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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Author: 리치 사랑
이 약은 길어야 사흘, 나흘 정도만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안다혜에게 주사를 놓아야 했다.

하지만 윤해준이 너무 철저하게 지켜보고 있어서 언제나 곁을 맴돌 수는 없었다.

며칠 동안 손건후은 계속 기회를 엿봤다.

마침내 윤해준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는 병원 구석에 숨어 있다가 창문을 넘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침대 위 안다혜의 고운 얼굴을 본 순간, 손건후의 마음속엔 아쉬움이 차올랐다.

그는 오랫동안 안다혜의 몸을 탐내왔지만 결국 손도 대지 못한 채 지켜만 봐야 했기에 괴로움이 더 컸다.

윤해준이 너무 집요하게 곁을 지키고 있어 그에게는 단 한 번의 틈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손건후은 황급히 주사를 준비해 약을 놓았다.

안소현이 내린 지시를 완수해야만 자신도 무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들키지 않는 한, 그는 지금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손건후은 안다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날 원망하지 마. 이건 다 매정한 네 언니 탓이지, 내 잘못이 아니야. 나는 단지 시킨 일을 할 뿐이야. 네가 깨어나면 우리 모두 곤란해져. 그러니 그냥 이 병원 침대에서 편히 누워 있어. 깨어나서 고통 겪는 것보단 이게 낫지 않겠어.”

그는 말을 마치고 주삿바늘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서둘러 방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복도로 들어서는 윤해준과 마주쳤다.

묵직한 발소리에 손건후는 가슴이 쿵쿵 세차게 뛰었다.

손건후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는 황급히 두리번거리며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당겨쓴 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CCTV 사각지대를 골라 빠르게 병동을 벗어났다.

윤해준은 막 들어서며 손건후의 뒷모습을 흘끗 보았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에 회진인가? 그런데 왜 병실 안에도 들어가지 않고 바로 나오는 거지?’

자신이 지킬 때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하필 자신이 없는 사이에만 사람이 드나든다는 게 석연치 않았다.

의심은 점점 짙어졌다. 그는 원래 이 병원이 평판이 괜찮다고 들었지만, 지금 보니 믿음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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