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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Author: 무가
허윤진은 손승호에 의해 구석까지 몰리게 되었다.

“손승호,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내가 당신을 이렇게 도와줬는데 감히 내게 손을 대려 해?”

허윤진의 눈빛에 분노가 흘러넘쳤다.

그녀는 신사처럼 점잖아 보이던 손승호가 사실은 양의 탈을 뒤집어쓴 늑대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허윤진의 분노에 찬 고함에도 손승호는 같잖다는 듯이 웃을 뿐이었다.

“허윤진, 난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네가 날 따른다면 난 앞으로 절대 네 언니랑 헤어지지 않을 거야. 우리 셋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거라고!”

허윤진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그녀의 손바닥을 파고들었고, 그녀의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승호는 절망에 빠진 허윤진의 모습에 점점 더 기고만장해졌다.

오늘 밤 허윤진을 얻게 된다면 허사연 또한 다 잡은 물고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허씨 자매 모두가 손씨 가문의 사람이 될 것이다.

허윤진은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16층이었기에 이곳에서 뛰어내린다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

“윤진아, 그냥 이쪽으로 와. 난 널 난폭하게 대하고 싶지 않아.”

손승호는 허윤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현재 손승호는 전혀 급하지 않았다. 오늘 밤 허윤진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오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오지 마!”

허윤진이 소리를 지르면서 빠르게 창가 쪽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꽉 닫히지 않은 창문을 열고 한쪽 다리를 밖으로 내뻗은 뒤 화가 난 눈빛으로 손승호를 바라보았다.

“거기서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디딘다면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손승호의 눈빛에서 약간의 망설임이 보였다.

현재 허윤진은 완전히 패닉에 빠진 상태라 그녀를 더 몰아붙였다가는 정말로 뛰어내릴지도 몰랐다.

그래서 손승호는 말투를 바꿔서 평소처럼 굴었다.

“윤진아, 나 가지 않을게. 그러니까 절대 뛰어내리지 마. 네가 그냥 죽어버리면 허사연이 얼마나 슬퍼하겠어? 그렇지? 네 언니를 위해서라도, 네 아빠를 위해서라도 냉정해져야지!”

손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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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73화

    남전갈의 몸에 근육이 우뚝 솟아올랐다.바위처럼 울퉁불퉁한 근육에 핏줄이 벌겋게 튀어나와 온몸에 지렁이들이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이 순간, 남전갈은 본인의 신체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진서준은 기세등등한 남전갈을 보며 눈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내 동생을 죽이겠으면 일단 날 먼저 넘어봐.”남전갈은 이를 악물고 진서준을 노려봤다.“비켜.”진서준이 먼저 주먹을 내밀어 남전갈의 가슴팍에 한 방 먹였다.퍽!무시무시한 내력이 남전갈의 단단한 근육을 뚫고 심장을 그대로 박살 냈다.남전갈은 피를 확 토하며 불만과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죽는 순간까지도 남전갈은 자기와 진서준의 실력 차이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단 한 방도 못 버티고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오빠!”여전갈이 뒤돌아 그 모습을 본 순간,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어서 도망쳐, 날 신경 쓰지 마.”남전갈은 동생에게 외치며 마지막 의지를 짜내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남전갈은 진서준을 안고 자기 단전을 폭파해 함께 죽으려 했다.“참 끈질기네, 바퀴벌레야?”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이번엔 정통으로 남전갈의 머리에 한 방 더 내리꽂았다.그러자 남전갈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버렸고 시뻘건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남전갈을 정리한 진서준은 곧장 여전갈을 쫓았다.여전갈은 뒤에서 쫓아오는 기척에 당황한 나머지, 옆에 있는 저택 안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다.진서준도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 들어갔다.하지만 들어가 보니 여전갈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그 순간,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니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전원 장검을 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서준에게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설마 이놈들도 여전갈 패거리인가?”진서준은 여전갈과 연결된 인물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 없었다.더 생각할 틈도 없이 진서준은 그 무리 속으로 몸을 던졌다.비명과 함께 검은 옷 무리가 순식간에 전부 쓰러져 숨을 거뒀다.상대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72화

