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는 연회장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운전기사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 하고, 핸드폰을 들어 친구이자 변호사인 연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하강준이랑 이혼할 거야.”민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진짜...? 장난 아니지?]“얼른 하강준 뒷조사 좀 해줘. 그리고 협의이혼 합의서도 빨리 초안 잡아. 최대한 빨리.”별아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변호사로서의 민희는, 별아가 단순히 술김이나 다툼 때문에 충동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알았어. 최대한 서둘게.]“고마워.”전화를 끊은 뒤, 별아는 핸드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화면 속 배경은 여전히 자신과 강준의 결혼사진이었다.그때 그렇게 환하게 웃었던 얼굴이, 지금은 참으로 비웃음 같았다.“별아, 평생... 아니, 다음 생까지, 그다음 생까지 널 사랑할 거야. 죽을 때까지.”“자기야, 널 아내로 맞은 건 내가 몇 생을 공들여 얻은 복이야. 널 매일 웃게 해줄게. 울게 하지 않을 거야.”“여보, 우리 아기 낳자. 우리 사랑의 증거.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아기가 될 거야.”“별아... 우리 여보...”“...”별아의 가슴은 한 치씩 갉아 먹히듯 아파왔다. 입꼬리가 서늘하게 휘어졌다.‘하강준, 벌써 네 맹세를 잊어버렸지. 우리 아이도...’별아는 눈을 감았다. 날카로운 손톱이 가죽 시트를 깊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입술이 떨리더니, 뜨거운 눈물이 두 줄기 흘러내렸다.그날 밤,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별아는 집으로 향했다.그녀가 익숙한 집의 현관문을 열자 가사도우미들만 보였고, 강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이모님, 대표님 아직도 안 들어왔어요?”강준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적어도 마음을 빼앗긴 시정은 집에 데려다 줬어야 했다.“소시정 씨는요? 아직 안 왔나요?”가사도우미는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사모님, 대표님은 안 들어오셨습니다. 말씀하신 소시정 씨는... 본 적이 없는데요.”별아는 잠시 굳어섰다.이내 천천히 슬리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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