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두려운 게 당연합니다, 리카도. 당신은 지금, 당신 인생에서 가장 높은 절벽 끝에 서 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는 노트북을 켜, 리카도에게 한 편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화면 속에는, 4주 전, 처음 만났던 날의 리카도가 있었다. 패배감에 젖어, 모든 것을 포기한 눈빛의 남자.
“이 사람이 누군지 알겠습니까?”
리카도는 고개를 숙였다.
지훈은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프리스비를 던지며 괴로워하는 모습, 리본을 휘두르며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새로운 감각을 깨닫고 환호하던 모습까지. 지난 4주간의 모든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당신은 이 영상 속의 모든 순간들을 이겨냈습니다. 세상의 모든 조롱과 당신 내면의 의심을, 오직 당신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며칠 후, FA 시장은 쇼이의 행선지를 둘러싼 온갖 추측과 루머로 들끓었다.양크, 메치, 샌프란시스 등 자금력을 갖춘 모든 구단들이 그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다.다이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프리드먼 사장은 지훈의 분석을 전적으로 신뢰했고, 무리한 금액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쇼이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전략을 택했다.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저녁.지훈은 세연과 함께 LA 천문대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발아래 펼쳐진 거대한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결국… 잘 되겠죠?”세연이 그의 팔에 살며시 기대며 물었다.“결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대답했다.“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진심을 전했으니까요. 그걸로 충분합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드류 프리드먼 사장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벅찬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강 디렉터! 방금… 방금 발레로에게서 연락이 왔네!”]지훈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쇼이가… 우리 다이스를 선택했네! 계약 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이야!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뭔지 아나?”]프리드먼은 잠시 숨을 골랐다.[“그가 계약 조건으로 딱 한 가지를 내걸었다네. 자신의 모든 재활 과정과 퍼포먼스 관리를… 오직 당신, 강지훈에게만 맡기겠다는 조건. 그는 돈이 아닌, 당신의 시스템과 당신이라는 사람을 선택한 걸세!”]지훈은 수화기를 든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LA의 화려한 야경 위로, 자신이 걸어왔던 지난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무능하다 쫓겨났던 말단 사원. 절망 속에서 얻게 된 기적 같은 능력. 이현성, 이하준, 박건우, 윤태웅, 이정훈, 리카도, 커쇼… 그리고 마침내, 쇼이까지.그의 옆에서, 최세연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자랑스러움과 기쁨의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해냈어요,
며칠 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쇼이와 그의 에이전트 발레로가, 다이스의 프리드먼 사장과 데이비드 첸 부사장, 그리고 강지훈, 최세연과 마주 앉았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이 논의될지도 모를 세기의 미팅이었다.분위기는 예상대로 무거웠다. 쇼이는 특유의 소년 같은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그의 옆에 앉은 에이전트 발레로는, 날카로운 눈으로 다이스 측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었다.프리드먼 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다이스가 쇼이를 얼마나 원하는지, 그가 LA에 가져올 상징성과 마케팅 효과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발레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사장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저희도 다이스라는 위대한 구단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죠. 지금 쇼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닙니다. 그의 ‘미래’입니다.”발레로는 지훈을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쇼이는 투수로서, 그리고 타자로서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를 원합니다.하지만 지금 그의 팔꿈치는… 아시다시피 심각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쇼이가 다시 투타 겸업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팀과 계약할 겁니다. 최고의 의료진, 최고의 재활 시스템.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조건입니다.”그의 말은 명백히 강지훈을 겨냥한 것이었다. ‘당신이 정말 그 정도의 능력을 가졌는지 증명해보라’는 압박이었다.모든 시선이 지훈에게로 쏠렸다. 지훈은 긴장하는 대신,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는 쇼이에게 직접 말을 걸었다.“쇼이 선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당신의 오랜 팬이었습니다.”그의 예상 밖의 첫마디에, 쇼이의 눈이 살짝 커졌다.“저는 당신이 고교 시절 던졌던 160km짜리 공부터, 작년 시즌 MVP를 수상하는 순간까지 모든 것을 지켜봤습니다. 당신은 단순한 야구선수가 아닙니다. 당신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개척자이자,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다음은 어디로 가는 거예요?”세연이 물었다.“텍사스로 갑니다.”지훈은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또 다른 선수 프로필을 보여주었다.“다이스가 이번 FA 시장에서 영입해야 할,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만나러 갑니다.”화면 속에는, 덥수룩한 수염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젊은 일본인 투수의 사진이 있었다. 그의 이름 아래에는, 이런 설명이 적혀 있었다.[선수: 쇼이. 투타 겸업. FA 최대어. 팔꿈치 부상으로 다음 시즌 투수 등판 불투명…?]지훈의 입가에, 흥미로운 미소가 걸렸다.신을 부활시킨 그의 다음 목표는 현존하는 최고의 천재, 그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시대를 건 도박, 쇼이클레이 커쇼의 완벽한 부활. 그것은 단순한 한 경기의 승리를 넘어, LA 다이스라는 제국 전체에 강지훈이라는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음을 알리는 장엄한 선언이었다.