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날 꼬셔놓고선 거액의 돈까지 요구했잖아.”오영준이 전혀 사실과 다른 거짓말을 태연하게 쏟아냈다.“말도 안 돼. 내가 왜 너 같은 쓰레기를 꼬셔?”오영준이 시퍼런 대낮에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 해대자 도지아는 분노에 휩싸였다.“거참 말이 많네. 우리 오영준 도련님을 이 정도로 때린 건 사실이잖아? 당장 죄를 인정하고 벌받아.”경호원 대장은 도지아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난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도지아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단호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얼른 저년 잡아.”오영준이 손을 휘젓자 곧바로 10명 넘는 경호원이 일제히 덤벼들었다.도지아는 일반인보다는 훨씬 강했지만 실전 경험이 풍부한 경호원들을 상대로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십여 초도 안 되는 사이에 도지아는 온몸에 주먹질을 당했다.도지아의 빈틈을 노린 경호원 대장이 정확히 도지아의 복부를 걷어찼다.순간 도지아는 피를 한가득 토해내며 배를 감싸고 쓰러졌다.“씨X, 아까 날 사정없이 때렸지? 다시 한번 때려봐, 어?”오영준은 비틀비틀 다가와 도지아를 마구 걷어차고 주먹질했다.금세 도지아의 온몸엔 시퍼런 멍과 붉은 상처들이 번졌고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분이 풀리지 않은 오영준은 쇠몽둥이를 집어 들고 도지아의 팔다리를 사정없이 내려쳤다.“감히 날 때려? 네 사지를 박살 내주마.”오영준의 얼굴은 흉악하기 그지없었다.“으아악!”도지아의 비명이 장원에 울려 퍼졌다.몽둥이에 몇 대 맞자 도지아의 뼈들이 여기저기 부러져 나갔다.한참을 때리고 지친 오영준은 손을 휘저었다.“이 년 치워. 밖에 내던져.”...정오 무렵.진서준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이상하네,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데 도지아가 왜 아직도 안 돌아오지?”허사연도 이 상황이 무척 의심스러웠다.“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니야?”“내가 전화해 볼게.”진서준 역시 불안감을 느끼며 바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되었다.“도지아, 어디야?”“환자 보호자 분이세요?
도지아는 겉보기엔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이렇게 저급하고 악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오영준, 진정해.”도지아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진정은 개뿔, 너 원래 오영수랑 놀려고 온 거 아니야?”오영준은 쌀쌀하게 웃으며 멈추려 하지 않았다.“오영수랑 놀 수 있으면서 나랑은 왜 안 되는데? 난 오영수보다 훨씬 잘났거든? 특히 그쪽 기술은 비교도 안 되지.”그 더러운 말을 듣자 도지아의 속이 다 뒤집혔다.“오영준, 당장 비켜. 아니면 진짜 가만 안 둘 거야.”도지아가 싸늘하게 경고했다.진서준을 따라 무도 수련을 계속해온 도지아는 이제 예전의 연약하고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기에 오영준 같은 껍데기만 멀쩡한 쓰레기쯤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하지만 문제는 이 사람이 오씨 가문의 사람이란 거였다.오영준을 때리면 일이 커질 게 뻔했고 결국 진서준한테 불똥이 튈 수도 있었다.도지아는 진서준을 도우러 온 거지 민폐 끼치러 온 건 아니었다.“얼씨구? 이거 제법인데? 근데 난 너처럼 말 안 듣는 거친 야생마를 진짜 좋아해. 길들이는 맛이 있잖아?”오영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열하게 웃더니 점점 다가와 도지아를 벽으로 몰아붙였다.“진짜 안 비킬 거야?”도지아가 마지막으로 경고했다.“입에 들어온 고기를 누가 그냥 놓아?”오영준이 코웃음을 쳤다.“오늘은 무조건 내 여자가 되는 거야. 아무도 날 못 말려.”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영준은 도지아의 옷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그러자 도지아는 바로 주먹을 날려 오영준의 가슴팍을 강하게 후려쳤다.평범한 남자였으면 이 빠르고 묵직한 일격에 기절했을 것이다.“흥, 시시하군.”오영준이 코웃음을 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오영준도 무공을 조금 배운 적이 있었기에 도지아를 얕본 것이다.하지만 도지아의 실력이 오영준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걸 알 리 없었다.오영준은 손바닥으로 도지아의 공격을 받아냈지만 바로 다음 순간, 얼굴빛이 확 변했다.오영준은 손이 찌릿찌릿하고 팔뚝 전체가 화끈거리며 아팠으며 도지아의 주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진서준한테 전화해 도움을 청한다면 앞으로 당당하게 진서준을 볼 것 같지 않았다.“안 들려? 지금 당장 꺼지라고 했잖아?”경호원은 인내심이 바닥난 듯 소리쳤다.“아침부터 뭔 난리야?”그때, 안에서 잘생긴 남자가 한 명 걸어 나왔다.아까까지만 해도 씩씩거리던 경호원은 그 청년을 보자마자 눈에 확 띄게 태도가 달라지며 미소를 지었다.“오영준 도련님,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냥 이 여자가 오영수 도련님한테 선물 전하러 왔다고 해서요. 지금 당장 내쫓겠습니다.”“선물이라고?”오영준은 도지아를 바라보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이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어제 인터넷에서 봤던 인기 BJ보다도 백 배는 더 예쁜 것 같았다.오영준은 마음속에서 슬슬 화가 치밀었다.