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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4화

Author: 낭아감자
“넷째 공주님은 왜 찾아오신 거예요? 이번엔 한국을 팔아넘기시려고?”

“황실 노예의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실 생각인가 보죠? 물론 안 될 건 없어요. 밖에서 무릎 꿇고 계시면 제가 공주님을 만날 기회를 드릴게요.”

이재승이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태원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게 황실 노예라는 단어는 금기와 마찬가지였다. 이재승은 진주 총독의 체면 따위는 바닥에 뭉개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동태원은 여전히 분노를 꾹 누르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장님이 농담도 하시네요.”

“지금 제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세요?”

이재승이 고개를 살짝 돌려 시가에 불을 붙였다. 시가를 한 모금 빤 그는 동태원의 얼굴에 연기를 뿜어냈다.

“황실 노예를 계속할 생각이 아니라면 왜 여기까지 오신 거죠?”

“이젠 진주 총독이라고 뭐라도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로비라도 좀 하시게?”

“동태원 씨, 본인이 뭐 대단한 인물이 되는 줄 아나 봐?”

말하며 이재승은 시가를 끼고 있던 오른손을 들어 동태원의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 그의 얼굴엔 멸시와 비웃음이 가득했다.

“저에 대한 오해가 많으신 것 같네요. 전 단지 같은 문명인으로서 수장님도 전쟁의 위해를 아실 거라 생각했을 뿐이에요. 가끔은 싸움보다는 평화를 지키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죠.”

동태원이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수장님이 이번에 돌아오신 건 왕의 귀환과 다름이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물론 원한을 반드시 갚고 말겠다는 마음이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전쟁은 더 이상 이 세상의 흐름에 맞지 않아요.”

“차라리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겁니다. 오해에는 또 다른 오해가 따르고,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니까요.”

이재승이 덤덤하게 말했다.

“동태원 씨, 당신이 그렇게 대단한 것 같아?”

“6년 전 그 일, 비록 당신은 그 일에 개입할 깜냥도 되지 않았지만 만약 지금 내 일에 기어이 끼어들 생각이라면 뼈도 남지 않게 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해줄게.”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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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존 사위   제2906화

    복도에서 개량한복을 입은 십수 명의 남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외국인인 그들은 하나 같이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은 도도한 외모를 지는 혼혈의 여자였다.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보석이 가득 박힌 황금 월계관을 쓰고 있었다.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나이에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지만 오만한 카리스마가 흘러넘치기도 했다. 거대한 아우라가 영국 제국 황실의 넷째 공주임이 틀림 없었다. 그녀가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넷째 공주의 차가운 눈빛이 동태원을 향했다. 그녀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수장님은 제 사람이에요. 성진기사단의 부단장이기도 하죠. 이재승을 건드리는 건, 절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예요.”“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넷째 공주는 동태원의 인정 따위는 기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고고한 눈빛으로 동태원을 내려다보았다. 넷째 공주에게 동태원은 그저 용서를 구하러 온 버러지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이재승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공주님의 말씀이 곧 어명이에요.”“무릎 꿇고 사죄하라잖아요. 못 알아들어?”넷째 공주 뒤에 서 있던 이형돈이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은 넷째 공주와 이재승이 나설 타이밍이었다. “제 아버지를 모욕하고 뺨까지 때려놓고, 이젠 사과까지 하라고요?”동하임이 제일 먼저 발끈했다.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요?”김청미도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희는 비록 평화 회담을 위해 온 것이 맞긴 하지만, 꼭 그 방법밖에 없는 건 아닙니다.”“굳이 정면 돌파를 원하신다면, 저희는 언제든지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어요.”동태원은 그저 냉랭한 눈빛으로 넷째 공주를 빤히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 옅은 실망의 기색이 드리웠다. “언제부터 길가의 개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짖어도 된다고 했지?”넷째 공주는 김청미와 동하임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 지존 사위   제2905화

