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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작가: 황시후
점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처음부터 다시 세려고 할 때 임찬혁이 그녀의 손에서 카드를 뺏어갔다.

“돈은 이미 냈으니 이제 옷 좀 입어 봐도 될까요?”

임찬혁은 짜증 나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여종업원이나 점장이나 하나같이 사람 보는 눈이 없네.’

“네네, 당연하죠. 얼마든지 편하게 입어 보세요. 아니, 그것보다 맘에 드는 옷 말씀하시면 그냥 드리겠습니다.”

...

점장이 굽신거리며 임찬혁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였고 당장이라도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을 기세였다.

상대의 잔액이 몇 자릿수든 간에 분명 이 사람은 말 한마디로 사람을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게 할 거라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점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임찬혁이 아무리 금은보화를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굳이 이렇게까지 그의 앞에서 비겁하게 굽신거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찬혁아, 가서 입어 봐. 내가 탈의실로 안내할게!”

양금희는 수트를 들더니 임찬혁을 데리고 탈의실로 향했다.

찬혁이 ‘가게 1등 보물’을 입고 탈의실에서 나오자 양금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멋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멋있다!

이 옷은 꼭 마치 임찬혁을 위해 만든 것처럼 그의 핏에 완전히 딱 맞아떨어졌고 잘나가는 모델 못지않게 멋진 모습이었다.

임찬혁은 180cm의 큰 키에 5년간의 무술 연마로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다.

그리고 가뜩이나 훤칠한 얼굴에 고급 슈트까지 매치하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임찬혁은 시골 촌뜨기에서 순식간에 부잣집 도련님으로 변신했다.

“내가 입으니 어때? 괜찮아?”

거울 앞에 선 임찬혁이 양금희에게 물었다.

“음... 멋있어!”

양금희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임찬혁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럼 나 저기 헌 옷들 좀 버려줄래.”

임찬혁은 이 슈트를 그대로 입고 나갈 계획이었다.

이어 그는 평소 입을 캐주얼한 옷 두 벌을 더 고르고 결제를 마친 후 가게를 나오려 했다.

“고객님. 고객님은 우리 가게 VVIP 고객이에요.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해주세요!”

점장은 또 한 번 뻔뻔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와 아부하기 시작했다.

임찬혁 정도라면 언제든지 그 어떤 상황도 그녀는 대응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든요?”

임찬혁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물론이죠, 무슨 일이든 상관없습니다.”

점장은 자신이 뽐낼 기회가 오자 자신만만한 얼굴로 큰소리를 쳤다.

“방금 저를 쫓아내려고 했던 기본적인 직업윤리가 없는 직원을 굳이 둘 필요가 있을까요?”

임찬혁이 그 여종업원들을 힐끗 쳐다보자 그녀들의 안색은 순간에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점장은 바로 입을 열었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해고해야죠!”

임찬혁의 말뜻을 바로 알아차린 점장은 그들을 훈계하며 말했다.

“오늘 금희 씨가 아니었더라면 우리 가게는 하마터면 VVIP 손님을 잃을 뻔했어요! 이제 당신들은 해고되었으니 즉시 퇴사 절차를 밟으세요!”

이곳에 입사하겠다는 사람은 차고 넘쳤기에 굳이 사람을 구하지 못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점장의 말에 여종업원들은 바로 울상을 하고 그녀에게 애원했다.

“점장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 몇몇 여종업원들은 백방으로 용서를 빌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들은 오늘 양금희를 쫓아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밥그릇까지 잃었다.

“금희 씨, 난 금희 씨가 너무 우수한 직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금희 씨를 부점장으로 임명할게요. 물론 월급도 올라갈 거예요.”

점장은 임찬혁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양금희를 부점장으로 임명했다.

“아... 감사합니다. 점장님!”

양금희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고 이 상황이 그저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

“금희야, 너는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임찬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힘내라고 말을 하고는 가게를 나오려 했고 양금희는 가게 문 앞까지 배웅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번호 좀 알려줘. 다음에 내가 밥 살게.”

