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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무가
오늘 연회에 참석한 하객들은 전부 상류층의 유명 인사들이라 진서준처럼 평범한 옷차림의 일반인은 제지당하기 마련이다. 문 앞의 경호원은 이런 옷차림의 하객을 처음 본지라 바로 차단했다.

“손님, 초대장 보여주시죠!”

경호원이 진서준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진서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초대장 없어요.”

“초대장 없으면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경호원이 야유 조로 말을 이었다.

“밥 한 끼 얻어먹을 생각이라면 밖에 나가 우회전하시면 작은 식당이 하나 있거든요.”

진서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경호원을 노려봤다.

“나 이지성 찾으러 왔어. 들어가서 진서준 왔다고 전해. 바로 알아들을 거야!”

경호원은 여전히 듣는 척도 않고 진서준을 내쫓으려 했는데 칼날같이 예리한 그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알았어요... 지금 바로 가서 전할게요!”

경호원은 종종걸음으로 이지성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나지막이 말했다.

“도련님, 진서준이라는 분이 도련님 찾으러 왔습니다.”

경호원의 말을 들은 이지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백일잔치가 끝나거든 그를 찾아가려 했는데 집 앞까지 먼저 찾아올 줄이야.

연회장의 뭇사람들을 보며 이지성이 변우재에게 손짓했다.

“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

“진서준 이 새끼가 지금 왔대. 이따가 들어오거든 너 애들 거느리고 그 자식 잘 감시해!”

이지성의 눈가에 야유가 가득 찼다.

“내가 오늘 이 새끼 서울시에서 이름 날리게 해 주겠어!”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진서준이 만약 여기서 창피를 당한다면 앞으로 서울시에서 취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연회가 끝난 후 이지성은 진서준도 제 엄마처럼 똑같이 장애인으로 만들어 종일 모욕을 당하게 할 생각이다!

“네, 도련님!”

변우재가 흥분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마치 진서준이 겪을 처참한 결말을 미리 보는 것만 같았다.

문밖에서 진서준이 5분 정도 기다린 후 대문이 벌컥 열리고 변우재가 열댓 명의 건달들을 거느리고 그를 싸늘하게 쳐다봤다.

“야 이 새끼야, 네가 제 발로 기어들어 왔으니 우리 지성 도련님 원망하면 안 돼!”

원수를 다시 만나니 변우재는 유난히 흥분되어 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진서준은 차분한 눈길로 상대를 흘겨보더니 그대로 무시한 채 더킹 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막 들어서려는데 변우재가 대문을 확 닫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힘껏 짓눌렀다.

더킹 룸 안의 조명이 순식간에 꺼지고 커튼도 전부 쳐져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하객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스포트라이트가 가운데 긴 단상을 비추고 이지성과 유지수가 그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저희 아들 백일잔치에 참석해주신 모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지성이 마이크를 쥐고 늠름하게 말했다.

“이쪽은 제 아내 유지수입니다. 지수랑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한 분 덕분입니다.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분도 오늘 마침 이 자리에 참석해주셨습니다!”

이지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스포트라이트가 진서준을 비췄다.

뭇사람들은 나란히 고개 돌려 수수한 옷차림의 진서준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지성 같은 부잣집 도련님이 왜 이런 평범한 사람과 친분이 있고 또 그에게 뭐가 고맙다는 걸까?

“이름은 진서준이고 제 아내의 전 남자친구예요. 다만 제 아내와 줄곧 관계를 가진 적이 없지요. 그 방면으로 문제가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자식 오늘 막 출소했는데 집에 돌아가 다리가 부러진 어머니를 보살피는 게 아니라 그새를 못 참고 우리 아들 백일잔치에 와줬네요. 어찌나 감동적인지. 이 자리를 빌려 네게 먼저 한 잔 올릴게 서준아!”

이지성은 말하면서 술잔을 높이 들더니 잔에 담긴 술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이건 죽은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방식이잖아!'

게다가 이지성이 한 말까지 결부하면 이건 감격이 아니라 엄연한 조롱이었다!

“배신당한 것도 모자라 이지성 씨 때문에 감옥까지 들어가고, 이 녀석 인생도 참 비참하네!”

“조용히 해. 지성 씨 들을라.”

뭇사람들이 나지막이 쉬쉬거리며 야유와 연민이 섞인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

이지성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점점 더 짙어졌다. 그는 분노에 찬 진서준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서준아, 너희 집에서 아직 내게 2억 더 빚졌다. 방금 쏟은 술을 네가 깨끗이 핥으면 2억은 무를게! 그리고 푸세식 화장실 청소하는 일도 소개해줄게. 어때?”

유지수가 입을 가리고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

“자기야, 서준이 대학교 때 학생회 부회장이었어. 어떻게 푸세식 화장실 청소를 해?”

“감방까지 다녀온 놈이 지금 푸세식 화장실을 가릴 때야?”

이지성이 비꼬며 말했다.

무대 위에서 맞장구치는 부부를 보며 진서준의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지성, 우리 집에서 빚진 돈은 이미 다 갚았어! 네가 계략을 피워서 우리 엄마 두 다리를 부러뜨린 일은 오늘 반드시 결판을 내야겠다!”

진서준의 목소리는 살을 에는 것만 같았고 홀 안의 온도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지성의 눈가에 두려움이 스쳤다.

그는 놀라움을 뒤로 한 채 씩씩거리며 말했다.

“결판을 내? 너 따위가 가당키나 해?”

변우재의 목소리가 진서준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

“새끼야, 감히 함부로 움직이기만 해봐. 오늘 이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네 사지를 부러뜨릴 거야!”

“죽고 싶어 환장했나!”

진서준은 더이상 마음속의 울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퍽!

거대하고 둔탁한 소리가 더킹 룸 안에 울려 퍼졌다. 기세등등하던 변우재는 진서준의 주먹 한 방에 십여 미터 밖으로 튕겨 나가 예식장 테이블에 심하게 부딪혔다.

변우재는 선혈을 내뿜었고 피비린내가 홀 안에 진동했다.

이를 본 뭇사람들은 제 몸에도 피가 튀길까 봐 뿔뿔이 진서준을 멀리했다.

“저 새끼 사지를 부러뜨려!”

이지성은 진서준이 정말 손을 쓰자 황급히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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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0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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