니다. 불편하시면 거절하셔도 되고요. 제 별장에도 잠잘 곳 정도는 있으니깐.”“하하! 리모델링? 지저분하다고?”이미연은 조인국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그럼 우리가 1호 별장 한번 구경해봐도 될까? 나와 인국 아저씨가 그래도 너한텐 어른인 셈인데 집을 새로 샀고 리모델링까지 하려고 한다니 가서 조언도 좀 해줄게.”“그래. 우리도 좀 구경하자. 우리가 언제 2,000억짜리 별장을 구경해봤겠어. 어떻게 꾸몄는지 너무 궁금한데.”후지와라 미유 등 인플루언서들도 차갑게 웃으면서 소란을 피웠다. 그들은 김예훈이 거짓말을 들춰서 망신당하는 꼴을 보려고 했다.“구경?”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아직 안이 많이 어수선해서 구경까지는 할 필요가 없는 것 같
조인국은 김예훈에게 정말 실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에 김예훈이 출근하고 보너스까지 받으며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매우 뿌듯하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제 성실하게 일에 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체면을 이렇게 중시하는 사람이 되다니.조인국은 김예훈을 부산으로 데리고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매달 몇십만씩 생활비를 보냈으면 이 소란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아이고! 쪽팔려라!’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조인국을 바라보더니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했다.“아저씨,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그러자 모든 사람은 귀를 쫑긋 세웠다.“1호 별장은 정말 제 것입니다. 강호 씨가 일주일 전에 저에게 주신 겁니다. 이젠 수속도 거의 다 끝났고요.”“너에게 줬다고?”그 말을 듣자 후지마라 미유는 껄껄거리며 웃었다.“2,000억짜리 별장을 너에게 선물을 주다니. 하하. 우리 예훈 도련님 대단하네! 그럼 더 구경해야겠네. 아니면 너무 아쉽잖아!”이번에 김예훈은 거절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다들 그렇게 관심이 많으시니 그러면 같이 갑시다.”말이 끝나자 김예훈은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은 김예훈이 망신당하는 꼴을 보려고 그의 뒤를 빠르게 따라 나갔다.조인국의 안색은 더 어두워졌다. 고민 끝에 그도 함께 따라가기로 마음을 먹었다.어쨌는 김예훈은 그의 큰 조카이기에 아무리 잘난척하고 잘못을 저지른다고 해도 끝까지 도와주고 싶었다.사람들이 정말 따라오는 것을 보자 김예훈은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포레스트는 거대한 공원과도 같았다. 별장 11채가 들어설 정도로 부지면적이 넓었고 별장 사이의 거리도 멀어서 프라이버시도 지킬 수 있었고 조용했다.이 별장들과 비교하면 11호 조씨 저택은 확실히 보잘것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11호 별장은 단지 숫자를 채우기 위해서 지은 거라고 했다.왜냐면 10호 별장에 큰 인물이 살고 있었는데 자기가 하위권인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11호를 지었다고 했다. 그래서 11호 별장은 다른 별장과
“정확히는 모르나 주살령은 부산에서 전해져 나온 것입니다. 명을 내린 사람은 아마 사쿠라일 것입니다. 혹은... 방호철...”이 이름을 듣자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그는 방호철과 정식으로 맞붙은 적은 없지만 그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방호철은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였다. 다행히 오늘 김예훈은 나카노 타로우에게 미리 손을 썼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그는 오히려 이 주살령이 어떻게 번져나갈지 무척 궁금했다. 그가 전화를 받고 있을 때 1호 별장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정말 멋있는 별장이야. 이곳에 살면 돈이 저절로 생길 것 같고 장생불로할 것 같잖아!”“역시 1호 별장은 달라. 지리적 위치가 너무 특수해서 베란다에서 직접 부산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네.”“이런 집은 태어날 때 가지고 있지 않으면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거야.”1호 별장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모두 감개무량했다. 자부심이 가장 강한 변우진마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1호 별장이야말로 내 신분에 딱 맞는데. 아쉽네.’옆에 있던 조효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11호 별장에 살면 이미 부산에서 탑티어에 든다고 생각했는데 1호 별장과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이런 진정한 부잣집의 저력과 카리스마는 졸부들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김예훈이 옆에서 시치미를 떼고 전화하는 걸 보니 조효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아냥거렸다.‘아직도 연기하네. 쳇.’“됐어. 다 봤으면 이제 돌아가자. 방안에 불도 켜져있으니 주인이 쉬고 있는 건가 봐. 소란을 피우지 말고 돌아가자.”조인국이 이때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허세를 부리며 전화를 거는 김예훈을 쳐다보고는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다들 돌아갑시다. 야식은 제가 쏠게요.”그는 결국 김예훈의 삼촌으로서 그가 너무 창피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김예훈을 따라왔을 때 그는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가 말한 것이 진실이길 바랬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떠나는 걸
