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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Penulis: 말린땅콩
시정은 조심스럽게 강준의 얼굴을 살폈다.

강준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고, 시정의 말을 완전히 믿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소시정. 거짓말하다가 걸리면 가만 안 둬.”

“오빠... 믿기지 않으시면, 별아 언니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제가 이렇게 겁이 많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해치겠어요.”

“전 그저 제 몸을 지키려고 했을 뿐이에요. 이번엔 제가 이렇게 크게 다쳤으니... 어머님께선 분명히...”

강준은 말없이 시정을 힐끗 보고는 곧바로 병실을 나섰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준은 내내 말이 없었다.

재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소시정 씨 말... 믿으십니까? 제가 아는 사모님은 그렇게까지 미친 짓을 하실 분이 아닌데요. 정말, 재산을 더 가져가려고 거짓 증언까지 꾸미셨을까요?”

별아는 분명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비열한 짓을 할 사람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았다.

강준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사실 난 별아를 잘 모르겠어. 특히 이겸이랑 손잡고 난 이후부터는...’

‘별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어.’

“어쩌면... 별아 뒤에서 유이겸 그놈이 머리를 굴렸을지도 몰라.”

재환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겸이 변호사인 이상, 설령 꼼수를 쓴다 해도 이렇게 노골적이진 않을 테니까.

어쨌든 오늘 일은 의심스러운 구석이 너무 많았다.

...

차는 K시 대로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달려, 본가에 도착했다.

별아는 겨우 몸에 밴 휘발유 냄새를 씻어냈다.

이번 일은 별아의 가슴에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

‘만약 소시정이 정말 불을 붙였다면... 난 전생보다도 더 처참하게 죽었을 거야.’

다행히, 이겸이 제때 나타났다.

여러 번 생각한 끝에, 별아는 결국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

‘악인한테는 기회를 주면 안 돼.’

별아가 핸드폰을 들어 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침실 문이 벌컥 열리며 강준이 들어섰다.

남자의 얼굴은 장마철 하늘처럼 음울했고, 짙은 의심이 배어 있었다.

별아는 곧바로 시선을 마주했다.

흔들림도, 두려움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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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제100화

