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享

제2화

作者: 곤원
“방자하구나!”

도황후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황후의 위엄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누구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당장 끌어내 곤장을 쳐라!”

공포에 질린 국화가 막 애원하려는 찰나, 곁에 있던 내관이 재빨리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끌어냈다.

황실 친척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감히 태자의 혼례식 날, 동궁에서 그런 더러운 짓을 벌인단 말인가?’

궁녀가 미쳐 헛소리를 한 것이 아니라면, 태자가 동궁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탓이었다. 어느 쪽이든 태자의 위엄에 흠이 갈 일이었다. 더구나 혼례 날 피를 보는 것은 몹시 불길했다.

만약 그 일이 사실로 밝혀지면, 태자는 모두의 앞에서 체면을 잃을 것이다.

비록 태자는 어떤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지만, 두 눈 만큼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

처음에는 황제의 거친 손길도 견딜 만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허리와 다리가 쑤셔 더는 버티기 어려웠다. 연정은 그가 방심한 틈을 타 몰래 최음제 한 알을 입에 넣었다. 약은 곧바로 녹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처 삼키기도 전에 황제가 입술을 덮쳤고, 녹은 약이 누구의 목으로 넘어갔는지도 모른 채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앞마당이 조용해지면서 두 사람의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문밖에서 누군가 오는 듯한 소리를 희미하게 들은 연정은 일부러 더 애처롭고 달콤한 소리를 내며 더욱 대담하게 황제의 품을 파고들었다.

‘감히 황제의 밀회를 들이닥칠 자가 있을지 궁금하구나.’

황제의 품에 안긴 연정은 그의 목울대에 입을 맞추었고, 황제는 신음을 내뱉으며 멈칫하다가, 이내 그녀의 허리를 쥔 손에 힘을 가했다.

“누가 이런 것을 가르쳐 준 것이냐?”

잔뜩 쉬어버린 그의 목소리에는 통제할 수 없는 정욕이 배어 있었다.

태자와 태자비를 거느리고 온 도황후가 문을 밀어젖히려던 순간, 안에서 황제의 낮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일행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도황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녀는 문고리에서 손을 내리고 굳은 얼굴로 뒤따르는 궁녀들에게 손짓했고,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인사를 올리고 물러났다.

“태자, 밖의 사람들과 잔치를 즐기거라.”

도황후가 쉰 목소리로 명했다.

동궁에 추문이 없었다고 해명하기는 이미 어려워졌다. 여기서 더 소란을 피웠다가는 황실의 체면마저 땅에 떨어질 터였다.

“예, 어마마마.”

태자는 도황후에게 예를 갖춘 후 춘화전을 나서며 굳게 닫힌 방문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연정의 목소리와 많이 닮은 듯한데…’

그러나 태자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이성을 되찾으려 했다.

‘그럴 리가.’

“태자전하.”

밖에서 기다리던 황실 친척들이 일제히 태자에게 인사를 올렸다.

태자가 웃으며 말했다.

“들고양이가 발정 난 모양입니다. 오늘은 저의 기쁜 날이니, 함께 술을 마시며 축하해주십시오.”

“예, 태자전하.”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춘화전을 떠났고, 아무도 춘화전에 관해 캐묻거나 탐색하려 하지 않았다.

태자가 즉위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고, 아무도 이렇게 좋은 날 눈총을 받고 싶어 하지 않았다.

춘화전의 마당은 빠르게 잠잠해졌고, 오직 남녀가 뒤엉킨 음란한 소리만 이어졌다.

도황후는 여전히 전각 밖에 서 있었고, 그녀를 부축하던 도명주는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녀의 얼굴은 짙은 화장으로 덮여 있었음에도 창백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이 황제와 연정임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도명주는 평정심을 잃었다. 그래도 오랫동안 익힌 예법과 처세 덕분에 간신히 속내를 감출 수 있었다.

“네가 꾸민 것이냐?”

도황후는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도명주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도명주는 서둘러 차가운 청석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감히 황후를 올려다보지 못했다.

“고모님, 저는 그저 소연정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했을 뿐, 폐하까지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사옵니다.”

도명주가 흐느끼듯 말했다.

손수건을 쥔 손이 하얗게 질린 도황후는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도명주를 바라보았다.

“이런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훗날 어떻게 국모가 되겠느냐? 차라리 소연정을 정실로 들이는 편이 나았을 것을!”

