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허사연이 자신에게 이렇게 잘해주는데도 몰래 다른 여자와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꼈고 자신이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허사연을 계속 쳐다보았다.허사연은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 “왜 그래요, 진서준 씨?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 지금은 없는데 곧 생길 거야.” 허사연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고는 거리낌 없이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허사연은 깜짝 놀랐다. 거실에는 두 사람뿐만 아니라 진서라, 허윤진, 그리고 김연아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서준의 힘이 너무 강해서 허사연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고 그녀는 그저 반쯤 밀치면서도 결국 진서준에게 기회를 허락했다. 김연아는 이 모습을 보고는 바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진서라는 더 보지도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오직 허윤진만이 진서준과 허사연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자신의 옷을 꼭 잡은 채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허사연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진서준은 그녀를 놓아주었다. “갑자기 왜 이래요? 여기 사람들 있는데요!” 허사연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진서준의 가슴에 묻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도 김연아와 진서라가 방으로 들어갔는지 모르는 듯했다! “너무 사랑해서 나도 모르게 그랬어.” 진서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생각엔 당신이 딴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허사연은 코를 훌쩍였다. “오늘 밤, 내 방으로 와요...” 허사연은 작게 속삭였다. 너무 작아서 진서준조차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진짜?” 진서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당신한테 거짓말하겠어요?” 허사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좋아, 오늘 밤 당장 너한테 갈게!” 진서준은 들떠 있었다. 오늘 밤, 드디어 마지막 단계를 밟게 되는 것이었다! “나 먼저 갈게요! 얼굴이 뜨거워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김연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방금 차에 타고 나서부터 진서준은 계속 그런 모습이었다. 마치 시골에서 해를 쬐는 노인처럼 말이다! 진서준은 김연아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대답했다.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김연아는 진서준이 말하기를 꺼려하는 걸 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진서준의 모습은 딱 봐도 뭔가 고민이 있는 듯했다! 사실 진서준은 방금 허윤진이 별장 거실에서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매가 동시에 자신과 결혼한다고? 그게 가능할까? 전 같으면 진서준도 그저 머릿속에서 상상이나 해보는 일이었을 테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허윤진의 모습은 농담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허사연의 태도였다. 그녀는 진서준을 그렇게 엄격하게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자매와 결혼할 수 있는 걸까? 허사연 자매와 함께 한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진서준은 온몸에 피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너무 자극적이었다! “진서준 씨, 무슨 생각을 하길래 웃음이 그렇게 음흉해요?” 김연아는 참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진서준의 얼굴을 쿡 찔렀다. 진서준은 급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방금 당신이 말한 보상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아까 김연아가 진서준이 잘하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말했었다. “어떤 보상을 원해요?” 김연아는 얼굴을 붉히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뭐든 상관없어요, 당신이 주는 거라면 다 좋아요.” 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 김연아는 눈을 굴리며 진서준을 놀려주고 싶었다. “정말요? 그럼 내가 당신을 한 번 안아줄까요?” “뭐요? 한 번 안아주는 것도 보상이에요?” 진서준은 얼어버렸다. 이게 보상이라면 자신에게는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왜 안 돼요? 우리 그냥 친구잖아요. 내가 당신을 한 번 안아주는 것도 안 되는 거예요?” 김연아는 눈을 굴렸다
“두 분 예약하셨나요?” 이렇게 호화로운 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신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진서준과 김연아 역시 오늘 조금 꾸몄고 기품이 남달랐다. 딱 봐도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예약했습니다. 조성우라고요.” 김연아가 매니저에게 이름을 말했다. “조성우 대표님의 손님이시군요?” 매니저는 미소를 지으며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사람에게 눈짓을 보냈다. 아마 조성우에게 확인하러 간 듯했다. “두 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그 사람이 황급히 돌아와서는 비밀스러운 손짓을 했다. 매니저의 얼굴은 더욱 공손한 미소로 가득 차 진서준과 김연아를 5층으로 안내했다. 천호룸 앞에서 매니저가 멈춰 섰다. “두 분,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진서준과 김연아는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지유와 조성우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진서준과 김연아임을 확인한 그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서준 씨, 연아요, 우리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군요. 