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화를 내며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을 본 진서준의 얼굴은 어두워졌다.“꺼져!”진서준이 손을 뻗어 건장한 남자의 팔을 때리자 남자는 바로 뒤로 물러났다.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화난 목소리로 욕했다.“차를 몰다가 사람을 부딪친 것도 모자라 어떻게 감히 나에게 손을 대?!”진서준의 인내심은 이 사기꾼들 때문에 바닥이 날 것 같았다.그는 건장한 남자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길을 비키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가만히 있지 않겠다고?”건장한 남자는 얼굴에 경멸이 가득 찬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어떻게 할지 보고 싶군!”노부인은 비열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오늘 돈 안 주면 못 가!”지나가던 차량 몇 대가 이 광경을 보고는 한참을 쳐다보다가 재빨리 자리를 떴다.그들 중 일부는 전에 이미 그들에게 당한 적이 있다.이 사기꾼들은 교외에 위치한 사기 치기 알맞은 장소를 선택했고 도로에는 보행자가 거의 없었다.그리고 이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보통 사업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라 돈이 적지도 않았다.부자들은 수백만 원 때문에 이런 악당들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늘 이 사기꾼들은 운이 나빠서 진서준을 만났다. 이런 불의에 대해 진서준은 절대 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진서준은 악인을 제거할 방법이 따로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그래서 진서준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강성철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건 사람이 진서준이라는 것을 확인한 강성철은 서둘러 전화를 받고 감히 대들지 않고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진 선생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강성철이 자세를 낮춘 것을 본 진서준은 마음이 불편했다.“성철 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진서준이 말했다.“뭔데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서울시에서 제가 해결 못 할 게 뭐가 있겠어요!”강성철은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별거 아닌데, 건장하고 싸움 잘하는 부하 몇 명을 연북로로 보내주세요.”
진서준이 제시한 두 가지 선택지를 들은 노부인의 가족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어떤 선택을 하든 그들은 큰일날 것이기 때문이었다.지난 1년 동안 이 가족은 이런 수법으로 6천만-8천만 원을 갈취했다.평범한 사람이 10년 동안 일해도 벌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었다.그들이 경찰에 연락해서 자기 잘못을 자백하면 형량은 줄어들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감옥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진서준은 그들을 한호철과 그의 부하들에게 넘겨서 처리할 것이다.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었다.노부인의 가족은 급히 용서를 빌며 말했다.“선생님, 제발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안 돼요!”진서준은 망설임 없이 바로 거절했다.그는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이런 사람을 용납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조금 전까지 이 가족에게 기회를 줬었다.진서준이 계속 자신들을 밀어붙이는 것을 본 건장한 남자는 이를 악물며 화를 냈다.“너 이 자식, 내 인내심을 건드리지 마. 너도 우리와 같이 망하게 만드는 수가 있어!”이 말을 들은 한호철은 즉시 기뻐하며 건장한 남자의 뺨을 때렸다.이 한 방에 건장한 남자는 머리가 멍해지고 눈앞에 별이 보이는 것 같았다.“젠장, 우리가 누군지 알아?”“우리는 호스텔 그룹이다! 우리와 죽을 때까지 싸울 힘이 있어?”건장한 남자는 분명 조폭 출신이었다. 그는 한호철의 자기소개를 듣자마자 다시 한번 움찔했다.그도 속한 조직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작은 조직원일 뿐이었다.그들의 보스는 그를 위해 호스텔 그룹 사람들과 싸우지 않을 것이다.“형님, 우리가 직접 경찰에 신고해서 자백해도 괜찮을까요?”건장한 남자는 울먹이는 얼굴로 자비를 구걸했다.진서준은 한호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문제는 호철 씨에게 맡길게요.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서요.”“진 선생님, 저 한호철이 반드시 이 문제를 처리할 테니 안심하셔도 됩니다!”한호철은 자기 가