황후의 모진 말에 도명주의 눈시울이 즉시 붉어졌고, 눈물 한 방울이 툭 청석 바닥에 떨어졌다.

도명주가 바닥에 머리를 짓찧으며 잘못을 뉘우쳤다.

“제가 잘못했사오니, 고모님께서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방 안의 음탕한 소리가 더욱 격렬해지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도명주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도황후는 차가운 얼굴로 소매를 휘저으며 곧장 동쪽 별채로 향했다.

도명주는 뒤따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앉아 눈물을 흘렸다.

유상궁이 도황후에게 조용히 찻잔을 올리며 온화하게 달랬다.

“황후마마, 부디 화를 삭이십시오.”

도황후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찻잔을 받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진정하려던 찰나, 귓가에 농밀한 여인의 교성이 들려왔다.

쨍!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두 조각으로 깨졌다.

“참으로 방자하구나!”

“이리도 음탕한 여인이 명문가 규수라니? 태자를 홀려 정신을 못 차리게 한 것도 모자라, 본궁에게 대들면서까지 측비로 들이려 한 이유가 있었구나! 이제는 대놓고 폐하의 침상까지 올라가? 본궁의 속을 뒤집어놓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얼굴을 일그러뜨린 도황후는 갑자기 전해지는 통증에 가슴을 부여잡고 기침을 쏟아냈다.

유상궁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흰 자기 병을 꺼내 약 두 알을 도황후에게 건넸다. 도황후는 서둘러 약을 삼키고 치미는 화를 억눌렀다.

“황후마마께선 본래 심장이 약하시니 이렇게 흥분하시면 안 되옵니다. 제 아무리 가문이 좋다 한들, 이제 막 계례(笄禮: 성인이 되어 비녀를 꽂는 예식)를 치른 계집일 뿐이고, 크게 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도황후의 숨소리가 안정을 되찾았지만, 안색만큼은 여전히 어두웠다.

도황후는 유상궁을 가까이 불러 귓속말을 했다. 한참을 대화한 후, 다시 밖으로 나온 유상궁은 도명주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사람을 시켜 도명주를 방으로 돌려보냈다.

기쁜 날, 일을 더 크게 벌일 수는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춘화전은 마침내 조용해졌고,손님들도 대부분 흩어졌다.

태자는 술에 잔뜩 취했지만, 여전히 춘화전의 일이 마음에 걸렸는지 내관 장학의 부축을 받으며 춘화전으로 향했다.

정사가 끝난 후, 황제와 연정도 서서히 진정을 했다.

그는 이미 위엄 있고 범접할 수 없는 기세를 지닌 황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연정을 보는 눈빛에도 서늘함이 서렸다.

“누가 너를 보낸 것이냐?”

그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담겨 있었다.

말없이 찢어진 옷을 어떻게든 걸쳐 입던 연정은 황제의 질문에 눈시울을 붉혔다.

고개를 든 연정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억울함과 두려움이 뒤섞인 얼굴은 금세라도 무너질 듯했다.

황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앞의 어린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뛰어난 미색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뺨을 붉히며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침상 위에서 보였던 풋풋하고도 대담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가식적이고 요망한 여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엔 잠자리를 한 것 때문에 그녀를 구품 채녀(采女: 후궁의 품계 중 하나)로라도 봉할까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조차 사라졌다.

황제는 더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었다.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가려는 그의 모습에, 연정은 눈물을 머금고 벽을 향해 세게 머리를 들이받았다.

