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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곤원
황제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굳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연정과 벽 사이를 가로막았고, 연정은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황제는 미간을 더 찌푸렸다.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정은 다시 벽에 부딪치려 했고, 황제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 힘껏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무슨 짓이냐? 짐에게 너를 책봉하라 강요하는 것이냐?”

그의 목소리에는 짙은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

연정은 눈을 내리깔아, 원하던 바를 이룬 안도와 기쁨을 감췄다.

만약 황제가 와서 잡아주지 않았다면, 다리에 힘이 풀린 척하며 벽에 부딪히는 것을 피할 작정이었다.

‘폐하께서 나를 저지한 걸 보니, 내가 죽는 것은 원치 않는 모양이구나.’

연정은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얼굴로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애써 울음을 참아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폐하… 부디 목숨을 끊어 황실의 명예를 지키게 해주시옵소서.”

연정은 흐느끼면서도 죽음을 각오한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동궁의 궁녀가 아니더냐?”

‘대신의 여식이라면, 동궁에는 딱 네 명뿐인데…’

“폐하, 그 아이는 태사 가문의 적녀이자 막내딸, 소연정이옵니다.”

도황후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바깥에서 들려왔다.

황제는 어두운 얼굴로 연정을 놓아주려 했다. 하지만 도황후의 목소리와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자극받은 연정은 당장이라도 벽에 머리를 찧을 듯 몸부림쳤다.

황제는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그녀를 놓지 못했다.

태사의 적녀가, 그의 눈앞에서 죽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도황후가 막 문을 밀고 들어오려던 참에, 황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들어오지 말게. 그리고 이 여인이 입을 만한 옷을 준비하게.”

문고리를 잡은 도황후의 손이 굳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리고, 얼굴을 굳힌 채 문밖에 서 있었다.

마음은 이미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도황후는 황제와 십수 년을 부부로 지냈기에, 그의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가 이렇게 연정을 감싸는 이상, 이 사달을 만든 진짜 범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어려울 듯했다.

옆에 있던 유상궁은 황제의 명에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옷을 가지러 나갔다.

“폐하, 신녀는 폐하의 명예를 더럽히고 싶지 않사옵니다. 신녀를 죽게 해주시옵소서. 더는 낯을 들고 살아갈 수 없사옵니다.”

눈물을 흘리는 연정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진 듯 황제의 품에 기대었다. 참으로 가련하면서도 애처로웠다.

“대체 어찌 된 일이냐?”

화를 내려던 황제는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흐느끼는 연정을 보자 차마 언성을 높이지 못했다.

‘그래, 중신의 여식이, 머지않아 태자의 측비가 될 어린 소녀가 자기 발로 내 침상에 오를 리가 없다.’

황제는 그녀를 처음 마주쳤을 때를 떠올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붉었고, 그를 발견하자마자 옷을 벗으며 달려들려 했었다.

그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잘 모르겠사옵니다.”

“태자전하의 대혼에서 한 궁녀가 태자전하께서 내리신 술이라며 한 잔을 가져왔기에 마셨을 뿐이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뜨거워졌사옵니다. 누군가의 계략에 빠졌음을 깨닫고, 추태를 보이기 전에 궁비로 갈아입은 뒤 외진 곳에 숨으려 했사온데…”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황제의 얼굴도 몹시 어두웠다.

그 후, 두 사람은 마주쳤고… 불같이 타올랐다.

‘누가 감히 짐과 중신의 여식을 계략에 빠뜨렸단 말인가? 이는 부자지간을 이간질하고, 군신 간의 마음을 갈라놓으려는 심산이다. 실로 악독한 계략이구나.’

‘그래, 이 아이도 계략에 빠진 무고한 여인일 뿐이다. 동궁에 홀로 있었고, 곁에는 시중드는 궁비 하나 없었다. 제 목숨과 정절까지 걸고 짐을 함정에 빠뜨렸을 리는 더더욱 없다.’

“폐하, 소 소저의 옷이 도착했사옵니다.”

유상궁의 목소리가 울리며 전각 안의 대치와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연정은 몸을 떨며 황제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볼을 타고 내린 눈물은 황제의 손 위에 떨어졌다가 사라졌다.

명백히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외부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어했다.

여인의 정절과 명예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황제는 놓으려던 팔에 다시 힘을 주어 그녀를 감싸 안았다.