    “말을 삼가시죠.”“죽고 싶은 거야?”“우리 단장님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야?”“X 년들!”이재승이 입을 여기도 전에 뒤에 서 있었던 신전기사단이 먼저 하나둘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이재승이 곧 하늘이고 법이자 주재자였다. 그들은 이재승이 모욕당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재승은 그런 그들을 뒤로한 채 덤덤히 손을 흔들었다. 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은 계집애들한테 화낼 필요가 있어?”“괜찮아. 곧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바짝 숙이게 될 테니까.”“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말이야.”이재승의 말에 뒤에 있던 신전기사단 전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지난날 전장에서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무리 강직했던 여자들도 이재승의 학대에 결국 말만 잘 듣는 노예가 되어버렸다. 눈앞의 두 명문가 규수가 점차 노예가 되어가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흥분을 자아냈다. 눈을 게슴츠레 든 이재승이 동태원을 보며 말했다. “황실의 노예치고 가져온 선물이 꽤 마음에 드네요.”“내가 며칠 재미 좀 보게 두 선물은 남기고 인제 그만 가봐요.”“내 마음에 들면 혹시 또 모르잖아요? 진주 사람을 조금이라도 덜 죽일지?”“어때요? 이 정도 성의면 충분할 것 같은데. 꽤 좋은 거래 아닌가? 명목상의 약혼녀도 당신이 보내온 선물로 받아주겠다는데, 이 정도면 체면은 충분히 봐준 것 같은데요.”“봐준다고 할 때 알겠습니다, 하고 가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말을 마치고 두 여자를 보는 이재승의 눈이 변태적으로 반짝였다. 그의 우상이 잭 더 리퍼라던 항간의 소문이 절대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김청미와 동하임의 얼굴을 보던 이재승의 시선이 점차 아래로 내려와 아랫배로 향했다. 그는 마치 예술품을 감상하듯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온몸에 으스스 소름 돋게 했다. “이재승, 사람이 도가 지나치면 안 돼. 적당히 해.”이때, 동태원이 한 발

  • 지존 사위   제2904화

    “넷째 공주님은 왜 찾아오신 거예요? 이번엔 한국을 팔아넘기시려고?”“황실 노예의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실 생각인가 보죠? 물론 안 될 건 없어요. 밖에서 무릎 꿇고 계시면 제가 공주님을 만날 기회를 드릴게요.”이재승이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태원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게 황실 노예라는 단어는 금기와 마찬가지였다. 이재승은 진주 총독의 체면 따위는 바닥에 뭉개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동태원은 여전히 분노를 꾹 누르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장님이 농담도 하시네요.”“지금 제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세요?”이재승이 고개를 살짝 돌려 시가에 불을 붙였다. 시가를 한 모금 빤 그는 동태원의 얼굴에 연기를 뿜어냈다. “황실 노예를 계속할 생각이 아니라면 왜 여기까지 오신 거죠?”“이젠 진주 총독이라고 뭐라도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로비라도 좀 하시게?”“동태원 씨, 본인이 뭐 대단한 인물이 되는 줄 아나 봐?”말하며 이재승은 시가를 끼고 있던 오른손을 들어 동태원의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 그의 얼굴엔 멸시와 비웃음이 가득했다. “저에 대한 오해가 많으신 것 같네요. 전 단지 같은 문명인으로서 수장님도 전쟁의 위해를 아실 거라 생각했을 뿐이에요. 가끔은 싸움보다는 평화를 지키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죠.”동태원이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수장님이 이번에 돌아오신 건 왕의 귀환과 다름이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물론 원한을 반드시 갚고 말겠다는 마음이라는 것도 알아요.”“하지만 전쟁은 더 이상 이 세상의 흐름에 맞지 않아요.”“차라리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겁니다. 오해에는 또 다른 오해가 따르고,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니까요.”이재승이 덤덤하게 말했다. “동태원 씨, 당신이 그렇게 대단한 것 같아?”“6년 전 그 일, 비록 당신은 그 일에 개입할 깜냥도 되지 않았지만 만약 지금 내 일에 기어이 끼어들 생각이라면 뼈도 남지 않게 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해줄게.”“그리고,