‘이런 절세미인이 왜 오영수를 찾는 거지? 왜 나 오영준이 아닌데? 내가 그 자식보다 못생겼단 말인가? 말도 안 돼.’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오영준의 눈빛이 살짝 음흉하게 변했다.“아가씨, 이름이 뭐예요?”오영준이 실실 웃으며 물었다.“저는 도지아라고 해요. 이 약술은 진서준 씨가 오영수 씨께 드리라고 해서 대신 전하러 온 거예요.”‘젠장, 진서준 그 자식까지 끼어 있어?’오영준의 얼굴엔 더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랬군요, 그럼 저랑 같이 들어가시죠.”상대가 들어오라고 하자 도지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감사합니다, 선생님.”“별말씀을요. 저는 오영준이라고 합니다. 우리 그냥 친구 해요.”오영준이 손을 내밀자 도지아도 예의상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이 장원이 꽤 넓거든요. 제가 차로 모실게요. 조수석에 타세요.”오영준이 제안했다.“네, 그러죠. 미안합니다.”오영준의 친절함에 도지아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윽고 차는 천천히 출발해 장원의 깊숙한 곳까지 이동해 작은 별장 앞에 멈춰 섰다.“여긴 어디죠?”도지아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보통 사람들은 장원 깊숙한 곳엔 잘 안 살 것이다.“오영수는 거의 집에 안 와
진서준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오영수가 다가왔다.“오 대장님,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진서준이 물었다.“진서준 씨, 혹시 잊으신 거 없어요? 예전에 제 할아버지한테 드릴 약술 만들어주신다고 하셨잖아요.”오영수가 진서준이 했던 약속을 언급하자 진서준은 머리를 탁 쳤다.“미안해요. 요 며칠 너무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네요.”최근 복잡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벌어진 탓에 진서준도 약술 약속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지금 당장 들어가서 만들게요. 반나절쯤 걸릴 텐데 먼저 돌아가 계세요. 다 되면 제가 직접 가져다드릴게요.”진서준이 제안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 먼저 가볼게요.”오영수는 미소 지으며 돌아섰다.“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네요. 제 실수였어요.”진서준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오영수가 돌아간 뒤 진서준은 바로 약술 제조에 들어갔다.오영수의 할아버지는 내상을 앓고 있었고 진서준이 만드는 약술은 내상 회복은 물론, 노인의 체력과 내공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는 특효가 있는 약술이었다.“서준아, 지금 뭐 하고 있어?”허사연 일행 셋이 다가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오영수 할아버지에게 드릴 약술을 만드는 중이야. 너희는 먼저 쉬어. 난 혼자 해도 돼.”진서준이 대답했다.진서준이 진지하게 일하는 걸 본 허사연 일행은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진서준은 밤늦게까지 약술을 달여 드디어 한 통을 완성했다.약술에서 풍기는 진한 향만 맡아도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지는 듯했다.모든 작업을 마친 후, 진서준도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별일 없는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진서준은 아침 식사를 하며 여유를 즐겼다.“진서준, 이 약술 오늘 가져다줄 거야?”도지아의 질문에 진서준이 대답했다.“응, 사실 며칠 전에 가져다줘야 했는데 깜빡했어.”“그럼 내가 다녀올게.”도지아가 선뜻 나섰다.“네가 왜?”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왜? 안 될 이유라도 있어? 설마 내가 이런 간단한 일도 못 할까
“저 녀석을 이대로 보내선 안 됩니다.”형제 둘은 얼굴이 새파래진 채 외쳤다.“내가 비키라고 했어. 내 말 안 들려?”안국성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안국성이 진짜로 화가 난 걸 본 형제 둘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진서준에게 길을 비켜줬다.진서준은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씨 가문을 떠났다.“아빠, 왜 저 녀석을 보내신 거예요? 설마 절 의심하시는 건가요?”안가인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네 말을 믿지 않는 게 아니야. 하지만 진 신의는 우리 안씨 가문에 큰 은혜를 베푼 은인이야. 우리가 오늘 그 은혜를 배신한다면 앞으로 명문대가라고 자칭할 수 있겠어?”안국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좋아요, 아빠가 그렇게 가문의 체면을 중시하신다면 저 안가인은 이 집을 떠나겠어요.”말을 마친 안가인도 그대로 돌아서서 떠나버렸다.“가인아, 가긴 어딜 가?”안진각이 급히 따라가려 했다.“놔둬.”안국성이 안진각을 불러 세웠다.“아버지, 왜 그 진서준이라는 외부인을 그렇게 믿으세요?”안진각과 안진아 형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 신의는 인품도 훌륭한 분이야. 너희는 그런 분이 이런 짐승만도 못한 짓을 했다고 믿고 싶어?”안국성이 오히려 되물었다.“그 녀석이 의술은 뛰어난 건 알지만 인성이 어떤지는 나도 알 수 없죠.”안진아가 냉정하게 분석했다.“맞아요, 우린 그 녀석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안진각도 고개를 끄덕였다.정체불명의 외부인은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그만하자. 이 일은 여기까지야. 그리고 앞으로 너희 둘이 가인을 다시 만나게 되면 항상 경계해.”안국성이 조용히 경고했다.“아버지, 나이 드니까 진짜 사고방식에 문제가 생겼네요...”“정말 답답하네.”형제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방을 나갔다.그들이 떠난 후, 안진천이 조심스레 물었다.“아버지, 정말 이 모든 게 가인의 소행이라고 믿으십니까?”“나도 믿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진 신의가 거짓말할 분이 아니
