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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hor: 황시후
회춘단이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더니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효진도 바로 정신을 차렸다.

“이게 찬혁 씨가 만든 약이에요?”

유효진은 살짝 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약효가 이렇게 신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찬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회춘단은 체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얼굴도 젊게 해줘요. 흉터나 주근깨 치료에도 효과가 있고요.”

“언니, 확실히 방금 전보다 피부가 좋아졌어요. 목의 흉터도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임찬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설진은 깜짝 놀라 외쳤다.

순간 유효진의 예쁜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하얀 피부는 백옥같이 투명해졌다.

목에 있던 보일락 말락 한 흉터 자국도 점점 사라지더니 갓난아기같이 촉촉한 무결점 피부를 완성했다.

“뭐라고?”

유효진은 다급히 거울을 꺼내 보았고 순간 깜짝 놀라 자리에 얼어붙었다. 임찬혁의 회춘단 효능이 이 정도로 강력할 줄 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유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그때 양홍선이 룸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유효진이 자신을 데리러 오기 위해 기사까지 보낼 줄은 몰랐다.

“아주머니... 얼굴이?”

유효진은 그저 한 번 힐끗 바라봤을 뿐이었지만 양홍선의 확 달라진 외모에 저도 모르게 한 번 더 눈길을 돌렸다.

양홍선은 원래 양쪽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주름이 가득했다. 그런데 안 본 지 고작 하루 만에 그녀 얼굴의 주름뿐만 아니라 흰머리까지도 전부 사라졌으며 적어도 대여섯 살은 젊어 보였다.

“이게 다 찬혁이 만든 회춘단 덕분이에요. 한 알을 먹었더니 바로 얼굴이 좋아지더라고요.”

양홍선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찬혁이 유 대표님께도 한 병 만들어 드렸으니 시간 날 때마다 드시면 효과를 보실 거예요.”

그녀는 매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언니, 회춘단 효과가 거의 탑급인 것 같아. 우리 뷰티밤 저리가라인데?”

유설진은 마치 새로운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얼굴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유효진에게 말했다.

유효진 회사의 제품이 백화점 각 매장을 종횡무진한지도 벌써 여러 해인 지금, 동생의 말뜻이 어떤 내용인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번 회춘단 레시피, 나에게 팔면 안 돼요? 가격은 원하는 대로 드릴게요!”

그녀는 들뜬 마음을 억누르고 임찬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회춘단의 레시피를 알게 된다면 지금 그녀에게 닥친 모든 위기는 쉽게 풀릴 것이고 뷰티밤보다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아닐 수 없다.

“유 사장님 필요하시면 갖다 쓰세요. 연우를 만난 인사치레라고 생각해 주세요.”

이 레시피에 대해 임찬혁은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80퍼센트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임찬혁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이죠?”

순간 유효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임찬혁이 돈 욕심을 부리지 않는 대신 ‘정규직 전환'을 해달라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임찬혁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는 유효진의 이상형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만약 상대방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유효진은 진짜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하정연과 협력하지 말고 내일 두 사람이 이곳에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게 해주세요.”

하정연과 정우명, 두 사람의 얄미운 몰골을 생각하면 임찬혁은 저도 모르게 분노가 치민다.

하정연은 바람을 피웠을 뿐만 아니라 그를 속여 감옥에 보냈고 어머니에게서 돈을 갈취하기 위해 사채까지 쓰게 했다.

이 원수는 꼭 갚아야 한다.

“하정연 씨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어요?”

유효진은 임찬혁의 요구가 이렇게 간단할 줄 몰랐다.

“하정연은 저의 전 아내예요. 저를 배신했을 뿐만 아니라 저를 속여서 정우명의 죄까지 뒤집어씌웠죠!”

임찬혁은 원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다고요?”

유효진은 줄곧 임찬혁이 불법적인 짓을 하고 감옥에 간 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전 아내에게 속은 거라니!

양홍선은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그런 행동을 가슴 아파했다.

“괘씸한 것! 인간쓰레기 같으니라고! 알겠어요. 하정연 씨를 영원히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을게요.”

유설진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렇게 하죠.”

유효진은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찬혁 씨가 돈을 원하지 않으니 회춘단을 출시하게 되면 마진의 30프로를 드릴게요. 그리고 찬혁 씨를 저희 유신 뷰티 컴퍼니의 부사장으로 임명할게요. 유신 뷰티 컴퍼니와 멜튼 호텔을 이제 저와 함께 관리해요. 앞으로 회사가 누구와 협력할 것인지 호텔에서 어떤 사람을 상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찬혁 씨에게 저와 같은 결정권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경영 관리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임찬혁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요, 회춘단의 품질만 잘 관리해 주세요. 다른 것 들은 천천히 배우면 돼요.”