    순식간에 방 안 유리 기물들이 산산조각 났다.이게 바로 기세만으로도 일반인의 숨통이 막힐 정도인 대종사의 무시무시한 실력이었다.진서준은 황예은 곁에 앉아 그 압박감을 딴 곳으로 흘려보냈다.두 사람이 멀쩡한 모습을 보자 여전갈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보통 사람이 아닌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하지만 오늘은 신선이 와도 널 살릴 순 없어.”그 말을 끝내자마자 여전갈이 바닥을 박차고 화살처럼 진서준을 향해 날아들었다.여전갈이 디뎠던 바닥은 그대로 산산조각 났고 강풍을 가르며 날아드는 주먹엔 살기가 가득했다.이 주먹을 정통으로 맞으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하지만 진서준의 표정어네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여전갈이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진서준이 먼저 손을 뻗었다.짝!명쾌한 소리와 함께 여전갈의 뺨이 그대로 뒤틀리며 공중을 날아갔다.공중에서 여전갈의 이가 사방으로 튀었고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그대로 바닥에 처박힌 여전갈의 한쪽 얼굴은 순식간에 돼지처럼 부었다.“개자식이 감히 우리 여동생 얼굴을 때려?”남전갈은 분노로 눈이 벌겋게 물들었다.“기분 나빠? 그럼 너도 한 대 맞고 가.”진서준이 태연하게 도발했다.“넌 시체도 온전치 못할 거야.”남전갈이 분노로 이성을 잃은 채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남전갈의 실력은 맨눈으로 봐도 여전갈보다 한 수 위였다.달려오던 중, 남전갈은 갑자기 소매에서 암기를 날렸다.독이 발린 암기는 종사급 이하 무인이 맞는 즉시 사망할 수준이었다.대종사라도 핏속에 독이 들어가면 30초 안에 식물인간, 3분 안엔 뇌사할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은 몸을 살짝 틀며 쉽게 피했다.그 순간, 남전갈은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죽어!”공격을 시도하는 남전갈의 손에 타이타늄 단검이 있었는데 이 단검은 철도 자를 수 있고 횡련 대종사의 몸도 그대로 뚫을 정도의 강력한 무기였다.하지만 기세등등한 남전갈을 보며 진서준은 단 두 손가락만 내밀었다.그리고 남전갈의 경악이 가득한 시선 속에서 그 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71화

    진서준의 말이 끝나자 정원 속에서 그림자 두 개가 유령처럼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남자와 여자를 바라보며 진서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황예은에게 말했다.“너, 막 도착했을 텐데 저쪽에서 이렇게 빨리 널 찾았다고? 네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다시 털어보는 게 좋겠는데?”하지만 황예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젠 나도 익숙해졌어.”황예은 주위에는 확실히 배신자가 꽤 많았다.암살 시도가 있을 때마다 황예은도 내부 조사를 다시 하지만 그 어떤 조치를 해도 배신자는 계속 나왔다.이건 배신자들이 충성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황예은을 죽이고 싶은 놈들이 수단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돈으로 유혹하거나 가족으로 인질 삼는 건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었다.세상 누구든 약점은 하나쯤 있다.그걸 쥐고 흔들면 충성 따윈 아무런 의미도 없는 법이다.“너희 둘은 어디서 굴러왔어?”진서준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남자는 키가 2미터에 몸은 바위처럼 단단해 보였고 서 있기만 해도 산처럼 거대한 위압감이 뿜어졌다.여자는 전투복 차림에 늠름한 분위기를 풍겼고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두 사람은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실력자였다.“이봐, 우린 저 여자 잡으러 온 거야. 너랑은 상관없으니까 5초 이내에 당장 이 별장에서 나가. 안 나가면 결과는 너 스스로 책임져.”중년 남자가 싸늘하게 경고했다.“역시 널 잡으러 온 거였구나.”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했다.처음엔 하경범이 보낸 놈들인 줄 알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약에 뇌까지 녹아버린 하경범에게 이런 지략이 있을 리 없었다.“난 말이지, 협박이 세상에서 가장 안 무서운 일이야.”진서준은 중년 남자의 말을 받아쳤다.“너 그 선택으로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중년 남자가 냉랭하게 말했다.“그래? 난 오히려 너희 정체가 궁금한데?”진서준은 여전히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정체를 숨기는 거 보니 이름이 좀 알려진 킬러겠지?”두 사람의 원기는 깊게 숨겨져 있어 진서준도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70화