오늘은 꼭 제대로 한잔해야죠!” 조성우가 큰소리로 웃으며 진서준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좋습니다! 오늘은 취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진서준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 후 진서준의 시선이 한지유에게로 향했고 그녀의 배가 이미 약간 불러온 것을 발견했다. “조성우 형님과 형수님, 축하드립니다! 내년이면 두 분이 부모가 되시겠네요!” 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한지유는 입을 살짝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 “이건 다 진서준 씨 덕분이죠! 만약 그때 당신이 우리 부부를 치료해 주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우리만의 아이를 갖지 못했을 거예요!” 한지유와 조성우 같은 성공한 사람들에게 가장 간절한 소망은 아이를 갖는 것이었다! 세 식구가 함께 단란한 시간을 누리는 것 말이다! 특히 노년이 되면 자신의 손자나 손녀를 바라보는 그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진서준 씨, 내가 어떻게 감사해야
김연아가 진서준을 붙잡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진서준과 허사연의 관계는 이미 확정된 사실이었다! 김연아는 진서준과 허사연의 관계를 일부러 깨뜨릴 수는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었고 진서준이 원할 때면 언제든 그를 만족시켜 줄 수 있었다! “알겠어요, 지유 언니.” 김연아는 대충 대답했다. “그래, 너희 아버지는 요즘 너한테 잘 대해 주니?” 한지유가 갑자기 물었다. 김연아의 아버지가 김형섭이라는 사실은 이미 서울시의 모든 권력자들이 알고 있었다! “그냥 그래요.” 김연아는 전에 강남에서 있었던 일을 한지유에게 말하지 못했다. 한지유가 진서준이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의 결혼을 망쳤다는 걸 알면 아마 기절할 것이다! “괜찮아, 김씨 가문에서 지내기 힘들면 언제든 언니를 찾아와.” 한지유는 김연아의 손을 잡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지유의 눈에는 김연아가 마치 자신의 여동생과 같았다! 네 사람은 잠시 담소를 나누었고 곧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방 문이 다시 열렸다. 조해영과 오인혁, 그리고 조해영의 두 친구가 들어섰다! “해영이가 왔네.” 조해영이 친구들까지 데려온 걸 보고 조성우는 조금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조성우는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큰아버지, 큰어머니.” 조해영은 조성우 부부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했다. “소개 안 하니?” 조성우가 오인혁을 보며 물었다. “소개가 필요해요? 이분이 오인혁이잖아요. 한국에 이 사람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조해영의 한 친구가 거만하게 말했다. “게다가 손님도 오지 않았는데 음식을 먼저 내놓다니, 우리 인혁이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다른 친구도 매우 불만스럽다는 듯이 조성우 그들을 직접 비난했다. 조성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당장이라도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사람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닮는 법이다. 원래 조해영도 자신이
그녀의 두 친구도 속셈이 있었다! 그들은 오인혁을 조해영에게서 빼앗고 싶어 했다. 조해영이 가족들과 식사 자리에서 망신을 당하게 하면 오인혁의 마음속에서 조해영의 위치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해영과 두 친구가 앉고 나서 오인혁이 여전히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혁아, 왜 안 앉아?” 오인혁은 마음속으로 몹시 답답했다. 그도 앉고 싶었지만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의자에 닿기만 해도 엉덩이가 마치 고추기름에 담근 듯이 화끈거렸다! “나 요즘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서 좀 서 있을게.” 오인혁이 말했다. 진서준은 오인혁이 왜 앉지 않는지 알고 있었기에 웃으며 말했다. “우리 모두 앉아 있는데 너만 서 있으면 좀 이상하지 않아? 앉아라.” 이 악마 같은 놈! “네가 뭔데 우리 인혁이한테 명령이야?” “그래, 얻어먹으러 왔으면 조용히 밥이나 먹지, 괜히 말 걸지 마!” 두 여자는 곧바로 진서준에게 대들었다. 오인혁은 그 순간 이 두 여자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너희들이 죽고 싶으면 나만 끌어들이지 말라고! “그만해! 너희들 당장 나가!” 한지유가 참지 못했다. 원래 기쁘게 먹으려던 식사 자리를 이 두 얼간이가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이모, 누구 보고 하는 말이에요? 임신했으면 집에서나 잘 쉬지, 뭐 하러 나와서 남자나 꼬시고 있어요?” 한 여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찰싹! 김연아가 손을 들어 그 여자의 뺨을 세게 때렸다! 방 안이 즉시 조용해졌다. 김연아는 차가운 얼굴로 그 무례한 여자를 노려보았다. “지유 언니에게 사과해!” “너 뭐야? 감히 나를 때려?” 여자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 반격하려 했지만 손을 들자마자 진서준이 그 손목을 꽉 잡았다. “뭐 하는 거야? 당장 날 놔!” 여자는 진서준에게 소리쳤다. “지유 언니에게 사과해.” 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맞을 짓을 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조성우는 한숨을 쉬며 진서준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진서준 씨, 이런 웃음거리만 보여드려서 정말 미안해요.”“다 우리가 너무 해영이를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이런 모습이 된 거야!” 조성우와 한지유는 계속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은 마치 자신들이 조해영을 망쳤다고 느끼고 있었다! 예전부터 해영이를 조금만 더 엄격하게 키웠더라면 이렇게 버릇없게 자라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언제나 자식에게 과한 사랑은 그 아이를 한 발 한 발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뭐 하시는 거죠? 조해영을 왜 제대로 훈육하지 않은 거죠?” 