진서준의 차가 막 출발했을 때 허사연의 전화를 받았다.“사연 씨, 무슨 일이에요?”진서준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허사연의 전화를 받았다.“서준 씨, 지금 시간 있어요? 당신과 함께 가서 옷을 몇 벌 사야겠어요.”“옷을 산다고요?”진서준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웃으며 말했다.“마침 서라를 데리고 옷을 사러 가는 길이에요. 저희랑 같이 가실래요?”“좋아요. 어딘데요?”허사연이 설렌 마음으로 물었다.“서라랑 지금 가는 중이니 장소를 알려주면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진서준이 말했다.단순히 옷을 사러 진서라를 데리고 간다면 진서준은 그냥 큰 쇼핑몰을 찾았을 것이다.만약 허사연 이 아가씨도 함께 간다면 당연히 아무 곳이나 갈 수 없었다.“그럼 서산 쇼핑몰로 가요!”허사연이 말했다.“좋아요. 그럼 서산 쇼핑몰에서 봅시다!”그렇게 말한 후 진서준은 전화를 끊고 다시 차의 시동을 걸었다.진서라는 서산 쇼핑몰에 간다는 말을 듣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빠, 서산 쇼핑몰에서 파는 물건들은 너무 비싸.”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옷 한 벌 따위가 비싸 봤자 얼마나 비싸겠어?”진서준의 눈에 가장 비싼 옷은 고작 몇백만 원에 불과했다.“그리고 사연 씨도 가는 거니까 마침 보답으로 옷을 사줘야겠어.”“그래, 그게 좋겠네.”진서라는 만약 싼 물건을 사줬다가 허사연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서울시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서산 쇼핑몰에는 모든 유명 브랜드가 모여 있었다.우리가 생각하지 못했을 뿐, 없는 물건은 없었다.진서준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며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차장 안에는 수억 원짜리 고급 자동차는 물론 수십억 원짜리 자동차도 몇 대 있었다.“가자,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사연 씨를 기다리자.”진서준은 진서라를 데리고 먼저 서산 쇼핑몰로 들어갔다.백화점 안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많은 선남선녀가 짝을 지어 여러 명품 매장을 드나들고 있었다.서산 쇼핑몰 안의 물건들은 비쌌지만 매일 사람들이 끊이지 않
“서라 말이 맞아요. 이 두 미친년과 싸우는 건 우리 품위만 실추시킬 뿐이에요!”허사연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유지수와 장혜윤의 표정은 빠르게 굳었다. 유지수는 언성까지 높이며 얘기했다.“누구한테 미친년이라고 하는 거예요!”“너한테 말하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고고하고 도도한 허사연에게는 차가운 여왕 같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허사연이 담담하게 걸어오며 얘기하자 허사연을 본 유지수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이씨 가문의 사람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허사연을, 유지수 같은 ‘장식품’ 따위가 건드릴 수 있을 리 없었다. 진서준은 예쁘게 차려입은 허사연을 보면서 마음이 약간 떨렸다.허사연은 여전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이 비현실적인 외모, 동그란 눈, 앵두 같은 입술, 복숭앗빛으로 물든 두 볼. 그리고 가느다란 목선과 어깨를 감싼 검은 머리카락. 그 아래로는 봉긋한 가슴과 곧게 뻗은 다리가 있었다.허사연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은백색의 오피스룩을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등장에 다른 여자들은 빛은 잃은 그림자가 되어버렸다.허사연에게서는 도도하고 성숙된 도발적인 매력이 있었다.그런 여자 앞에서 설레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그런 여자가 지금 진서준을 도와 유지수 같은 멍청이와 대치하고 있었다.“쳇. 집에 돈 좀 많은 거로 무슨 유세를 떨어요!”유지수가 분에 겨워 얘기했다.“돈 많으면 다죠. 안 그래요?”허사연은 유지수의 체면을 전혀 봐 주지 않고 차갑게 얘기했다.“얼른 내 친구한테 사과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허씨 가문의 산업에 발을 들일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저...!”부잣집에 시집간 지 2년이 넘었지만 유지수의 성격은 그대로였다.차가운 얼음 마녀 같은 허사연 앞에서 말문이 막힌 유지수는 눈시울을 붉혔다.“이건 갑질이에요! 허씨 가문의 아가씨가 나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어요!”유지수는 아예 일을 크게 벌이려고 마음먹은
