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순의 말에 정군과 임은숙이 정민아한테로 고개를 돌렸다.“맞아, 그놈 어디 갔어?”정민아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아침에 엄마, 아빠 데리러 가는 길에 길이 막혔대요. 곧 도착할 거예요.”“그래, 도망친 줄 알았잖아.”장미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임은숙과 눈길을 주고받았다. 지금 두 사람의 목표는 같았다. 유문석의 능력을 빌려 김예훈을 집에서 쫓아내는 것이다.이날 오후, 정군 가족과 장미순 가족이 함께 차를 마셨다.김예훈이 도착하자 장미순이 그를 엄청나게 반겼다. 어제와 완전히 다른 태도에 김예훈이 어안이 벙벙했다.이때, 이아영이 마른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예훈 씨, 민아 언니가 그랬는데 지금 백수라면서요? 집에서 집안일만 한다면서요?”“네.”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안 되죠. 남자라면 외조를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아영이 말했다.“이렇게 대단한 아내를 뒀는데 제가 노력할 필요가 있나요?”이아영은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임은숙이 왜 그를 집에서 쫓아내려는지 알게 되었다. 이렇듯 염치없는 남자를 곁에 두어 좋을 것이 없었다.정민아가 왜 이런 사람한테 시집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예훈 씨,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죠. 아내 등골 빨아먹는 게 자랑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민아 언니는 그냥 CY그룹을 위해 일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언제 회사에서 잘릴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에요. 그때가 되면 누가 가족들을 살려 먹일 거예요?”이아영은 말을 이어갔다.“우리 남편처럼 대기업 팀장을 맡고 몇억 연봉을 받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자산과 인맥을 충분히 모으고 혼자 창업할 수도 있잖아요. 만약 우리 남편도 예훈 씨 같았으면 진작 집에서 쫓아냈을 거예요.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을 곁에 둬서 뭐하겠어요?”그녀는 정민아한테 김예훈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김예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기 그룹의 팀장 따위가 자기 앞에서 뽐내는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 하지만 정민아 때문에 화낼 수도
그러나 이아영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예훈 씨, 우리 남편처럼 잘하는 것부터 차근차근히 해나가면 언젠간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남편한테서 좀 배워요. 전 언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언니 지켜줄 능력도 없으면 얼른 언니 곁을 떠나길 바라요. 이러다간 언니를 망칠지도 몰라요!”이아영이 드디어 목적을 드러냈다.장미순도 얼른 거들기 시작했다.“그래, 남자라면 그런 능력쯤은 있어야지. 아내 발목을 잡고 있으면 어떡해?”그러나 임은숙이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됐어, 그만해, 미순아. 이놈이 우리 딸한테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딸이 완전히 홀려서 절대 이혼하지 않겠대. 나도 얘 때문에 화딱지가 나.”임은숙 역시 이 기회에 딸 부부를 이혼시키고 싶었다.정민아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웃어른의 말이라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이에 김예훈이 얼른 답했다.“어머님, 고모, 걱정하지 마세요. 유문석 씨한테 배울게요.”그러나 진정성 없는 그의 태도에 임은숙의 화병만 쌓여갔다.아무리 자극하려 해도 김예훈은 끄떡하지 않았다.이때, 곁에서 지켜보던 정군이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쓸데없이 힘 빼지 마. 저놈은 이미 너무 뻔뻔스러워서 이런 말에 넘어갈 애가 아니야.”그는 매우 솔직하게 말했다.김예훈은 아내를 힐끔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이곳의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임은숙과 장미순은 김예훈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다. 그러나 김예훈은 어떤 타격에도 끄떡없었다.이때, 장미순이 이아영을 보며 눈짓했다.이아영은 바로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오후에 다 함께 쇼핑하러 가는 거 어때요? 반월만에 새로운 쇼핑몰이 지어졌대요.”이들은 돈으로 김예훈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그러나 애당초 물질에 별 관심이 없는 정민아는 고개를 저었다.“아영아, 여행하러 온 거 아니었어? 오후에 바닷가로 가는 거 어때?”“오늘 날씨도 덥고 텁텁하니까 시원하게 쇼핑하러 가.”유문석이 이아영을 도와 한마디 거들었다.“바닷가는 내일 가고