개막전 승리의 열기는 로스앤젤레스 전체를 뒤덮었고, 시즌 전 다이스의 우승 확률을 낮게 점쳤던 모든 전문가들은 앞다투어 자신들의 예상을 수정하기 바빴다. 그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이제 스물아홉의 CPO, 강지훈이 있었다.하지만 정작 역사의 중심에 선 지훈은, 축제의 열기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 전장, 아니, 야구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위험한 도박이 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있었다.드류프리드먼 사장이 건넨 FA 명단. 그 최상단에 자리한 이름.쇼이.현존하는 최고의 야구선수이자,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살아있는 신화.하지만 그의 이름 옆에는, 치명적인 주홍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UCL) 파열. 다음 시즌 투수 등판 불투명. 토미 존 수술 가능성 높음.]애리조나의 K 퍼포먼스 랩. 그곳은 이제 다이스의 비밀 병기 개발 기지이자, 강지훈의 절대적인 성역이 되어 있었다.지훈은 지난 며칠간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최소화한 채, 오직 쇼이라는 거대한 산맥을 분석하는 데만 몰두하
다이스 스타디움의 공기가 순간 차갑게 얼어붙었다. 관중석의 팬들도, 덕아웃의 선수들도, 모두 숨을 죽이고 마운드를 바라봤다. 바로 그 장면. 과거의 악몽이 또다시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커쇼의 심장이, 다시 한번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분석실의 모니터 위, 커쇼의 심박수 그래프가 붉은색 위험 구간으로 치솟았다. 교감 신경계 활성도 급증. 편도체 반응 활발. 시스템은 그의 뇌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었다.“……젠장.”지훈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VR 훈련으로 과거의 유령을 몰아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의 압박감은 가상현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마운드 위에서, 커쇼는 잠시 타임을 요청했다. 그는 모자를 벗어 땀을 닦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귓가에, 수년 전 월드시리즈 패배 후 쏟아졌던 비난과 조롱의 목소리들이 환청처럼 들려왔다.‘새가슴’, ‘가을야구만 되면 작아지는 투수’…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바로 그때였다.그의 눈에, 덕아웃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지훈의 모습이 들어왔다.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커쇼를 향해 고개를 한번 까딱, 하고는 다시 자신의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 무심한 듯한 행동 속에, 커쇼는 강력한 메시지를 읽었다.‘나는 당신을 믿는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 자신을 믿어라.’커쇼는 눈을 감았다. 그는 지훈이 알려준 마지막 처방전, 그 호흡법을 시작했다. 4초간 들이마시고, 6초간 내뱉으며, 모든 의식을 오직 자신의 몸 안으로 집중시켰다. 들썩이던 어깨가 가라앉고, 터질 것 같던 심장이 안정
그의 마지막 워밍업 투구. 포수 스미스의 미트가 경쾌한 파열음을 냈다. 스피드건에는 ‘94mph’가 찍혔다. 그의 부활을 의심했던 몇몇 기자들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흘러나왔다.덕아웃에서는 그렉 모레슨 수석 투수코치가, 복잡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이제 지훈의 시스템을 전적으로 신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오랜 경험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변수를 걱정하고 있었다.과연 커쇼가, 저 거대한 압박감 속에서 정말로 과거를 떨쳐낼 수 있을 것인가?1회 초,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상대 팀 애리조나 다이아의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커쇼는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조용히 첫 번째 공을 던질 준비를 했다.그의 눈빛은 고요했다. 그는 더 이상 타자를 이기려고, 혹은 자신을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몸이 기억하는 가장 완벽한 움직임, 그리고 포수가 요구하는 단 하나의 지점에만 집중했다.그의 팔이 부드럽게 휘둘러졌다. 그의 손끝을 떠난 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미트의 바깥쪽 낮은 코스에 정확히 꽂혔다. 94마일 패스트볼. 스트라이크.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단순한 스트라이크 하나가 아니었다. 그것은 신의 귀환을 알리는 웅장한 서곡의 첫 음표였다.커쇼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다음 공으로,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커브를 던졌다. 공은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타자의 눈앞에서 폭포수처럼 낙하했다. 타자의 배트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스트라이크 투.그리고 마지막 공. 다시 한번 94마일 패스트볼. 이번에는 몸쪽 높은 코스였다. 타자는 알고도 칠 수 없었다. 삼구삼진.
경기는 결국 2:3, 다이스의 아쉬운 역전패로 끝났다.경기 후 인터뷰에서, 카를로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그 루키의 슬라이더? 확실히 인상적이었지. 하지만 결국 경험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고 생각해. 진짜 에이스는, 중요한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니까.”언론 역시 ‘괴물 루키의 충격적인 데뷔, 그러나 영웅은 카를로였다’는 식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리카도의 기적은, 카를로의 홈런 한 방에 가려져 빛이 바랜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그날 밤, 메이저리그의 모든 전력 분석팀 사무실은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들은 리카도가 던진 ‘악마의 슬라이더’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그들은 직감했다. 오늘 그들이 본 것은, 단순한 루키의 반짝이는 활약이 아니었다. 리그의 판도를 뒤흔들, 새로운 시대의 괴물이 포효하기 시작했다는 것을.애리조나의 저택으로 돌아온 지훈과 세연.세연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지훈에게 물었다.“정말… 괜찮아요? 오늘 경기, 이길 수도 있었는데.”지훈은 창밖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괜찮습니다. 전쟁은 승패가 아니라, 결국 누가 마지막에 서 있느냐로 결정되는 법이니까요.”그의 눈은, 이미 다음 전투를 그리고 있었다.리카도는 오늘 패배했지만, 그는 그 패배를 통해 더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카를로는 오늘 승리했지만, 그의 몸 안의 시한폭탄은 여전히 째깍거리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우리는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