유지수의 표정을 본 진서준은 마음이 통쾌했다.진서준은 유지수를 위해 피 흘리며 싸우고 그녀를 위해 감옥에 가는 것도 감수했었다. 하지만 유지수는 진서준의 원수와 결혼하여 아들까지 낳았다.지금의 진서준은 유지수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너... 너 헛소리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이씨 가문이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경악하던 유지수는 두려움에 떨면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네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지금 쇼핑몰의 모든 사람한테 이 일을 알릴 수도 있으니까.”“너...!”유지수는 화가 나서 목까지 벌게졌다.그 모습은 본 장혜윤이 궁금해하면서 물었다.“무슨 일인데?”“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끼어들지 마!”유지수는 갑자기 호통을 쳤다.친구한테서 욕을 먹은 장혜윤은 얼굴에 억울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진서준, 네가 협박하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았어? 네가 얘기한다고 해도 그걸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유지수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차갑게 얘기했다.이 비밀은 그녀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물론 유지수는 진서준이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 일로 진서준이 자기를 골려 먹으려고 한다는 것은 눈치챘다.그래서 유지수는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유지수가 뻔뻔하게 나오는 것을 본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그래. 네가 당당하다면 괜찮아. 아까는 네가 무릎 꿇고 빌면서 그 비밀을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었거든.”“네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 꿈도 꾸지 마!”유지수는 진서준을 확 노려보고 몸을 돌려 떠났다.장혜윤은 빠르게 유지수를 뒤따라가며 얘기했다.“지수야, 기다려봐!”몰려있던 사람들도 경비원들에 의해 흩어졌다.허사연은 굳은 표정을 풀고 미소 지으며 진서준과 진서라를 쳐다보았다.“나 때문에 놀란 건 아니죠?”“당연하죠. 아까 모습, 꽤 멋있었어요.”진서준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사연 언니... 아까 정말 여왕 같았
허사연이 또 얘기했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네. 도움이 필요하면 저도 뻔뻔하게 손을 내밀 겁니다.”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면서 얘기했다.이때 진서라가 하얀 반팔 티를 들고 걸어왔다.“오빠, 이 옷 어때?”평범한 반팔이긴 하지만 노점상에서 파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노점상의 옷보다 디자인이 더욱 고급스러워 보였다.“그래. 네 마음에 들면 입어봐.”진서준이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런데... 조금 비싸.”진서라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괜찮아.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드는 건 그냥 사면 돼.”진서준은 꿀 떨어지는 눈으로 진서라를 쳐다보며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여동생이 다시는 상처 받지 않도록 지켜낼 것이다.허사연도 옆에서 얘기했다.“그래요. 진서준 씨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마음대로 사요! 이 매장의 모든 옷을 다 사도 될 정도의 돈이 있거든요.”진서라는 환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럼 이 옷을 먼저 피팅해볼게요.”진서라는 빠르게 하얀 반팔 티로 갈아입고 피팅룸에서 걸어 나왔다.역시, 원래도 예쁜 진서라가 멋있는 옷을 입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새 옷을 입은 진서라를 보며 진서준과 허사연은 눈이 번쩍 뜨였다.“오빠, 사연 언니. 어때요?”진서라가 부끄러워하며 물었다.“잘 어울리네.”진서준이 칭찬했다.“얼른 몇 벌 더 골라요.”“아니요. 이것만 있으면 돼요.”진서라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허사연은 진서라의 손을 잡고 매장을 돌아 다녔다.“그럼 안되죠. 진서준 씨는 지금 돈이 엄청 많아요. 그러니까 돈 걱정은 안 해도 돼요.”허사연이 진서라를 데리고 쇼핑하며 두 사람의 손에는 7, 8벌의 옷과 두 켤레의 신이 들려졌다.“진서준 씨, 서준 씨 차례예요.”허사연이 웃으면서 카운터를 향해 눈짓했다.진서준은 은행카드를 들고 가서 계산을 했다.이 옷들은 다 합해서 200만 원 정도였다. 지금의 진서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진서