    두 사람이 안전하다는 걸 확인한 후, 진서준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진서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문으로 향했다.문을 열자 절세미인이 눈앞에 나타났다.다만 그 얼굴은 다소 차가웠고 묘한 압박감을 풍겼다.“네가 여기 웬일이야?”진서준은 황예은을 보고 살짝 놀란 기색을 띠었다.“지아를 보러 왔어.”황예은은 진서준을 밀어내고 거침없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오기 전에 연락 안 했어? 도지아랑 사연은 쇼핑하러 나갔어. 조금 있으면 돌아올 거야.”진서준은 복도를 힐끗 쳐다보고는 따로 따라온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황예은은 소파에 앉아 방을 한 바퀴 훑었다.“너희 여기서 묵고 있는 거야?”“나랑 사연은 여기서 자고 도지아는 옆방에서 자.”진서준이 설명했다.“돈 낭비가 심하네.”황예은이 냉정하게 말했다.르벨은 관광 도시라 해마다 수많은 여행객이 몰려들었고 자연스럽게 숙박비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비쌌다.진서준이 묵고 있는 스위트룸도 하룻밤에 100만 원이었고 보통 사람이라면 부담스러울 금액이었다.하지만 진서준에게는 그저 푼돈에 불과했다.“그렇다고 길거리에서 잘 수도 없잖아?”진서준이 농담조로 말했다.“난 여기 집이 있어. 너희 나랑 우리 집에 가자.”황예은이 담담하게 말했다.“쯧쯧... 네가 돈 낭비를 논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진서준은 비꼬듯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자주 오지도 않는 르벨에 별장 한 채를 사놓는 거야말로 진정한 돈 낭비였다.“뭐라고?”황예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아무것도 아냐. 사연이랑 지아 돌아오면 같이 가자.”진서준이 제안했다.“그럴 필요 없어. 아까 지아한테 전화해 둬서 넌 짐만 챙기면 돼.”이미 다 계획해 뒀다는 걸 깨달은 진서준은 어깨를 으쓱하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그리고 황예은과 함께 차를 타고 그녀의 별장으로 향했다.별장은 산과 호수를 끼고 풍경도 아름다운 한적한 외곽에 있었다.“이 별장 살 때 얼마나 들었어?”진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69화

    두 킬러의 반응에 하경범은 순간 얼어붙었다.“용존님.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르벨에 발을 들이지 않겠습니다.”두 사람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방아 찧듯 진서준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누구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특히 칼끝에서 살아가는 킬러들에게 죽음은 더욱 두려운 것이었다.“살아 있는 인간보다 죽은 인간이 더 믿을 만하지.”냉정한 표정으로 말하는 진서준은 킬러들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어 보였다.조사도 하지 않고 덥석 의뢰를 받다니, 죽어도 전혀 억울하지 않았다.진서준의 살기가 느껴지자 두 킬러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그러고는 동시에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진서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다음 순간, 참선검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슈욱!검날이 두 사람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자 핏줄이 터지며 선혈이 뿜어졌다.흑의방 골드 킬러 두 명이 현장에서 되살릴 가능성이 전혀 없이 즉사했다.“아악!”킬러들이 하경범의 바로 옆에서 죽어버렸고 튀어나온 피가 그의 얼굴을 적시자 하경범은 창백한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다음은 네 차례야.”진서준이 덤덤하게 하경범을 바라보며 죽음을 선고했다.“네가 날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난 하씨 가문 장남이야. 우리 하씨 가문이 네놈이 날 죽였다는 걸 알면 넌 무조건 갈기갈기 찢겨 죽을 거야.”하경범은 목소리를 높이며 필사적으로 하씨 가문의 이름을 내세웠다.“그래? 그럼 하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도록 하지.”진서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이시언, 얼른 네 부하들을 시켜 저 녀석 제지해. 오지 못하게 막아!”하경범이 다급하게 소리쳤고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던 그 순간, 응답 대신 날카로운 단검이 하경범의 복부를 꿰뚫었다.흰 칼날이 몸에 들어갔다가 붉게 물들어 다시 밖으로 나왔다.“크악! 이시언. 너 씨X 미쳤어?”하경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시언을 노려봤다.“감히 날 배신해? 네 누나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거야?”“그 더러운 주둥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68화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건 노인의 주름진 늙은 얼굴뿐이었다.“축골공?”진서준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횡련 무인만이 감당할 수 있는 고급 기법이었다.자기 뼈를 압축해 몸의 내구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기술이었다.축골공을 완벽하게 연마한 자는 만 명 중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절정 고수였다.그리고 지금 이 노인은 이미 그 경지를 초월한 수준이었다.“뭐야? 축골공도 알아? 정말 제법이네.”노인은 진서준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내 손에 죽게 되는 걸 영광으로 여겨.”노인은 거인처럼 커다란 거구를 움직여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는데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바닥이 진동했다.식당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며 언제 무너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됐다.“네놈을 박살 내 주마.”노인이 주먹을 들어 올려 진서준의 어깨를 향해 내리꽂았다.그 의도가 너무 뻔했는데 진서준의 사지를 부러뜨린 뒤,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겠다는 속셈이었다.하지만 진서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체내 혈기를 끌어올려 주먹을 내질렀다.펑!그 주먹이 정확히 노인의 가슴을 강타했다.곧이어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달려오던 노인이 그대로 멈춰 섰다.“주명남, 멍하니 뭐 하는 거야?”다른 흑의방 킬러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명남의 거대한 몸뚱이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주명남의 입에서 피가 쏟아졌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다.방금 한 방으로 주명남의 심장이 터져버린 것이다.“뭐야?”나머지 킬러 두 명이 이 광경에 동공이 급격히 흔들렸다.‘주먹 한 방으로 주명남을 죽였다고? 이 녀석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흑의방 킬러도 뭐 별거 아니군.”진서준이 무심하게 중얼거렸다.아까까지 절망에 빠졌던 이시언의 눈빛에 다시금 희망이 떠올랐다.진서준이라면 진짜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둘 다 함께 덤벼 저놈 당장 해치워.”하경범이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며 남은 두 킬러에게 다급히 명령했다.“이봐, 네 재능과 실력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67화

