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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이민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우리 아버지한테 접근한 목적이 뭐야?”

주윤학이 물었다.

그러자 연회석 쪽에서 소리가 났다.

“진무도 군 방부 총사령관 주윤학 본부장께서 오셨습니다.”

이 소식에 여기저기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런 인물들이 김현욱과 유소희의 결혼식에 오다니, 모든 하객이 그 두 사람을 다시 쳐다보았다.

주윤학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고 얼굴에는 혐오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민혁이 말했다.

“모든 사람이 당신 집안을 이용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들은 나한테 이용가치가 없어요.”

주윤학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이내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그럼 왜 내 아버지한테 접근해서 수작을 부린 건데? 너 같은 사람, 내가 많이 만나봤어. 결국엔 다 나한테 처리당했지만.”

“그래요?”

이민혁은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르신이 나라를 위해 이바지하신 것이 많아서 몇 년은 더 사실 수 있게 하고 싶어 도왔다고 말하면 믿어주실 건가요?”

“당연히 안 믿지.”

주윤학은 냉랭했다.

“그럼 할 말이 없군요.”

“넌 네가 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해.”

주윤학이 말했다.

“전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요?”

“이건 내 집안일이야, 사적인 신분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 돼. 걱정하지 마, 절대 권력으로 널 억압하지 않을 거야.”

주윤학이 말했다.

이민혁은 갑자기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당신의 권력으로 저를 제압할 수 없어요. 사적인 수단을 쓰시면, 당신은 더더욱 저의 상대가 안 될 겁니다. 지금이라도 명예를 지키고 싶으시면 얼른 여기를 떠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이 건방진 놈이.”

주윤학은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었는데도 격노했다.

“난 어려서부터 무예를 익혔고, 또 군대에서 몇십 년을 뒹굴었는데, 몇 마디 말로 날 겁줄 수 있을 것 같아?”

“한번 해보시던가요.”

이민혁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그때 연회석에서 또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성서구 책임자, 장현태 씨께서 오셨습니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자 두 사람의 대화는 중단됐다.

이내 식장이 조용해지자 주윤학도 진정된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어디 가서 다시 얘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럽시다.”

이민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풀어야 할 원한이 있습니다. 여기 일이 해결되면 언제든지 함께하겠습니다.”

“그럼 기다리지.”

주윤학은 의자에 기대어 이민혁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민혁은 개의치 않아 했고 묵묵히 중앙 무대를 바라봤다.

이미 12시가 되었고 올 사람은 거의 다 왔다. 한 현지 스타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 앞에서 말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선 김현욱 대표님과 유소희 대표님의 결혼식 진행을 맡게 되어서 너무 영광스럽습니다. 여러분들, 신랑 신부에게 열렬한 축복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연회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진행자는 이어서 말했다.

“이제 성서구 책임자 장현태 씨가 결혼식 축사를 올리겠습니다.”

장현태는 박수 소리 속에서 등장했고 마이크 앞에 섰다.

“여러분.”

장현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HT그룹은 우리 성서구의 스타 기업으로 고액 납세자가 많습니다. 성서구, 더 나아가서 전체 서경시 발전에 지울 수 없는 공헌을 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성서구 전체를 대표하여 두 사람의 결혼에 가장 아름다운 축복을 표합니다.”

하늘마저 울릴 듯한 박수 소리가 파도처럼 울려 퍼졌다.

한참 만에 박수 소리가 그쳤고 진행자는 마이크 앞으로 나와 진행을 계속했다.

“이어서 오늘의 주인공이신 두 분의 감사 인사가 있겠습니다.”

김현욱과 유소희가 팔짱을 끼고 무대에 올라 마이크 앞에 섰다.

김현욱이 말했다.

“먼저 제 결혼식에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것은 저의 영광이기도 합니다.”

한바탕 박수가 터져 나왔고 김현욱은 유소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유소희는 감격에 겨워 인사한 뒤 입을 열었다.

“먼저 현욱 씨와의 결혼식에 와주셔서 감사하고, 여기서 몇 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조용하게 신부의 말을 기다렸다.

“아마 많은 분이 제가 불행한 결혼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러자 유소희는 눈물을 글썽이었고 밑에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유씨 가문은 다소 유명한 집안이었기에 오늘 참석한 모두가 업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었고 당연히 그녀가 결혼했던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소희는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민혁은 우리 유씨 가문에서 3년 동안 빈둥빈둥 놀기만 했고 남편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에 남자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는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저를 불쌍히 여기셨는지 현욱 씨를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이 사람은 책임감이 있는 완벽한 남편입니다.”

그러자 유소희는 감격하여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제 일생을 바쳐 현욱 씨를 사랑할 것이고 그가 사업적으로, 생활적으로도 새로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약속이자 현욱 씨에 대한 맹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이 산 증인이십니다.”

유소희의 말이 끝나자 결혼식장에서는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갈채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이민혁이라는 이름에 대해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이민혁은 도리어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고 태연자약하게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다.

주윤학이 냉소를 지었다.

“네가 거짓말쟁이라는 게 정말 맞는 말인가 보네.”

“꼭 그렇지는 않아요. 가끔 직접 보는 것이 꼭 사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하물며 듣기만 하는 것은 어떻겠어요.”

이민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주윤학은 냉랭하게 말했다.

“이런 처지에도 네가 침착할 수 있다니, 참 대단해.”

이때 무대 위에서 진행자가 마이크 앞으로 나와 계속해서 진행했다.

“다음은 KP 컨소시엄, 경성 지사, 진무도 본부 대표, 남지유 대표님께서 무대에 올라 축사를 하고 이로써 결혼식의 서막을 열겠습니다.”

사람들이 놀라 또 한바탕 소리쳤다.

KP 컨소시엄의 지위는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남지유는 지사의 대표일 뿐이지만, 사실 성서구 책임자보다도 그 지위가 높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KP 컨소시엄이 서경에 자리를 잡았을 때, 당시 성에 있던 모든 책임자가 직접 뛰어들어 KP를 위해 다리를 놓아주었기에 비로소 KP가 서경에 호적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KP의 실력과 에너지는 절대적으로 거대했다.

원래 결혼식의 첫 번째 축사자는 남지유였어야 했는데, 장현태는 공식적인 사람이어서 그를 앞에 배치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정말 뒤로 물러나야 했다.

이때 남지유는 달빛 드레스를 입고 무대 마이크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김현욱과 유소희는 물론 장현태를 포함한 모든 하객이 즉각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그 열기는 김현욱과 유소희가 등장했을 때의 열기를 훨씬 능가했다.

박수가 그치자 남지유는 방긋 웃으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합니다.”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가장급이 높은 사람은 아마 그녀일 것인데, 겸손하기까지 하다니.

그리고 남지유가 이어서 말했다.

“우리 KP 인터내셔널의 진정한 대표, 이민혁 대표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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