“겁먹을 것 없다. 짐이 알아서 하겠다.”

황제는 고개를 숙여 연정을 바라보았다. 분노를 감춘 그의 눈에는 오직 진지함과 위로만이 남아 있었다.

연정도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감동과 기대가 피어올랐다.

마침내 기댈 곳을 찾은 연정은 굵은 눈물방울을 더는 숨기지 않고 하나씩 떨어뜨렸다.

황제의 품속으로 파고든 연정은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흐느꼈다.

“폐하, 두렵사옵니다.”

목소리에는 어린 여인의 의지와 서글픔만이 가득했다.

황제는 그녀를 안아주었다.

“짐이 지켜줄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

연정도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나약한 모습을 내세워 한발 물러난 뒤 목적을 이루는 계략은 예상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이번에 그녀는 목숨도 지켰고 계략도 성공했다.

연정의 시야로 방 안의 대들보가 들어왔다. 참새 두 마리가 그곳에 앉아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내가 그랬잖아, 황제는 정욕이 강하고, 무엇보다 여리고 가련한 여인을 가장 좋아한다고. 총애받는 순빈도 여린 척하며 애교를 부르는 데 능한 사람이잖아. 이번엔 내가 일등 공신이야.”

“쳇, 내가 황제의 잔에 약을 물어다 넣지 않았으면 이번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끝났을 것 같아? 내가 진짜 일등 공신이야.”

두 참새는 서로 쪼아댈 기세로 대화를 나누다가, 소리가 날까 봐 걱정되었는지 결국 고개를 홱 돌리고 서로 못 본 척했다.

그 모습에 연정은 실소가 새어 나왔다.

연정은 어릴 적부터 새들의 말을 알아들었다. 하지만 참새나 제비와 곧잘 이야기를 나누는 딸을 본 부모는 그녀의 정신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몹시 걱정했다. 그제야 연정은 다른 사람에게는 새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뒤로, 새들은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동무이자, 가장 쓸모 있는 무기가 되었다.

황제는 연정의 곁을 지켜주었다.

이토록 여리고 가련한 여인에게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폐하, 신녀가 결례를 범했사옵니다.”

언제까지나 매달려 있을 수는 없었다. 권세가 높은 자일수록 인내심은 짧은 법이니.

황제의 품에서 벗어난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황제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는 말없이 몸을 일으켰다.

연정도 찢어진 옷을 꼭 여민 채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수줍고도 무력한 기색을 보였다.

“폐하.”

문이 막 열리자, 도황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황후는 여전히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유상궁은 새 옷을 받쳐 든 채 옆에서 공손히 무릎을 꿇고 있다가, 황제가 나타나자마자 그것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

황제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직접 옷을 받아 들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굳게 닫았다.

그 모습에 도황후의 낯빛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유상궁은 옆에 무릎을 꿇은 채, 감히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황제가 연정을 감싸고돌수록, 이 일은 조용히 끝날 수 없었다.

한편, 다시 안으로 들어온 황제는 옷을 연정에게 건넸다.

“폐하, 망극하옵니다.”

연정은 황제의 은혜에 감사를 표하며 옷을 받아 들었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였지만, 황제가 붙잡아 준 덕분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바람에 꼭 붙들고 있던 찢어진 옷이 손에서 미끄러져 내렸고, 황제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은 그녀의 몸이 온전히 드러났다.

순간, 두 사람은 굳어버렸다.

곧이어 정신을 차린 연정은 붉게 타오른 얼굴로 새 옷을 아무렇게나 걸치며 고개를 숙였다.

황제는 그녀가 얼마나 부끄럽고 난처해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문득 두 사람이 뒤엉켰던 장면과, 그녀의 곱디고운 살결 위에 남은 선명한 흔적이 떠올랐다.

그의 목울대가 꿈틀거렸다.

“태자전하, 오늘은 경사스러운 대혼 날이니 먼저 신방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어떠하실지요.”

문밖에서, 황제의 최측근 태감인 상덕이 태자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연정과 황제가 동시에 문 쪽을 바라보았다.

“아바마마의 옥체가 편치 않으시다기에, 친히 곁에서 병간호를 해야 마음이 놓일 듯하여 이리 왔사옵니다.”

태자의 발소리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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