    “흑의방 골드 킬러라고요?”이시언의 눈에 두려움이 스쳤다.이시언은 최근 몇 년 하경범을 따라다니면서 많은 걸 봐왔다.흑의방에는 실력자들이 넘쳐나고 천재들이 끝없이 나온다.흑의방에 갓 입문한 브론즈 킬러조차도 백 명을 상대로 싸울 수 있었고 실버 킬러는 천 명을 상대하더라도 목표의 목을 정확히 따낼 수 있었다.그리고 골드 살수라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목표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그런 존재가 무려 셋이나 한꺼번에 왔다.이시언은 진서준의 실력을 제대로 몰랐다.하지만 설령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흑의방의 골드 킬러 셋을 상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이시언 누나의 복수가 물 건너간 것 같았다.진서준도 흑의방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국안부에서 작성한 천의방, 지의방, 인의방에 비해 흑의방에 오른 자들의 전투력은 한 수 위였다.흑의방 킬러는 말 그대로 시체 더미와 피바다 속에서 살아남은 인물인지라 온몸에서 감출 수 없는 살기가 번뜩였다.“하 도련님, 죽이고 싶은 놈이 이 녀석입니까?”체구가 작은 노인이 앞으로 나서며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진서준을 바라봤다.“아니야, 너희가 할 일은 저놈 사지를 부러뜨리는 것뿐이야. 저놈 숨통은 내가 직접 끊어놓을 거야.”하경범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는데 진서준에 대한 증오가 얼마나 깊은지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사지만 부러뜨리라고요? 우린 사람 죽이는 킬러라서 그런 건 좀 까다로운데요?”노인이 어깨를 으쓱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돈을 더 줄 테니까 해 봐.”하경범이 싸늘하게 말했다.이 노인이 무슨 속셈인지 하경범이 모를 리가 없었다.흑의방의 킬러는 죄다 돈밖에 모르는 인간이었다.“좋아요, 그럼 간단하죠.”노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청년, 그냥 가만히 서 있어. 내 손은 엄청 빠르니까 넌 아프다는 감각조차 못 느낄 거야.”다음 순간, 노인의 몸이 흔들리더니 총알처럼 진서준을 향해 날아들었다.순간 방 안에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충격음이 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66화

    “진서준 씨 말이 맞습니다. 하경범은 확실히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어요.”이시언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씨 가문의 가주 후보 경쟁은 극도로 치열합니다. 만약 하경범이 마약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기 의지가 아니었다 해도 후보 자격을 잃게 될 겁니다. 그래서 하경범은 집안의 힘을 빌릴 수 없고 대신 제 힘을 이용해 당신들을 치려는 거죠.”조호는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이시언, 근데 넌 왜 이런 걸 우리한테 말하는 거지? 넌 하경범이 키워준 사람이잖아?”보통은 주인을 도와야 할 텐데 이시언이란 녀석은 설마 타고난 배신자란 말인가?“그럼 넌 하경범이 왜 날 키웠는지 알고 있어?”이시언이 되물었다.“그거야 모르지.”조호가 고개를 저었다.삼생파가 급성장한 건 비 온 뒤 솟아나는 죽순과도 같아 조호는 사실 이시언이 어떤 인물인지도 잘 몰랐다.부하들에게 철저히 조사하라고 시켰지만 이시언의 과거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이건 조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내 누나는 하경범 애인이야.”이시언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 그럼 넌 하경범의 처남이잖아?”조호는 깜짝 놀랐다.“개소리 집어쳐.”이시언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내 누나는 그 개자식에게 강제로 당한 거야. 순종하지 않으면 우리 가족을 몰살시킨다고 협박했어. 난 예전부터 그 개자식을 죽이고 싶었어.”조호는 입을 딱 벌렸다.이건 심지어 진서준도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이시언과 하경범 사이에 이런 사연이 있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그럼 네가 오늘 우리를 부른 게 진짜 협력하기 위해서야?”조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으며 진서준을 존경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역시나 진서준은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었다.“하경범은 내게 진서준 씨를 조사하라고만 했지 공격하라는 지시는 내리지 않았어. 아마도 다른 강자를 불러 올 생각일 거야.”이시언이 솔직히 말했다.“내가 하경범을 잘 아는데, 그놈은 기회만 잡으면 전력을 다해 덤벼들 거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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