    강준의 미간이 좁혀졌다.‘불태워 죽이려고 했다니... 소시정이?’강준이 별아를 발견했을 때, 별아의 몸은 휘발유에 흠뻑 젖어 있었다.‘그게 정말 소시정의 짓일까, 아니면 별아가 꾸민 자작극일까?’‘만약 소시정이라면, 대체 왜 별아를 죽이려 한 거지?’“좀 더 자세히 말해봐.”별아는 강준이 무슨 연극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다 네가 시킨 일이잖아.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모른 척을 하지...’“피곤해. 난 가겠어.”별아는 더는 강준과 대화할 의욕조차 없었다.강준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채, 별아의 등 뒤로 소리쳤다.“할 말 있으면 그냥 해! 대체 말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 야, 도망친다고 해결돼? 우리, 제대로 한 번은 얘기해야 되는 거 아냐?”강준의 목소리엔 무력감이 묻어났다.‘내가 뭐가 그렇게 잘못됐던 걸까? 왜 별아는 끝내 나를 떠나려는 거지.’‘우리 사이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건가?’멀어져 가는 별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준의 눈빛은 한없이 가라앉았다....설 연휴를 사흘 앞둔 날.별아는 남선애를 집으로 모셔왔다.송지국과 별현은 대문에 춘련을 붙이느라 분주했고.거실 한쪽에서는 별아가 작은 장식들을 달며 새해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그때 강준이 재환과 함께 나타났다.재환은 값비싼 선물 상자를 연신 옮겨 나르느라 땀에 젖어 있었다.육해공의 진귀한 산해진미들까지... 없는 게 없었다.“장모님, 이건 다 장모님 건강과 보신에 좋은 것들입니다. 치료 효과도 좋다고 하더군요.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습니다.”강준의 태도는 보기 드물게 공손했다.남선애는 속으로 불편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하 서방, 마음만 받겠어.”강준은 계속 말을 이었다.“제가 별아하고 결혼한 지 벌써 3년인데, 한 번도 장인어른, 장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낸 적이 없네요.”“늘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별아하고 함께 부모님 곁에서 설을 보내고 싶습니다.”남선애는 눈이 동그래졌다. 딸과 함께하는 명절은 축복이지만, 원치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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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은 오래도록 입을 열지 못했다.‘넌 모르지, 별아야... 내가 차를 몰며 얼마나 미친 듯이 달려왔는지.’‘넌 모르지, 혹시나 네게 가장 나쁜 일이 벌어졌을까...’‘그 생각만으로 내 눈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는 걸...’강준은 끝내 자신을 기다린 게 치밀하게 짜인 음모였다는 사실만은 믿고 싶지 않았다.그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단순한 설명뿐이었다.별아가 말해주기만 하면, 강준은 그대로 믿을 준비가 돼 있었다.하지만 별아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다음은 뭐야?”강준이 쓴웃음을 지었다.별아는 고요히 그를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연휴가 끝나면... 우린 이혼 얘기를 해야지. 난 그게 기대돼.”“내가 마음을 바꾸면?”“그럼... 같이 끝내는 거지.”‘내 마음은 이미 산산조각 나서, 다시는 맞춰 붙일 수도 없어.’‘죽음은 두렵지 않아. 내가 두려운 건... 끝없이 강준을 마주해야 한다는 거야.’‘난 더는 하강준을 보고 싶지 않아. 단 하루, 단 한 시간, 단 1분 1초도...’강준은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엔 조롱이 섞여 있었다.“역시 마음이 돌아선 여자는... 얼음장보다도 더 차갑구나.”...병실.간호사가 이겸의 상처를 소독하고 새 붕대를 감고 있었다.별아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 뒤 들어왔다.“유 변호사님.”“별아 씨.”이겸은 별아가 놀랄까 봐, 흉하게 그을린 손목을 얼른 가렸다. 다만 굽히지 못하는 손가락만 간호사가 꼼꼼하게 붕대로 감쌌다.“죄송해요. 어제 밤, 제가 변호사님을 바로 병원에 모셔다 드렸어야 했는데... 그때는...”“괜찮습니다. 별아 씨가 얼마나 놀라셨을 텐데요. 혹시 어젯밤 악몽 꾸진 않으셨죠?”이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별아의 마음을 다독이는 듯한 말투였다.‘내가 놀란 건 사실이지만, 다친 건 변호사님인데... 그래도 나만 걱정하고 있어.’별아는 그럴수록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저는 괜찮습니다. 변호사님 상처가... 너무 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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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길에 휩싸인 시정을 보자마자 달려간 강준은 맨 손으로 불을 껐다.시정의 손목은 이미 심하게 그을려서 차마 볼 수 없을 정도였다.“강준 오빠, 저... 방금...”시정이 먼저 울먹이며 강준의 품에 안겼다.떨리는 손끝으로 이겸과 별아를 가리켰다.“저 둘... 저 두 사람이...”강준의 날 선 시선이 이겸과 별아에게 꽂혔다.별아가 무사한 걸 확인한 뒤에야, 강준은 품에 안긴 시정을 내려다보았다.“무슨 일이야?”“저, 저... 오빠... 너무 아파요... 오빠, 나 병원에 좀 데려가 줄래요? 오빠...”강준은 시정의 상처를 한 번 훑어보더니, 단숨에 그녀를 들어 올렸다.“이겸, 네가 별아 집에 데려다 줘. 난 시정이부터 병원에 보내야겠어.”이겸이 급히 강준이를 붙잡으려 했지만, 별아가 막아섰다.“하강준의 눈에는... 소시정밖에 없어요. 이번에도 하강준은 소시정을...”별아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전생도, 이번 생도... 같은 사람한테 이렇게 무너지다니.’‘제일 아픈 건, 사실 아무 감각도 없다는 거야.’휘청이며 밖으로 걸어 나간 별아에게 달빛이 드리웠다.차갑고 고요한 빛이 길을 감싸고 있었다.“유 변호사님, 저기요. 오늘 달, 참 밝고 둥그네요.”뜨겁게 젖어드는 눈가를 손으로 살짝 가렸다.‘나도 참 한심하지. 이렇게까지 상처받고도 또 울다니.’“별아 씨, 강준이는... 별아 씨를 걱정하는 거예요.”이겸이 몇 마디 변명처럼 건넸지만, 별아는 듣고 싶지 않았다.