그 말에 임찬혁도 더 이상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때마침 이 기회를 빌려 하정연과 정우명 두 사람에게 혼쭐을 내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언니, 뷰티밤은 하지 못하게 됐지만 대신 회춘단은 손에 넣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야!”

유설진은 들뜬 마음으로 한마디 보탰다.

“우리 룸을 바꿔서 연우의 생일 파티를 계속해.”

“그래. 연우야 생일 파티 계속해야지? 우리 연우 케이크 먹을 수 있어서 좋겠네.”

“아빠, 이따가 저 케이크 좀 먹여줘요.”

연우는 다시 임찬혁에게 찰싹 달라붙은 채 그와 조금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연우의 눈에 임찬혁은 조금 전 엄마를 나쁜 놈의 손아귀에서 구해낸 엄청난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서 용감한 그의 모습은 연우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연우야, 방금 찬혁이를 뭐라고 불렀어?”

양홍선은 깜짝 놀라는 얼굴로 물었다.

아들이 고작 유 회장님을 한 번 치료해 준 것뿐인데 어떻게 연우가 아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설마, 유 대표가 찬혁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걸까?

여기까지 생각한 양홍선은 심장이 두근거려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유 대표를 며느리로 삼는 날이 있다면 그건 분명 조상의 조상까지 그들을 돕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유 대표가 자신을 저녁 초대하는 데 기사님까지 보낸 걸까?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유효진은 다급히 설명했다.

“아주머니,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연우가 그냥 혼자서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찬혁 씨가 연우 양아버지가 되기로 했으니 아주머니도 이제 연우 양 할머니가 되신 거예요.”

“그랬군요...”

양홍선은 그제야 상황파악을 했고 속으로는 살짝 실망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곧 그들은 다른 룸으로 옮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앞에는 평소에 보기 드문 산해진미가 차려졌다.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유효진은 끊임없이 양홍선에게 음식을 집어주었고 양홍선 또한 덕분에 배불리 먹었다. 그녀는 반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처음 먹어 봤다.

“연우야, 엄마에게 와, 양아버지도 밥 좀 드셔야 하니까.”

유효진이 연우를 자기 옆으로 데리고 오려고 하자 어린 녀석이 계속 원하지 않았다.

“싫어요, 아빠와 같이 있을 거예요!”

연우는 임찬혁에게 꼭 안긴 채 이것저것 음식들을 먹여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연우를 품에 안고 있는 임찬혁 또한 말할 수 없는 친근함에 뭔가 피를 나눈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들뜬 마음을 안고 연우 말을 일일이 다 들어줬다.

그는 여러 번 유효진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당시 어느 술집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직접 묻는 것이 무례하다는 생각에 그는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몇 번이고 삼켰다.

“찬혁 씨, 우리 언니 예쁘죠?”

유설진은 임찬혁이 자기 언니를 몰래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고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네... 예쁘죠.”

임찬혁은 유설진에게 자기가 몰래 유효진을 본 것이 발각된 것을 알고 멋쩍게 웃으며 쑥스러워했다.

“어? 사내대장부가 부끄러워할 줄도 아네요.”

유설진은 그를 놀리는 데 재미를 붙인 듯 계속 말했다.

“예쁘면 당당하게 보세요. 우리 언니에게 반한 게 창피한 건 아니잖아요.”

“맛있는 음식들도 너의 그 입은 못 막는구나!”

유효진이 유설진에게 눈총을 쏘자 그녀도 더 이상 임찬혁을 놀리지 못했다.

식사를 마친 후, 유효진은 케이크를 가져와 초를 꽂고 불을 붙였다.

“연우야, 소원 빌어.”

그녀는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연우를 보며 말했다.

“저는 아빠가 빨리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면 좋겠어요!”

연우의 진지한 모습에 임찬혁은 살짝 감동하기도 했다.

케이크를 자른 뒤 유효진이 자리를 나와 화장실로 향하자 임찬혁도 따라나섰다.

“왜 따라와요?”

복도에서 유효진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맑은 눈으로 임찬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 그녀는 임찬혁의 이상함을 진작에 눈치챘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화장실까지 따라오고 있으니...

임찬혁이 입을 열었다.

“유 대표님, 어느 해, 어느 날, 어느 술집에서 술에 취한 뒤 연우가 생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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