在 APP 繼續免費閱讀本書
掃碼下載 APP

最新章節

  • 태자가 날 버려? 좋아, 그럼 용상에 올라주지   제30화

    연정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폐하께서 혹 신첩이 가식적으로 군 것이라 여겨지신다면, 기꺼이 순빈에게 사죄하겠사옵니다. 두 분 사이를 이간질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옵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가느다랗고 하얀 뒷목이 드러났다. 참으로 아름다웠다. 억울하면서도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황제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황제가 가냘프고 교태로운 여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 일부러 가식적으로 굴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었다. 황제의 의심을 받는 것과,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였다. “소태사는 천군만마를 통솔하며 사방을 누비며 적을 수없이 벤 장군이고, 너의 두 오라비 또한 성정이 강직한데, 어찌하여 너는 이토록 유순한 것이냐?”황제는 연정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 가려진 얼굴을 드러냈다. 황제의 말은 모호했으나, 연정은 황제가 자신이 애처로워 묻는 것이라 여겼다. “신첩은 집안의 막내딸이기에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오라버니, 언니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자랐사옵니다. 세상 물정은 모른 채 컸고, 몸이 허약하여 늘 병치레를 했지요. 집안에서 하도 오냐오냐해주신 탓에 도리어 겁 많고 나약하게 자랐사옵니다. 장군 집안의 여식으로 보여야 할 면모를 보이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옵니다.”연정은 부끄러운 기색으로 답했고,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유라면 납득이 갔다. 소태사가 여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여인이 유순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부끄러워할 것 없다. 다만, 궁에서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마라. 소태사가 마음 아파할까 염려되니 말이다.” “예.” 연정이 순종적으로 대답했다. 황제는 연정의 등을 다독이며 계속 말했다. “내가 이미 너를 신빈으로 책봉하고 영수궁을 하사했으니, 가서 둘러보거라.” “예,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인사를 올리고 물러나던 연정은, 도중에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황제가 재빨리 팔을 뻗어 부축한 덕에 넘어지지는

  • 태자가 날 버려? 좋아, 그럼 용상에 올라주지   제29화

    연정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으나, 이내 평소 표정을 되찾았다. 연정은 순빈을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복경공주의 배동으로 궁에 드나들며 그녀가 황제의 총애를 믿고 교만하게 군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다. 빈 이상의 비빈은 모두 황제의 총애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순빈은 빈 이하의 후궁이 조금이라도 총애를 얻으면 곧장 견제하고, 뒤에서 온갖 시기와 질투를 일삼기로 유명했다. 순빈은 속을 감추지 못했다. 좋고 싫은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황제는 그녀를 꽤 오랫동안 곁에 두었다.연정은 신빈이라는 봉호가 마음에 들었다. 황제가 나름의 양심은 있는 모양이었다. 실리를 챙겼으니, 견제를 좀 받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신첩, 폐하를 뵈옵니다.” 연정이 다가가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황제가 손을 들어 보이자,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이어 순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궁에 처음 들어와 모르는 것이 많사옵니다. 순빈께서 환영해 주시니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사옵니다. 부디 귀찮게 여기지 않으시길 바랄 뿐이옵니다.” 그녀는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마치 순빈이 자신을 반기지 않을까 봐 겁을 먹은 것처럼 굴었다. 나약한 척, 아둔한 척하는 것은 연정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순빈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굳어졌다. 그녀는 웃는 둥 마는 둥 대꾸했다. “무장 집안 출신이라더니 성품은 참 가냘프고 겁이 많군요. 장군 집안의 딸답지 않사옵니다. 참으로 사랑스러우십니다. 폐하께서 입궁하자마자 빈으로 책봉하신 이유를 알겠사옵니다.” 순빈은 온화한 안색을 꾸며내고 있었으나, 말에는 뼈가 있었다. 겉으로는 고상한 척 꾸며대면서도,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는 연정을 비꼬았다. 연정은 붉어진 눈시울로 애써 미소를 지었다.“순빈께서 오랫동안 총애를 받으셨으니, 폐하께서 가장 아끼시는 것도 순빈이겠지요.”순빈은 연정이 굴복하며 아첨하는 것에 속으로 흡족했으나, 곧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고는 다시 화가 치밀었다. ‘가식