원래는 자기가 돈을 내겠다고 했었지만 결국 허사연이 진서준의 물건을 다 사준 것이 되어버렸다.옷, 신발, 바지, 벨트, 시계... 이 모든 것을 다 합치면 거의 4억 가까이 되었다.진서준은 이런 것들을 가지는 꿈도 꿔본 적이 없다. 꿈에서도 이런 사치품들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였다.“오빠, 사연 언니가 오빠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꼭 붙잡아야지. 놓치면 안 돼!”차에서 진서라가 진서준을 향해 얘기했다.여동생이 놀리듯이 얘기하니 진서준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뭐라는 거야! 사연 씨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진서준이 얘기했다.“좋아하는 게 아니면 왜 4억이나 넘는 물건들을 사주는 건데.”진서라가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게다가 아까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 사연 언니의 눈을 봤어. 좋아하는 마음은 감출 수 없다니까!”“헛소리 그만해. 나랑 사연 씨는 이제 안 지 일주일밖에 안 돼.”진서준이 급하게 해명했다.허사연은 재벌 집 딸인 데다가 성격도 좋고 이해심도 넓으며 사업에도 수완이 있었다.이렇게 완벽한 여자이니,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은 그저 의술과 도술이 조금 뛰어날 뿐, 허사연의 마음을 사로잡을 능력은 없었다.만약 허사연에게 설렌 적이 있냐고 물으면 대답은 당연히 ‘있다’였다.요조숙녀인 허사연을 싫어할 남자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설렘은 설렘일 뿐, 진서준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잘 알았다.“한 주일밖에 안 된 게 뭐가 어때서? 첫눈에 반할 수도 있는 거지!”진서라가 물러서지 않고 대답했다.“첫눈에 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진서준은 여동생을 향해 눈을 흘기고 얘기했다.“그건 그냥 성욕을 좋게 포장해서 얘기한 거야. 상대방이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다면 첫눈에 반할 리가 있겠어?”진서라가 반박했다.“외모가 중요하긴 해도, 알고 지내다 보면 외모 때문에 만나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의 성격을 보는 거지. 오빠, 나도 여자야. 여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하여튼, 오빠는 그저 사연
오후에 쇼핑몰에서 진서준이 한 말이 사실이었다. 유지수는 확실히 바람을 피웠다.하지만 좋아하는 남자가 생긴 것은 아니고, 그저 이지성에게 복수라고 싶었을 뿐이다.유지수와 이지성이 결혼한 지 반년 정도 되었을 때, 이지성은 아직 유지수를 마음에 들어 했다.하지만 반년이 지나 서로가 익숙해질 때쯤, 이지성은 또 전과 같은 플레이보이로 돌아갔다.일주일에 집에 들어오는 건 두 번 정도였고 집에 오자마자 머리부터 박고 자면서 유지수와 같이 잔 적은 한 번도 없었다.처음에 유지수는 그저 억울함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그러다가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그녀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욕하기 시작하자 유지수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술집에 가서 아무 남자나 붙잡고 밤을 보냈다.이튿날, 유지수는 후회막심했다.만약 이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유지수는 한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날뿐더러 진서준과 같은 모양이 될 수도 있었다.하지만 운명은 항상 잔혹했다.하룻밤으로 유지수는 임신하게 되었다.게다가 임신 2개월 만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이씨 가문 사람들의 욕설을 떠올린 유지수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그녀는 유혹적인 속옷을 입고 이지성과 함께 밤을 보냈다.그 후에는 임신했다고 둘러댔다.이지성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고 이지성의 부모도 유지수를 애지중지했다.유지수는 아이를 낳기 전, 실수하지 않기 위해 병원에서 친자확인을 책임진 의사를 매수했다.그리고 그 의사가 유지수에게 알려주었다. 이씨 가문 사람들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이지성과의 친자확인을 의뢰했다고. 유지수는 한숨을 돌리며 동시에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실망했다.친자확인을 책임진 의사는 이씨 가문이 평범한 가문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머리를 굴렸다.이씨 가문의 사모님이니, 그 정도의 돈을 달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대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유지수는 자기의 미래를 위해 이 의사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의사는 처음에 돈만 요구했다.하지만 그는 유지수를 마음에
