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화

Author: 황시후
용호파?

순간 임찬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청룡이 조금 전에 용호파는 대용문파에 포함되는 작은 파벌이라고 했다. 그래서 필요하면 그 파벌 수장에게 지시하라고 했는데 김승태가 용호파의 사람을 알고 있다고?

“외삼촌이 용호파의 누군데? 용호파가 대단한 파벌이야?”

임찬혁도 용호파가 경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멍청한 자식! 용호파는 경주에서 가장 큰 지하세력이야. 파벌 수장인 양운호는 경주 지하세력의 왕이나 다름없어! 우리 외삼촌 김병훈은 운호 어르신의 오른팔이야!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절을 해서 내 신발 밑창을 핥아. 그러면 한 번쯤은 봐줄 수 있어! 참, 그리고 효진 씨는 내 여자야! 네가 의술 좀 할 줄 안다고 내 여자와 가까이하려는 생각은 접어 둬!”

김승태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신 끝없이 횡포를 늘어놓았다.

그가 임찬혁을 이토록 원수처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효진 앞에서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임찬혁이 아무리 무사라 할지라도 용호파라는 든든한 ‘백’ 앞에서 다리가 후들거릴 거라 생각했다.

“너의 외삼촌이 양운호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나대? 양운호가 와도 내 눈치를 봐야 해.”

임찬혁은 하찮은 표정으로 김승태에게 말했다. 하지만 용호파가 경주에서 1위라는 것에는 꽤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주위 사람 모두 깜짝 놀란 얼굴로 임찬혁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 눈에 임찬혁은 멍청하다 못해 본인 분수도 모르는 인간이었다.

양운호가 와도 네 눈치를 봐야 한다고?

이 말을 만약 용호파 사람들이 듣게 된다면 임찬혁은 바로 길거리에서 능지처참 당할 것이다. 임찬혁은 진짜 처참한 죽음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는 듯했다.

김승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었다. 용호파가 경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까지 전부 말했는데 임찬혁은 전혀 무릎 꿇고 용서 빌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귀가 어떻게 됐어? 운호 어르신은 경주 지하세력의 왕이라고! 그리고 우리 외삼촌이 운호 어르신의 오른팔이라는 말이 안 들려? 내가 너더러 당장 무릎 꿇고 고개 숙여 내 신발 밑창을 핥으라고 명령하잖아! 안 그러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물고기 먹이로 줄 테니!”

김승태가 다시 한번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 어디 한 번 누가 누구의 팔다리를 부러뜨리는지 한 번 볼까?”

임찬혁은 차가운 얼굴로 발을 들어 김승태의 허벅지를 세게 찼다.

드득!

임찬혁의 발길질 한 번에 김승태의 허벅지 뼈가 부러졌다.

드득!

그리고 또 몇 번의 발길질에 김승태 온몸의 뼈가 부러졌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지금 이 순간, 김승태의 몰골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아악!”

김승태는 돼지를 잡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바닥을 뒹굴었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처참한 광경이었고 꿈에라도 나올까 두려울 정도였다.

“왜? 방금 엄청나게 날뛰더니 왜 지금은 조용한데?”

임찬혁은 차가운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다.

“너... 대체 원하는 게 뭐야!”

김승태는 겁에 질린 채 더 이상 나댈 엄두가 없었다.

“나는 엄청 공평한 사람이야. 네가 내 팔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했으니 나도 그렇게 한 것뿐이야.”

임찬혁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물었다.

“참, 조금 전에 나를 물고기 먹이로 준다고 했었나?”

“그... 그건 농담이야!”

김승태는 그 말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만에 하나 강물에 던져져 물고기에게 먹히기라도 하면 외삼촌이 아무리 임찬혁을 죽인다 해도 자신이 이 세상에 없기에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내가 잘 못 했어! 다 내 탓이야. 진짜 미안해. 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해줘. 나 같은 인간 따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부탁이야. 응?”