부점장 자리는 임찬혁이 아니었다면 절대 그녀에게 차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임찬혁은 1억 원 이상의 옷을 샀기에 그에 상응한 보너스도 꽤 많을 거라 그에게 반드시 밥을 사야 한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연락처를 남긴 후 다음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임찬혁은 가는 길에 향낭을 하나 샀고 평안을 염원하는 뜻을 담은 ‘평안부’를 향낭에 넣어 연우의 생일 선물로 주려고 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자 그는 택시를 타고 멜튼 호텔로 향했고 도착 후 로비로 들어가려 할 때 정우명과 하정연 두 사람이 호텔 입구에서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임찬혁 눈살 찌푸리면 속으로 한마디 욕을 내뱉었다.

‘원수 같은 인간들!’

“대박, 이게 임찬혁 맞아? 경비원 모집한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지원하기 위해 이렇게 번지르르하게 차려입고 온 거야?”

정우명이 빈정거리며 임찬혁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은데? 꺼져!”

임찬혁이 그를 밀쳐내자 정우명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오늘 여기는 아무도 못 들어가. 오늘 하루 VVIP 손님을 대응해야 한대. 나도 못 들어가는데 경비원으로 지원하는 너는 더더욱 어림없겠지.”

임찬혁은 코웃음을 치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바로 그 VVIP야!”

멜튼 호텔은 유신그룹 산하에 있는 계열사라 유효진은 임찬혁을 불러 이곳에서 연우의 생일을 축하해주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오늘 올 VVIP 손님이 임찬혁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하... 그렇게 허풍을 쳐야 너의 그 불쌍한 허영심이 만족할 수 있는 거야?”

하정연은 눈을 한 번 흘기더니 말했다.

“역시 내가 당신을 차버린 것은 정말 옳은 선택이었어. 당신같이 체면치레나 하는 사람에게 이번 생에는 경비원이 제일 어울려.”

찰싹!

임찬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바로 하정연의 뺨을 후려갈겼다.

“나를 지금까지 속인 것도 모자라 우리 엄마까지 괴롭혔어? 너같이 천한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비난하는데!”

하정연은 뺨을 맞아 붉게 달아오른 볼을 움켜쥐었고 이 순간 그녀는 너무 수치스러워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한 번도 누구에게 맞은 적이 없다. 하지만 임찬혁을 만난 지 이틀 만에 연속으로 그에게 뺨을 맞았다.

“미쳤어? 남자답지 못하게 어떻게 여자를 때려!”

정우명은 하정연을 품에 안으며 얼굴을 붉혔지만 감히 임찬혁에게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지는 못했다.

임찬혁의 주먹이 얼마나 대단한지 정우명도 잘 알고 있었다. 옆에 경호원이 없을 때 섣불리 나댔다가는 오히려 처참하게 얻어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너를 때리면 남자다운 거겠네?”

순간 임찬혁은 정우명의 목을 움켜쥐었다. 정우명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몇 번이고 몸부림쳤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었다.

“네가 정말 배짱이 있으면... 내일 내 결혼식에 와!”

정우명은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았지만 기세를 굽히지 않고 이를 갈며 말했다.

그는 내일 임찬혁이 혹시라도 자기 결혼식에 온다면 반쯤 죽여 놓으려고 이미 사람들까지 다 배치한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내일 모든 사람 앞에서 너희들의 추악한 얼굴을 들추어내려고 생각하던 중이었어! 너희들이 내게 빚진 것의 열 배, 아니 백 배의 대가는 치러야 할 거야!”

임찬혁은 정우명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성큼성큼 호텔로 향했다.

정우명은 가슴을 두드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당장이라도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두 사람은 서둘러 그곳을 떠나지 않고 멀찌감치 서서 임찬혁도 본인들처럼 쫓겨나는 것을 보기 위해 그를 비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다음 발생한 일은 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정우명과 하정연을 문전박대하던 경호원은 임찬혁을 만나자 공손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정우명과 하정연은 입만 떡하니 벌린 채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내일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기 위해 계약금을 낸 그들조차 오늘 미리 예식장소를 보려고 하자 거절당했는데 임찬혁은 순순히 들어갔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임찬혁이 어떻게 이 정도로 뜨거운 환영을 받을 수 있지?

정말 그의 말대로 임찬혁이 그 VVIP였단 말인가?

하지만 임찬혁은 가난뱅이이다. 이제 막 감옥에서 나왔고 아내에게 버림까지 받았다.

그런 임찬혁이 어떻게 저런 VVIP들에게나 볼 수 있을 법한 격조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겠는가!

순간, 내키지 않은 정우명과 하정연의 마음에는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 듯 임찬혁에 대한 화가 점점 더 치밀어 올랐고 그 화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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