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10년간 오직 남편의 성공만을 위해 자신의 청춘과 젊음, 아름다움을 모두 바친 조강지처.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남편의 철저한 기만과 바람, 그리고 전 재산 탈취를 통한 비참한 이혼이었다. 모든 것을 잃고 세상의 조롱 속에서 여덟 살 딸을 데리고 낯선 타국 필리핀으로 도망치듯 떠난 여주인공. 지독한 상처 속에서 그녀는 마침내 ‘남을 위한 삶’을 버리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완벽한 자기 관리로 눈부신 미녀로 거듭난 그녀와, 베일에 싸인 필리핀 거대 자산가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그녀를 버린 전남편의 목을 죄어오는 거대한 복수극의 서막! 가장 비참한 바닥에서 가장 화려한 꼭대기로 올라서는 한 여자의 찬란한 인생 2막과 짜릿한 로맨스를 그린다.
View More“사모님, 이번 시즌 한정판으로 들어온 에르메스 버킨백입니다. 회장님께서 미리 결제해 두시며 사모님 결혼 10주년 선물로 꼭 타이밍 맞춰 배송해 달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오렌지빛 박스를 보며 윤혜진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올해로 서른여섯, 남편 강태성과의 결혼 생활은 정확히 10년 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청년 창업가 태성과 결혼해, 그의 사업 뒷바라지만을 위해 청춘을 바쳤다. 남편의 회사가 연 매출 수백억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혜진은 철저히 그림자가 되었다. 자신의 커리어도, 젊음도, 심지어 거울 속 자신을 가꾸는 시간마저 아끼며 오직 태성의 내조와 여덟 살 된 딸 민지의 육아에만 전념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혜진을 부러워했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며, 이제는 자상한 재벌 남편 둔 덕에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명품 가방이나 받으며 살지 않느냐고. 혜진 역시 그것이 자신의 헌신에 대한 남편의 변치 않는 사랑의 증표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날 저녁, 태성은 중요한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이 있다며 늦을 것이라 문자 한 통을 보내왔다. 혜진은 평소처럼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며 보양식을 준비해 두고, 민지를 먼저 재운 뒤 침실로 향했다. 시계 바늘이 새벽 2시를 가리킬 무렵, 거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혜진은 얇은 가운을 걸치고 서둘러 거실로 나갔다. 남편은 술 냄새를 풍기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채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당신 왔어요? 많이 피곤하죠. 꿀물이라도 타 올게요.” “아니, 됐어. 피곤하니까 그냥 자.” 태성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서늘하고 낯설었다. 혜진의 다정한 손길을 거칠게 쳐내듯 피한 태성은 그대로 안방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혜진은 바닥에 떨어진 태성의 정장 자켓을 주워 올렸다. 그 순간, 코끝을 찌르는 지독하도록 달콤하고 인위적인 향수 냄새가 훅 끼쳐왔다. 자신이 쓰는 은은한 라벤더 향이 아니었다. 젊고 화려한 여자가 쓸 법한, 도발적인 장미 향. 자켓 깃을 살피던 혜진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짙은 파운데이션 자국과 함께, 선명한 붉은색 립스틱 자국이 와이셔츠 깃 깊숙한 곳에 찍혀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바이어 접대를 하다 보면 묻을 수도 있는 거야. 태성 씨가 그럴 리 없어.’ 혜진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온 10년인데. 아무것도 없던 시절, 라면 한 그릇을 나눠 먹으면서도 평생 너만 행복하게 해 주겠다며 눈물짓던 그 강태성이었다. 하지만 심장이 불길하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태성이 욕실에 두고 간 개인 스마트폰이 테이블 위에서 짧은 진동을 울렸다. 평소 남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절대 열어보지 않던 혜진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자석에 이끌리듯 손이 움직였다. 화면에 떠오른 발신인은 ‘김 비서’. 시각은 새벽 2시 반이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혜진의 모든 숨통을 단숨에 끊어놓기에 충분했다. [태성 오빠, 집에 잘 들어갔어? 그 고리타분한 아줌마 얼굴 보면서 내 생각하는 거 아니지? 아까 차 안에서 오빠가 해준 말, 잊지 마. 곧 그 여자 정리하고 나한테 온다는 거.] 혜진의 손이 사정없이 떨렸다. 스마트폰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내리는 것 같았다. 10년 동안 쌓아 올린 그녀의 완벽한 세계가, 아주 작은 액정 화면 속 세 줄짜리 글자 위로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다시 시간이 흘렀다.대저택의 넓은 잔디 정원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민지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남동생의 두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맞춰 주고 있었다.“하나, 둘. 천천히.”아이가 몇 걸음 걷다가 잔디 위에 주저앉자 민지는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에이든은 카메라를 들고 두 아이의 모습을 정신없이 찍고 있었다.테라스에 앉아 차를 마시던 혜진이 물었다.“사진을 몇 장이나 찍는 거예요?”“중요한 순간입니다.”“아까부터 중요한 순간만 백 장은 넘은 것 같은데요?”“전부 보관해야 합니다.”혜진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에이든의 온기를 느꼈고, 낮에는 라온 그룹의 대표로 자신의 꿈을 이어갔다.저녁이 되면 민지와 아들의 웃음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과거의 혜진은 행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 믿었다.좋은 아내가 되어야 했고, 착한 며느리가 되어야 했으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했다.하지만 지금의 혜진은 알고 있었다.진짜 행복은 자신을 잃으며 얻는 것이 아니었다.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혜진은 정원으로 걸어 나갔다.에이든은 그녀가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허리를 끌어안았다.