김승태는 개처럼 무릎 꿇은 채 임찬혁에게 손이야 발이야 빌었고 사람들은 그 모습에 너무 깜짝 놀라 입만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그동안 이런 부잣집 자제들은 거만한 자세로 남을 괴롭히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김승태가 이렇게 찌질한 모습을 보이는 날도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임찬혁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김승태를 이글이글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너를 혼쭐 내는 정도로 끝났지만 다음번에 같은 일이 발생하면 그때는 너의 목숨이 붙어있지 않을 거야. 알겠어?”

말을 마친 임찬혁은 천천히 돌아서서 가던 길을 갔다.

“이 병신들아, 빨리 나를 병원에 데려가!”

김승태는 임찬혁이 멀어지는 모습에 그제야 안도한 듯 바닥에 드러누운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경호원들은 김승태를 들것으로 옮겨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준비했다.

그리고 경호원들이 몇 발자국 가지 않았을 때 갑자기 김승태가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오늘 일, 누구든 감히 한 글자라도 입 밖에 내면 가족 전체를 죽여버릴 거야! 알겠어?”

그의 살기 어린 눈빛에 모두를 깜짝 놀라 아무 말도 못 했다.

김승태는 오늘의 일이 너무 창피해 혹시라도 외부에 소문나면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김승태는 치료가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외삼촌, 누가 저 때렸어요!”

“임찬혁이라고 하는 사람인데 운호 어르신조차 안중에 없었어요!”

“내 여자도 뺏고 제 팔다리까지 부러뜨렸어요. 저 대신 꼭 복수해 주셔야 합니다.”

...

호화로운 룸살롱 안.

“뭐라고?”

마흔이 넘은 김병훈은 순간 발끈하더니 품에 안겨 있는 섹시한 여자를 밀쳐냈다.

“감히 우리 김씨 가문을 괴롭혀? 그게 누구든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김병훈의 머릿속에 임찬혁은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곧 죽일 테니...

“죽이지 마세요!”

김승태의 얼굴에 순간 한 줄기의 잔인함이 스쳐 지나갔다.

“죽이지 말고 숨만 붙어 있게 해주세요. 내가 직접 천천히 괴롭히다가 죽일 테니까!”

...

전화를 끊은 김병훈이 부하들에게 임찬혁을 잡으라고 지시하려는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양운호가 건 전화였다.

“운호 어르신!”

김병훈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대용문파의 신임 지존이 경주에 도착했으니 청룡 어르신께서 나더러 지존의 지시를 기다리라고 하셨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위엄이 넘치는 남자의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상위층 레벨에 오래 있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지존께서 나를 찾으시기 전에 내가 먼저 뵈러 갈 것이니 빨리 지존을 찾아야 해! 그리고 명심해, 지존께서는 거창한 것을 싫어하기에 모든 건 암암리에 은밀히 진행해야 해!”

양운호는 마음이 점점 흥분되는 듯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그는 경주 지하세력의 왕이라 불리지만 대용문파 앞에서는 한낱 민물고기 한 마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만약 지존의 인정을 받게 된다면 그때는 경주 지하세력의 왕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만약 지존을 잘 못 건드린다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것이다.

“알겠어요, 운호 어르신!”

김병훈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기에 임찬혁의 일은 일단 미뤄두기로 했다.

그는 대용문파의 지존이 바로 자신이 당장 죽이기 위해 찾으려는 임찬혁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임찬혁은 집으로 돌아와 회춘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2인분의 약재를 샀고 하나는 어머니에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효진에게 줄 예정이었다.

어머니도 유효진과 비슷한 상황으로 모두 과로로 인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만 유효진이 관리를 잘했기 때문에 얼굴은 빨리 늙지 않았다.

회춘단은 이런 병을 치료하는 묘약으로 장기간 복용하면 젊음을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질도 남들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다.

몇 시간 후, 모락모락 김이 나는 회춘단이 드디어 가마에서 나왔고 때마침 양홍선도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찬혁아, 유 대표님은 좀 어때?”

양홍선은 임찬혁을 만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많이 좋아졌어요. 침은 이미 제가 놓았으니 이제 이 약만 먹으면 완쾌될 겁니다.”