“아영이네 가족은 손님이니까 손님 의견을 따라줘.”정군의 말에 정민아는 할 수 없이 쇼핑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잠깐의 휴식 후, 이들은 쇼핑하러 출발했다.정민아가 포르쉐를 몰고 나타나자 장미순이 흠칫 놀랐다. 하지만 유문석과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애마는 벤츠였고 기세도 엄청났다.그리고 그녀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남편이 아무 쓸모가 없으니 비교할 바가 없었다.장미순은 심지어 임은숙 가족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우수한 사위를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았다.쇼핑몰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특히 럭셔리 상가 앞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면세점이라 성남의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 사치품을 구매하곤 했다.“이 쇼핑물을 세운 사람이 바로 송준이에요. 우리 남편 친구이기도 하죠.”이아영은 소개를 하며 남편 자랑을 잊지 않았다.임은숙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비록 김예훈을 쫓아내기 위한 계획이었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그와 달리 정군은 아무 일도 없는 듯했다. 어찌 됐든 김예훈을 집에서 쫓아낼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김예훈만이 어이가 없었다. 송준의 친구인 게 왜 자랑거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나중에 이 일로 송준을 놀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이런 쇼핑몰은 일반 사람이 세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송준 역시 당도 부대의 인맥을 빌어 이 건물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역시 송준의 능력을 검증하는 일이었다.이아영은 이들을 이끌고 샤넬 상가로 향했다. 그녀는 새로 나온 신상을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유문석은 계속 그녀한테 사주지 않았었다. 그러나 오늘은 김예훈의 기를 죽이기 위해 샤넬 백 사는 걸 동의했다.백을 얻음과 동시에 불쌍한 언니를 도와 모지리 남편을 벗어나게 한다는 생각에 이아영은 자기가 영웅처럼 느껴졌다.“언니, 이 백 어때?”이아영이 정민아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녀는 일부러 가격표를 보며 경악했다.“헉, 2천 5백만 원이야. 문석아, 사도 돼?”
유문석은 자기가 나설 때가 됐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가격표를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사, 비싸지도 않네, 뭘. 아내가 좋아하는 거라면 별도 따줘야지.”이아영은 그를 껴안으며 볼에 뽀뽀했다.“사랑해, 여보. 이런 남편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정민아는 두 사람의 발연기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김예훈은 매장 통째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까짓 샤넬 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여기 괜찮네. 마음에 들어?”김예훈이 정민아 곁으로 다가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그를 보며 정민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김예훈은 도대체 무슨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그녀가 고개만 끄덕인다면 김예훈은 매장 전체를 살 게 분명했다.“민아 언니 마음에 들면 사주려고요? 배보다 배꼽이 크네요.”이아영은 김예훈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그러나 김예훈은 그녀를 무시하고 정민아한테로 눈길을 돌렸다. 그녀가 마음에 든다면 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차피 얼마 후 청혼할 것이니 이걸 선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정민아는 백운산 프로젝트 때문에 워낙 골치가 아파 매장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여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관심 없어.”“민아 언니, 예훈 씨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 거야. 내가 보기엔 여기 있는 백 하나도 살 수 없는걸? 어차피 왔으니까 하나 골라. 우리 남편이 사면 그만이니까.”이아영이 그녀를 유혹했다.“아니야, 집에 많아. 아직 다 써보지도 못했는걸.”정민아는 솔직하게 답했다.“칫!”이아영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돈이 없다고 하면 그만이지. 왜 저런 소리를 해?’하지만 그녀는 바로 표정을 숨기고 웃으며 말했다.“언니, 남편이 사줄 수 없다는 거 알아. 그러지 말고 하나 골라. 우리 남편이 살 거라니까?”이렇게 말을 했지만 아까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백 하나에 몇백만 원을 호가했으니 말이다.