  • 태자가 날 버려? 좋아, 그럼 용상에 올라주지   제28화

    함복궁 주전으로 돌아온 순빈은 화를 참지 못하고 찻잔을 내던졌다. “마마, 노여움을 푸십시오. 몸 상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시중드는 궁녀 청대가 다가와 순빈을 달래며, 어린 궁녀에게 바닥의 사기그릇 조각들을 치우고 차를 새로 올리라고 지시했다. 순빈은 창가 평상에 앉아서도 좀처럼 분이 풀리지 않았다.“정비마마께서 마마의 총애를 시기하시는 것이옵니다. 나이 들고 쇠약해진 데다가 폐하의 총애도 없으니 당연히 성격이 나쁠 수밖에요. 일일이 반응할 필요 없사옵니다.” 청대가 다시 다가와 부드럽게 권했다. 순빈은 정육품 태원부 현령의 딸로, 궁에서의 출신은 분명 낮았다. 팔 년 전, 황제가 태원 일대의 민정을 살피러 순시를 나갔다가 우연히 그녀를 발견해 궁으로 데려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진국의 율법상 정오품 이하 관원의 딸인 그녀는 간택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순빈은 입궁 초기에 신분 때문에 늘 고개를 들지 못했고, 때로는 궁인들에게 녹봉을 떼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 년간 고생스럽게 보내다 우연한 하룻밤의 행운으로 점차 총애를 얻게 된 것이었다.총애를 얻은 후로 순빈은 겉으로는 여전히 가냘프고 매혹적인 모습을 유지했으나, 실상은 뒤에서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안달하며 경쟁심을 불태웠다. 달래기는 쉽지만, 그만큼 자극을 받으면 금세 발끈하는 성미였다.순빈의 안색이 점차 누그러졌으나, 분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정비는 시야가 너무 좁아서 문제다. 소씨는 예전에 태자와 추문이 났던 여인이지. 그런데 이제 궁에까지 들어와 폐하의 총애까지 받았으니, 결코 얕봐선 안 된다.”“신빈을 견제할 생각은 않고 되려 본궁을 비웃다니! 명백히 본궁의 미천한 가문을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더냐!” 순빈은 손에 쥔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내심 어렵게 얻은 총애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봐 두려웠다. 만약 가문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뒷배가 조금만 더 튼튼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남을 이간질하려 애쓰지는 않았을 것이다.“마

  • 태자가 날 버려? 좋아, 그럼 용상에 올라주지   제27화

    그녀는 근 이 년 동안 황제에게 가장 총애를 받은 순빈이었다. “본궁은 신빈의 출신이 고귀하고 삼공주의 배동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네. 성내는 물론이고 궁중에서도 그 명성이 아주 대단했다지? 본궁은 벌써부터 얼굴을 뵙고 싶어 견딜 수가 없네.”“아쉽게도 본궁은 출신도 미천하고 아이 하나 두지 못했으니… 그랬다면 진작 상서방에 들러 신빈의 고고한 자태를 뵙고 올 수 있었을 텐데.”순빈은 얼굴 가득 공격성 없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달걀형 얼굴에 둥근 눈을 가진 명랑한 인상이라 더욱 친근하고 진심처럼 보였다. 하지만 많은 이가 그녀의 말에 숨은 비유와 눈빛에 어린 야유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복경공주를 무시하며 연정을 높임으로써 연정과 가비 사이를 이간질하려 했다. 동시에 은근슬쩍 연정이 상서방에 있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상서방은 공주들이 주로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태자와 황자가 공부하는 곳이었다. 연정과 태자의 옛일을 들춰 도황후를 불쾌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도황후가 신빈을 더 미워하게 말이다. 과연 도황후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반쯤 사라졌고, 순빈을 보는 눈빛도 차가워졌다. 곁에 있던 가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자기 딸의 배동이었던 아이가 후궁이 되었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저열한 이간질까지 일일이 반응할 수 없어 상덕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다.“순빈마마, 신빈마마께서는 현재 태사 부저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시며, 내일 진시에 황후마마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오실 예정이옵니다.” 상덕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태연하게 보고하고는 물러났다. 어전의 사람이 봉의궁을 떠나기 무섭게 순빈이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미색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폐하께서 직접 책봉하시는 영광을 누리는지 모르겠사옵니다. 게다가 봉호도 신이라니요, 모든 봉호 중에서도 으뜸이라 황후마마의 자리를 겨냥한 것 같기도…”순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황후의 오른팔이었던 정비가 말을 끊었다. “순빈, 출신도 미천하고 학식이 없으면 말