이 말이 떨어지자 현장이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아빠, 진 신의님은 저를 모함하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 셋째 오빠를 죽이겠어요? 우리 형제는 피보다 더 진한 사이잖아요.”안가인은 여전히 울먹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눈물에 얼굴을 적신 안가인의 모습을 보며 다들 안가인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진 신의님 말이 맞다면 가인이 진해를 죽였다는 건데, 확실한 증거는 있습니까?”안국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안국성은 진서준이 이런 문제로 농담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 그 누구도 설득하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안국성과 안진천이 진서준을 전적으로 믿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순 없었다.“맞아요, 진 신의님. 무슨 말에나 다 책임이 따릅니다.”안진천 역시 진지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자기 친여동생이 안진해를 죽였다는 걸 안진천 역시 믿고 싶지 않았다.피를 나눈 가족이 서로를 해치는 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증거는 지금 당장 제시할 수 없습니다. 이 여자 팔에 있는 문신 하나가 유일한 증거입니다.”진서준은 안가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그 문신이 대체 무슨 증거라고 그러는데요? 가인은 몇 년 전부터 그 문신을 하고 있었어요.”안진각은 그 증거를 달가워하지 않았다.“그 문신은 묘강 고위층만이 새길 수 있는 문신입니다.”진서준은 불필요한 말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걸 진 신의님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설마 묘강에서 살아본 적이라도 있나요?”안진각의 말투에는 날이 서 있었다.“문신 하나로 가인을 범인이라 단정 짓는 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잠자코 있던 안진아도 나섰다.셋째 안진해는 지금 생사도 불분명한 상황이었고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만약 이 모든 게 안가인의 소행이라면 이건 충격을 넘어서 비극이라고 봐야 했다.다들 안가인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 않았다.“진 신의님, 우리 사이에 대체 무슨 원한이 있다고 저를 이렇게까지 모함하세요?”
그러자 안가인은 망설임 없이 인정했다.“맞아.”안가인은 확실히 용왕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안씨 가문에 이 정도로 무자비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이유는 뭐지?”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진서준은 이 상황을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안가인은 안씨 가문의 직계인 데다 안국성의 친딸이기도 했다.안씨 가문 전체가 용맥 일족의 정통을 따르고 있었는데 오직 안가인 혼자만이 등을 돌려 용왕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이유는 말할 수 없어. 자, 진 신의, 나 이제 소리 지른다?”안가인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진 의사님, 미쳤어요? 손대지 마요! 더 만지면 사람 부를 거예요! 도와줘요! 강간이에요! 성추행이에요!”안가인은 소리를 지르며 일부러 머리를 헝클어뜨렸다.진서준은 열심히 자작극을 벌이고 있는 안가인을 차분하게 바라볼 뿐, 제지하지는 않았다.곧바로 바깥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가인아, 무슨 일이야?”밖에서 안진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나 좀 살려줘! 진 신의님이 나를 강간하려 했어!”안가인은 문으로 달려가 방문을 활짝 열었다.헝클어진 머리와 흐트러진 옷차림을 본 안진천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안진천은 마음속으로 진서준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 믿고 있었다.게다가 안가인은 진서준보다 열 살도 더 많았다.물론 나이를 모르고 보면 안가인도 꽤나 매력적이긴 했다.아직 풋풋한 10대 여자애들보다 더 성숙하고 더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으니 남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일단 옷부터 제대로 입어.”안진천은 자기 외투를 벗어 안가인에게 덮어주었고 방 안으로 들어와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저 여자가 날 모함하고 있다면 내 말을 믿겠어요?”진서준은 의자에 앉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진서준이 너무도 침착한 데다 옷차림도 찢어진 흔적이 없자 안진천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가인아, 진서준 씨가 널 강간하려 했다는 게 사실이야?”