조인국은 자기 마누라 이미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미연! 당신 나이가 몇인데. 꼭 이래야만 해? 예훈이를 난감하게 만들어야 하냐고? 재밌어?”후지와라 미유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삼촌, 왜 그렇게 화를 내요. 미연 아주머니 탓도 아니잖아요. 우린 1호 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왔을 뿐이에요. 김예훈 이 자식이 잘난 척만 하지 않았어도 우린 오지 않았겠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잖아요? 재미없게.”그리고 그녀는 조인국의 난감한 표정을 신경 쓰지도 않고 방금 전화를 마친 김예훈을 보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예훈 도련님, 전화 다 했어? 우리가 좀 더 기다려야 해? 1호 별장이 네 것이라며? 그럼 문 좀 열어봐. 혹시 열쇠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지는 않겠지? 이런 별장은 비밀번호 혹은 지문으로 들어가는 거 아니야? 열쇠를 안 가져왔다는 변명 같은 거 하지 마.”그녀는 일부러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들도 키득키득 김예훈을 비웃기 시작했다. 심지어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절대 김예훈을 봐줄 기색이 없었다.조효임은 조인국의 체면을 봐서 김예훈을 대신해서 좋은 말 하려고 했지만 김예훈이 잘난 척하는 모습을 떠올리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지경에 이르면서도 체면을 챙기려고 하다니. 정말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만하네!’조인국도 한숨을 내쉬었다.“예훈아, 잘못을 인정해. 모두가 한 식구인데 네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아무도 탓하지 않을 거야.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생고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더 반감을 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어떤 변명도 소용없었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오른손 식지로 버튼을 누르자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양쪽으로 천천히 열렸다.흐릿했던 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고 한 줄기 빛이 그에게 떨어지면서 남다른 아우라가 느껴졌다. 후지와라 미유 등은 모두 멍해졌다.잠시 후 물건을
김예훈은 그제야 조인국을 보며 말했다.“삼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집 안이 인테리어 재료들로 많이 지저분하니 저들이 다 정리한 후에 들어갑시다.”그들이 서있는 별장 입구 쪽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모든 사람은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틀어막았다. 심지어 한 인플루언서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뺨을 때리면서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봤다.그들은 김예훈이 정말 1호 별장에 살 줄 꿈에도 몰랐다.‘이건 강서 임씨 가문 부동산이잖아! 김예훈이 언제부터 임씨 가문이랑 관계가 이렇게 좋았어?’강서 임씨 가문에서 김예훈에서 선물을 줬든 김예훈더러 이곳에 살게 한 것이든 모두 김예훈의 인맥과 능력을 보여주었다.이미연은 지금 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고 뺨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다른 사람에게 뺨을 맞은 것처럼 말이다.“1호 별장. 이럴 수가. 이럴 수 없는데...”조효임은 앵두 같은 입술을 틀어막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틱톡에서 탑티어에 드는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남성 팬으로부터 몇억 원의 현금 선물을 받고서야 11호 별장에 들어갈 자격이 있게 되었다.하지만 병신처럼 보였던 김예훈이 1호 별장에 살다니.이건 2,000억 가치의 별장이다.여기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재력뿐만 아니라 대단한 권세와 인맥을 뜻한다.그런데 김예훈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산단 말인가?조효임은 김예훈 앞에서 여왕처럼 안하무인으로 그를 대했지만 지금은 그 소위의 우월감이 1호 별장이라는 단어 앞에서 산산조각이 났다.변우진도 순간 말이 없어졌다. 그는 권세도 좀 있고 돈도 좀 있었지만 이런 별장을 살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가장 중요한 건 이런 별장은 대단한 인맥과 친분이 없으면 사려고 해도 팔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후지와라 미유의 눈빛은 경멸에서부터 존경으로 바뀌었다. 마치 김예훈을 가지고 싶어서 이글거리는 눈빛 말이다.다른 인플루언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이다. 아무리
“첫째, 오늘부터 골든 수비대는 김윤후가 책임져. 기존 책임자 김태빈은 안동 김씨 가문 집법부대에서 심문을 받아야 할 거야. 둘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내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처형할 거야. 셋째,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신 김예훈 씨는 지금부터 나의 귀한 손님이며 진주·밀양에서 나랑 동등한 신분을 누리게 될 거야. 김예훈 씨를 모욕하는 자는 곧 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김승준은 말하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도 김승준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김예훈은 자신이 그동안 진주·밀양에서 해온 일을 그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이건 사실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였다.그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던 성지우는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생긴 것 외에는 별 볼 것 없는 김예훈이 왜 수장님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다.하지만 평소에 명령을 잘 따르는 그녀는 이 순간에도 쓸데없는 말 없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네.”