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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녀 대표님의 은밀한 유혹
차도녀 대표님의 은밀한 유혹
작가: 한유림

제1화

“이민혁, 우리 소희를 왜 성추행한 거지?”

장인어른의 추궁에 이민혁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소희가 한밤중에 술에 취해 옷까지 풀어 헤친 채 돌아와서 전 단지 침대에 눕히려고 방에 데려다줬을 뿐, 성추행이 웬 말이죠? 게다가 소희는 제 와이프인데 성추행이 성립된다고 생각합니까?”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자의가 아니면 성폭행이야!”

이민혁의 장인어른 유민상은 화가 나서 버럭 외쳤다.

장모님 김옥란도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 오늘 당장 이혼하고 빈손으로 우리 집에서 나가!”

눈살을 살짝 찌푸린 이민혁의 모습은 흡사 폭풍전야를 연상케 했다.

이때, 처제 유소영이 말했다.

“엄마! 아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때 형부가 백억을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과연 평범하기 짝이 없던 집에서 십여 개의 계열사를 운영하고 자산이 몇천억이 넘는 가문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요? 형부의 노력 따위 벌써 잊은 거예요?”

“그 입 다물어!”

이민혁의 아내 유소희가 빽 하고 소리 질렀다.

“물론 네 형부가 백억을 내놓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구한 날 빈둥거리기만 했어. 유씨 가문이 몇천억이 넘는 자산가로 거듭한 것도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인데 네 형부랑 무슨 상관이지?”

유소영이 반박하려는 순간, 유민상이 끼어들었다.

“소영아, 그만해. 난 저 둘을 이혼시키기로 마음먹었어.”

유소영은 이를 악물더니 결국 한숨만 내쉬었다.

이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유씨 가문에서 유소영을 제외한 사람에게 그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각해 볼게요.”

이 말을 끝으로 이민혁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선 이민혁의 등에 흉악한 모습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커다란 빨간색 용머리가 떡하니 나타났다.

이는 문신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몸에 지닌 반점이다. 물론 이민혁도 이 반점 덕분에 어느 날 신비한 힘을 얻게 되었다.

그 후 이하늘이라는 가명으로 해외에서 혈투를 벌여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다크 나이트 용병 그룹을 창설했다.

시간이 흘러 전쟁에 지친 그는 돈도 꽤 벌었겠다 싶어서 용병 그룹을 해체하고 각 파트 대장만 남겨두고 해외에서 KP 컨소시엄을 설립하는데 모든 자산을 올인했다. 그러고 나서 월스트리트 일류 팀을 고용해 운영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투자를 진행한 덕분에 글로벌 1위 재단으로 단숨에 성장했다.

그는 결국 서경에 돌아가 다시 이민혁의 신분으로 약혼녀 유소희와 결혼해서 느긋한 전원생활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 유씨 가문은 백억을 받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그를 거의 왕처럼 떠받들어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씨 가문의 재산은 점점 불어났고, 그에 대한 태도 역시 180도 변해 이제는 빈털터리 신세로 집을 나가라고 요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찬물로 샤워하던 이민혁의 얼굴이 점차 싸늘해졌다.

사실은 유씨 가문에서 떠나기 싫은 게 아니라 그의 할아버지가 유소희의 할아버지한테 빚을 졌기에 선택권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유일한 소원이 바로 그 당시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도록 유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양가 할아버지가 일찌감치 정한 혼사였다.

그는 할아버지의 말대로 했지만, 지금은 유씨 가문에서 이만 나가달라고 했다.

어차피 머물러 있어봤자 머리만 아플 뿐,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떠나면 그만이었다. 앞으로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수련에 몰두하면 자신한테도 더 좋은 일이니까.

생각을 마친 이민혁이 욕실에서 나와 옷을 입으려는 찰나, 방문이 열리면서 유소영이 걸어 들어왔다.

“꺄!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얼른 옷부터 입어요!”

유소영이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문을 닫았다.

이민혁은 서둘러 옷을 입었고,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유소영에게 알몸을 공개하다니, 이보다 민망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옷 다 입었어. 들어와도 돼.”