“쉬지 않고 왜 나왔습니까?”“남편이 사진만 찍고 있어서요.”“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남기는 중입니다.”혜진은 그의 가슴에 몸을 기댔다.“나도 찍어 줘요.”에이든은 카메라를 내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혜진과 에이든의 삶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라온 뷰티 그룹은 필리핀을 넘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하며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혜진은 회사가 커질수록 처음 세웠던 원칙을 더욱 분명히 지켰다.누군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브랜드.그 철학은 국경을 넘어 수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었다.결혼한 지 일 년이 지나갈 무렵, 혜진은 아시아 경제 포럼의 메인 연사로 초청받았다.그때 그녀의 배 속에는 에이든과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만삭에 가까운 몸이었지만 혜진은 단정하게 재단된 크림빛 임산부 정장을 입고 연단에 올랐다.수천 명의 기업가와 투자자, 언론인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카메라 셔터가 연이어 터졌지만 혜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진정한 성공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혜진의 차분한 목소리가 넓은 행사장을 채웠다.“상처와 실패가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장내가 조용해졌다.“저 역시 한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하지만 제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와 사랑하는 딸, 그리고 끝까지 저를 믿어 준 사람들이 남아 있었습니다.”객석 한쪽에는 에이든과 민지가 앉아 있었다.에이든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혜진을 바라보고 있었고, 민지는 두 손을 모은 채 엄마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무너졌다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무엇을 지키고 다시 세울 것인지 선택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미래가 시작됩니다.”강연이 끝나자 장내에는 뜨거운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결혼식 당일.마닐라의 하늘은 마치 두 사람을 축복하듯 티 한 점 없이 맑았다.이른 아침부터 프라이빗 리조트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화이트 장미와 피오니, 난초, 그리고 은은한 열대 꽃들이 해변 정원을 가득 채웠고, 에메랄드빛 바다를 향해 길게 이어진 버진로드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신부 대기실.혜진은 거울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순백의 실크 웨딩드레스는 화려하기보다 우아했다.목선을 따라 흐르는 레이스와 자연스럽게 퍼지는 긴 트레인이 그녀의 품격을 더욱 빛나게 했다.메이크업을 마친 스타일리스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표님, 정말 아름다우세요."혜진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예전에도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날의 자신은 행복하지 않았다.시댁의 눈치를 보며,남편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며,자신의 결혼식이면서도 단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 보지 못했다.혜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거울 속에는 더 이상 과거의 윤혜진이 아니었다.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믿게 된 여자가 서 있었다.그때 문이 살며시 열렸다.민지가 작은 꽃다발을 안고 들어왔다."엄마."혜진이 환하게 웃으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우리 공주 왔네."민지는 한참 동안 엄마를 바라보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엄마...""응?""세상에서 제일 예뻐."혜진은 웃으며 아이의 이마에 입을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어느 아침.에이든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혜진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평소와 달리 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오늘 오후, 유럽에서 우리 가문의 어르신들이 도착합니다."혜진은 조용히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긴장하고 있네요?"에이든은 작게 웃었다."솔직히 그렇습니다."그는 혜진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그분들은 제게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입니다.""하지만 당신을 평가하려는 자리는 아닙니다."혜진은 부드럽게 그의 손을 감싸며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말아요.""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 아니에요.""다만 당신의 가족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싶을 뿐이에요."에이든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품으로 끌어안았다."당신은 언제나 저보다 강한 사람입니다.""아니에요."혜진이 웃으며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지금은 당신이 옆에 있어서 강해진 거예요."에이든은 그녀의 이마에 길게 입을 맞추었다."오늘도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오후.마닐라 국제공항에는 에이든의 가문을 상징하는 전용기가 착륙했다.유럽에서 온 가문의 원로들과 친척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오랜 전통을 지켜 온 명문가답게 모두가 품격 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날 저녁.새 저택에서는 가족만을 위한 작은 만찬이 준비되었다.혜진은 화려함보다 절제된 우아함이 돋보이는 네이비 실크 드레스를 선택했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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