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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양홍선 얼굴의 주름살이 놀랍게도 아주 느린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고 흰머리도 눈에 띄게 까매지고 있었다.

“이... 이것은 진짜로 만병통치약이구나!”

양홍선은 깜짝 놀라 기쁨을 금치 하지 못했다. 적어도 두세 살은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봐요. 어머니. 아들은 어머니를 속이지 않는다니까요.”

임찬혁은 ‘헤헤’ 웃으며 회춘단 한 그릇을 그녀 앞에 놓으며 말했다.

“어머니, 앞으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알씩 이 그릇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먹으면 열 살은 더 젊어질 거예요.”

이어 임찬혁은 밖에 나가 유리병을 사 오더니 다음날 유효진에게 선물할 회춘단을 그 안에 담았다.

저녁을 먹은 후, 그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일찍 일어나 글로벌 쇼핑몰로 향했다.

특별히 초대받은 연우의 생일에 너무 남루한 차림으로 참석할 수 없어 변변한 옷 몇 벌을 장만하려고 간 것이었다.

도심 중심에 있는 글로벌 쇼핑몰은 경주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곳 옷가게는 전부 국제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숍이며 안에 있는 옷들도 대부분 수천만 원에 달했다.

일찍 도착한 임찬혁은 근처 문을 연 아무 가게나 들어갔고 안에는 종업원 대여섯 명이 모여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옷 살 형편이 절대 안 될 것 같은 남루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들어오자 시큰둥한 얼굴을 하며 손님 맞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임찬혁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가게 직원들조차 이렇게 현실적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적어도 몇 개의 작은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카드가 들어있다.

“임찬혁, 출소했네?”

다른 가게로 가려고 하는 그때 또랑또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옛 동창인 양금희였다.

학교 다닐 때 임찬혁은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훤칠한 데다 학교 농구팀 팀원으로 열심히 활동해 그야말로 시대를 풍미한 핵인싸였다.

물론 양금희도 인싸 중 한 명이었다.

“양금희? 오랜만이야!”

임찬혁은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원래부터 청순한 외모의 양금희는 몇 년 사이 우아함까지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몸에 꼭 맞는 오피스룩으로 볼륨감 있는 몸매를 완성해 주었고 청순한 얼굴은 비록 유효진보다는 못하지만 충분히 매력이 있어 사람들 사이에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

“어... 옷 사러 왔어?”

양금희가 활짝 웃는 얼굴을 하고 앞머리를 한 번 뒤로 넘기며 물었다.

임찬혁이 감옥에 들어가자마자 여자친구가 부잣집 아들과 만난다는 소문이 동창들 사이에 퍼진 지 오래다.

그녀는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괜히 임찬혁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까 봐 그냥 모른 척했다.

“옷 한 벌 사려고 했는데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다른 곳으로 가보려고.”

건방진 표정의 판매원 몇 명을 힐끗 쳐다본 임찬혁은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어떤 옷 사려고? 내가 골라줄게.”

양금희는 아직도 핵인싸 시절의 임찬혁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 주면 나야 좋지, 정장 한 벌과 캐주얼한 옷 몇 벌 좀 사고 싶어.”

양금희는 임찬혁을 비교적 저렴한 남성복 코너로 안내하여 다양한 의상과 가격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어머, 양금희 씨가 전과자와 아는사이에요! 역시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맞나봐요. 우리 앞으로 저 여자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한 여종업원이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우리 가게에서 가장 싼 옷도 100만 원 이상이에요. 함부로 만지시면 안 돼요.”

“양금희 씨, 이런 시골 촌뜨기 같은 사람은 우리 가게의 옷을 못 사요. 저 사람을 최대한 빨리 쫓아내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점장에게 당신을 해고하라고 얘기하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몸매나 외모 면에서 양금희는 여기 있는 모든 여자를 압도했다. 양금희가 있는 한 그녀들은 절대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합심하여 양금희를 따돌렸고 종일 그녀를 쫓아낼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양금희는 전혀 개의치 않은 얼굴로 말했다.