“네?”안가인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진서준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진 신의님, 갑자기 왜 그래요? 제게 홀려서 정신 상태가 이상해진 거 아니에요?”안가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배시시 웃었다.“난 네게 홀리지 않았어.”진서준은 싸늘한 얼굴로 대꾸했다.“그럼 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안가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안진해는 제 친오빠예요. 제가 왜 제 친오빠를 죽이겠어요?”“형제끼리 서로 죽이는 꼴은 수도 없이 많이 봤어. 이익 앞에선 부모도 죽이는 세상이야.”진서준은 담담하게 반응했다.“그럼 묻고 싶네요. 진 신의님은 대체 무슨 근거로 제가 셋째 오빠를 죽였다고 하는 거죠?”안가인은 슬며시 진서준의 손을 놓았다.안가인의 직감이 눈앞의 이 남자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내가 그냥 단순하게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겠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제 생각엔 진 신의님이 일부러 저를 겁주려는 것 같은데요?”안가인의 웃음기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진서준이 결정적인 증거를 쥐고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 안가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네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가 연회장에 퍼졌던 독가스 냄새와 아주 흡사해.”진서준이 자기 추측의 근거를 내들었다.“그건 진 신의님이 착각한 거예요. 저도 그때 중독됐었고 진 신의님이 직접 제게 해독제를 줬잖아요?”안가인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진 신의님, 근거 없는 억측으로 무고한 사람을 밀어붙이면 안 되죠.”안가인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진짜 널 모함한다고 생각해? 정말 완벽하게 살인의 증거를 숨겼다고 착각한 건 아니겠지?”진서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이익을 위해서라면 친오빠도 죽이는 넌 정말 독사보다 더 독한 지독한 여자야.”진서준은 안가인의 손을 확 잡더니 그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그러자 안가인의 팔뚝 안쪽에 엄지손톱만 한 문신이 드러났다.“예전에 묘강에 갔을 때 이 문신 본
안서현은 눈을 반짝이며 궁금한 표정으로 안세린을 바라봤다.“그건 그 사람이 할아버지를 구했고 오늘 우리 안씨 가문도 구했으니까 예의상 그런 거지.”안세린은 담담하게 해명했다.“서현아, 내가 얼마나 남자 싫어하는지 너도 잘 알잖아.”“난 세린 언니 말 믿어. 언니는 거짓말 안 하잖아.”안서현은 새근새근 웃었다.하지만 이어진 한 마디에 안세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세린 언니가 진서준 오빠 안 좋아한다면 그럼 나 언니 눈치 안 볼래.”“서현아,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안세린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나 진서준 오빠 좋아해. 그날 날 구해준 순간부터 이미 진서준 오빠에게 푹 빠졌어.”“그건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베푼 은혜에 감동한 거야. 서현아, 좋아하는 거랑 고마운 거는 다른 거야.”안세린은 곧장 바로잡았다.“으응...”안서현은 이해한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같은 시각.진서준은 안가인을 따라 그녀의 방으로 들어섰다.안가인은 손을 뻗어 진서준을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진 신의님, 앉으세요. 제가 차 한 잔 갖고 올게요.”“안가인 씨,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진료만 보고 바로 갈 거니까요.”진서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진 신의님은 저랑 있는 게 그렇게 싫으세요?”안가인은 억울하고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했다.“제가 세린이나 서현처럼 젊진 않아도 외모는 절대 안 밀리는데요?”“안가인 씨, 저는 안가인 씨가 싫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진서준은 급히 해명했다.“근데 행동이 다 말해주잖아요?”안가인이 집요하게 밀어붙이자 진서준은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후후... 농담이에요. 진 신의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안가인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표정을 확 바꿨다.안가인의 감정 변화는 책장 넘기는 수준보다도 빨랐다.진서준은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런 스타일은 진서준이 대응하기 제일 피곤한 타입이었다.“안가인 씨, 진찰 시작하죠.”진서준이 안가인을 재촉했다.“네.”안가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