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강지훈 씨. 내 말은 이제 그만 나오라는 소리야.”글로벌 스포츠 매니지먼트(GSM)의 박 팀장은 값비싼 원목 책상에 팔꿈치를 기댄 채, 지독한 경멸이 깃든 눈으로 지훈을 쏘아봤다. 해고 통보였다. 아니, 해고라는 말도 사치였다.계약 기간 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서류상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통보였으니까.“팀장님,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이번 최현수 선수 재계약 건은…”“시끄러워.”박 팀장의 한마디에 지훈의 말은 공중에서 힘없이 흩어졌다.“최현수 선수가 우리랑 재계약 안 한 게 네 탓이라고 하는 거 아니잖아. 애초에 너한테 그런 중요한 일을 맡기지도 않았고. 그냥, 강지훈 씨는 우리 회사랑 안 맞는 것 같다는 거지. 스포츠에 대한 열정? 그런 건 아마추어들이나 갖는 거고 이 바닥은 돈이야. 인맥이고.”그는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책상 위로 툭 던졌다.“이달 월급이랑 위로금 조금 넣었으니까, 이걸로 맛있는 거나 사 먹고. 앞으로는 좀 더 네 주제에 맞는 일을 찾아봐. 이를테면… 편의점 알바 같은 거?”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지훈의 귓전을 때렸다.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느껴졌지만, 분노를 표출할 자격조차 없었다. 그는 GSM의 말단 사원, 아니, 1년짜리 계약직 인턴에 불과했다.정직원이 되기 위해 지난 1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선배들의 비위를 맞추며, 밤샘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주제에 맞지 않는 열정’이라는 비수와 함께 날아온 해고 통보였다.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집어 들었다. 얇은 종이 쪼가리의 두께가 그의 1년의 무게였다. 더 이상 할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었다. 그는 꾸벅, 기계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팀장실을 나섰다.사무실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동정, 호기심, 그리고 안도감.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비겁한 안도감이 공기 중에 끈적하게 떠다녔다.지훈은 제 자리에 놓인 얼마 안 되는 짐을 상자에 담았다. 그때, 동기인 민혁이 다가와
Last Updated : 2026-07-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