“이거 놓지 못해?”“좋아, 놔줄게.”분노한 성미영이 소리치자 진서준은 성미영을 정자 안의 긴 나무 의자로 던졌다.성미영은 나무 의자에 팔이 세게 부딪혔고 순간 따끔한 통증이 밀려왔다.성미영이 일어나기도 전에 진서준이 성미영의 허리 위에 올라탔다.“이 개자식아, 당장 내려와.”성미영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이렇게 가까이서 남자와 몸이 맞닿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지금 네 상황을 잘 생각해 봐. 도마 위의 생선이 감히 이런 태도로 칼을 잡은 나한테 말해도 되는 거야?”진서준이 다시 진지하게 귀띔했다.“왜? 설마 나한테 손이라도 대겠다는 거야? 네가 감히 그럴 수 있겠어? 내가 소리치면 우리 집 경호원들이 바로 달려올 거야.”성미영이 이를 악물고 위협했다.“너 같은 잘난 척하는 여자들은 한 번쯤 제대로 손봐줘야 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서준은 손을 번쩍 들더니 그대로 성미영의 탄력 넘치는 엉덩이에 세게 내리쳤다.성미영은 오랜 세월 수련했던지라 몸매가 단단하게 단련되어 있었다.둥글고 풍만한 엉덩이는 탱탱볼처럼 탁월한 탄력을 자랑했다.진서준의 손바닥이 내려가자 엉덩이는 젤리처럼 출렁이며 튀어 올랐다.성미영은 처음엔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얼굴이 새빨개지며 분노와 수치심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이 변태! 짐승! 개망나니 같은 놈아!”성미영이 욕을 하면 할수록 진서준의 손은 더욱 거침없이 내려쳤다.짝! 짝! 짝!엉덩이에 불이 날 듯한 통증이 성미영의 온몸에 퍼졌다.“잘못 인정하고 사과해.”진서준이 손을 멈추고 성미영을 내려다보았다.“웃기지 마. 죽어도 사과 안 해.”“그래?”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넌 전신전 출신이잖아. 내가 널 죽이면 군사재판에 끌려가겠지?”성미영이 싸늘하게 대답했다.“알면 됐어.”“그런데 말이야...”진서준이 느긋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지금 이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그 말에 성미영의 동공이 흔들렸다.성미영의 가족이 이 장면을 본다면 성미
성현도의 질문을 듣자 성지운 부부도 진서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은 르벨 지역의 명문대가는 전부 다 알고 있었다.하경범은 재벌 2세들 사이에서 리더로 꼽히는 존재였다.하지만 여자들을 많이 농락했다는 소문이 자자했기에 평판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성씨 가문에서는 하경범과의 접촉을 삼가라고 엄격하게 규정했지만 성현도는 몰래 하경범과 친구로 지냈다.하경범이 공식적인 연회를 열면 성현도는 절대 참석하지 않았다.“개인적인 일로 하경범을 찾았어.”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무슨 일인데? 말해줄 수 있어? 오늘 오후에 엄청 급하게 내 가게에 와서 하경범을 데려갔잖아.”성현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너도 알지? 네 행동 하나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곤란해졌는지?”“어라? 네 가게에서 하경범을 데려갔어?”성지운이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셋째 삼촌.”성현도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찻집을 하나 열었잖아요? 르벨 재벌 2세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 하경범도 단골이었어요. 근데 오늘 오후에 진서준이 갑자기 제 찻집에 쳐들어와서 사람을 끌고 갔어요. 난리가 났다니까요. 다행히 제가 급하게 소문을 막았지,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그 말을 듣자 성지운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진서준 씨, 다음부터는 이렇게 무모하게 행동하면 안 돼요. 하경범은 하씨 가문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고 게다가 인격적으로도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이에요. 되도록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알겠습니다, 아버님. 앞으로 절대 엮이지 않을게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이 순순히 말을 듣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자 성지운은 속으로 흐뭇했다.요즘 젊은이 중에서 이렇게 순순히 말을 듣는 젊은이는 극히 드물었다.“엄마, 아빠, 저 진서준이랑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먼저 얘기 나누세요.”성미영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진서준의 손을 잡아끌었다.이대로 가다간 부모님이 바로 혼인 문제를 확정할 기세였다.마침 성미영도 진서준