김태빈은 ‘집법부대’라는 네 글자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작은아버지, 저는 작은아버지 조카잖아요.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작은아버지!”김승준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성지유의 손짓하나에 경호팀이 김태빈을 붙잡아 바로 헬리콥터 기내로 데려갔다.김태빈이 몰락하고 김윤후가 부상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이로써 김예훈도 진주·밀양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게 되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귀한 손님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한마디로 김예훈은 김승준 덕에 빛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방이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함께해주지. 여기 빼낸 총알 다섯 알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다섯 집안을 대표하는 동시에 너의 자존심을 지켜준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한 알은 한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을 뜻하고.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네 운명에 달렸어.”김승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총으로 김태빈의 오른쪽 어깨에 겨냥했다.그리고는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퍽.굉음과 함께 김태빈은 온몸이 흔들렸고, 거대한 힘에 휩쓸려 그래도 옆으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첫 방에 맞다니. 정말 지지리도 운 없는 놈이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김승준을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능력도 있고 기개가 넘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이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의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김태빈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서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김태빈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예전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이다.어차피 김승준은 자식이 없어서 조카들을 엄청나게 아꼈었다.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기껏 해 뺨이나 몇 대 때리고 발길질하는 정도였다.이 정도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후손들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하지만 김태빈은 김승준이 직접 총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오른팔을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그에게는 인생의 큰 치욕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가 안동 가문 셋째 집안의 도련님이자 아버지가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김태빈은 김승준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아버지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
“네가 팀을 이끌고 별장을 포위하고, 수장 패쪽을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네가 절차대로 나한테 전화라도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그랬다면 네 행동을 이해했을 거야. 좀 더 문명적으로 이렇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런데 넌 내가 골든 수비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려 했어. 넌 내가 수년간 골든 수비대를 위해 쌓아온 명예를 짓밟으려는 거라고. 김태빈, 정말 실망이야.”김승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김태빈을 쳐다보았다.김태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수장님께서 저희를 처벌해주세요.”김태빈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김승준 앞에 무릎 꿇으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김태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거미파 킬러를 잡으려는 거였어요. 다른 킬러가 진주에 숨어있다가 저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제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한테도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때려도 좋아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김태빈은 말하면서 일부러 부러진 왼손과 뺨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드러내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했다.그는 일부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척했다.김승준이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이 일을 이대로 너머길 기미만 보여도 김태빈은 그 틈을 타서 김예훈을 한 방에 밟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김승준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왔는지 김예훈은 대충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김태빈이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김승준을 속이려 한다면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