임찬혁은 회춘단 하나를 양홍선에게 건네며 말했다.

“어머니, 이거 한 번 드셔보세요.”

그러자 양홍선은 손을 내저었다.

“유 대표의 약을 내가 왜 먹겠어. 빨리 유 대표에게 갖다 줘.”

“유 대표에게는 내일 갖다 줄 거예요.”

임찬혁은 계속 고집을 부리며 양홍선에게 말했다.

“원래 어머니와 유 대표 두 사람에게 드리려고 만든 거예요. 이 약은 몸을 건강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주름도 없애고 젊음도 되찾아줘요.”

양홍선은 임찬혁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 신기한 약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임찬혁의 고집을 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한 알 먹었다.

약을 삼키자마자 목구멍부터 따뜻한 물줄기가 흐르는 듯하더니 천천히 위와 팔다리까지 퍼져나가며 그녀의 온몸을 따뜻하게 했다.

“맛있긴 한데 별다른 느낌은 없는데?”

양홍선은 회춘단이 임찬혁의 말처럼 그리 신기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엄마, 가서 거울 좀 보세요.”

잠시 후 임찬혁은 싱긋 웃으며 그녀를 향해 눈짓했다.

임찬혁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양홍선은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갔고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지존님은 딸바보   제654화

    어쨌든 이 일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에 골머리가 아팠지만 임찬혁은 어쩔 수 없이 육성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하씨 가문.하찬림은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단발머리의 정장을 입은 여비서가 볼륨감이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늘씬하고 새하얀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싸여 시시각각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제가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까? 효과는?”“분부하신 대로 홍보했고 이번 책임은 체스턴에게 모두 떠넘겼습니다.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겠다는 양해도 구했고요.”여비서는 공손한 표정으로 일일이 상황을 자세히 보고해주었다.“음, 아주 좋네요.”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인지 하찬림의 안색이 비로소 밝아지기 시작했다.오늘은 정말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임찬혁을 모함하려다 오히려 임찬혁의 회춘단이 만병통치약이 되고 중생환이 독이 된 것이다.다행히 일련의 조치를 통해 여론은 쉽사리 통제되었다.“임찬혁... 두고 봐, 국제 무도 대회 날 내가 널 어떻게 짓밟아버릴지.”하찬림이 이를 갈며 임찬혁의 이름을 곱씹었다.국제 무도 대회 날 임찬혁을 이기기만 하면 하찬림은 그동안 잃었던 모든 것들을 되돌릴 수 있다.“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육소연과 임찬혁이 정말 혼약을 맺었단 말입니까?”“네, 두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약혼을 맺었는데 육소연이 계속 임찬혁을 못마땅해하는 바람에 관계가 불안정했다고 합니다.”그 순간, 하찬림의 어두운 얼굴에 음침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찬혁아... 임찬혁, 전에 네가 바로 나와 손이림을 갈라놓은 장본인이지? 두고 봐.”“이번에는 내가 기필코 육소연을 꼬셔서 손에 넣을 테니 너도 어디 한번 망신당하는 꼴을 느껴봐.”...레드 로즈 바.임찬혁은 육성재의 전화를 끊은 후 또 팽런웅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임찬혁, 너 정말 국제 무도 대회에 참가할 거야? 만약 참가하지 않는다면 난 지금 당장 널 무도 협회에 가입시킬 수