“재수 없어.”성미영이 입을 비쭉였다.진서준은 못 들은 척하며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잠시 후, 차는 한 채의 별장 앞에 멈췄다.“내려.”성미영이 앞장서 걸어가고 두 사람은 저택 거실로 들어섰다.거실에는 이미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그중 한 명은 진서준이 오후에 만난 적 있는 성현도였다.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남자와 여자였는데 성미영과 상당히 닮아 있었고 온몸에서 은은한 부유의 기운이 흘러넘쳤다.누가 봐도 두 사람은 성미영의 부모님이었다.“엄마, 아빠. 원하는 사람 데려왔어요.”성미영은 아무렇게나 소파에 털썩 앉았는데 딱 봐도 교양이 없는 모습이었다.“미영아, 얼른 소개부터 해야지?”중년 여자가 성미영을 재촉하면서 진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봤다.부부는 물끄러미 진서준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생긴 건 괜찮네. 근데 인성은 어떨지 모르겠군.”그 말에 성미영의 입술이 씰룩거렸다.성미영이 변명하려던 찰나, 진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어머님, 아버님. 갑자기 찾아뵙게 되어 작은 선물도 준비 못 했네요. 대신 이건 제가 직접 만든 단약인데 괜찮으시면 받아주셨으면 합니다.”말을 마친 진서준은 주머니에서 정교한 상자 두 개를 꺼냈다.“뭐야?”성미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진서준을 불러 성미영과의 관계를 설명하라고 했지, 선물을 챙기라고 한 적은 없었다.“그래요? 참 예의 바르네요.”성미영의 어머니 이현숙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아니, 단약을 만들 줄 안다고요?”성지운이 흥미롭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요즘 세상에 제대로 된 단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성약당 같은 거대 조직에서도 일부 원로들만 가능할 정도였다.“아버님, 직접 열어보셔도 됩니다. 이 단약은 감림단이라고 합니다. 복용하면 내공이 급속히 상승하며 단비가 내리는 듯한 효과를 발휘하죠.”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그 말을 듣자 성지운의 눈빛이 더욱 빛났다.뚜껑을 여는 순간, 은은한 약 향이 퍼지며 거실을 가득 채웠다.
진서준은 성미영이 일부러 그런 거라고 확신했다.진서준의 반사신경이 뛰어나서 다행이지, 일반 사람이었으면 저 악셀 한 방에 앞 유리에 머리를 박았을 것이다.“좀 살살 밟으면 안 돼? 비행기라도 띄우려고 그래?”진서준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며 눈을 흘겼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이따가 집에 가면 부모님께 확실히 설명해. 안 그러면 넌 오늘 내 손에 죽는 거야.”성미영이 사나운 기세로 진서준에게 명령했다.“이런 태도로 부탁하는 사람도 있어?”진서준이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며 물었다.“대감마님, 부디 이 하찮은 여인의 부탁을 들어주시옵소서. 제가 실례했네요.”성미영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능청을 떨었다.진서준은 그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런 느끼한 부탁은 또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았다.“제발 좀 정상적으로 하면 안 돼?”진서준이 입꼬리를 씰룩였다.“네가 고맙다고 하라고 했잖아? 난 이렇게밖에 못 해.”성미영이 뻔뻔하게 웃었다.진짜 이 여자는 날 잡고 한번 톡톡히 혼내줘야 할 것 같았다.진서준은 순간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계속 참고 넘어갔던 것도 남자가 여자랑 싸워봤자 손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그런데 이 여자는 진짜 끝까지 진서준을 기막히게 했다.착한 사람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게다가 지금은 성미영이 부탁하는 입장이었기에 진서준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좀 교육 해야겠다고 결심했다.진서준이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성미영이 인상을 찌푸렸다.“이봐, 너 설마 삐쳤어? 남자가 좀 쿨하게 굴면 안 돼?”“안 삐쳤어.”진서준이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진짜야?”성미영이 곁눈질로 진서준을 힐끗 보았다.“남자는 대범해야 해. 그렇게 쪼잔하게 굴면 안 된다고.”“누구한테 대범하냐가 문제겠지.”진서준이 즉시 반박했다.“여자가 적당히 선을 지켜야 하는데 계속 선을 넘으면 나도 빡친다고.”그 말을 듣자 성미영은 진서준이 자기를 겨냥하고 있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하지만 성미영은 대수롭지 않은 듯 콧방귀를 뀌었
성미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매년 혼자서만 집에 가다 보니 성미영에게 이성 친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성미영도 이제 3년만 지나면 서른이었기에 집에서는 성미영의 결혼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성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족들이 당연히 남자친구라고 착각한 것이다.그래서 기어코 성미영에게 진서준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난리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잖아?”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소한 일이었다.