이아영의 끝없는 조롱에 정민아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이윽고 정민아는 가장 비싼 백이 전시된 존으로 향했다. 이아영은 순간 머리가 저릿했다. 정민아가 향한 곳에 있는 백은 모두 천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그녀가 평소 쳐다보지도 못하는 백을 사려 한다는 생각에 저절로 이가 깨물어졌다.정민아가 가장 비싼 백을 든 순간, 이아영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언니, 너무 하는 거 아니야? 그건 한정판 4억짜리라고!”이아영의 목소리가 떨렸다.“아무거나 고르라며? 그러면 가장 비싼 거로 사야지. 연봉이 억 단위인데 몇억짜리도 못 사줘?”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정민아한테 선물하려고 한 건 김예훈을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민아의 욕심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언니는 양심도 없어? 선물한다고 했지, 이렇게 비싼 걸 사준다고는 안 했어!”이아영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것도 못 산다고? 그럼 됐어.”정민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녀는 오늘 가만히 있으려고 했지만 끝없이 남편을 조롱하는 이아영 때문에 이미 화가 가득 나 있었다.김예훈은 곁에서 흥미진진하게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에 정씨 가문의 괴롭힘을 받던 그 여자가 아니었다.“그게 아니라 이렇게 비싼 선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일부러 이걸 고른 거잖아!”이아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게 마음에 들면 남편한테 사달라고 해. 내 남편이 왜 사줘야 하는데? 아, 참, 남편이 그걸 살 돈이 없지?”그녀는 김예훈을 조롱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만약 자기 때문에 정민아가 이혼한다면 그녀의 공로는 엄청나게 된다.이때, 누군가가 매장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이 한정판 백, 포장해주세요.”
이에 모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비싼 백을 망설임도 없이 사는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이아영과 유문석은 고개를 돌렸다.“헉! 송준?”이 사람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아침에 터진 뉴스 덕분에 정민아는 바로 송준을 알아봤다. 그러나 그녀는 송준이 왜 이 백을 사고 자기한테 주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아침에 사진에 뒷모습을 드러낸 사람이 진짜 김예훈이란 말인가?정민아는 고개를 돌려 김예훈을 봤다. 송준도 고개를 돌려 김예훈의 눈치를 봤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예훈 옆에서 1년여 동안 경호를 맡은 송준은 바로 그가 화났음을 알아챘다.이에 송준은 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정 대표님, 갑작스럽겠지만 얼마 전 CY그룹 회의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 대표님이 마침 우리 쇼핑몰의 십만 번째 고객이라 이 선물을 주려는 겁니다.”비록 억지스러웠지만 유문석과 이아영은 바로 믿었다. 그들은 정민아와 송준이 무슨 사이라도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녀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유문석은 자신감을 되찾고 송준한테로 다가갔다.“송 대표님, 저 기억나죠?”송준은 그를 훑어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나 김예훈의 체면을 봐서 조심스레 물었다.“이분은...”“전 CY그룹의 팀장 유문석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만난 적이 있죠...”유문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그는 송준이 자기를 알아보길 바랐다.“팀장?”송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누군지 모르겠고 당신과 알고 지낼 필요도 없습니다.”송준의 솔직한 답변 때문에 유문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이때, 임은숙이 의문스레 물었다.“송 대표님, 유문석이랑 친구 사이 아니세요?”그녀는 유문석을 깎아내릴 생각이 없었다. 단지 송준이 기억하지 못한 거라고 믿었다.송준은 김예훈의 표정을 살피고 말을 이어갔다.“죄송합니다. 누군지 모릅니다. 알 필요도 없죠.”말을 마친 송준은 매장을 나섰다.총사령관이 화가 났으니 얼른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었다.