진서준은 의아했다. 지난번 조해영이 사건에 휘말렸을 때도 조해영의 부모님은 오지 않았고 대신 조해영의 고모와 고모부만 나왔다. 진서준은 심지어 조해영의 부모님이 이곳에 없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해영이가 어렸을 때 해영이의 엄마는 다른 남자와 도망갔고 아빠는 홧김에 장인장모를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어요. 그래서 30년 형을 선고받았죠.” 조성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해영이의 신세가 이렇게 불쌍하지 않았다면 우리 부부도 그녀를 그렇게까지 오냐오냐하지 않았을 거예요! 며칠 있으면 해영이의 아버지가 출소할 예정이에요. 내가 그를 위해 환영회를 열려고 생각 중이었어요.” 30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조해영의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행동해 형량이 몇 년 감형된 것이다. 게다가 조성우가 큰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님이라서 돈을 써서 많이 해결한 덕분에 곧 조해영의 아버지가 풀려나게 되었다. “됐어요, 더는 그 얘기 하지 말고 우리 먼저 식사나 하죠!” 조성우는 가득 차려진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 먹으면 이 음식들이 다 식겠어요!” 기분이 좋지 않았던 조성우는 술을 많이 마셨다! 진서준도 조성우와 함께 술을 많이 마셨다. 하지만 진서준은 이제 소주를 마셔도 마치 물을 마시는 것처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조성우가 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진서준은 조성우를 차에
“괜찮아요, 그의 회사 대표님도 이미 알아봤으니까 우리에게 문제될 건 없을 거예요.” 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안심시켰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김연아는 진서준의 말을 완전히 믿고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점심시간에는 공원에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특히 공원의 깊은 곳은 주로 커플들이 저녁에만 오는 곳이었다! 그들이 저녁에 오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스릴을 찾아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쉬어요.” 김연아는 진서준의 손을 끌고 벤치에 앉았다. 앉자마자 김연아는 고개를 진서준의 어깨에 기대었다. 은은한 향기가 진서준의 코로 스며들었다! 그 향기는 향수가 아닌 김연아의 체취였다. 진서준은 전에 김연아의 병을 치료해줄 때도 그 향기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그때, 김연아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상 받고 싶어요?” 진서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받고 싶어요!” 그는 김연아가 어떤 보상을 줄지 궁금했다! 김연아는 매혹적인 눈빛으로 진서준을 흘겨보았다.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자신의 밥그릇이 있으면서도 다른 밥그릇을 탐내요!” 진서준은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농담이에요! 당신이 내 그릇만 탐낸다면 난 전혀 화내지 않아요!” 김연아는 상반신을 진서준에게 완전히 밀착시켰다. “처음 결혼식에서 당신을 봤을 때부터 난 이 생에 당신 하나만 따르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당신 곁에 수많은 여자가 있더라도 난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김연아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 진서준은 김연아를 여러 차례 구해주었다. 옛날이었다면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몸을 바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주변을 좀 봐요, 혹시 누가 오면 바로 알려줘요!” 김연아의 손이 이미 진서준의 허벅지 쪽으로 내려갔다! 진서준은 눈을 크게 뜨고 온몸에 피가 몰렸다! 그는 김연아가 말한 보상이 이
KTX가 출발할 때까지 오인혁은 긴장된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없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몇 분 동안 망설였지만 결국 진광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그가 복수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날 밤의 동영상이 진서준에 의해 인터넷에 올라갈까 봐 두려웠다. 한 번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 그의 유명세 때문에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이 사건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대체 어떻게 사람들 앞에 설 수 있겠는가?! 진서준은 오인혁이 이미 KTX를 타고 서울시를 떠난 것을 알지 못했다. 알았더라도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밤의 동영상은 아직 강성철의 손에 있었다. 진서준은 저녁에 강성철에게 동영상을 올리라고 할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 후 저녁에 휴대폰을 사용하므로 그 시간대에 보는 사람의 수가 제일 많을 것이다! 한편, 오인혁에게 차인 후, 조해영은 우울해져 있었다. 겉으로만 친구인 그녀의 두 친구는 신이 나서 계속해서 조해영에게 비아냥거렸다. “해영아, 예전에 내가 그랬잖아. 너랑 인혁이는 애초에 맞지 않는 사이라고!” “인혁이는 하늘의 달인데 우리는 자기 위치를 알아야지!” “그래도 너무 속상해하지 마. 오늘 밤 클럽에 가서 잘생긴 남자들 몇 명 찾아서 놀자!” “네가 정말 화가 난다면 네 큰아버지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애를 괴롭히면 되잖아!” 조해영은 이 두 친구를 힐끗 쳐다보며 눈빛이 차갑고 서늘했다! 그 차가운 눈빛에 두 친구는 깜짝 놀라며 몸이 떨렸다. “뭐라고? 내 큰아버지 아이를 괴롭히라고?” 조해영은 마지막 말에 흥미를 보였다. “맞...맞아, 네 큰아버지는 분명히 자기 아이를 소중히 할 거잖아! 만약 그 애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조해영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이 미소를 본 두 친구는 소름이 끼쳤다. 그들은 비록 마약을 하고 클럽을 다니며 남자를 찾는 것을 즐겼지만 자신들이 착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살인을 생각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