“그게 통했으면 내가 지금 너한테 전화했겠어?”성미영이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뭘 어쩌라는 거야? 설마 내가 직접 가서 해명하라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꼭 와야 해.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날 가만히 안 둘 거라고.”성미영이 명령조로 말했다.“이봐, 지금 부탁하는 입장인데 말투가 그게 뭐야? 장난해?”진서준이 한마디 귀띔했다.“야, 진서준. 너 적당히 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돼?”성미영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소리쳤다.“오후에 내가 너 안 도와줬어? 지금은 네가 나 도울 차례라고. 아니야?”진서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정정하자면 너 없어도 난 하경범을 충분히 잡아 올 수 있었어. 오히려 너 배려해서 너희 성씨 가문 구역에서 난리 안 친 거라고.”“헛소리 작작 해!”성미영이 분노에 이를 갈았다.진서준의 말이 사실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이렇게 재수 없게 들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끊는다?”진서준이 전화를 끊으려 했다.“끊지 마. 내가 지금 데리러 갈 거야. 오늘 밤에 확실히 설명하고 가.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나 귀찮게 해 미칠 것 같다고.”성미영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부탁해야지. 부탁할 땐 부탁하는 태도가 있는 법이거든.”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사실 일부러 성미영을 약 올리는 건 아니었다.그냥 이 여자가 맨날 윗사람처럼 굴었고 매번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가르
차 안.도지아는 직접 복수를 마친 뒤, 속이 어느 때보다 한결 더 시원했다.하지만 곧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진서준에게 물었다.“나중에 하경범이 복수하면 어떻게 하지?”“그럼 그냥 지옥에 보내버리면 돼. 너무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죽여버릴까?”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어차피 그런 쓰레기는 살아 있을 가치도 없었다.진서준이 하경범을 바로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금단 현상이 올라올 때의 고통을 직접 맛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죽여버리는 것보다 살아서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게 더 잔인한 법이었다.“아니야, 죽이는 게 오히려 그 녀석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이야.”도지아가 고개를 저었다.그 한마디로 도지아가 하경범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경범은 도지아의 미래를 망가뜨렸고 행복했던 가족을 박살 내버렸다.이제 도지아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지아는 막막하기만 했다.호텔로 돌아오자 진서준이 물었다.“여기서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앞으로 어디로 갈 생각이야?”도지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예은에게 가볼까 해. 걔 집 넓잖아.”“그것도 괜찮네. 황예은은 돈이 넘치니까 황예은한테 붙어 있으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네.”진서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한편, 성현도가 빠르게 정보를 통제한 덕분에 하경범이 진서준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하씨 가문 쪽에서도 하경범이 강제로 마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집으로 돌아간 하경범은 곧장 본인이 키운 삼생파의 두목 이시언에게 연락했다.“하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전화를 받은 이시언은 조금 의아해했다.하경범이 직접 연락해 오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도 사람을 납치하라고 시켰을 때였다.“당장 나한테 와.”하경범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바로 가겠습니다.”이시언은 하경범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즉시 출발했다.30분 후, 이시언은 부하들을 데리고 하경범의 저택에 도착