송준이 떠난 후에야 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좋은 사람을 만났네요. 저분이 화를 내지 않은 게 다행이에요.”이아영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이를 꽉 깨물었다.“언니, 우리 남편이 송준이랑 친구가 아니라고 해도 언니 남편보다 백배, 아니 천 배는 나아!”“그래? 하지만 우리 남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그건...”이아영은 화가 나 몸이 부르르 떨렸다.이때, 임은숙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됐어, 가족끼리 왜 이러는 거야? 남들이 보면 웃어.”정민아는 입을 다물었다. 임은숙은 이아영 편이었다.‘모두 같은 편이었네.’하지만 김예훈은 화를 내지 않고 임은숙과 장미순을 보기만 했다. 이건 그한테 게임에 불과했다. 이 게임이 어떻게 끝날지 그도 궁금했다.이들은 샤넬 매장에서 나온 후 다른 매장으로 향했다.“잠시만요, 제가 뭘 두고 온 것 같아요.”김예훈이 갑자기 말했다. 그는 재빨리 샤넬 매장으로 달려갔다.“아마 백 사러 간 것 같네요. 뭐, 세일 백이나 사러 간 거겠죠.”이아영은 득의양양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김예훈이 아내 카드로 백 사는 광경을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정민아는 김예훈의 뒷모습을 보며 의아함이 들었다.‘진짜 백 사러 간 건 아니겠지?’김예훈이 또다시 예전처럼 매장 전체를 살까 봐 걱정되었다.“방금 저 백 포장해주세요.”김예훈은 샤넬 매장으로 들어오자마자 블랙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그제야 직원들은 송준이 왜 그렇게 예의를 갖췄는지 알게 되었다. 김예훈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잠시 후, 김예훈은 백 포장을 들고 매장을 나섰다.“진짜 산 거예요? 얼마짜리에요? 20만 원?”이아영이 조롱하듯 웃었다.김예훈은 아무 말도 없이 정민아 곁으로 다가가 포장을 쥐여줬다.“여보, 수고했어.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그래.”정민아는 남편이 주는 선물이라면 모두 마음에 들어 했다.“언니, 그래도 어떤 백인지 한번 열어봐.”이아영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집에 가서 볼게.”정민아가 거절했다.
곧이어 이아영은 정민아의 손에 든 물건을 잽싸게 낚아채더니 피식 웃었다.“언니, 무슨 볼썽사나운 물건도 아니고 굳이 집에 가서 봐야 할 이유라도 있어? 설마 너무 싸구려라서 망신당할까 봐?”“이아영, 작작해!”정민아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김예훈이 자신한테 준 선물인데, 이아영이 대체 무슨 명목으로 뺏어간단 말인가!이아영은 본인의 무례함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언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게 다 언니를 위해서야. 무능한 언니 남편이 눈속임하려고 아무거나 가져오면 어떡해? 99.5% 할인해서 40만 원 정도는 되는 구형 모델일 수도 있으니까 다른 선물 달라고 해야 하지 않겠어?”이아영은 말을 이어가면서 포장지를 뜯기 시작했다.하지만 포장지 속의 내용물을 보았을 때 그녀는 마치 감전된 사람처럼 그대로 얼어붙었다.한정판이라니? 그것도 무려 4억짜리 한정판이라고?!순간, 이아영은 잘못 본 줄 알고 연신 눈을 비볐다.이때 유문석도 다가와 한 마디 거들었다.“누나, 만약 쓰레기 같은 물건이라면 내가 10배 더 좋은...”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입을 닫고 얼굴을 찡그렸다. 김예훈이 다름 아닌 이 한정판 가방을 샀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순간 유문석도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이내 김예훈을 돌아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작 병신같은 놈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사람이 무슨 돈이 이렇게 많단 말이지?4억에 육박하는 액수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평생 벌어도 4억이 없는 일반 가정이 얼마나 많은데!“김예훈, 너 혹시 훔친 거야?”이아영은 김예훈의 코앞에서 손가락질하며 따졌다.“이제 말 놓기로 한 건가? 네가 살 형편이 안 된다고 남들도 살 수 없는 건 아니잖아?”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하지만 이아영은 김예훈이 샀다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이 쓸모없는 자식한테 몇십만이 있으면 몰라도 몇억 원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그나마 이 자식이 싸구려 물건을 사서 점원이 방심한
“첫째, 오늘부터 골든 수비대는 김윤후가 책임져. 기존 책임자 김태빈은 안동 김씨 가문 집법부대에서 심문을 받아야 할 거야. 둘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내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처형할 거야. 셋째,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신 김예훈 씨는 지금부터 나의 귀한 손님이며 진주·밀양에서 나랑 동등한 신분을 누리게 될 거야. 김예훈 씨를 모욕하는 자는 곧 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김승준은 말하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도 김승준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김예훈은 자신이 그동안 진주·밀양에서 해온 일을 그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이건 사실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였다.그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던 성지우는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생긴 것 외에는 별 볼 것 없는 김예훈이 왜 수장님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다.하지만 평소에 명령을 잘 따르는 그녀는 이 순간에도 쓸데없는 말 없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네.”김태빈은 ‘집법부대’라는 네 글자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작은아버지, 저는 작은아버지 조카잖아요.