  • 태자가 날 버려? 좋아, 그럼 용상에 올라주지   제26화

    연정은 손을 멈추고 더는 만지지 않았다. 그녀는 황제의 몸과 그가 주는 쾌락을 좋아했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황제는 그대로 연정을 품에 안았다.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친밀하고 행복한 부부처럼 조용히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한참 뒤, 황제의 호흡이 서서히 안정되었고, 연정은 이미 그의 품에서 다시 잠들었다. 그는 연정을 조심스럽게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뒤에야 몸을 돌려 나갔다.밖으로 나와 용상에 앉은 황제는 평소의 위엄을 되찾고 직접 책봉 교지를 써 내려갔다. “태사의 적녀 연정을 빈으로 책봉하고, 봉호는 신(宸)으로 하며 영수궁에 거처하게 하라.” “네가 직접 처리하거라.”황제는 관심을 가진 여인에게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상덕은 놀란 티를 감추고 황급히 대답했다. “예, 분부 받들겠사옵니다.”그는 공손히 두 손으로 성지를 받았다. 상덕은 눈치 없이 신빈의 행방을 물을 수 없었다. 그날 밤의 일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인 데다, 오늘 아침 황제를 깨우러 갔을 때 난각 안의 소리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신빈의 입궁은 이미 확정된 일이었다. 번거로운 절차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를 하루빨리 궁에 들이는 일이었다.상덕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궁무사로 가 기록을 남겼다. 옥첩에 올릴 날짜를 택하고 영수궁을 청소하라는 명도 내렸다. 이어 성지를 내리는 내관들을 이끌고 동서 육궁에 두루 알렸다.*상덕이 사람들을 이끌고 봉의궁에 도착했을 때, 육궁의 비빈들은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고 흩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늘의 뜻을 받들어 황제는 조서를 내리노라. 태사 소씨의 딸 연정은 성품이 온유하고 품격이 단정하며 용모가 우아하고 현숙하다. 이에 신빈으로 책봉하고 영수궁 주전에 거처하게 하라.”간결 명쾌한 성지는 누가 봐도 황제가 직접 쓴 것이었다. 관례대로 한림원에 초안을 맡겼다면 최소 하루는 걸렸을 터였다. 난해하고 화려한 어구로 천자의 위엄을 드러냈겠지만, 황제가 친히 쓴 조서만큼 무게와 의미가 실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황제가 직

  • 태자가 날 버려? 좋아, 그럼 용상에 올라주지   제25화

    거대한 행렬이 서서히 출발했다. 드높게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등지고 궁문을 나선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높은 말 위에 오른 태자는 뒤따르는 긴 행렬과 물자를 돌아보았다. 어둡게 가라앉은 눈에는 그 광경이 그저 눈이 시릴 만큼 따갑게 비칠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손에 든 영락(瓔珞)을 내려다보았다. 연정이 생애 처음으로 만들어 준 선물이었다. ‘이번엔 내 잘못이다. 그 아이를 오해하지 말아야 했다. 그 아이를 내세워 이익을 취하려 해서도 안 됐다. 다행히 연정은 이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한다. 공을 세우고 돌아가서 다시 청혼을 시도해야겠다. 정 안 된다면…’ 태자의 표정이 점차 매서워졌다. 그는 영락을 소중히 품에 넣고, 저 높이 떠오른 해를 쳐다보았다. ‘아바마마께서도… 결국 언젠가는 세상을 뜨실 거다.’일행은 서둘러 진주로 향했다.*한편, 백관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황제가 사라진 뒤였다. 황제의 뒷모습을 향한 상덕의 외침만이 공허하게 울렸다. “폐하, 거동하시옵소서.” “폐하, 조심히 가시옵소서.”황제는 어서방으로 돌아와 의복을 갈아입고 난각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연정이 잠들어 있었다. 연정은 그가 떠날 때와 같은 자세로 웅크린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비단 이불이 허리께까지 흘러내려 둥그스름한 어깨와 가느다란 목덜미가 드러났는데, 그 위에 남은 야릇한 흔적들은 지난밤의 광기 어린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폭포 같은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흐드러져 있어 그녀의 작은 얼굴을 더욱 창백하고 투명하게 보이게 했다. 반쯤 가려진 모습이 더 유혹적이었다.황제가 다가가 연정의 얼굴을 덮은 검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귀 뒤로 넘겼다. 불그스레한 그녀의 예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입술은 빗물을 머금은 꽃잎처럼 살짝 부어 있었다. 누군가 꺾어가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황제는 잠시 망설였고, 그의 눈에는 욕망이 소용돌이쳤다. 결국 연정은 황제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깼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황제의 품 아

更多章節
探索並免費閱讀 優質小說
GoodNovel APP 免費暢讀海量優秀小說,下載喜歡的書籍,隨時隨地閱讀。
在 APP 免費閱讀書籍
掃碼在 APP 閱讀
DMCA.com Protection Status