“그럼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왜 굳이 날 물고 자빠지는 건데?”하경범은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너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납치당할 일도 없었겠지. 그럼 내 동생도 마약과 접촉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 네 더러운 욕망만 아니었어도 우리 가족이 이렇게 풍비박산 날 일이 있었겠어?”도지아의 분노는 점점 극에 달했다.“내가 겪은 이 모든 고통은 전부 다 네 탐욕과 욕망 때문이야. 오늘 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해.”하경범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이제야 도지아가 진짜 죽을 각오로 덤비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내가 방금 조상규 삼촌에게 연락했어. 곧 도착할 거야. 삼촌이 오기 전까지는 너희가 아직 살아남을 기회가 남아 있어.”하경범은 이런 상황에서도 협박하기 시작했다.“그러니 함부로 날 건드리지 마. 날 손대는 순간, 너희 셋 다 살아서는 못 나갈 줄 알아.”“그 사람은 올 수 없어.”진서준이 느닷없이 말했다.“무슨 뜻이야?”하경범이 움찔하며 눈꺼풀을 떨었다.“이미 죽었거든. 이해했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대꾸했다.“뭐, 뭐라고?”하경범은 흠칫 떨더니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헛소리하지 마. 그럴 리 없어! 조상규 삼촌은 대종사야. 네놈 따위가 무슨 수로 대종사를 죽일 수 있어?”하경범은 조상규의 무도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습격당했을 때도 조상규가 나서서 하경범을 구해줬다.당당한 대종사인 조상규가 진서준 같은 애송이에게 당했을 리가 없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해 봐. 전화 받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 그래?”진서준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하경범은 급히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통화 연결음뿐이었다.하경범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젠장, 전화 받아! 전화를 받으란 말이야!”하경범은 이제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통화가 안 되지?”진서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대체 왜 조상규 삼촌이 너 따위한테 당했는데?
“뭐가 두려워?”하경범은 자신만만했다.여긴 하씨 가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르벨이었다.하경범은 진서준이 이곳에서 자기를 건드릴 용기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그럼 따라와 봐.”진서준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경범아, 저 녀석 꽤 강해. 조심하는 게 좋아.”성현도가 목소리를 낮춰 경고했다.“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하경범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진서준이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두고 보자는 심정이었다.차에 올라타자 하경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의외네, 넌 여자들한테도 제법 인기가 많은 모양이구나. 황예은과 도지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번엔 또 새로운 여자가 곁에 있네.”하경범은 옆자리의 허사연을 힐끔 쳐다보며 능글맞게 웃었다.“아가씨, 저 녀석 따라다녀 봤자 아무런 미래도 없어. 나랑 함께하는 게 어때? 내 여자가 되면 평생 호화롭게 살게 해줄게. 명품, 스포츠카, 대저택, 뭐든 원하는 만큼 줄 수 있어.”허사연은 그 말에 쌀쌀하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네 목숨을 원한다면 줄 수 있어?”하경범 같은 부잣집 도령이 얼마나 많은 가정을 파탄 냈을지 모른다.진서준의 얘기를 들은 후, 허사연도 이 쓰레기를 당장 없애버리고 싶었다.“내 목숨을 달라고?”하경범은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있다가 곧 박장대소를 터뜨렸다.“날 죽이겠다고? 그래, 해봐. 근데 네 가족이 우리 하씨 가문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하경범의 목소리엔 살기가 서려 있었다.“거참 쉬지도 않고 조잘대네.”진서준은 쉴 새 없는 하경범의 멘트에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흥, 얼마 안 가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날 다시 보내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하지.”하경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서준을 비웃었다.“오히려 네가 나한테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게 될걸?”진서준은 태연하게 받아쳤다.곧이어 진서준은 차를 한 폐기된 공장 앞에 세웠다.차에서 내리자 하경범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곳에 걸터앉아 휴대폰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