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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Penulis: 한유림
남지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온몸이 굳어버렸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허리를 굽힌 채 꼼짝달싹 못 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순간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완곡하게 거절해야 하나? 아니면 못 이기는 체 허락해야 하나? 혹은 정색하며 호되게 꾸짖어야 하나?

순간 남지유의 머릿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반면, 이민혁의 손은 그녀의 가슴 부근에 우뚝 멈췄고, 옷깃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이내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리카락이 붙어 있네요. 음식에 떨어지면 안 되잖아요.”

남지유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뻣뻣하게 굳은 몸도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그러고 나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 저 요즘 탈모가 심해서...”

“괜찮아요.”

이민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잔치국수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남지유는 허리를 폈고,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민혁은 국수를 먹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맛있네요. 지유 씨는 먹었어요?”

“아, 아직요!”

남지유가 대답했다.

“지유 씨도 얼른 한 그릇 말아서 먹어요. 요리 잘하네요.”

이민혁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지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둘러 주방으로 갔다. 이민혁은 남지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지유도 국수 한 그릇을 들고 와서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를 마쳤다.

설거지를 마친 남지유는 이민혁 옆에 앉았고, 잠옷이 가려지지 않은 부분이 훤히 드러나 뽀얀 피부가 눈부시게 빛났다.

이민혁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HT 그룹은 잘 처리했어요?”

“오후에 계약을 체결했어요.”

일 얘기가 나오자 남지유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단호하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HT 그룹에 이미 천억을 보냈죠. 물론 저희 측에서 보낸 이사가 HT 그룹 이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지분도 훨씬 더 많아요. 아마 며칠 뒤면 HT 그룹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 거로 예상해요.”

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썼어요.”

“HT 그룹에 입사한 이사들에게 관리 감독 명목으로 그룹사 장부와 세무 정보를 몰래 파악해서 증거를 확보하라고 지시했어요. HT 그룹의 재정 상황으로 볼 때 분명 수상한 낌새가 있을 거로 봐요.”

이민혁은 의외라는 듯 남지유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짚었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 계획까지 완벽하게 세웠다. 이렇게 능력 있는 여자는 꽤 보기 드물었다.

소파에 정자세로 앉아 있는 남지유의 모습은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쳤는데, 아까와 전혀 달랐다.

이민혁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느긋하게 물었다.

“HT 그룹이 문제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투자하기로 한 거죠?”

“대표님, 어느 회사든 이런 문제는 다 있을 거예요.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과 다름없는지라 모두가 뻔하죠.”

남지유는 말을 술술 이어갔다.

“그러나 KP의 자산으로 HT 그룹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빠르게 발전하도록 충분히 지원 가능하죠. 그리고 제가 언급했던 문제들도 KP가 개입하는 순간 언제든지 바로잡을 수 있어요. 지금은 대표님의 요구에 따라 원래의 계획을 변경했을 뿐이에요.”

이민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잘했어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남지유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내일 아침 8시에 차 좀 보내줘요.”

이민혁은 문득 화제를 바꾸었다. 남지유의 일 처리가 워낙 완벽해서 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이에 남지유는 즉시 대답했다.

“혹시 원하시는 차종이 있나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거로 부탁해요. 내 신분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고 지유 씨도 앞으로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이민혁이 말했다.

남지유는 난감한 얼굴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럼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이름 부르거나 편한 대로 하면 되니까 대표님이라고만 하지 마세요.”

남지유는 말문이 막혔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어찌 감히 오너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겠는가?

잠깐 고민하던 남지유는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렇다면 아무도 없을 때 대표님이라고 부르고, 사람이 있으면 민혁 씨라고 부르는 건 어떠세요?”

“그래요.”

이민혁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난 어디서 자면 되죠?”

이에 남지유는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래층은 객실 위주라서 위층이 더 깔끔할 거예요. 저도 위층에서 지내거든요.”

이민혁이 피식 웃었다.