  • 지존 사위   제2903화

    동태원은 마치 상대방의 냉담한 태도를 눈치채지 못한 듯 하하 웃으며 말했다. “자, 들어가죠. 공주님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말하며 동태원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서로 눈을 마주친 김청미와 동하임도 그를 따라 별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 집사는 세 사람을 별장의 한 방으로 안내했다. 은발의 집사가 공손하게 세 사람에게 차를 내주더니 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총독님, 여기서 편하게 계시면 됩니다. 하지만 함부로 이곳을 벗어나시는 건 안 돼요.”“공주님께서는 여전히 시차 적응이 되지 않으셔서 취침 중이시니 잠시 기다려주셔야 해요.”공손한 말투, 충분히 예의 있는 행동. 모든 것이 격식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태원의 표정은 조금 차갑게 식어있었다. 누가 뭐라든 그는 진주 기관의 1인자였다. 평소라면 리카 제국 대사관의 대사가 왔어도 직접 동태원에게 인사하러 기관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자존심도 내려놓고 넷째 공주를 만나러 왔지만 황실의 집사에 불과한 인간은 동태원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날 여전히 영국 제국이 기른 개라고 생각하는 거야?’그 생각에 동태원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린 동태원은 결국 화를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분노를 삭인 그가 비즈니스용 미소를 지었다. 동태원이 이곳에 온 이유는 화해.하기 위해서였다. 협의에 실패해 국제 대도시인 진주에서 명문가 간의 다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재앙과 다름이 없었다. 조금의 실수로도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니 동태원은 진주에서 대형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 일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니 오늘 당한 모욕쯤이야 그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내대장부가 때로는 굽힐 줄 아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동태원이 깊은숨을 들이키며 덤덤하게 말했다. “네. 그럼 여기서 공주님을 기다리죠. 시차 적응이 오래 걸리지 않아야 할 텐데요.”피식, 웃음을 흘린 은발의 집사가

  • 지존 사위   제2902화

    동태원의 최선이 권위를 가진 자들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김예훈은 진심을 담아 동태원에게 조언을 건넸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태원은 다음날 넷째 공주를 만나러 가기로 다짐했다. 게다가 자신의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그는 김청미도 동행했다. 그는 김청미가 진주 ∙ 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대표할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동태원 본인은 진주 상류층의 의지를 대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김예훈은 비록 이런 행동이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동태원의 의지는 확고했다.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그에게 부탁하러 온 그의 모습에 잠시 고민하던 김예훈은 결국 김청미에게 동태원을 동행하라고 얘기했다. 만약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김예훈은 그게 넷째 공주든 이재승이든 전혀 두렵지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상대방도 진심으로 대화를 나눌 의향이 있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이 세상은 인지상정이 기반으로 되는 것이지 절대 전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김예훈은 시즌 호텔의 로얄 스위트룸에 남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동태원은 동하임, 김청미 두 사람을 데리고 태산의 한산호텔로 향했다. 그는 심지어 넷째 공주를 만나기 위해 적지 않은 선물을 준비했다. 10시가 거의 되자 동태원 일행이 이씨 가문 별장 앞에 도착했다. 이씨 가문의 별장은 이미 짧은 시간 사이 로모델링을 거쳐 황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별장 입구에는 진주의 4대 명문가의 자제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용서를 구하러 온 것인지, 사과를 하러 온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동태원 일행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상류층에 속한 이들이 별장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진주 상류층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였다. 설사 꿇고 있는 것이 본인이 아닌 그들의 관계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동태원은 잠

  • 지존 사위   제2901화

    “이재승이 돌아왔다는 얘기, 도련님도 들으셨겠죠?”동태원은 빙빙 말을 돌리는 대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김예훈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네,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재승이 진주의 모든 명문가에게 3일 내로 그에게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라고 한 것도 알고 있어요.”“그건 왜요? 총독님께서 직접 해결하시려고요?”“진주 경찰서에 출동을 명하실 생각이세요, 아니면 국방부에 보고를 올릴 생각인 거예요?”동태원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재승은 그 어떤 규율을 어기거나 범법 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제가 무슨 수로 기관의 힘을 빌려 이재승을 처리하겠어요?”“게다가 이재승 곁에는 영국 황실의 넷째 공주도 함께 있어요. 그러니 기관이 나서는 건 득보다 해가 더 클지도 몰라요...”살짝 고개를 돌린 김예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동태원을 보며 말했다. “그럼 총독님께서는 저의 용전이나 용문을 이용할 생각인가요?”“아녜요.”동태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주가 반환하기 전, 저 역시도 절반은 영국 제국 황실의 사람과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넷째 공주님과도 몇 번 만난 인연이 있고요.”“물론, 반환 후에는 저는 늘 올곧은 마음으로 한국에 충성했어요.”김예훈이 구미가 당기는 듯 대답했다. “왜요? 총독님께서 넷째 공주님을 먼저 돌아가라고 설득하기라도 하시려고요?”“돌아갈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전쟁 대신 평화를 지킬 수 있게 이재승을 설득해 달라고 공주님을 설득해 보고는 싶어요...”“도련님께서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시든 잠시만 뒤로 미루셨으면 해요. 제가 먼저 합의를 시도해 볼게요. 어때요?”김예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동태원이 진주 기관의 1인자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건 그가 절대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바로 김예훈이 이재승 일에 개입할 거라고 예측해 직접 찾아와 얘기를 꺼낼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인간이라는 것은 김예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성공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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