“임찬혁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요! 찬혁이는 당신들이 말한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

말을 마친 양금희는 임찬혁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드는 거 아무거나 입어 봐, 입어 보고 안 사도 돼. 상관없어.”

“고마워.”

임찬혁은 그녀의 행동에 어느 정도 감동을 하였다.

‘역시 금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착해.’

다만 예전에 임찬혁의 관심은 줄곧 하정연에게만 쏠려 있어 양금희를 한 번도 눈여겨본 적이 없었다.

특가 코너를 둘러보던 임찬혁은 특별히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지 못해 럭셔리 코너로 왔고 한참 돌아보던 그는 한 명품 슈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세트 한 번 입어 볼게.”

“이거 입어 보려고?”

양금희도 조금은 놀란 기색이었다.

“응. 왜? 안돼?”

임찬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 옷 거의 1억 가까이하는데 괜찮겠어? 다른 것도 좀 보는 게 어때?”

양금희는 낮은 목소리로 임찬혁에게 귀띔했다.

“괜찮아. 이걸로 할게. 나 돈 있어.”

임찬혁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양금희는 속으로 많이 놀랐지만 그래도 그의 말에 따라 양복을 가지러 가려 했다.

“뭐 하는 거예요? 이 양복은 한정판이에요. 우리 가게의 보물이란 말이에요! 그러다가 어디 찢어지기라도 하면 배상할 수 있어요?”

그 몇 명의 여종업원이 우르르 몰려와 양금희를 비난했다.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시끄러워!”

이때 마흔이 넘은 여성이 2층에서 내려왔고 명찰에는 점장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점장님, 양금희 씨가 저 거지 친구에게 우리 가게 1등 보물인 최고급 한정판 옷을 입어 보라고 해서 제가 막았습니다.”

그 여종업원은 자신이 가게를 위해 공을 세운 듯한 태도로 말했다.

“저 시골 촌뜨기는 절대 살 수 없어요. 양금희 씨가 고의로 가게 재물을 파손한 혐의가 있으니 빨리 내쫓아야 합니다. 점장님!”

“맞아요. 점장님! 양금희 씨를 빨리 해고해야 합니다. 우리 가게는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곳이지 동창에게 무료로 옷을 입히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임찬혁을 힐끗 쳐다본 점장은 그가 절대 1억짜리 옷을 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 양금희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바로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찬혁이가 살 돈이 있다고 해서...”

양금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해명했다.

사실 양금희의 집은 시골에 있고 이제 겨우 괜찮은 직장을 구했기에 만약 해고라도 된다면 이 도시에서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 사람이 돈이 있다고 하면 있는 겁니까?”

점장은 계속 차가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우리 가게는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곳이지 양금희 씨더러 자원봉사를 하라는 곳이 아니에요. 양금희 씨, 당신은 오늘부로...”

“이걸로 긁으세요!”

점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찬혁은 은행카드 한 장을 꺼내 그녀 앞에 내밀며 말했다.

“1억이라고 했죠? 내가 살게요. 이걸로 긁으세요.”

“당신에게 진짜 1억이 있다고요?”

점장은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고 그 카드를 받아 카드 단말기 앞으로 향했다.

카드에 돈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그녀는 당장 양금희를 해고할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여종업원 몇 명은 깨고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거지꼴을 한 임찬혁에게 1억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드디어 양금희를 해고할 수 있다.

양금희는 옷자락을 움켜쥐었고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임찬혁이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카드 단말기 알림음이 울렸다.

순간 여종업원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제가 성공했다고?!

양금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녀 역시 내심 놀라는 기색이었다.

임찬혁에게 진짜 1억이 있다니!

조금 전까지 임찬혁을 조롱했던 몇몇 여종업원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벙어리가 된 듯했다.

그녀들은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고 후회막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옷 한 벌을 팔면 엄청난 커미션을 받을 수 있었지만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여종업원들은 좋은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공손히 내주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제일 놀란 건 다름 아닌 점장이었다.

7, 8, 9, 10...

...

그녀는 은행카드의 잔액이 몇 자리인지 세어보려 했지만 0이 하도 많아 도저히 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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