전생에서도, 강준은 똑같이 자신을 버렸다.강준은 별아가 죽길 바랐다. 전생이든, 이번 생이든.“유 변호사님, 그만 돌아가시죠.”그때 경진이 허겁지겁 따라 나왔다.“누나.”별아가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다.경진의 눈에는 분명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가득했다.한참을 머뭇거리던 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누나.”별아는 ‘괜찮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차갑게 시선을 거두고, 담담히 등을 돌렸다....병원.의사가 시정의 손목과 팔의 화상을 치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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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겸은 차를 다시 후진해서 그 자리로 돌아왔다.차를 세우자 그는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공장 정문에 가까워질수록 휘발유 냄새는 점점 더 짙어졌다.이유 없이 맡게 된 그 냄새는 어딘가 이상했다.이겸은 조심스럽게 문틈에 다가가 틈으로 들여다보았다.안에서는 낮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별아, 이대로 죽어...”시정이 라이터 불을 든 채 별아에게로 다가가려는 순간, 이겸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그만하세요!”이겸이 큰소리로 외쳤다.시정은 놀라며 이겸을 보았다. 눈빛에 경계와 분노가 동시에 번졌다.“유 변호사? 어쩐 일이야, 여기서 뭐하는 거야? 오지 마.” 라이터 불꽃이 흔들렸다. 불씨가 조금만 튀어도 별아에게 뿌려진 휘발유가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이겸은 천천히 손을 들어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시정 씨, 진정하세요. 송별아 씨는 소시정 씨와 아무 원한도 없어요. 왜 굳이 송별아 씨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거죠? 라이터 내려놓으세요. 조건이 있다면 이야기로 해결할 수 있어요.”이겸은 천천히 다가서면서 외투 단추를 풀었다.시정은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거기 제대로 서 있어, 내가 분명하게 말하지만 송별아는 반드시 죽어야 해. 유 변호사도 송별아와 같이 죽고 싶다면 막지 않겠어.”“변호사님, 소시정은 이미 미쳤어요. 가까이 오지 마세요, 여기 위험해요.”별아는 한 번 죽음을 겪어본 사람이었다. 다시 죽고 싶지는 않았지만, 남에게 짐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특히 이겸은 진심으로 별아를 도운 사람이었다. 이겸의 눈빛은 확고했다.별아는 반드시 구해내겠다는 이겸의 결의가 느껴졌다.“제발 들어주세요, 소시정 씨.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이겸은 조심스럽게 몇 걸음 더 다가서며 별아에게 점점 가까워졌다.“사람 하나 죽이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소시정 씨, 그러고도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설사 마음이 편해진다 해도, 경찰이 소시정 씨를 그냥 놔둘까요?”“소시정 씨는 아직 젊잖아요. 왜 인생을 이렇게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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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아 차는 아직 회사 건물 밑에 그대로 있어. 근데 사람은 없어.”강준과 이겸이 눈을 마주쳤다.짙은 새벽 공기 속, 두 남자의 시선은 묘한 불길함으로 얼어붙었다.이겸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급히 별아의 번호를 눌렀다.차가운 기계음이 들렸다.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였다. 강준이 이미 들었던 그것과 똑같았다.이겸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며 다시 수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라도 별아가 그녀와 함께 있기를 바랐다.하지만 수지의 대답은 차가웠다. 별아는 함께 있지 않다고.“경찰에 신고했어?”이겸의 목소리가 급박하게 떨렸다.강준은 고개를 저었다.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설마... 별아한테 무슨 일이...’이겸은 수많은 사건을 변호사로서 겪어온 경험이 떠올랐다.한밤중에 젊고 예쁜 여자가 차를 두고 사라졌다. 좋은 상황일 리가 없었다.“우린 갈라져서 찾자. 넌 경찰부터 연락해.”짧은 대화 끝, 두 사람은 동시에 차 문을 열었다.으르렁거리는 엔진 소리가 캄캄한 도로 위 적막을 찢었다.불안과 초조가 얽힌 헤드라이트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다....버려진 공장 건물 안.시정이 기름통을 들고 별아의 몸 위에 휘발유를 흩뿌리자,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빛도 거의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별아의 옷과 머리칼 위로 기름이 끈적하게 스며들었다.“남자들은 애초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에요. 언니, 원망하려면 강준 오빠를 탓하세요. 제가 겁이 없어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저는 죽여야 할 사람이 없어요.”시정은 웃음기를 띤 얼굴로 별아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빠가 시키니까 어쩔 수가 없죠. 언니는 저를 탓하지 않으실 거죠?”별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눈이 따끔거려서 제대로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기름 냄새가 목구멍을 태웠다.“소시정, 네가 하강준의 아내가 되고 싶다면 내가 그 자리 넘겨줄게. 그런데 네가 날 죽인다면, 넌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별아는 시정의 양심을 조금이라도 건드려 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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