“그럼 객실에 있을게요. 외간 남녀가 같이 있는 것도 불편하잖아요.”

남지유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이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지유를 따라 객실로 갔다.

대충 훑어본 뒤 남지유에게 말했다.

“자, 얼른 가서 쉬세요. 앞으로 난 신경 쓰지 말고 지유 씨 할 일 하면 돼요.”

“알겠습니다. 쉬세요.”

남지유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이민혁은 30평이 넘는 객실을 둘러보다가 중앙에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

아침 7시가 되자 이민혁은 칼같이 눈을 떴다. 밤새도록 명상한 덕분에 기분이 무척 상쾌했다.

세수하고 거실로 나가자 남지유는 일찌감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남지유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민혁은 재빨리 손짓했다.

“앞으로 이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너무 어색하네요.”

남지유는 그의 말이 안중에 없는 듯 차 키를 꺼냈다.

“대표님, 밖에 차가 대기하고 있어요.”

“현대네요, 아주 좋아요.”

이민혁은 차 키를 건네받으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지유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네시스입니다.”

“제네시스?”

이민혁이 깜짝 놀랐다.

“1억이 넘을 텐데?”

“풀옵션 제네시스라서 가격이 꽤 나가죠.”

남지유가 대답했다.

이민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은 차로 준비해달라고 했잖아요.”

남지유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대표님이라는 사람이 본인의 신분은 물론 KP 컨소시엄의 입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싶었다.

물론 대놓고 말할 수 없는지라 단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표님, 회사 차 중에서 그나마 이게 등급이 가장 낮아요.”

“알겠어요.”

이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유 씨는 가서 일 봐요. 난 신경 쓰지 말고.”

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 이따 뵐게요.”

말을 마친 남지유는 가방을 들고 걸어갔다.

몸에 딱 붙는 사파이어 블루 컬러의 투피스를 입은 그녀의 뒷모습은 글래머한 몸매가 여실히 드러났고, 하이힐 덕분에 키가 더욱 훤칠해 보였다. 살랑살랑 움직이는 허리는 여성미를 물씬 풍겼고, 몸매든 분위기든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이민혁은 피식 웃더니 뒤이어 집을 나섰다. 이내 제네시스를 몰고 시내로 향했다.

아침 8시, 이민혁이 구청에 도착하자마자 유소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도착했어? 설마 겁쟁이처럼 어디 숨어 있는 건 아니지?’

휴대폰 너머로 유소희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민혁은 주차하고 무심하게 말했다.

“도착했어.”

전화를 끊고 정문으로 갔더니 일찌감치 기다리고 있던 유소희와 김현욱을 발견했다.

약속대로 나타난 이민혁을 보자 두 사람은 한시름 놓은 듯싶었다.

이민혁이 웃으며 말했다.

“가자.”

유소희는 콧방귀를 뀌더니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자녀도, 재산분할도 없기에 절차도 매우 간결했다.

30분 뒤 두 사람은 이혼 증명서를 들고 구청을 나섰다.

정문 앞에서 유소희는 김현욱을 향해 마치 자랑하듯 이혼 증명서를 흔들어 보였다.

“현욱 씨, 전 이제 자유예요.”

김현욱은 유소희를 품에 끌어안더니 뜨거운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본 이민혁은 속이 울렁거렸지만,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넌 이제 자유의 몸이니까 얼른 저 남자랑 혼인신고 해.”

“웬 오지랖?”

유소희는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

“난 현욱 씨랑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야. 서경시의 유명 인사를 전부 초대하여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혼인신고 할 건데? 쓸모없는 자식 같으니라고, 얼른 꺼지지 못해?”

“그래? 나중에 후회하지나 마.”

이민혁이 웃음을 터뜨렸다.

김현욱은 버럭 화를 내더니 이민혁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죽고 싶어 환장했나?”

그와 동시에 김현욱을 따라온 두 경호원이 뛰어와 이민혁을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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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도녀 대표님의 은밀한 유혹   제513화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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