이민혁은 차분한 말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유소영은 문을 빼꼼 열고 두리번거리더니 이민혁이 옷을 입었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다. 유소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말했다.

“형부가 억울한 건 알지만 절대로 언니랑 이혼하게 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애초에 형부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유씨 가문은 없었을 거예요. 사람은 본분을 잊어서는 안 돼요.”

“바보야, 어떤 일은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괜히 참견하지 마.”

유씨 가문에서 그나마 유소영한테서 정이 느껴졌고, 또한 아직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유지한 사람도 오직 그녀뿐인지라 정말 드문 일이다.

그러나 유소영은 고집스럽게 말했다.

“싫어요. 저는 끝까지 참견할 거예요. 나머지 사람은 신경 쓰지 마세요. 형부가 반대하면 그들도 이혼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저만 믿으세요.”

“그래, 알았어.”

이민혁이 피식 웃었다.

“얼른 출근해.”

유소영은 시계를 흘끗 내려다보았다.

“갈게요. 형부, 제 말 꼭 새겨들어요.”

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유소영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로 향하자 유소희와 장인어른, 장모님을 발견했다.

“다들 오늘 출근 안 하세요?”

이민혁이 물었다.

이제 사업의 규모가 달라진 유씨 가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낼 텐데 오늘 대체 무슨 상황이냐는 말이다.

유소희가 냉소를 지었다.

“오늘 집에 손님이 방문하는데 준비 중이야.”

이민혁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도우미들을 힐끔 쳐다보고 눈썹을 치켜올렸고, 입을 떼려는 찰나 별장 문이 벌컥 열렸다.

“김 대표님 오셨어요? 얼른 앉으세요.”

유민상과 김옥란이 반갑게 맞이하더니 김 대표란 사람을 소파로 모셨다.

유소희도 환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가 남자의 곁에 앉아 다정하게 안부를 물었다.

이민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옆에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이민혁의 존재를 완전히 잊은 듯 수다를 떨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민혁도 그들이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대화를 주고받던 와중에 김 대표라는 사람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이민혁을 향해 말했다.

“당신이 이민혁인가?”

이민혁은 살짝 웃었다. 목표는 자신이란 말인가?

“네, 누구...?”

“난 HT 그룹 대표, 김현욱이라고 해요.”

김현욱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소희랑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합방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진짜인지 모르겠네요?”

김현욱은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

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당시 그는 수련의 중요한 고비에 이른지라 타고난 순수한 기운을 유지하기 위해 유소희와 각방을 썼다.

나중에 이 고비를 넘기자 유소희의 태도는 이미 180도 바뀌었고, 자신도 딱히 강요하지 않았기에 여태껏 명의상 부부로 지내고 있다.

이를 들은 김현욱은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어젯밤 소희가 나한테 얘기했을 때 긴가민가했는데 진짜인가 보네요. 이렇게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를 옆에 두고 어떻게 참을 수 있죠? 혹시 어디가 안 좋아요?”

김현욱의 거침없은 모습에 이민혁은 속으로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젯밤에 소희랑 술 마신 사람이 당신이었어요? 소희가 그런 얘기까지 다 했나요?”

“맞아요. 밤 늦게까지 깊은 대화를 나눴죠. 왜 이제야 만나게 되었는지 아쉬울 따름이에요. 다만 이렇게 좋은 사람이 당신 같은 무성욕자를 만나서 안타깝네요. 우리 소희는 운도 지지리 없네요.”

김현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이민혁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다들 이미 짜고 치고 내가 떠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김현욱이 시건방지게 말했다.

“HT 그룹은 시가 총액이 몇천억이 넘고 최근에 KP 컨소시엄과 연이 닿아 투자금 천억을 받기로 협의했거든요. 우리 그룹은 앞으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고, 소희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은 저 같은 남자밖에 없죠. 반면 당신은 소희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죠?”

“KP 컨소시엄이 서경에 왔다고요?”

이민혁이 깜짝 놀랐다.

그는 컨소시엄 운영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지만 국내까지 업무를 발전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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