  • 지존님은 딸바보   제653화

    ...모두의 눈빛이 밝아지고 사람들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어쨌든 용운 그룹이 옹호 그룹의 모든 자산을 삼켰고 하씨 가문의 사람까지 죽여 하씨 가문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명문 가문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만약 육소연이 정말 용운 그룹의 대표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들 모두가 함께 덕을 볼 수 있다.“안 된다.”육성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단칼에 잘라버렸다.“넌 이미 찬혁이와 약혼했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고백할 수 있단 말이냐? 정녕 창피하지도 않단 말이냐?”임찬혁과 육소연 사이에는 이미 혼약이 잡혀있다. 이는 그와 임찬혁의 죽은 아버지가 정한 것인데 육성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혼인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얼굴로 구천에 있을 친구의 얼굴을 본단 말인가?그러니 용운 그룹의 대표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는 꿋꿋이 임찬혁을 선택할 것이다.“아빠! 그 임찬혁 얘기는 꺼내지도 마! 임찬혁은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줄지언정 나에게 주지 않는데 내가 왜 그런 무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건데?”육소연이 얼굴을 홱 돌리며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그 입 다물지 못해? 그 일은 찬혁이 탓이 아니야. 네가 먼저 찬혁이를 의심했잖니.”육성재 역시 회춘단 대리 문제에 관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고 임찬혁과 육지영 사이에 거래가 있었으니 임찬혁이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주는 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그리고 육성재가 보기에 그 회춘단에는 분명 놀라운 부의 가치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딸이 임찬혁과 결혼한다면 그 재산 역시 공동 재산이 되지 않겠는가?하지만 육성재는 굳이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육성재는 오직 육소연이 임찬혁과 결혼하는 것만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싫어. 난 용운 그룹 대표가 좋아. 당장 내일이면 대표님한테 달려가서 고백할 거야.”“만약 아빠가 자꾸 임찬혁과 결혼하라고 달달 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테야.”육소연은 결연

  • 지존님은 딸바보   제652화

    방금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체스턴을 발견한 임찬혁은 곧바로 상대가 도망갈 것을 예상하고 청룡을 파견하여 체스턴을 잡아 오라고 당부했다.사실 체스턴은 중생환을 가지고 용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그의 죽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같은 시각, 육씨 가문.육소연은 침실에 숨어 몰래 울음을 삼키며 절친 배두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흑흑, 두나야, 임찬혁에게 정말 회춘단이 있었다니. 그런데 임찬혁이 회춘단의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어. 이건 분명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라고!”육소연의 입장에서 아무리 그녀가 임찬혁을 오해했다고 하더라도 회춘단의 대리권만큼은 그녀에게 넘겨줬어야 했다.육지영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다는 건 일부러 육소연과 맞서겠다는 뜻 아닌가?“임찬혁、 이 천벌 받아도 싼 놈... 네 아버지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걸 그새 잊었던 말이야?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 따로 없네.”배두나는 이번 발표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발표회에서의 일은 진즉 전해 들었다.지금 회춘단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시점에 회춘단의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떼돈을 벌고도 남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임찬혁은 줄곧 육소연에게 잘 보여 육씨 가문의 사위가 되기 위해 하염없이 노력해왔었다. 그러니 육소연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임찬혁이 한결같이 육소연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처럼 육소연에게 냉담하게 굴면서 다른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흥, 설령 임찬혁이 나에게 대리권을 준다고 해도 난 그걸 원하지 않았을 거야.”육소연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입을 삐죽였다.“괜찮아, 네 말대로 임찬혁은 정말 쓰레기 같은 남자야. 그러니 그 남자를 위해 슬퍼할 가치도 없어. 지금은 작은 성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용운 그룹 대표와는 비교할 가치가 되지 못해.”배두나가 육소연을 다독여주며 투덜거렸다.“너도 용운 그룹 대표가 정말 날 좋

  • 지존님은 딸바보   제651화

    이 모든 것은 임찬혁을 믿었기 때문이다.“걱정 마.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결국, 육씨 가문 전체에서 육성재를 제외하고 임찬혁을 믿어주는 사람은 오직 육지영뿐이었다.게다가 방금 어머니까지 모시고 와 약을 시험해 본 것도 작은 도움이 된 셈이니 임찬혁은 당연히 약속을 어길 리가 없었다.“잘됐네, 지영아. 네가 찬혁이를 믿은 건 옳은 선택이었어.”박영화와 육지영이 감격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임찬혁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판이 이렇게까지 뒤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터.그러나 다른 한쪽에 서 있던 육소연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보처럼 느껴졌다.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처음에 임찬혁은 그들에게 회춘단의 대리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시큰둥하게 거절해버렸다.그런데 임찬혁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니. 언제부터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까지 없었던 거지?지금 서울의 모든 사람들은 임찬혁 회춘단의 이 대리권을 구하기 위해 피 터지도록 경쟁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오직 육소연만이 도무지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과거 너무 절대적으로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마음속의 그 거만함도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깊은 회의감이 솟구쳐올라오며 육소연은 감히 임찬혁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찬혁아, 이렇게 좋은 제품이 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우리 사이에 대리 하나 맡겨주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지?”육지영은 차마 티를 낼 수 없었지만 하미현은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임찬혁에게 대리를 내놓으라며 요구했다.“허허, 전 분명 기회를 드렸고 거절한 건 숙모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또 갖고 싶으세요?”임찬혁이 하미현을 빤히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미현은 다른