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작은아버지!”김승준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성지유의 손짓하나에 경호팀이 김태빈을 붙잡아 바로 헬리콥터 기내로 데려갔다.김태빈이 몰락하고 김윤후가 부상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이로써 김예훈도 진주·밀양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게 되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귀한 손님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한마디로 김예훈은 김승준 덕에 빛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방이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함께해주지. 여기 빼낸 총알 다섯 알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다섯 집안을 대표하는 동시에 너의 자존심을 지켜준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한 알은 한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을 뜻하고.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네 운명에 달렸어.”김승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총으로 김태빈의 오른쪽 어깨에 겨냥했다.그리고는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퍽.굉음과 함께 김태빈은 온몸이 흔들렸고, 거대한 힘에 휩쓸려 그래도 옆으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첫 방에 맞다니. 정말 지지리도 운 없는 놈이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김승준을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능력도 있고 기개가 넘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이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의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김태빈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서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김태빈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예전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이다.어차피 김승준은 자식이 없어서 조카들을 엄청나게 아꼈었다.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기껏 해 뺨이나 몇 대 때리고 발길질하는 정도였다.이 정도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후손들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하지만 김태빈은 김승준이 직접 총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오른팔을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그에게는 인생의 큰 치욕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가 안동 가문 셋째 집안의 도련님이자 아버지가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김태빈은 김승준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아버지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
“네가 팀을 이끌고 별장을 포위하고, 수장 패쪽을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네가 절차대로 나한테 전화라도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그랬다면 네 행동을 이해했을 거야. 좀 더 문명적으로 이렇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런데 넌 내가 골든 수비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려 했어. 넌 내가 수년간 골든 수비대를 위해 쌓아온 명예를 짓밟으려는 거라고. 김태빈, 정말 실망이야.”김승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김태빈을 쳐다보았다.김태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수장님께서 저희를 처벌해주세요.”김태빈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김승준 앞에 무릎 꿇으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김태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거미파 킬러를 잡으려는 거였어요. 다른 킬러가 진주에 숨어있다가 저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제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한테도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때려도 좋아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김태빈은 말하면서 일부러 부러진 왼손과 뺨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드러내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했다.그는 일부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척했다.김승준이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이 일을 이대로 너머길 기미만 보여도 김태빈은 그 틈을 타서 김예훈을 한 방에 밟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김승준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왔는지 김예훈은 대충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김태빈이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김승준을 속이려 한다면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