  • 지존님은 딸바보   제650화

    이어 임찬혁은 또 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먹였다.“콜록콜록!”얼마 지나지 않아 연신 기침을 하더니 창운 도인이 정말 서서히 눈을 뜨는 게 아닌가. 순간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대박, 회춘단이 이 정도로 신기하다고?”“죽은 줄 알았던 생쥐도 회춘단을 먹으니 다시 살아났다니까.”“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도 살릴 수 있다니. 회춘단은 정말 미용 제품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이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연이어 임찬혁에게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제발 회춘단 하나만 주세요.”“저도 하나만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당신이 내 목숨만 구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그들은 임찬혁에게 연이어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아직은 몸에 큰 반응이 없지만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중생환의 부작용이 닥치면 그땐 정말 끝장일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은 쥐보다 훨씬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들 역시 모두 중생환을 복용했지만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거예요.”“그리고 회춘단은 곧 서울에서 판매될 예정이니 몇 알 복용하면 중생환의 악영향 정도는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다독여주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들도 괜찮다는 임찬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임찬혁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당연히 회춘단 한 알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임 선생님, 회춘단 대리점을 하고 싶은데 지금 200억의 계약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샘플을 주실 수는 없을까요?”한 여자가 물었다.“가능합니다.”그 말에 임찬혁은 즉시 여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건네주었다.“저도 회춘단 대리를 하고 싶습니다.”“저도 하겠습니다.”“임 선생님, 저한테도

  • 지존님은 딸바보   제649화

    중생환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다.이 일로 하찬림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악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하찬림 이 망할 자식아, 내가 널 얼마나 철석같이 믿었는데 나한테 독약을 먹여?”곧이어 한 중년 부인이 하찬림의 눈앞에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고 해명을 요구했다.방금 하찬림의 설득 하에 그녀도 중생환을 먹었기 때문이다.하여 우리 안에서 점점 죽어가는 쥐를 보며 화들짝 놀란 중년 부인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나도 중생환을 먹었는데... 설마 나도 저 생쥐들처럼 죽게 되는 건가? 하찬림 이 개자식아!”“당신 제대로 해명 안 하면 가만 안 둘 거야.”방금 중생환을 먹었던 사람들이 모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하찬림을 에워쌌다.이제 목숨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하찬림의 신분과 지위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하찬림 역시 아무리 내공이 강해도 감히 일반인에게 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잘못하면 하씨 가문 전체가 나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제게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꼭 합리한 설명을 하겠습니다.”“체스턴 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하찬림은 많은 사람들의 공격에 대응하며 다급히 체스턴을 찾아 헤맸지만 상대는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조금 전, 중생환의 일이 탄로 날 것을 미리 눈치챈 체스턴은 진즉 뒤꽁무니를 빼고 도망쳐버렸던 것이다.“체스턴!”“체스턴!”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 체스턴에 하찬림의 마음도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놈에게 속았구나.한편, 덩달아 당황해하는 하찬림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더더욱 중생환에 문제가 있음을 단정했다.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심지어 당장이라도 하찬림을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하찬림,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다.”한 중년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하찬림의 얼굴을 도려냈다.악!외마디 비명과 함께 하찬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일반인들의 공격은 전혀 피할 방법이 없었고 얼굴에는 핏자국이 번지며 하찬림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